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76화 (76/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4권 1화

1. 마음을 훔친 자객

연기파 아이돌 레오의 전격 사극 주연 데뷔란 자극적인 기사가 10 대, 20대 여성들을 강타했다.

한국 상위 아이돌 그룹의 멤버 레오.

연기파 아이돌이라 불리는 그의 사극 데뷔에 진성 팬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TV 앞에 앉게 했다.

엄청난 제작비 투입이라는 타이틀은 아무래도 좋았다.

을해 고2인 여고생 김성아도 그랬다.

레오의 진성 팬으로서 본방을 사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그녀는 야자를 할 시간임에도 조퇴하고 집으로 와 TV 앞에 앉았다.

"공부를 그렇게 해라, 공부를."

"이것만 보고 할게!"

"그 놈팡이가 그렇게 좋니?"

"잔소리 스톱! 자꾸 그러면 나 공부 안 해!"

부모로서는 속 터질 말이었다.

"차라리 103동 수미처럼 그 한국대 수석 입학했다는 배우를 좋아 하는 게 어때? 걔가 그 사람이 강의한 동영상으로 평균을 10점이나 올렸다더라."

"흥! 우리 레오 오빠도 강의 동영상 찍으면 나도 그 정도는 올릴 수 있어. 하지만 우리 오빠는 그런 못생긴 주제에 학력빨로 그런 짓 하는 사람 아니야. 아, 시작한다. 쉿."

"어이구, 내가 앓느니 죽지, 죽어."

"쉿!"

김성아는 응원 봉을 끌어안으며 TV를 노려봤다.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딱히 할 일이 없는 엄마도 옆에 앉았다.

곧 광고가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 되었다.

"꺄! 오빠다! 성문 보며 어리둥절 해하는 모습 좀 봐!"

"조용히 하라며?"

"응."

둘은 입을 꾹 다물고 TV를 바라 봤다.

1화가 끝났다.

그러나 둘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둘의 머릿속엔 오직 하나의 장면 만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백윤 대감이시오?'

'그럼 됐다.'

얼굴에 튄 피가 그의 요염함을 지독히도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 레오란 놈팡이가 방금 검은 삿갓 쓴 그 사람이야?"

"……아니."

"그럼 누군데?"

김성아는 핸드폰으로 검색해 봤다. 그리고 놀랐다.

"이진호……."

"못생긴 주제에 학력빨로 그런 짓 했다며."

"그러니까."

김성아는 슬그머니 응원 봉을 뒤로 숨겼고, 둘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1화가 방영된 후 인터넷이 떠들썩해졌다.

모든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모두 '천 년의 노래'가 차지했다.

그렇지 않아도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비로 주목을 모은 작품이다. 뚜껑이 열린 순간 이슈 몰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 당연한 주목을 주연인 레오도 받았지만, 가장 돋보인 건 진호였다.

위험한 자객, 아찔한 자객, 존잘 자객 등등 수많은 연관 검색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외모만 부각된 게 아니었다.

진호의 연기와 액션도 호평을 받았다.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호쾌한 액션.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제대로 된 액션을 하는 배우가 나왔다는 글들이 커뮤니티 사이트와 뉴스의 댓글에서 지분을 차지했다.

덕분에 이번 천 년의 노래를 연출하는 감독은 고민이 많아졌다. 그건 최은수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봉대 끝을 잡고 휘두르면 좋겠다는 거지?"

"네. 원래 창술이란 게 그런 식으로도 쓰잖아요. 휘두를 반경이 넓어지니까 더 호쾌하게 보일 거 같아요. 이렇게."

진호는 앞으로 달려가는 듯한 모션을 취하며 한 손으로 봉대를 크게 휘둘렀다.

"난전에 응원군으로 난입할 때 어? 이렇게 부웅부웅. 모두 비켜라, 장군님이 나가신다, 같아 보이지 않아요?"

"딱 나네? 곰탱이 이지란."

이성계 장군의 의동생인 이지란을 맡은 배우가 킬킬 웃었다.

"무술 감독님은 저보다 훨씬 더 잘 가르쳐 주실 거예요."

"그쪽은 사람이 많아."

진호의 액션이 호평을 받은 순간 부터 액션 신이 있는 배우들이 무술 감독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단순히 맞아 넘어지는 신조차도 자문을 구했다.

덕분에 액션의 질이 굉장히 올라가고 있었고, 감독은 어깨춤을 추었다. 배우가 몸을 사리지 않을수록 그림은 좋게 나오니 말이다. 촬영장에 아주 좋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리고 좀 어렵고."

"그런 면이 없잖아 있으시죠. 흐흐흐."

배우는 머리를 긁는 진호를 기껍게 보았다.

배우라면 누구든 그 신에서 가장 돋보이려고 하지 이렇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떤 배우는 조연 따위가 날뛴다고 화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요새 바쁘지 않아? 촬영장에 붙어 있을 시간 있어?"

"웬만한 건 다 거르는 중이에요."

"왜?"

"집중하기 위해서죠."

정확히는 썩 마음에 드는 예능이 없기 때문이다.

다미앙도 적극 권하지 않았다.

그런 속마음을 모르는 배우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나중에 모른 척하면 삐칠 거다."

"제가 또 그런 건 못하죠. 흐흐흐. 다시 한 번 맞혀 보실래요? 이번엔 무이와 이지란처럼 격렬하게."

"그거 좋지비. 오랜만에 칼춤 한 번 벌여 보자."

드라마 속 대사다.

이지란은 이북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라서 그는 가끔씩 이렇게 장난식으로 사투리를 쓰곤 했다.

둘은 맞춘 합대로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도중에 멈춰 서야 했다.

"아아악!"

촬영장에 비명이 울렸다. 사고였다.

서로를 본 둘은 다급히 그곳을 향해 달렸다.

상황은 약간 심각했다.

스턴트 배우 중 한 명의 팔목이 퉁퉁 부어 있었고, 김홍근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 대상은 놀랍게도 주연 배우인 레오였다.

"거기서 검을 그렇게 휘두르면 어떡합니까! 얘가 팔로 막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깨가 부러졌어!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어!"

만날 존댓말을 하던 김홍근이 크게 당황한 듯싶었다.

낯빛이 하얗게 질린 레오는 모인 군중들 사이에서 진호를 발견하곤 입술을 깨물었다.

'응? 나를 왜?'

레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욕심을 부렸습니다.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후. 그런 거라면 말을 해야죠."

배우가 욕심을 부렸다는데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런 욕심이 아니라도 아차 한눈 파는 순간에 터지는 게 사고니 말이다.

"치료비 전액과 재활은 제가 보상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매니저 형, 저분 병원부터 보내 드려요."

"응. 그럴게! 자, 일단 가시죠."

레오의 매니저로 보이는 인물이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김홍근과 매니저, 스턴트 배우들은 다친 스턴트 배우를 데리고 촬영장을 벗어났고, 배우들도 흩어졌다.

그 자리엔 진호만 남겨졌다.

"……뭘까?"

레오는 사고 이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하지만 잠깐 마주쳤던 그 눈빛은 분명 질투였다.

가끔 동네에서 마주치는 고교 동창들이 보내던 그 눈빛과 똑같았다.

액션 스튜디오에서는 본 척도 안 하던 사람이 그러니 굉장히 찝찝했다.

무슨 일인지 이후 레오의 액션 연기는 이전보다 더 거칠어졌지만, 촬영은 무사히 진행되었다.

신이 없는지라 오랜만에 회사를 찾은 진호는 놀라고 말았다.

"우리 벌써 이사해요?"

사무실이 이사 준비로 한창이었다.

"진호 씨 덕분에 더 큰 월세로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전세가 아니네요."

조금은 아쉬웠다.

"언젠가 건물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다미앙뿐만 아니라 직원들 모두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8 대 2의 계약서 내용이 목을 콱 붙들었다.

"모델 및 연예인을 늘리는 걸 건 의합니다!"

"아직 생각 없습니다."

"악덕 사장들!"

"이거나 옮기십시오."

"네."

이사할 건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크기는 반 배 이상 컸고, 직원도 몇 명 더 채용하기로 했다.

모두 합심해서 그런지 이사는 저녁 먹기 전에 완료되었다.

탕비실과 주방을 분리시킨 것을 제외하면 인테리어는 이전 사무실 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이건 그동안 상향된 계약 내용들입니다."

냉큼 받아 들어 살핀 진호는 다시 놀랐다.

"정확히 네 배 뛰었네요."

SNS에 일주일에 한 번 노출시키는 것이 전부인 스폰 광고도 3개월에 천이백만 원이었다.

그런 품목이 지금은 열다섯 개나 되었다.

석 달에 1억 8천만 원.

메인인 디올과 지방시, 태그호이어는 포함시키지 않은 액수다.

'이사할까?'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기존에 살고 있는 집을 판다면 강남은 무리더라도 40평대 아파트로 이사할수 있을 듯싶었다.

"그리고 이건 예능 섭외, 이건 드라마 섭외, 이건 영화 섭외, 이건 광고 섭외 목록입니다."

"……와."

직원들이 걸렀을 게 분명한데도 종이가 두껍다.

"진호 씨의 무이에게서 돈 냄새를 맡은 겁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내 마음을 훔친 자객이란 말이 나돌더군요. 다른 연관 검색어들이 그 단어로 통합될 듯싶습니다."

오글거렸다.

"살수가 썩 좋은 직업이 아닌데요."

"이 바닥, 잘생기면 뭐든 상관없습니다. 아, 트레이너에게는 사례금을 지급했습니다."

연기 트레이너도 무이를 만드는데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직원분들은요?"

"당연히 분기 보너스로 지급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섭외 목록들을 살피며 다미앙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미앙이 모르는 부분은 다른 직원을 불렀다.

시간은 점점 흘러 깊은 저녁이 되어 갔다.

"아, 그리고…… 음, 아닙니다. 이건 말할 필요가 없겠군요."

"뭔데요? 궁금하니까 말해 주세요."

다미앙은 머뭇거렸다.

직원들도 입을 열지 못했다.

진호는 낯빛을 굳혔다.

"말해 주세요."

"……현재 진호 씨에게 도움을 바라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진호는 의아했다.

"단체들에 기부하고 있지 않나요?"

작년 한 해 기부한 액수만 1억이 넘는다.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니라고 숨기는 중이었지만, 진호는 이것을 밝힐 생각이 없었다.

세금 감면이라는 이득이 아니라도 말이다.

"아, 개인적으로. 금전적인 도움을 말하는 거군요."

장경아 실장이 입을 열었다.

"이런 연락은 99.9퍼센트가 거짓 이라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언젠가는 이에 대해 말이 나을 겁니다.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는 연예인이라는 타이틀로 말이죠. 실제로 인터넷 밑바닥에선 진호 씨의 인성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진호의 표정이 굳었다.

"제 인성요?"

"내가 같은 반이었는데, 내 친구가 이진호와 동창인데, 지인에게서 들은 말인데 등등 말입니다. 당연히 조치는 취했습니다."

이 외에도 배역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추잡한 스캔들이 터질 뻔도 했다. 언제나 연기력 논란이 있어 온 미남 배우 측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마케팅 실장이 능력을 발휘해 막으며 그쪽 소속사에 경고도 주었다. 그리 크지 않은 회사라 경고는 먹혀들었다.

진호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왠지 억울했다.

"내가 타인에게 피해를 준 건 하나도 없습니다. 게임을 하느라 바빠서 재준을 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거의 없죠. 게임을 하면서 신세를 진 분들은 많지만 말입니다."

외가 쪽이 마음에 약간 걸리지만, 어머니가 배 아프게 하기 위해 보내는 선물이 제법 많다. 지금의 우리 가족에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자랑하며 말이다. 물어보니 자식을 위한 어머니 나름의 입막음이라고 했다.

"신세를 지셨다는 말입니까?"

이번엔 직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아, 목록을 작성해서 드릴게요."

다 기억하고 있다.

진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잊고 있었어.'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시름 놓았습니다."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한 직원이 하얗게 질려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자, 장 실장님."

"왜 그러십니까?"

"터, 터졌습니다. 진호 씨에 대한 뉴스가 터졌습니다."

순간 굳은 사람들이 그 직원에게로 달려갔다.

그런 그들은 곧 환하게 변했다.

터지긴 터졌는데, 좋은 뉴스였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진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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