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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82화 (82/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4권 7화

* * *

1차 조사는 2인 1조로 10분 동안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때, 각자 사진을 10장씩 찍을 수 있는데, 그것이 사건을 밝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하나의 조가 현장을 살필 때, 다른 조들은 그걸 볼 수 없도록 브리핑실에 남겨진다.

진호는 김동민과 함께 1차 조사를 시작했다.

"시체부터 볼 거지?"

"당연히 그래야죠. 시체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많은 말을 해 주니까요."

"와일드카드?"

순간 진호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다.

각색했지만, 그 영화 속 대사가 맞았기 때문이다.

걸음을 빨리한 진호는 사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 시체 빼고는 모두 살폈기 때문이다.

나오는 게 없어서 시체를 옆으로 돌린 진호는 살짝 놀랐다.

"빵 조각?"

"뭐? 빵 조각?"

깜짝 놀라 달려온 김동민이 빵이라 적힌 스티로폼 조각을 보곤 피식 웃었다.

"아, 그건가 보다. 피로연 때 빵이 나왔거든."

"아…… 음? 몇 시에요?"

"5시 30분? 빵은 식어도 되는 거라서 먼저 세팅해 놨다고 동료에게 들었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객실에서 죽은 최 회장이 연회장에서 빵을 가져왔을 리 없고, 그걸 본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 방에 들어와 빵 조각을 홀린 것이다. 그가 범인이거나 범인과 연관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진호는 빵 조각 사진을 찍었다.

15. 사체 밑에 깔린 빵 조각.(단서일 가능성 농후)

진호는 이후 현장을 뒤지며 살해 도구를 찾았다.

사건 경위서에 적히길 주방에서 사라진 칼은 없다고 했다.

'없어. 그렇다면 다음 살필 곳은 장 비서와 짐이 너무 많아 방을 따로 쓰는 박 부인.'

[스킬 : 셜록의 후예]를 얻기 위해 고모부가 있는 서부지검에서 본 파일들을 보면 첫 신고자가 범인인 경우가 많았다.

샅샅이 뒤졌지만, 장비서 객실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문제는 박 부인이었다.

"아니, 뭔 핸드백과 옷이……."

유난히 큰 벽장 속에는 진짜 명품 드레스와 핸드백, 구두가 가득 했다. 핸드백만 족히 30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모두 디올 거야.'

'크리미널 크라임'에 고정이 되면서 디올과 지방시, 태그호이어가 후원사로 붙었다.

억울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쉽게 단서를 주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너무도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렇다 쳐도, 다른 사람은 어쩌라고."

제작진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진호는 조심히 핸드백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칼을 숨긴 장소로 생각하면 딱이었다.

"휘유. 뭐가 이렇게 많아? 그걸 다 뒤지게?"

"시간을 다 써도 살해 도구를 찾는 게 우선이죠."

"어이구. 그거야 2차 조사 때 하면 되는 거지."

"괜찮아요. 이미 이상한 걸 찾았거든요."

"또?"

김동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진호는 가장 안쪽에 있는 약간 낡은 디올 백을 꺼냈다.

울창한 수풀 속에서 먹을 수 있는 버섯을 찾아내는 [스킬 : 나는야, 자연의 왕자]와 [스킬 : 셜록의 후예]의 시너지는 엄청났다.

"이거 짭, 아니 이미테이션이에요."

진품의 특징이 없다. 냄새가 가득 풍겨 왔다.

환하게 웃으며 활짝 열었던 진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푸하하핫!"

낡은 금시계 하나. 얼굴이 절로 달아올랐다.

"우, 웃지 마세요!"

"자신감 쩔었는데, 시계 하나. 푸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콱 지금 만나는 사람 있냐고 물을까 보다!'

[스킬 : 셜록의 후예]가 파악하길 김동민은 현재 연애 중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비잉! 비잉!

시간이 끝났다는 알림이 울리며 건장한 사내들이 들어왔다. 시간이 돼도 돌아가지 않는 출연자들을 위해 제작진이 투입시키는 사람들이다.

"아, 잠깐만! 아직 덜 살폈어! 저기만! 진호 너 때문이잖아!"

"저도 잠깐만! 핸드백 몇 개만 더 살필게요! 아, 잠깐만요!"

씨알도 안 먹혔다. 오늘도 족쇄처럼 양팔을 구속하는 사내들을 보며 진호는 힘을 빼며 질질 끌려갔다. [스킬 : 사상 최강의 제자] 때문에 힘을 쓰면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지만, 룰은 룰이었다.

16. 박 부인. 짜가 핸드백 속 낡은 금시계.(후우…….)

'크리미널 크라임'을 찍다 보면 가끔씩 나오는 교란용 단서. 제작진이 원망스러웠다.

* * *

다른 사람들도 1차 조사를 마치자 브리핑이 시작됐다.

출연자들이 들어오자 진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1차 조사에서 각자 발견한 단서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래야 '크리미널 크라임'이었다.

몇 명은 좀 이상했지만, 진호는 마음을 느긋하게 가졌다.

"어떤 분부터 하실래요?"

"나부터 할게."

김 승무원(김동민)이 몸을 일으켜 정면의 보드로 향했다.

그 몸짓은 굉장히 당당했다.

실실 웃으며 사진을 보드에 붙인 그는 박 부인(박지연)을 보며 크게 외쳤다.

"나 최고 그룹 회장 최 회장은 사후 손녀인 최 손녀에게 모든 재산을 양도한다!"

진호는 다급히 박 부인을 살폈다.

유언장이다.

그것도 박 부인(박지연)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어? 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

당황한 듯 보이지만, 걸릴 게 걸렸다는 것 같다.

뭔가 이상했다.

"박 부인. 당신 방에서 발견된 이건 뭘까요?"

김동민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 했다.

"……유언장이지."

그녀에게 유력한 살해 동기가 생겼다.

출연자들이 그녀를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그렇지만 난 아냐. 난 회장님이 살아 있어야 이득을 보는 사람이잖아."

맞는 말이다. 유언은 언제든 번복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자 의문이 생겼다.

"그 유언장 작성일이 언제예요?"

유언장이 오래전에 작성됐다면, 어떻게든 유언을 번복시킬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진호는 그 말을 뱉으며,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른 사람도 유언장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어?"

모두가 한 방 맞은 표정이 되었다. 그것까진 신경 못 쓴 거다.

'최 손녀도 유언장에 대해 알고 있구나. 김 남편은…… 모르고 있나?'

애매했다. 연기자라 그런지 표정관리가 엄청났다.

장비서(장영진)도 유언장에 대해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잠깐. 아, 5년 전이네."

"박 부인 씨가 유언장의 존재를 알아차린 때는요?"

"……5년 전."

박지연이 대답하자 진호는 눈을 빛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진호는 장 비서(장영진)를 보았다.

비서라면 유언장 작성 시 같이 있었을 터였다.

"회장님의 외동아들인 최 아들과 며느리 김 며느리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박 부인사모님과 재혼을 하셨습니다. 회장님은 재혼 후 바로 유언장을 작성하셨습니다."

"이야! 세상 나쁜 여자가 여기 있네! 아들 내외가 죽고 손녀만남으니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 아냐! 그러다 최 손녀가 김 남편과 약혼을 하니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찌른 거겠지!"

진호는 김동민의 말에 적극 동의 했다.

박 부인은 그동안 유언을 번복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터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최 손녀가 김 남편과 약혼을 해 버렸다. 결혼까지는 한 걸음이니 박 부인으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알리바이를 확인하며 그녀가 말했듯이 최 회장은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 맞지만, 찌르지는 않았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게 약혼인데다 유언을 번복시킬 이유도 찾았는데 회장님을 죽일 이유가 없잖아!"

'이유?'

"난 김 사장이 누군지 모르지만, 김 남편이 우리 회장님 때문에 자살한 김 사장 아들이더라?"

'원한?'

움찔!

김 남편(김재훈)과 최 손녀(최윤지)가 동요했다.

'윤지 누나는 왜 갈등하는 얼굴이야?'

김 남편이 과거를 밝힌 건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연기력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라서 오히려 어려웠다.

진호는 일단 이 문제를 뒤로 미뤄 두기로 했다.

의심으로 가득한 진호의 눈이 박 부인(박지연)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그 김 사장 이야기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사람들이 감탄했다.

"이 배에 오르기 전 쟤네 둘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그리고 회장님한테는 배에서 내리면 말하려고 했지."

"그 유언장 때문에요?"

"당연하지. 그래서 장 비서와 달려갔던 거고. 혹시라도 죽었으면 안 되니까."

"흠……."

논리에 맞다.

사람들의 눈이 의심으로 물들며 김 남편을 보았다.

김 남편은 당황해 손을 저었다. 하지만 진호는 아니었다.

박 부인의 말에는 아주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그 유언장이 사본이냐, 원본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브리핑실이 조용해졌다. 허를 찔린 표정을 한 사람들이 다급히 박 부인(박지연)을 보았다.

진호는 그녀의 대답을 듣기 전에 이미 답을 알아차렸다.

'원본이구나!'

"……원본."

"뭐?"

"허!"

박 부인(박지연)의 살해 동기가 명확해졌다.

유언장 원본이 사라진 순간 상속자 명단엔 그녀도 올라가 버린다.

* * *

1차 범인을 정하기 전, 언제나 그렇듯 쉬는 시간을 가졌다. 출연자들 모두 브리핑에서 들은 정보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라는 제작진의 배려다.

녹화가 6시간이나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대기실로 들어간 진호는 의아했다.

'응?'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건 곧 머릿속에서 사라져야 했다.

범인으로 유력해진 박지연이 노려보고 있었다.

조금 억울했지만, 진호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이열! 진호, 오늘도 하드캐리해? 아주 막 찔러?"

다가와 장난을 치는 김동민이 참 고마웠다.

"진호야, 오늘도 잘 먹을게."

최윤지가 쿠키를 들어 흔들었다.

"엄마도 그만 노려보고 드셔요. 자, 아-"

'응?'

"어이구, 내가 딸 때문에 산다."

여성 멤버 둘이 서로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장난을 쳤다.

'뭐지?'

무언가 거슬렸다. 그런데, 그게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와삭!

"음. 맛있어."

김동민이 귓가에 대고 과자를 씹고 있었다.

그러다 은근슬쩍 물어 왔다.

"이건 대체 어떻게 만들기에 이렇게 맛있는 거야?"

그 김동민이 레시피를 물어 오고 있었다.

놀랐던 진호는 아 하며 그의 귀에 대고 물었다.

"그분을 위해 만들어 주시려고요?"

김동민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주 형도 로맨티스트라니까."

"어, 어떻게?"

"왼손 약지에 반지 자국 있어요."

여름이라 손은 탔는데, 그 부분이 약간 하였다.

"……헐. 진짜네. 흠, 앞으론 오른 손 약지에 차야 되나."

"연예인? 일반인? 아, 일반인이시구나?"

"야이 씨! 스톱! 거기까지!"

김동민의 목소리가 크자 시선이 집중됐다.

진호가 별거 아니라는 듯 양팔을 젓자 사람들은 각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레시피 상세하게 적어서 메신저로 보내 드릴게요."

"……고맙다. 형이 진짜 밥 한 끼 제대로 살게."

"흐흐. 뭘요."

"그런데 그건 뭐야?"

"아."

진호는 메모가 적힌 수첩을 보았다.

17.박 부인은 유언장 원본을 가지고 있다.

18.원수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김 남편?

19.꼬임에 넘어간 최 손녀?

20.장 비서 객실, 탁상 액자 속 사진.(고마운 군대 선임.)

21.김 승무원. 후원자를 향한 감사 편지.(주소가 바뀐 듯 반송.)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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