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03화 (103/424)

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3화

* * *

프로젝트 L. 아티스트 Jin. 작곡가 L.

앨범 사진도 없다.

하지만, 그 노래는 수면 아래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그냥 울었다. 하아. 혜리야, 미안했다.

-아직도 이런 가수가 숨겨져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에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 노래였습니다. 역지사지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은 참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역시 진짜 노래는 차트 밖에 있는 거지! 이런 게 노래지!

-상대방을 이해해야 연애인데, 돌이켜 보니 난 나를 이해하라고 강요만 했네요.

-가수가 누군지 아시는 분!

-인디 같은데, 제가 아는 목소리들과 매칭되지 않네요.

-아, 분명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린데!

"으흐흐."

비록 감상평 숫자는 적지만, 온통 칭찬 일색이다.

"와! 팔십 위! 형, 우리 팔십 위 했어요!"

발매한 지 5일 만에 80위다.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홍. 누가 작곡하고 누가 불렀는데, 당연히 해야지."

레오는 이것도 모자라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 입술은 주체 하지 못할 만큼 씰룩이고 있었다.

"으흐흐. 이대로 오십 위까지 가면 좋겠다."

1위부터 100위까지 중 딱 중간.

노래가 너무 좋아서 아쉽기는 해도 첫 곡으로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1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언론 홍보나 조작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겠지. 가야지."

"그렇겠죠?"

작은 호재만 있으면 50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건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기사나 훗날 독으로 돌아 올 홍보, 즉 댓글 달기나 인터넷 여론 형성, 홍보 의뢰 등은 하지 않기로 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주먹을 꽉 쥔 진호는 제3녹음실을 둘러봤다.

정 대리가 녹음 부스 안에도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제3녹음실에서 총 3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곳에서 카피곡을 녹음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원래 녹음을 하던 스튜디오보다 훨씬 더 고가의 기계들이다.

양진혁 사장은 일주일에 하루 이 상 찾아오는 다미앙을 위해 작은 수를 썼다. 매주 미튜브에 동영상을 올려야 하는 진호로 하여금 JH의 녹음실을 이용하게 만든 것이다.

JH에는 진호와 친하다고 소문난 레오가 있으니, 명분도 좋고 훌륭한 연막도 되었다.

레오도 휴식 기간에 놀지 않고 프로듀싱 비용을 받는다는 말에 더 원의 팬이나 레오의 개인 팬들 마저 이해하고 넘어갔다.

까 내리기에는 진호의 모창 실력이 너무도 훌륭했고, 레오가 프로듀싱을 하다가 곡 작업도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니, 꼭 곡 작업을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곡이야?"

"브루노 마스의 marry you."

"……어렵겠네."

"어렵긴요. 재밌자고 하는 건데."

"그런 것치고는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

"……이제는 달에 대기업 회사원 연봉 수준으로 나오죠."

예전부터 꾸준히 오르던 조회수가 카피 콘서트를 기점으로 배 이상 뛰어 버렸다.

진호는 가수의 젊은 시절을 모창 한다. 나이가 들며 변해 버린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열광했던 그 시절의 가수를 말이다.

그렇다 보니 채널에 새로 만든 카피 카테고리를 시청하는 세대는 3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독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골드 버튼, 100만 구독자를 코앞에 두게 되었다.

"그 정도야? 흠. 나도 해 볼까?"

"형은 일상 같은 것만 찍어도 좋아할걸요? 데뷔 십이 년, 방송 데뷔 이십 년 차면 신비 콘셉트를 버릴 때도 됐고."

"일상이라……."

"초코랑 노는 것만 찍어도 괜찮아요. 반려동물이랑 노는 모습을 찍어서 올리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 음……."

레오는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서 정할 수 없는 문제기도 했다.

"말해 줘서 고마워. 아무튼 오늘은 피아노도 쳐 보자."

"엑. 보헤미안 랩소디 할 때도 삼 일을 꼬박 연습한 건데."

"이런 기계로 치면 쉬워. 가르쳐 줄게."

"아, 정말요?"

벌컥!

"저도 끼워 주세요! 같이 놀고 싶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그 베이비 페이스였다.

잠시 멍해졌던 진호는 레오에게 귓속말했다.

"진짜 자유분방하네요."

……까드득.

"야, 이진아. 미쳤냐?"

이진아, 흑인의 소울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많은 숫자의 코어 팬을 보유하고 있는 경력 5년 차의 가수며, 현재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는 진호보다 딱 3살 많다.

"오빠 혼자만 진호 씨랑 놀고! 치사합니다!"

"……미안하다, 진호야. 쟤가 똘끼가 좀 있어."

"아뇨. 재밌겠는데요, 뭐. 재밌는 일은 사람이 많을수록 더 즐거워지죠."

"아, 역시 나의 천사님."

'아! 정말 똘끼가 충만하구나.'

진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 맞아, 맞아."

후다닥 달려온 이진아가 코앞에 멈춰 서더니 몸을 배배 꼬았다.

"저기…… 음……."

진호는 이 사람이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정말 범상치가 않았다.

"큼. 저도 진아 씨 팬이에요. 사진 찍어도 될까요?"

"저, 정말요? 으하하하핫! 아차. 그, 그럼요."

"조금만 더 앞으로 오세요."

"아뇨. 저도 얼굴은 작게 나와야 하니까요. 안 그래도 오징어. 얼굴이라도 작게 나와야죠. 조금만 더 앞으로. 네, 네. 딱 좋아요."

둘이 그렇게 사진을 찍자 레오가 한숨을 내뱉었다.

"진아 너 허락은 맡고 온 거냐? 이거 미튜브에 올라가는 거다."

"……오 분만요!"

그렇게 외친 그녀는 녹음실을 뛰쳐나갔고, 진호는 눈을 껌뻑였다.

"참 자유분방하시네요."

"……미안하다."

"큭큭. 녹음하죠."

"들어가."

부스 안으로 들어가 목을 풀고 헤드셋을 쓰니 곧 브루노 마스의 Marry you 전주가 흘러나왔다. 진호는 입을 열었다.

"Who cares baby. I think I wanna marry you."

-I think I wanna marry you.

"응?"

눈을 떠 앞을 보니 이마를 잡고 있는 레오와 잔뜩 뿔이 난 이진아가 있었다.

'허락을 맡았어?'

그녀 단독으로 찍는 것도 아니고, 진호 자신과 함께 나오는 영상이다. 메인 역시도 진호 자신이다. 이 자리에 레오가 있다지만, 소속사가 허락해 준 게 용했다.

-치사해! 치사해! 치사해! 아, 근데 너무 잘 불러.

'어쩌라는 걸까.'

정말 장단을 맞추기 힘든 사람이었다.

-진호 씨, 나와요. 녹음은 이따가 하고 지금은 이거 치면서 노래 불러요.

"어? 그 기타는?'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분명 양진혁이 무척이나 아껴서 대표 이사실에만 놔두는 통기타였다.

진호도 만져 보기만 했을 뿐 연주는 못 해 본 기타다.

"그거 허락은 맡고 가져오신 거 예요?"

-…….

'진짜 돌+아이 아냐?'

"레오 형, 그거 뺏어요! 양 사장님이 가장 아끼는 기타예요! 가격은 이천만 원대! 단종돼서 이젠 못 구해요!"

눈이 동그래진 레오는 황급히 손을 뻗었고, 이진아는 몸을 비틀었다. 그와 함께 기타도 움직여서 진호는 심장이 쫄깃해졌다.

그 순간 문이 거칠게 열리며 양진혁이 뛰어 들어왔다.

-……!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레오가 귀를 막는 걸 보니 사자후가 터진 모양이었다.

결국 그녀는 끌려갔고, 진호는 녹음 부스를 나섰다.

지금은 노래를 부를 기분이 아니었다.

털썩!

의자에 앉은 진호는 심장 어림을 쓸어내렸다.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건데, JH에 진아만한 또라이는 걔 말고 없다."

"그 말은 그보다 못한 사람은 있다는 건가요?"

"……."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구나.'

JH엔터테인먼트. 앞으로 녹음하러 오는 걸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지도 몰랐다.

스르륵!

진호와 레오는 이제 경기를 일으키며 문 쪽을 보았다.

그리고 식겁했다.

이진아가 또 기타 한 대를 들고 있었다.

"이번엔 제1녹음실에서 가져왔습니다! 내 진호 씨는 최고의 기타만 쳐야 하니까!"

"……거기 오늘 녹음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하아. 저 또라이. 진호야, 미안한데……."

"네.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지금 안 놀아주면 집까지 쫓아 올 것 같아서 무서웠다.

* * *

결국 오늘 녹음하기로 한 카피 곡은 이진아와의 듀엣 곡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바뀐 게 아니라 진호는 브루노 마스를 따라 하고, 이진하가 화음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녹음은 단 3번 만으로 끝냈다. 기가 막히게 뽑히기도 했지만, 더 이상은 그녀의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 부를 수가 없었다.

제목이 marry you라고 사심이 가득했다.

-When I see your face!

진호는 필이 받아 혼자 녹음을 하는 그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곡은 부르노 마스의 just the way you are였다.

"왜 JH의 보석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네요."

귀를 파고 들어와 가슴에 스며드는 마력을 지닌 목소리다.

"넌 지금 재 눈을 보고도 칭찬이 나오냐?"

노래의 가사가 가사다 보니, 그녀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사심으로 가득했다.

"아하하."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그녀는 상식의 선을 넘지 않았다 그렇다면 괜찮았다.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너무 쉽게 잘 부르는 걸 보니까 왠지 승부욕이 생기네요."

아무리 여자라지만, just the way you are는 쉬운 노래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진아는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불렀다. 매끄럽게 올라가는 고음을 듣자니 엉덩이가 들썩였다.

레오는 피식 웃었다.

"가수 다 됐네."

"오늘 노래방 콜?"

-나도!!

진호는 레오를 보았다.

그는 황급히 버튼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안쪽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버튼은 누르지 않았다.

레오는 그 버튼을 눌렀다.

"시끄러워. 너 이제 가."

-아아앙. 레오 오빠! 프로듀서님! 응? 한 달 동안 소주 살게요! 내가 방금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도 알려 드릴게!

진호는 이진아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노래방을 많이 다니셔서 그 단어만 입술을 읽게 된 거죠?"

-…….

정답이었다.

"네 다음 앨범 내가 프로듀싱하기 전에 가."

-... 치사하다!

그렇게 외쳤지만, 그녀는 녹음 부스를 나와야 했다.

프로듀서가 된 레오는 양진혁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어깨를 늘어트린 그녀는 계속 진호를 힐끔힐끔 보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고, 문이 닫히자 진호도 카메라들을 정리했다.

"가시죠!"

"……노래방도 오랜만이네. 지금도 술을 파나?"

"가방에 담아 가면 되지 않을까요?"

쓰레기도 가지고 나오면 완전 범죄다.

"가자."

"옙!"

둘은 그렇게 JH를 나섰다.

뒤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이진아는 진호와 레오가 들어간 회사 근처의 노래방을 보며 눈을 빛냈다.

"오빠가 나라면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 있겠어?"

무휼♡진아가 그녀의 지니어스 팬 사이트 팬네임이다.

팬 사이트 등급도 다이아몬드. 거의 간부급이다.

"저기 혹시 이진아……."

"아니에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그녀의 서늘한 음성에 움찔한 시민은 사과를 하고 멀어졌다. 이진아는 노래방 입구에서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바로 들어가면 들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쫓겨날 수 있으니 뇌물 도 준비했다. 자신은 곧 스케줄이 있는지라 같이 즐길 수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녀는 무거운 가방을 다시 한번 고쳐 메며 발을 됐다.

"사장님. 방금 들어온 두 분, 몇 번 방이에요?"

"어머머. 아, 저쪽 칠 번 방이요."

"감사합니다."

이진아는 발소리를 죽여 7번 방으로 향했다.

불투명한 유리에 비춰질까 쪼그려 앉아 문손잡이를 잡았던 그녀는 안에서 울리는 노래에 굳어 버렸다.

'어? 이 노래는 si tu인데?'

순위권 저 아래에 있지만, 평이 좋기에 들어 봤던 노래다.

원래 노래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긴 하지만, 좋은 노래를 알리는 것이 라디오 미의 소양이라서 일부러라도 더 찾아보다 발견한 노래. 홍보만 제대로 되면 충분히 상위권에 들 수도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지니고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제대로 만들었고, 제대로 불렀다.

"우리 지니는 노래 취향도 좋구나."

애정이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근데, 또 모창. 하아. 진짜 목소리를 들어 봤으면 소원이 없을 텐데. 아, 오늘 들을 수 있겠구나."

그렇게 음흉하게 웃는 사이 노래가 끝났다.

이진아는 손잡이를 돌리려다가 다시 몸을 굳혔다.

노래가 바로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건 네 목소리로 불러 봐. 점수 낮은 사람이 이 차 쏘기.

-아. 이 형이 또 무리한 내기를 하시네.

남자 2명의 철없는 내기지만, 이후 들려온 노래가 문제였다.

'어? 어? 어어어?'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 방금 전 si tu를 통해 들은 그 목소리.

"……헐. 미쳤다."

아티스트 Jin은 진호였다.

"어, 잠깐? 그러면 작곡가 L은?"

……오싹!

갑자기 알아 버린 너무 큰 비밀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주춤 물러났다.

때마침 핸드폰도 울었다. 매니저였다.

-진아야, 어디야!

"회사 앞 노래방이요. 얼른 오세요."

노래방 앞에서 대기하니 곧 차량이 도착했다.

차에 올라 차 문을 닫은 이진아는 매니저를 보았다.

"언니. 지금 레오 오빠 무슨 일 해요?"

"내가 알기론 이진호 배우 녹음 도와주는 거 말고는 없는데?"

'매니저 언니도 모른다고? 대리인 매니저 언니가?'

무언가 촉이 왔다. 그녀는 다급히 양진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제 라디오 세트리스트 일 번이 si tu예요. 사장님도 한번 들어 보세요. 우리 회사에 영입하면 좋을 듯!

마지막은 엄지를 치켜드는 캐릭터 이모티콘이었다.

바로 전화가 왔다.

-왜 네 리스트를 보고해? 심심 해? 행사 굴려 줘?

"조, 좋은 가수와 작곡가니까 들어 보시라고요.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가 아는 양진혁은 이렇게 빨리 답이 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거 비밀 프로젝트구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가늠되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레오와 가수에 도전한 진호.

"으흐흐."

"왜 그래? 뭐가 그렇게 좋아?"

"음. 오늘어떤 가수의 음원 성적이 껑충 뛸 것 같아서? 좋은 건 함께 나눠 들어야죠!"

"진아야, 제발 앞뒤 좀 붙여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매니저는 의아해했지만, 이진아는 싱긋 웃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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