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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83화 (83/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4권 8화

김동민은 미간을 좁혔다.

"뭐가 그렇게 많아?"

"아직 한참 모자라죠."

"응? 뭐가? 범인은 박 부인이잖아."

"가장 유력하기는 하죠."

'하지만, 대체 어떻게 살해한 거지? 그 이질적인 현장의 모습은? 그 꽃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모든 단서가 박 부인을 가리키고는 있지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몇 개 있다.

유언장도 원본일 뿐 김 남편의 과거를 생각하면 유언이 번복될 확률이 무척이나 높다.

"엥? 잠깐. 너 설마 아직 단정 짓지 못한 거야? 네가?"

진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했다가는 김동민에게 말려 버리고 만다. 눈빛도 '얼른 놀리고 싶다'로 가득했다.

'아, 얄미워.'

아주 일상이 장난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싫지 않은 걸 보면 참 신기했다.

이런 그의 처세술은 본받을 만했다.

"뭔데, 뭐야? 뭐가 거슬리는데? 같이 알자. 응?"

옆구리를 쿡쿡 찌르니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끙. 뭐랄까. 퍼즐이 탁탁 맞춰지는데, 뭔가 꺼림칙해요."

퍼즐의 그림이 커져 가는데, 그림도 예쁜데, 뭔가 잘못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형도.'

진호는 살짝 떨리는 그의 검지를 놓치지 않았다.

'시종일관 이상했던 윤지 누나도.'

아니, 최윤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연기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

현역 걸그룹이다 보니 연기를 연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흠. 너 오늘 탐정 맡았다고 예민해져서 그런 거 아냐?"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흐음."

"긴장 풀어. 너무 힘들어가면 안 좋게 나온다."

맞는 말이다.

딱딱할수록 화면엔 어색하게 비춰진다.

'일단, 장 비서(장영진)의 사진은 교란용.'

사건과 연관이 없다.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메모를 덮은 진호는 김동민과 장난을 치며 휴식 시간을 즐겼다.

* * *

1차 범인을 정할 시간이 되자 출연자들은 다시 세트로 이동했다. 진호도 차례가 되자 출연자 다섯의 배역 이름이 적힌 투표함 앞에 섰다. 그러나 선뜻 투표용지인 수갑을 밀어 넣지 못했다.

평소처럼 1차 브리핑에서 발견한 범인.

하지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몇 개.

평소와 다른 제작진의 준비.

기이했던 대기실에서의 상황.

"거슬리는 게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살해 도구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아직 숨겨져 있거나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살해된 시간은 배가 바다에 떠 있었을 때니, 범인은 칼을 바다에 버렸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렇게 가정을 해 버리면, 그렇지 않아도 이질적인 사건 현장이 더 이질적으로 변하게 된다.

"대체 왜 복도가 깨끗했던 걸까?"

누군가가 치운 듯 복도가 깨끗했다.

문턱까지 피가 튀었다면, 당연히 복도에도 튀었어야 할 피가 없었다. 문제는 모든 용의자들에게 그렇게 복도를 치울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혹여 치운다고 해도 다른 승무원들에게 들킬 확률이 있다 보니 엄청난 모험이다.

"그렇다고 동민이 형은 아니고."

방금 전 추리한 걸 역으로 생각 했을 때 드러나는 인물.

승무원인 김 승무원(김동민)이 청소를 하고 있다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김 남편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면서 자신의 알리바이까지 성립시켰다.

김 남편도 브리핑에서 살해가 아닌 돈이 목적인 듯한 뉘앙스를 잔뜩 풍겼다.

"……아, 어려워."

혀를 찬 진호는 박 부인(박지연)의 투표함에 수갑을 밀어 넣었다. 아직은 그녀 외엔 다른 범인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철그력!

* * *

이윽고 2차 조사가 시작되었다.

2차 조사는 모든 출연자들이 한꺼번에 세트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는데, 이때 주어지는 시간은 30 분이다.

1차와 비교하면 무려 3배.

더군다나 1차에서 발견된 단서를 더 보지 않아도 되니 그 시간의 활용도는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변한다.

-지금부터 2차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롭게 추가 된 룰이 발동됩니다.

'크리미널 크라임'의 제7의 멤버라 할 수 있는 성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리자 사람들이 그제야 아차하며 제작진을 보았다.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였다.

1차 조사 때 시간을 넘기는 출연자들을 세트에서 끌고 나가는 덩치 큰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그대로 박지연의 양팔을 구속했다.

"어?"

"어어?"

"자, 잠깐! 난 왜! 아이, 잠깐만요!"

-지금 이 시간부터 1차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박 부인은 2차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감옥에 수감됩니다.

모두가 그대로 굳어 다시 제작진을 보았다.

PD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진호 너어! 잠깐! 나 진짜 아니라니까!"

진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새롭게 추가 된 룰.

만약 범인이 갇힌다면 교란을 당하지 않을 수 있기에 탐정이나 용의자에겐 무척이나 유리하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검거되지 않은 범인에게도 유리하다. 사람이 적을수록 단서를 발견될 확률이 줄어드니 말이다.

이 룰로 인해 앞으로 사람들은 더 조심할 테고, 그럴수록 '크리미널 크라임'의 재미는 높아진다.

'재미는 높아지지만! 나는 어떡하라고!'

그 순간 탐정 조수가 다가왔다.

그의 등장이 왠지 불길하게 느껴졌다.

"탐정님, 하선한 승무원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5시 30분부터 7시 사이에 연회홀에 온 사람은 6시 30분에 도착한 장 비서 씨뿐이라고 합니다."

"최 회장도요? 박 부인도? 도중에 떠난 사람은 없고요?"

"예."

"……."

진호는 박 부인이 알리바이 확인 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최 회장을 살해하기 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잠시 연회홀에 들렸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야 퍼즐 조각이 딱 맞아떨어지니 말이다.

"거봐! 내가 아니라니까!"

'빵 조각이 정말 교란용 단서라고?'

오지 않는 최 회장을 연회홀에서 기다리며 빵을 먹던 박 부인 내지 장비서가 옷 어딘가에 빵 조각을 흘렸다가 죽은 최 회장을 살피며 떨어트렸을 확률이 높아졌다. 범인을 잘못 짚었다.

진호는 제작진을 원망스럽다는 듯 보았다.

세트 앞에 만들어진 감옥에 수감 된 박지연이 세상 모든 원망을 담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뭐랄까. 수고해."

"고맙지만, 수고해. 파이팅."

출연자들도 다 나빴다.

그러나 일단 감옥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게 우선이었다.

재빨리 걸음을 옮긴 진호는 다시 살해 현장을 찾았다.

빵 조각의 중요성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의문인 점이 많았다.

"역시 이상해."

'꽃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찾아야 해.'

[스킬 : 셜록의 후예]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 현장이나 용의자들의 객실, 연회홀 어디에서도 이것과 똑같은 꽃이 없다는 것이다.

꽃이 있는 곳도 연회홀이 전부다.

"역시 살해 도구부터 찾아야 하나."

진호는 박 부인(박지연)의 객실로 다시 향했다.

같은 생각인지 출연자들이 먼저 와 뒤지고 있었다.

"아, 그거 모두 진짜 명품들이에요."

"헉!"

경악한 출연자들이 벽장에서 멀어졌다.

진호는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엔 살해 도구가 없겠구나.'

깨끗하게 돌려줘야 할 협찬품이다.

살해도구를 날카롭지 않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넣었다 가는 부스러기가 남는다.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침대 위에 놓인 유언장을 쏙 훑어보고는 박 부인(박지연)의 객실을 둘러봤다. 무언가 거슬렸지만, 딱히 이상한 점이 없었다.

'……아니, 잠깐. 이상하지 않다고?'

그제야 엄청난 이질감이 엄습해 왔다.

진호는 벽장과 화장품이 가득 놓인 책상의 서랍, 침대 모두를 살펴보고 나서야 이질감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핸드폰은 어디 있어?"

현대인의 필수품. 핸드폰. 출연자들이 놀라 진호를 보았다.

"누구 박 부인 핸드폰 보신분?"

모두의 시선이 감옥에 있는 박 부인(박지연)에게로 향했다.

진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 밀었다.

"주세요. 파우치째로."

"……홍!"

살해 도구를 담기에는 너무 작은 지라 무시했던 분홍 파우치.

열어 보니 몇 개의 화장품과 핸드폰이 있었다.

핸드폰을 켜니 사람들이 다가왔다.

핸드폰 속은 깔끔했다. 문자나 메신저 내역도 별게 없었다.

그러나 갤러리에서 중요한 단서가 발견되었다.

[스킬 : 셜록의 후예]와 [스킬 : 나는야 자연의 왕자]가 아니었다면 무심코 넘겼을 만큼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지는 수백 장 속 한 장의 사진.

김 남편(김재훈)과 최 손녀(최윤지)가 어느 시골길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진호는 놀라며 김 남편(김재훈)을 보았다.

"왜? 뭔데?"

너무 천연덕스러운 그의 연기에 진호는 혀를 내둘렀다.

"이 사진 속 김 남편 씨 왼쪽 가슴에 왜 이 꽃이 있죠?"

"응?"

"살해 현장 복도에서 발견된 이 꽃요."

"뭐?"

사람들이 경악하며 김 남편을 보았다.

"거봐! 나 아니라고 했잖아!"

* * *

"아, 그거? 예뻐 보여서 꺾었던 건데, 배에 들어와서 흘렸어."

"살해 현장에 놓여 있던 건데요?"

"그러니까 말 안 했지. 내가 범인으로 오해받을 텐데."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진호는 흔들리고 있는 최 손녀(최윤지)를 보았다.

"몰랐어요?"

"이, 잊어버렸다고 말했지만, 오빠가 오해받을 테니까……."

가능성 있다. 김 남편을 정말 사랑한다면, 숨길 수 있다.

"정말……."

"정말이야? 네가 죽인 거 아냐?"

"아니라니까! 가만있으면 훗날 최고 그룹이 내게 되는데 왜 죽여! 난 유언장의 존재도 몰랐다고!"

진호는 입을 다문 채 갑자기 끼어든 김동민과 김재훈의 설전을 지켜봤다.

확실히 그렇다. 정말 사랑으로 결혼했다 하더라도 김 남편의 입장에서는 가만있는 게 오히려 이득이 된다.

"그리고 네가 나 봤다며!"

"……그건 그렇지만! 그 전에 죽였을 수도 있잖아!"

"내가? 어떻게? 시간대가 안 맞잖아!"

진호는 박 부인(박지연)을 봤다. 그녀는 흔들리고 있었다.

도둑이 제발 저린 것처럼 말이다.

'에휴. 이것도 교란용인가?'

혀를 차던 진호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김 남편 씨는 몇 시부터 저 객실에 계셨어요?"

"6시?"

"맞아. 그 정도였어."

"그럼 갑판에서 이동한 시간을 따져도 20분 정도가 비네요? 거기다 왜 두 분이 같이 안 계셨어요?"

"우리 손녀가 너무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옷 갈아입는데 나가 달라더라고. 난 혹시나 훔쳐볼 수 있을까 해서. 으흐흐. 아, 잠깐. 배역이잖아. 김 남편이 그런 거지 내가 그런 게 아니잖아!"

그래도 경멸 가득한 출연자들의 눈빛은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최윤지도 이때만은 진심이었다. 진호는 한숨을 내뱉었다. 날카로웠지만, 의미가 없었던 질문이었다.

'김 남편도 마찬가지야. 복도를 닦다가 들킬 수 있어.'

그나마 혐의와 의심점을 발견한 게 다행이었다.

'크리미널 크라임'은 모든 용의자에게 의심점이 발견 될 때 더욱 재밌어지니 말이다.

혀를 찬 그는 장비서(장영진)의 객실로 향했다.

아직 그에게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

"아, 저게 그 사진인가 보네?"

'응?'

진호는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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