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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57화 (57/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3권 7화

'아, 곧 슈퍼모델 선발 대회가 열리는구나.'

얼굴을 알리기 위해소속 모델을 내보내기도 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도 TV 오디션이기에 국민이 검증한 모델이다.

한국에 있는 모든 모델 에이전시가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진호 왔어? 아주 성실해?"

"시간 되면 우리 애들 좀 봐 줘!"

"흐흐흐."

안쪽에 있는 다미앙의 사무실 문을 여니 오늘도 향긋한 커피향이 코를 찔렀다. 다미앙은 에스프레소가 아니면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안녕하…… 죄송합니다. 좀 이따가 올게요."

안에 손님이 있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거기다 사무실 내부도 좀 어수선 했다.

"아닙니다. 들어오십시오. 안 그래도 이사를 한 오후에 연락드리려고 했습니다."

"이사요?"

"아, 먼저 이쪽을 소개해야겠군요. 앞으로 진호 씨만을 서포트해 줄 스태프들입니다."

"오!"

진호는 그제야 사람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진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미앙처럼 사무적인 인상의 여성이 나섰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경아입니다. 리노에서 기획 2팀의 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경악스런 소개였다.

한 팀의 장, 엄청난 경력이었다. 거기다 국내에선 3대 기획사로 꼽히는 PJY 소속이다.

그녀뿐만 아니다. 이후로 소개된 스태프들 모두 SY, YM에서 팀장이었던 이들이다. 스타일리스트조차도 10년차로서 실장이라 불렸던이다.

"아니, 여러분 같은 분들이 왜……."

지금 이들은 진호 자신만을 위한 스태프다.

냉정히 평가하면 이제 햇병아리 수준밖에 안 되는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완전히 오버 스펙이었다.

"당연히 연봉 때문입니다, 진호 씨."

"팀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이 바닥 연봉은 굉장히 처참합니다."

"……어, 능력에 비해 못 받는다는 말씀이시죠? 인센티브가 적다거나."

"아닙니다. 그냥 안 줍니다. 인센티브 따윈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진호 씨가 일한 만큼 인센티브를 받으니까요."

다미앙의 그 말에 스태프들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지금이라도 무르고 싶었지만,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 같았다. 울고 싶었다.

"이, 이사는 어디로 하나요?"

"근처에 따로 공간을 얻었습니다."

"그래요? 도와 드릴게요. 어떤 것 부터 옮기면 되죠?"

다미앙이 따로 얻은 사무실은 HU 에이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다미앙은 평수가 좀 작은 5층 건물의 한 층 전체를 임대했다. 진호는 걱정이 되었다.

"괜찮아요?"

팀장급 인사들의 월급에 건물 임대료까지.

다미앙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고, 신인에겐 너무 과했다.

HU 에이전시는 내부 운영 방식이 좀 특이한데, 1명의 팀장이 여러 팀원들을 데리고 다니며, 그들의 월급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즉, 진호 자신과 맺은 계약 8 대 2 중 본사가 가져가는 몫인 2에서 일정 부분만 받는 인센티브로 해결한다는 소리다.

"힘들면 저도 보탤게요."

"하핫!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들은 영입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보다 내부는 마음에 드십니까?"

"안 들 수가 있을까요."

방음실에 온갖 요리 도구가 있는 탕비실, 한쪽 벽면이 거울인 넓은 연습실까지. 완벽히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그 외에는 일반적인 사무실처럼 꾸며졌다.

"매일 한 끼 식사는 제가 책임질 게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미안해 죽을 것 같았다.

짐을 옮기던 스태프들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짐이 얼마 없어서 그런지 짐 정리는 금세 끝나며 이사가 마무리 되었다.

이사엔 짜장면과 탕수육이었다.

사람들은 시키려고 했지만, 진호가 우겨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이니 친해지기 위해서였다.

다만, 춘장을 구할 길이 어려워 짬뽕밥으로 대체되었다.

황재상 쉐프에게 수타를 배웠지만, 반죽을 숙성시키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미쳤다."

진한 불 맛에 화끈하면서고 깊은 국물 맛. 부먹인데도 바삭하기 그지없는 탕수육. 일반 중국집보다 백배천배 나았다.

감동한 사람들은 이직한 이유에 한 가지 이유를 더 추가시킬 수 있었다.

'스태프를 위해 요리를 해 주는 연예인이라니.'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라면 이해라도 될 텐데, 모든 파트의 직원 전부에게 요리를 해 주었다.

요리 맛이 아니라 그 심성이 참 마음에 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에 진호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흐흐흐."

머리를 긁던 진호는 슬쩍 옆을 보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찍는 거예요?"

장을 볼 때부터 계속 따라붙은 캠코더.

"팬들을 위해섭니다. 팬 사이트를 둘러보니, 진호 씨가 활동한 기록이 별로 없더군요."

뜨끔했다.

"……그래도 사진은 매일 올리는데."

"덕질할 거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겁니다."

"아, 네."

"여기까지 하죠. 그리고 잠시 뒤에는 팬들을 위한 인사 영상을 찍을 예정입니다."

"네, 맡길게요."

"……알겠습니다."

'응?'

조금 늦은 대답이 좀 의아했지만, 진호는 곧 식사에 열중했다.

식사 후 설거지까지 끝나자 잠시 현자 타임을 갖던 이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진호도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스태프들은 놀랐지만, 다미앙이 묵인하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진호 씨."

"네. 다미앙 씨."

"아까 이들을 영입한 이유가 있다고 했죠?"

"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알려 드리겠습니다. 장경아 씨?"

고개를 끄덕인 장경아가 입을 열었다.

"이름 이진호. 나이 스무 살. 학력 한국대 경영학과 휴학. 보그 이탈리아를 통해 모델로서 데뷔."

그녀의 입에서 진호의 약력이 주욱 소개되었다.

남의 입에서 듣는 지난 행보는 꽤 낯을 간지럽게 했다. 그걸 마치 시험 범위인 것처럼 적는 사람들의 모습도 말이다.

"어디까지 먹힐까 전회 촬영 후쉬는 중. 약력 소개는 여기까지고, 진호 씨."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현재 진호 씨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이대로 계속 예능에 출연하면서 방송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든지, 아니면 쉬는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진 후 연기자로서 데뷔를 하든지. 각자 장단점이 있습니다."

순간 진호의 눈이 무심히 가라앉았다.

"방송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굳어 지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드나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 다미앙을 보았다.

다미앙은 웃으며 계속하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장경아가 떨떠를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계속 예능만 하는 방송인이 타 분야에 진출했을 시청자들은 대부분 개그로 받아들입니다."

"음……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상의했으면 좋겠네요. 아직 어디까지 먹힐까 1회도 방송되지 않았으니까요. 여러분이 아직 모르는, 또 저도 모를 제 가능성을 거기서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 안건은 새로운 수익 모델에 관한 내용입니다."

순간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아, 패션쇼를 말하는 건가? 확실히 그게 돈이 되긴 하지.'

다미앙이 입을 열었다.

"혹시 굿즈에 대해 들어 보셨습니까?"

"넹?"

진호는 진실로 굿즈가 뭔지 몰랐다.

* * *

많은 관심을 끌지 않았던 어디까지 먹힐까가 첫방을 시작했다.

본디 첫 방영은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모두 모여 함께 시청하는 게 관례지만, 한 번 실패한 박영후 PD는 방송국을 떠나지 못했다. 편집실, 메인 작가 윤지가 한숨을 내뱉었다.

"괜찮아, 오빠. 잘 빠졌잖아. 자신없어?"

"내 자신과 시청자의 반응은 다른 거지."

담배를 문 박영후 PD가 모니터를 보며 편집 기계를 조작했다.

"어휴, 이 오빠가 왜 이렇게 쭈구리가 됐을까."

"같이 실패해 놓고 너무 낙천적인 거 아니냐? 됐어, 그냥 가. 난 좀 더 하다가 들어갈 테니까."

박영후 PD는 손을 저었고, 문이 닫혔다.

문을 힐끔 본 박영후는 다시 이어폰을 꼈다.

편집실이 정적에 빠졌다.

"……빌어먹을."

결국 날을 새웠다.

당직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았다.

그는 꺼진 핸드폰을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샤워실로 향했다. 이후 구내식당에 들러 밥을 왕창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에야 그는 사무실로 발을 옮겼다.

'……제기랄.'

박영후 PD는 여러 개의 팀이 모여 있는 커다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직감했다.

조용했다. 먼저 출근한 타 팀의 직원들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는 이대로 몸을 돌려 도망치고 싶었다.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 시즌2를 준비하겠다는 자신의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팀 자리에서 후줄근한 모양새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스태프들. 메인 작가 윤지도 퇴근을 안 했는지 추레한 모양새였다.

울컥!

'그래 난 PD다. 선장이야.'

선장이 동요를 보일 수는 없었다.

"뭐야, 다들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고개를 든 스태프들의 눈시울이 붉었다.

박영후는 마음을 다잡았다.

"됐어, 털어 버려. 2화부터 잘하면 돼. 자, 회의합시다."

쾅! 윤지가 책상을 때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빤 왜 그렇게 태연한 건데!"

"잘 찍었잖아. 죽이게 나왔잖아. 그랬는데도 안 됐으면."

"8퍼센트로 마감했는데 왜 그렇게 태연한 거냐고─!"

"그러니까 노력…… 엉?"

박영후는 순간 어리벙벙해졌다.

"8퍼센트 떴다고! 이 스타 PD님아!"

"만세!"

"8퍼센트다! 으하하하하!"

침울해있던 스태프 모두가 만세를 불렀다.

타 팀에서도 박수를 치며 축하 인사를 건네 왔다.

"……헐?"

박영후는 슬쩍 자신의 볼을 꼬집어 봤다.

아팠다.

* * *

-으하하하핫! 진호! 우리 진호! 내가 제일 사랑하는 진호! 진호야 우리 평생 가즈아-!

"하하, 엡! PD님이 부르시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최고 시청률 8퍼센트. 평균 시청률 6.8퍼센트.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에서, 그것도 첫 회가 엄청난 시청률을 찍었다.

순조로운 출발을 넘어서 충격이었다.

-프로 불편러들이 게시판을 좀 테러하고 있지만, 진호는 신경 쓰지 마! 아니, 보지 마! 꽃길만 걸어야지!

"왜 저만 걸어요. PD님도 같이 걸으셔야죠."

-하이고?! 예쁘다. 아, 맞아. 2 화 방영 일에는 전체 회식이 있으니까 꼭 참석하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전화가 끊기자 진호는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1.어먹 존잘남

2.어디까지 먹힐까

3.어디까지 먹힐까 미남

4.눈 가리고 썰기

온통 이진호다. 중간에 황재상, 허경만, 윤서아의 이름도 있다.

줄 세우기. 어젯밤부터 실시간 검색어가 바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호는 사무실을 바라봤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사무실이 전화벨 소리로 시끄럽다. 그런데 출근한 직원들은 들리지 않는지 누구 한 명 전화기를 들 생각을 않았다. 모두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복사기에서 무언가를 뽑고 있었다.

'이, 이래도 되나?'

"어!"

직원들이 이젠 사무실에 있는 모든 전화기의 코드를 뽑아 버렸다. 핸드폰도 꺼 버렸다. 등골이 서늘 해지는 광경이었다.

"괜찮습니다, 작전입니다."

"자, 작전요?"

"소속 연예인에게 호재가 터졌을 때, 연예인을 원하는 불특정 다수를 애태우기 위한 작전입니다."

"허."

이런 방법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조금 걱정이 들었지만, 모두 이 방면에 노하우가 짙은지라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어색하게 웃으며 발신자를 확인한 진호는 몸을 일으켰다.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밖으로 나온 진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응, 이모!"

-아들.

미영이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어디까지 먹힐까 보고 연락한 거예요? 나 어땠어요?"

-어떻긴. 배신감 들었지.

"……응?"

-그렇게 요리를 잘하면서 감쪽같이 속였던 거잖니.

"아하하. 그냥저냥 하는 건데 딱히 자랑하기도 그렇잖아요."

-그 정도면 자랑해도 되지!

"으흐흐. 네, 다음에 다 같이 휴가 가면 제가 요리 다 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아, 맞다. 진호 너 굿즈 만든다면서?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너희 쪽 사람들이 디자인 따러 다닌다고 이 바닥에 소문 확 났는데, 내가 모르겠니?

"어이구. 소문날 것도 많다."

손을 젓던 진호는 이어지는 미영의 말에 잠시 귀를 의심했다.

"……뭐?"

그러나 그녀의 말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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