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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06화 (106/424)

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6화

이것 역시도 해금 조건이 해금됨에 따라 신체가 변하는 스킬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스토리 '천 개의 눈'의 주인공은 애초부터 이쪽에 재능이 있었다.

장난감 삼아 자물쇠를 열다가 자물쇠 따는 법을 마스터해 버리면서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되지만 말이다.

그런 주인공은 한쪽에 홈이 있는 일자형 자물쇠건, 양쪽에 홈이 있는 자물쇠건, 십자형 자물쇠건 그 어떤 자물쇠라도 10초 안에 열어 버린다.

"……다시 해 볼래요?"

"그럴까요?"

진호는 다시 잠그고는 픽킹을 집어 넣었다.

그의 손이 모터를 단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각다각다각다닥 달칵.

정확히 5초 걸렸다.

"……이번엔 이걸로 열어 볼래요?"

"아, 네."

진호는 그가 건네는 일반 자물쇠를 렌치와 픽킹을 이용해 열기 시작했다.

달칵!

이번엔 10초였다.

이젠 장영진 감독마저 물고 있던 시나몬 스틱을 떨어트릴 정도였다.

"……형님. 이 청년, 배우가 아니라 그쪽 유망주입니까?"

"어, 음."

박성태는 대답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도 깨우면 안 될 재능을 깨워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겨우 자물쇠니 오버라고 할 수 있다.

"큼. 자물쇠 열기는 이 정도면 될 것 같군요. 그럼 다음으로 뭘 가르쳐 드릴까요?"

진호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금고 여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2차 해금 조건은 '금고 열 번 열기'였다.

* * *

타닥! 탁! 탁!

달려와 벽을 여러 번 차며 위로 점프한다.

그리고 손을 뻗어 담벼락의 끝을 잡고 턱걸이 하듯 몸을 위로 잡아당긴다. 그리고 높이 3.5미터였던 담장을 넘어간다.

벽돌로 지어진 담벼락처럼 홈이 있는 것도 아닌 일반 콘크리트 담벼락을 말이다.

단 2초 안에 벌어진 그 상황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눈을 껌뻑였다.

"……이십 년 전에 은퇴했다며."

경찰 제복을 입은 50대의 중년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배우야."

"그 배우가 내가 아는 그쪽의 배우지? 선수."

"진짜 배우라니까.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배우. 연기자. 같이 술 마시며 본 적 있잖아. 천 년의 노래, 무휼."

"특급 기술자가 아니고? 거의 원숭이 내지 도마뱀인데? 한 번을 안 미끄러지잖아. 너 지금 후계자 키우지?"

"옆에 영화감독 안 보여? 그리고 와꾸 봤지? 저런 외모로 기술자 하면 바로 잡혀. 설계자라도. 알잖아."

"변장술 가르쳤을 거면서."

날카롭게 찌르는 말이 잠시 호흡을 멎게 했다.

"……응."

그는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디잉!

사람들은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을 봤다.

문을 열고 나오던 진호는 몰리는 시선에 움칫 몸을 굳혔다.

'너, 너무 잘했나?'

[스킬 : 테니스의 황태자]의 육체 능력과 [스킬 : 사상 최강의 제자]의 육체 능력의 시너지 효과로 엄청난 탄력성과 근력을 지니게 됐다. 지금은 160kg으로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를 한다.

3.5미터의 담벼락을 넘는 건 이 스킬을 얻지 않아도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하는 건 마지막이자 5차 해금 조건이 '담벼락 열 번 넘기' 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박성태의 인맥이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 동네 지구대 소장의 도움으로 수배한 곳인데, 집부터 일단 70평이 넘어 보이는 저택이었다.

원래 주인이 집을 내놨는데, 아직 팔리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지구대 소장은 고모부 서우호 부장 검사처럼 박성태가 날아다닐 당시 그의 뒤를 쫓던 경찰이자 동네 친구라고 했다.

당시 박성태가 자수하며 손을 씻겠다고 한 걸 오 대표만큼 좋아했다고 한다.

'집은 좋아 보이는데…….'

이사를 한다면 이런 곳이 좋을 듯하지만, 너무 외각이다.

진호 자신은 물론이고 부모님도 불편함을 느낄 터였다.

"진호야, 더 할 거야?"

장영진의 질문에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딱 한 번만 더 해 볼게요."

이제 남은 건 1번뿐이었다.

'흠. 어떤 변화가 있을까?'

치솟는 흥분을 애써 누른 진호는 장갑을 낀 양손을 비비며 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달려가 그 벽을 차며 뛰어올랐다.

"웃챠."

다시 담벼락 안으로 넘어온 진호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감각이 변하는 걸 느꼈다.

그게 꽤 선명하면서도 애매해서 고개를 모로 기울인 진호는 일단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었다.

"몸이 좀 가벼워졌네. 흐음."

진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 했다.

그렇게 스윽 돌아본 진호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 느낌이란 게 이런 거구나."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 어디를 어디서 어떻게 침투하면 쉬우면서도 들키지 않을지 바로 떠올랐다.

뒤를 돌아 벽을 보니 어디를 어떻게, 또 얼마의 힘을 주어 밟아야 할지 떠올랐다.

인식을 하겠다 생각하기도 전에 등 뒤, 담벼락 근처에 있는 전봇대에 달린 CCTV가 느껴졌다.

이미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던 CCTV가 이젠 눈을 감고도 어디에 있는지 느껴졌다.

두꺼운 벽 너머로 인기척마저 느껴졌다.

"와, 미쳤다."

'그 주인공의 시야가 이런 거구나. 박 부장님도 이런 시야를 가지고 계실까?'

온몸에 소름이 돋은 진호는 불현 듯 떠오른 생각에 다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연 순간 도주로가 떠올랐지만, 무시했다.

"감독님. 그 첫 장면 있잖아요. 제가 옥상에서 와이어 크레인을 조작하고, 주아 누나가 그 와이어를 통해 미술관에 침입하는 장면 이요."

"그, 그런데?"

"그 와이어와 옥상 난간이 닿는 부분에 금속판을 덧대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난간에 마찰흔이 없으니까 정말 가까이 가기 전에는 흔적을 찾기 힘들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되면 와이어 크레인을 바닥에 고정시킨 흔적도 발견하기 힘들 테고요. 고정시킨 흔적은 실리콘으로 쏘고, 옥상 페인트 색깔과 같은 스프레이로 뿌리면 더 찾기 힘들겠죠."

"……."

장영진 감독은 입을 떡 벌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구대 소장은 박성태의 멱살을 잡았다.

"네 후계자 맞잖아, 이 자식아!"

박성태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스킬 : 괴도 루팡]

[세상에 훔치지 못할 것은 없다.]

* * *

최동진 감독은 바뀐 대사와 지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뭐야, 이건."

"뭐긴. 요 며칠 진호 따라다니면서 수정한 거지."

"십 초 안에 열면 데려가고. 삼 초. 이걸?"

이 짧은 대사 안에 미스터 장의 퉁명스러운 성격과 카스에 대한 걱정, 그리고 어떻게든 미스터 장을 따라가려는 카스의 의지와 난 당신의 생각보다 더 뛰어나다라는 감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남들은 다 뒤에서 따는데, 난 앞에서 따…… 미쳤네. 카스, 도도한 것 좀 봐."

시나리오 곳곳에 주옥같은 대사와 디테일한 설정들이 있다.

"이걸 진호를 따라다니면서 썼다고? 걔가 무슨 뮤즈야?"

"어, 뮤즈 맞아."

방금 전 최동진이 한 대사도 진호가 금고 열기를 배울 때, 박성태와 진호가 하던 대화를 통해 나왔다.

"……진심이네."

"넌 바뀐 대사 지문 보고도 인정못하냐?"

"……."

장영진은 미간을 좁히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내가 슛 들어가면 대본에 손대지 않는 거 알지?"

"그렇지. 애드리브는 인정해도."

"아마 이번 영화에서는 다를 수도 있을 거야."

최동진 감독은 낯빛을 굳혔다.

* * *

시간이 흘러 크랭크 인 날짜가 되었다.

기자들을 부르지 않은 대본 리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영화 '더 씨프'의 배우들과 제작팀은 비밀리에 마카오로 향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은 마카오 국제공항.

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나온 사람들을 제일 처음 반겨 준 건 태양빛과 더운 바람이었다.

"어우, 덥네."

"마카오부터 찍기로 한 게 잘한 것 같아."

5월인데도 한국의 여름만큼 더웠다.

만약 촬영 후반부에 찾아왔더라면 쪄 죽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스케줄을 짠 최동진 감독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은 제작진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런다렌과 홍콩 배우들은 숙소인 호텔에서 만나게 됐다.

미팅 겸 내일 촬영 일정에 대해 상의를 한 사람들은 이후 하루를 푹 쉬고는 아침 일찍 고사를 지낸 후 촬영장소로 향했다.

첫 촬영장소는 폐업한 고급 중화요리 전문점이었다.

붉은색의 벽면에 금색 글씨와 그림, 원형 테이블 위로 올라간 의자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장사를 시작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진호는 다른 배우들처럼 동선을 점검하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비상구가 셋. 손님이 담배 피우러 나가는 듯한 쪽문이 한 개. 주 방안에 뒷문이 한 개. 입구가 하나.'

쪽문을 열어 보니 미로 같은 골목이 있었다.

'나라면…….'

순간 십여 개의 탈출 경로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중엔 숨는 것도 있었다.

숨어도 절대 들키지 않을 곳. [스킬 : 괴도 루팡] 과 [스킬 : 셜록의 후예]과 [스킬 : 나는야, 자연의 왕자]가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먹잇감이 수풀 속에 숨은 구렁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에라이."

진호는 혀를 찼다.

아주 본능이었다.

"왜? 뭐가 이상해?"

장영진이 다가와 물었다. 그의 옆에는 도둑 기술 자문으로 따라온 박성태가 있었다.

"아뇨. 제가 도둑이라면 어디에 앉을까, 발은 어느 방향으로 비틀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일단 다들 여차하면 도망부터 쳐야 하는 경력 많은 도둑들이니까요."

장영진의 눈이 빛났다.

"그래서?"

"제가 그런 도둑이라면 저기 복도에서 들어오는 입구 쪽을 바라 보고 발끝은 저기 쪽문 쪽으로 놓을 것 같아요. 그리고 빈 테이블들은 비상구 앞에 막아 놓겠죠.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여기 쪽문에서 도망칠 길을 제외한 곳은 일부러 장애물을 가져다 놓을 것 같아요."

"……성태야."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동진아!"

다가온 최동진 감독은 방금 진호가 한 말을 듣고는 어이없어 했다.

"범죄 전문가 아닙니다. 그쪽으로 나갈 생각도 없어요."

"……어흠흠. 그 외에는 더 떠오르는 거 있어?"

"여기 쪽문은 저 안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곳이죠?"

"아마도 그렇겠지."

"그러면 여기 창틀에 먼지 가득 묻은 오래된 담배꽁초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이런 실외기 틈같이 청소할 때 신경 쓰기 힘든 곳들에 작은 쓰레기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조연출. 가서 소품 담당자 불러와."

"예!"

결국 소도구와 장치 담당자, 그리고 배우까지 불려와 시작한 회의에 사람들은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은 진호를 재밌다는 듯 보았다.

런다렌이나 홍콩 측 배우들도 놀랍다는 듯 진호를 보았다.

그들도 배역이 도둑이라 탈출로를 찾아야 한다는 건 인지하고 여러 자문도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설정은 아니었다.

"진호야, 도둑 되면 안 된다. 이 아저씨가 이놈 할 거야."

"진짜 안 한다니까요! 그리고 저 초등학생 아닙니다!"

웃음이 터졌다.

"자! 다시 세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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