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04화 (104/424)

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4화

2.마카오에서(1)

이진아의 라디오를 통해 si tu가 주파수를 탔다.

목표로 했던 50위를 넘어 10위에 안착해 버렸다.

진호로서는 우려가 될 수밖에 없었다. 훗날 정체를 밝혔을 때, 팬들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 회사의 홍보팀은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액션을 취한 순간 기자들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만다. 이 비밀을 알린 팬클럽 간부들에게 더 이상 입소문을 내지 말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는 사이 점점 입소문이 나며 음원 성적이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에 기자들도 더듬이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순간순간이 피 말리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순간 구원자가 나타났다.

아이돌 그룹들이 컴백을 하면서 이슈를 끌어가 버린 것이다.

진호와 레오, 팀 이진호와 양진혁으로서는 다행히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si tu는 묻혀 버렸다. 그렇다고 온전히 묻힌 것도 아니다.

빠르게 떨어지던 순위는 30위에서 40위 사이에 안착하더니 오르락내리락하며 롱런을 준비한 것이다.

이게 음원을 발매한 지 단 1달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2번째 곡 역시도 발매한 순간 호평을 받으며 100위권 안에 진입하더니 1주일째 되는 날 70위에서 80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이 곡도 롱런할 준비를 한 것이다.

마치 믿고 듣는 프로젝트 L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si tu는 40에서 50위 사이에 있었다.

차를 운전하는 진호는 브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레오가 알려 준 음원 성적을 들으며 혀를 내둘렀다. 레오도 툴툴거렸다.

그동안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다.

-아니, 이 작은 나라에 헤어지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우스갯소리지만, 결코 웃기지 않았다.

si tu가 이별했을 때 꼭 들어야 할 곡 10위 안에 꼽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간에 이틀 동안 순위 변동이 생기긴 했다.

-그래서 언제 밝힐 거야?

"그 부분은 제가 영화를 찍고 난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어요. 아마 제 생각으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삼 위 안에 들었을 때, 그때 밝힐까 싶어요. 형도 그편이 훨씬 좋을 테고요."

결국 불특정 다수에게서 프로젝트 L의 코어 팬을 만들어 냈지만, 쓸데없는 행동을 한 이진아는 하루 5개 행사라는 벌을 10일 동안 받아야 했다.

이후 이진아는 프로젝트 L에 대해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

'어디서 탄로 난 건지는 모르지만, 알아차렸다는 거겠지.'

-흠. 더 열심히 곡을 써야겠네.

"곡은 순간의 필이라면서요. 요리 연습이나 하세요. 팬들도 좋아하잖아요."

1달 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미튜브에 채널을 개설한 레오는 구독자 수가 벌써 60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콘텐츠 없이 일상만 보여 주기에 이 정도였다.

-끙. 그래야지. 그런데 어디야?

"아, 서부지검이요. 이번 배역 때문에 참고할게 있어서요."

더 씨프의 중요 배역은 모두 도둑이다.

도둑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도둑이 마무리를 짓는다.

그 도둑에 대해 가장 많이 알 수 있는 건 직접 도둑을 만나거나 검경찰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뿐이다.

-그 고모부가 계신다는?

"……제가 말을 했던가요?"

-네 팬 사이트 게시판에 적혀 있어. 열 번째 높은 조회수 게시글로.

그건 몰랐던 일이다.

온갖 이상한 잡설들이 넘치는 게시판은 애초부터 접속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감동이네요. 제 팬 사이트도 확인하시고."

-끊는다.

전화가 끊기자 진호는 피식 웃었다.

차는 서부지검 안으로 들어갔다.

* * *

[스킬 : 셜록의 후예]를 얻을 때는 열람하지 못한 고액 절도 사건의 수법들은 정말 기상천외했다. 비밀스러운 무언가가 있기에 그액수가 고액이라고 해도 기사로 써지지 못한 절도 사건들.

그 사건 파일들을 읽으며 느낀 점은 보안 기술이 발달할수록 절 도범들의 기술도 나날이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진호는 백호 보안이라고 적힌 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3층인 건물 외관도 좋았지만, 내부도 굉장히 넓고, 화이트 톤으로 깔끔했다. 이 건물 전체가 백호 보안의 소유였다.

형사 3부 부장 검사로 있는 고모부가 알려 준 곳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몇몇 남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 드라마!"

"무, 무이! 까아!"

여성들의 눈이 빛났다.

어색하게 웃은 진호는 다시 인사를 하고는 용건을 말했다.

"혹시 여기에 박성태 보안 설비 부장님 계실까요?"

"……박 부장님! 손님이요!"

"나?"

안쪽 파티션에서 안경을 쓴 평범한 인상의 50대 중년인이 얼굴을 드러냈다.

냉큼 다가가려던 진호는 그 옆에서 몸을 일으키는 사람을 보곤 깜짝 놀랐다.

"어? 진호야."

"장 감독님?"

장영진 감독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네요."

백호 보안 건물 근처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 진호는 어이없어 했다.

"넌 여기 성태를 어떻게 아는 거야?"

"감독님은요?"

"나야 킬러스 토크 할 때부터 알았지. 잠입 신 찍을 때 자문을 많이 받았지. 너는?"

"저희 고모부가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라고 추천하셨거든요.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서부지검 서우호 부장 검사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이진호입니다."

"아, 영감님이 보낸다는 분이 영진 형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셨네요. 천 년의 노래 잘 봤습니다. 애청자였어요."

박성태도 이 우연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진호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중년인은 절도로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던 사람이라고 했다. 워낙 신출귀몰하고 그 수법이 기상천외해서 잡을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 자수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보안 설비 설치의 일인자라고 했다.

'꼭 그 스토리의 주인공 같으시네.'

리셋 라이프에는 절도범으로서 살다가 세계 최고의 보안 기술자가 되는 스토리가 있다.

눈앞의 박성태 같다.

'흠. 스킬을 얻을까?'

왠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촉이 들었다.

"그래,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요?"

"아, 기술자 분들의 모든 걸 알고 싶은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번에 찍는 영화가 절도범, 아니 기술자들의 영화라서요."

"기술자는 무슨. 절도범이 절도범이지."

장영진은 냉소했다. 그건 박성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국에선 전설이셨다고……."

현재 팀을 이뤄 고액 절도 사건을 일으키는 범죄자들의 범행 수법 중 50퍼센트가 눈앞의 박성태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무려 20년 전의 기술이 지금까지도 쓰이는 거다.

"원래 그 바닥 놈들이 허풍이 좀 세요."

'이분. 진짜 손을 씻으셨구나.'

이 바닥이 아니라 그 바닥이라고 했다.

무의식에서 그쪽과 이쪽에 대한 경계를 그어 버린 것이다.

거기도 옷도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이 잘되어 있었다.

정말 성실히 이 일을 하는 것이다.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딸랑!

카페의 문이 열리며 다부진 체격의 50대 중년인이 들어왔다.

"헐. 정말이네. 하하하, 잘 오셨습니다. 우리 애들이 참 몸이 날래고 눈치가 좋고, 입도 무거워요. 일단 상품부터."

"오 대표님. 내 개인 손님이에요. 이쪽이 아니라 그쪽. 영화 쪽 자문이요."

"……아, 그래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오 대표는 카페를 나갔고, 진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요새 불경기라 대표님이 몸이 좀 달았나 봐요. 연예인 경호는 보안 상품 목록에도 없는데 말이죠."

"아, 그럼."

"돈 좀 있는데 걱정이 있는 사람들을 옛날의 저 같은 놈들에게서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경호도 하고, 보안 설비만 하기도 하고. 저는 그때 그 낡은 노하우 가지고 그놈들 막을 방법을 제시하죠."

진호는 눈을 빛냈다.

사건 파일들을 읽어 보면 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또 저지른다. 그런데 눈앞의 중년인은 전설이라고 불렸음에도 모든 걸 털어 버리고 빛의 세상으로 나온 사람이었다.

"그냥 이 참에 연예인 경호도 하는 게 어때? 안 그래도 이번에 찍는 영화 배경이 마카오라서 좀 불안한데 말이야."

장영진이 말했다.

"제안은 고마운데, 괜찮습니다.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야 늘리면 되지. 경호학과 나오는 애들 많잖아."

"나온다고 해도 다 큰 규모 보안 업체, 경호 업체에 지원하죠. 저희는 그런 얘들 키워서 한 사람 몫을 만들 여유가 없어요."

진호는 그의 말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안 설비 설치의 일인자라고 하지 않았나?'

요새 추세는 거의 무인 경비다.

즉, 사각을 없애고, 침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기기 설치의 동선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소리다.

'내가 취준생이라면 여기에 지원 할 것 같은데.'

아는 사람만 안다는 소리는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란 뜻도 된다. 보안 업체가 신뢰까지 있다.

일감은 어떻게든 생긴다고 봐야 했다.

"아, 자금 경쟁에서 밀렸구나."

"그렇습니다."

하얗게 질린 진호는 재빨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밖으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럴 땐 변명을 해선 안 되었다.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그게……."

"현재 사정이 어렵다 보니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서 그럽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큰 기대감은 없었다.

박성태는 딸이 팬이라서 이진호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역대급 불수능에서 유일한 만점. 보안 관련 최준생들이 모두 대형 업체를 선호하는 현 시점에서 천재의 시각은 어떻게 다른지 그는 궁금해졌다.

진호는 머리를 긁으며 속으로 한 생각을 말해 주었다.

"마케팅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이 부분을 어필해 홍보하거나 박 부장님의 노하우를 다른 대형 업체와 공유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흠."

박성태는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호는 장영진을 힐끔 보았다.

좋아하는 사람인 장영진 감독의 기술 자문이자 이번 영화의 자문이기도 했다.

몇 마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마도 현재 대형 업체들은 박 부장님이 만든 동선을 따라 했거나 따라 하고 있을 겁니다. 동선이라는 게 짜기가 어려운 거지, 이미 만들어진 걸 따라 하는 건 쉬우니까요."

같은 구조의 건물이라면 똑같이만 배치하면 된다.

"……그렇죠."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오픈이 되는 순간 남의 배만 채워 준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박 부장님은 일 인자로 여겨지고 있죠."

첨단 문물로도 잡아내지 못하는 사각을 박성태는 잡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사업가는 꺼려할 수밖에 없는 낭비 없이 말이다.

"……으흠흠."

'아, 부끄러워하시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컨소시엄을 하거나 컨설팅을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박성태와 장영진의 낯빛이 굳었다.

"컨소시엄이요?"

"정확히는 협력 관계가 되겠죠."

'지금의 팀 이진호와 JH엔터테인먼트의 관계처럼.'

진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백호 보안은 무인 경비 시스템의 동선 및 설치를 책임지고, 협력 관계가 될 대형 업체는 진짜배기인 관리를 맡는다는 골조로요. 그렇게 몇 개의 대형 업체와 협력을 맺어 이름을 알린다면 충분히 일 거리가 생길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대형 보안 업체는 큰 의미가 없는 소규모 회사라든지. 원룸이라든지."

이득은 또 있다.

설치한 것을 그대로 넘겨준다고 해도 대형 업체는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 하는 게 쉬울 뿐이지, 그 원리를 아는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 편리함에 익숙해진 대형 업체가 설비 전문 부서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진호의 설명에 박성태와 장영진은 입을 떡 벌렸다.

"물론 이 정도는 이미 아시고 계시……."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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