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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56화 (56/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3권 6화

혼란스러웠지만, 손님이 온 이상 장사는 해야 했다.

정신을 차린 황재상은 혹여 손님이 떠날까 어제보다 더 힘내어 실력을 뽐냈고, 진호도 열심히 그 보조를 했다.

보조의 보조인 윤서아는 열심히 잡일을 하다가 경만이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쪼르르 달려가 손님 응대를 했다.

경만도 모르는 말들이 나오면 진호에게 물어보며 응대했다. 그제보다 낫고, 어제보다 더 나았다.

넷의 팀웍은 하루가 다르게 완성 되어가고 있었다.

준비해 온 200인분의 식재료는 손님이 몰려든 지 3시간 만에 동 나 버렸다.

'생각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구나.'

고맙다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보낸 진호는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 PD를 볼 수 있었다.

"하하핫! 오늘도 매진이구나! 진호 씨, 아니 진호야! 정말 잘했어! 아이고 예쁜 것! 오늘은 회식합니다! 마시고 죽고, 내일은 그냥 쉽시다!"

"……우와아아아!"

"와아아아아!"

* * *

"하하하하하!"

카메라 몇 대만 고정시킨 저녁 식사는 정말 웃음만 가득했다. 스태프들도 넘쳐 나는 해산물과 술을 즐기기 바빴다.

진호의 팬이라는 여대생들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진호는 박영후 PD와 이윤지 메인 작가, 카메라 감독님, 음향 감독님, 황재상이 있는 테이블에 앉아 해산물과 술을 작살내고 있었다. 붙들린 거다. 허경만과 윤서아도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둥근 테이블은 그들 모두를 수용 했다.

사람들은 그런 진호를 어이없어 하면서도 흐뭇하게 바라봤다.

"지난 3일간 매진의 일등 공신인 진호가 한마디 해야지?"

순간 명치가 턱 막힐 만큼 난처 한 말이었다.

진호는 다급히 손을 저었다.

"그게 어디 저 때문인가요. 모두 쉐프님과 경만이 형, 서아 누나가 잘해 줘서죠. 다 같이 잘했기 때문에 매진을 이어 갔던 거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장칭이 아니었다면, 식재료를 아주 많이 남기고 와야 했을지도 모른다. 일등 공신이라 불릴 자격이 없었다.

진호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저희 모레엔 뭐 팔아요? 계속 면만 팔아요?"

이어지는 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풀썩 웃어 버렸다.

역시 진호라고 할 수 있었다.

"어이구 예뻐라. 왜 이렇게 예쁜 말만 해?"

"흐흐흐. 이런 칭찬은 언제나 좋습니다."

진호는 머리를 쓰다듬는 황재상 쪽으로 머리를 더 들이밀었다.

좋은 게 좋은 거였다.

"모레는 멘보사를 팔아 볼까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어? 군만두는 안 파는 겁니까?"

짜장면, 짬뽕엔 군만두가 최고다.

"군만두? 흠."

솔직히 만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속을 만드는 것부터 피를 빚는 것까지. 모두 일이다.

하지만 자신만큼 손이 빠르고 센스가 좋은 진호가 있다.

"……그래, 하자. 우리 멤버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오예!"

"아자!"

진호와 허경만, 윤서아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연습을 위해 만들어 보면서 먹는 요리는 아주 꿀맛이었다.

황재상은 어이없어했다.

"아니 일이 늘어나는 건데도 그렇게 좋아?"

"저는 응대만 하는데요?"

"저도 잡일과 응대만 하니까요."

"전 훔쳐 먹을 수 있으니까! 재료 넉넉하게 사셔야 합니다!"

"아주 자랑이다!"

웃음이 터졌다.

박영후 PD와 이윤지 등 스태프들은 그런 그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팀웍이 너무 좋아서 웃음만 나왔다.

'우리 대박 나겠다.'

'응, 진짜 대박 나겠다.'

만족스럽게 웃은 박영후 PD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쿵쿵! 테이블 두드리는 소리에 모두가 주목했다.

"자, 잔들 채워 주세요."

진호도 얼른 황재상의 잔에 술을 따랐다.

"촬영 내내 좋은 일들이 많았죠?"

"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좋은 일 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배합시다. 프로그램 대박을─!"

"위하여!"

"황재상 쉐프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경만아!"

"사랑해!"

"서아야!"

"애정한다!"

"워워워!"

"진호야─!"

"영원히 함께하자─!"

"사랑한다─!"

"건배-!"

"건배!"

"사랑합니다!"

얼떨결에 술을 원샷한 진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어떤 감정이 눈과 볼을 흔들었다. 결국 참지 못한 그는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그래! 잘하자!"

"지켜본다!"

"예쁘게 찍어 줄게!"

진호가 기폭제가 된 듯 황재상과 허경만, 윤서아도 울상을 지으며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좋은 사람들, 좋은 자리. 기쁜 순간이었다.

술이 달콤한 꿀처럼 넘어갔다.

술자리는 새벽이 돼서야 끝을 맺었다.

씻고 나온 진호는 책상에 앉아 스페인어 책을 펼쳤다. 제법 취하기는 했지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없었다.

그래도 취했기에 많이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흠, 다음은 독일어를 배울까? 포르투갈어? 태국어? 어디 나라 음식이 더 맛있을……."

똑똑똑-.

"음?"

진호는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한잔 더 할까?"

민소매 티에 핫팬츠만 입은 윤서아가 맥주병이 든 봉투를 흔들었다.

"네, 뭐. 1층에서 마실까요?"

"여기도 시원한데?"

"뭐,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온 윤서아는 침대 옆 테이블 의자에 앉았고, 진호도 맞은편에 앉았다.

"뭐 하고 있었어?"

"공부 좀 하고 있었죠."

"술 마셨는데?"

"지금 하지 못하면 공부할 시간은 더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모른 척 물었지만, 심장이 두근거렸다.

윤서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자가 이 시간에 남자를 찾아 오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꿀꺽! 머릿속에서 온갖 망상이 휘몰아쳤다.

그러다 그녀의 눈가에서린 웃음 기를 발견하곤 허탈해졌다. 머릿속이 깔끔하게 식어 버렸다.

"네에. 다섯 살 연상이신 누나가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스무 살인 저로서는 반 서른인 누나의 생각을 정말 모르겠네요."

"……야."

"흐흐흐."

윤서아가 혀를 찼다.

"정말 왜 오셨어요?"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응?"

"네가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포지션을 잡지 못한 채 힘들어했을 거야. 솔직히 이번 출연…… 꽤 힘들었거든. 여자 출연자 경쟁률이 심했던 거 알아?"

"어, 그래요?"

"나연석 사단이잖아."

모든 게 이해되는 말이었다.

진호는 그제야 그녀가 왜 찾아왔는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호는 내밀어진 맥주를 그녀에게 밀었다.

"감사 인사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한 적도 없지만, 누나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프로그램이 시청률 대박 났을 때, 그 때 받을게요. 많이 취했어요. 들어가서 쉬세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린 그녀는 이내 피식 웃으며 일어섰다.

맥주를 챙긴 그녀는 진호에게 눈을 흘겼다.

"그땐 각오해. 알았지?"

"네네. 그럴게요. 들어가세요."

"연기에 대해 알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넌 연기를 하게 될 테니까. 누나가 이것밖에 줄게 없다."

"네네. 술은 그만 마시고 쉬세요."

쿵!

문이 닫혔다.

그녀가 남긴 잔향에 잠시 취해 있던 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털어 냈다. 술 마신 스무 살 청년에게 여성의 짧은 옷은 참 위험했다.

다시 책상에 앉은 순간이었다.

쿵쿵쿵!

진호는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뭘 두고."

와락!

"윽?"

"진호야. 으헝형."

허경만이었다. 왠지 힘든 저녁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이틀 뒤 상해에서의 마지막 장사를 마친 그들은 근처의 쑤저우 시로 이동했다.

그렇게 쑤저우, 우시, 창저우, 난퉁, 난징. 다섯 개의 도시를 돌며 장사를 한 그들은 8월 말이 되자 모든 촬영을 접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제작 발표회 때 뵙겠습니다."

"잘 가!"

"쉐프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형도요. 누나도 안녕!"

후련한 웃음으로 인사를 한 진호는 입국 게이트 근처에서 있는 다미앙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우리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죠?"

"큼.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은."

"할 이야기가 참 많을 것 같아요."

상해에 떨어진 순간 벌어졌던 제작진의 미션과 둘째 날 미션 상품으로 걸렸던 옷 트렁크.

트렁크 속 옷들은 분명 자신이 입던 옷이었다.

즉, 그 오싹했던 경험을 다미앙이 모두 묵인했다는 소리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전 정말 몰랐던 일입니다."

"정말요? 정말이에요?"

진호는 집요하게 쳐다보았고, 다미앙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려야 했다.

3. 장사는 정직하게

9월 5일. 제작 발표회 이후 진호는 좋은 이유로든, 나쁜 이유로든 제법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큰 이슈는 되지 못했다.

어디까지 먹힐까의 시즌1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제작진도 보면 안다는 말로 말을 줄이며 일부러 불을 지피지 않았다.

웅성웅성

바깥이 시끄러웠다.

부스럭!

이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진호는 시원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한 공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독립 이야기 이후 방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이제 9월이라지만, 드디어 부모님이 집에 계시는데도 에어컨을 틀고 두꺼운 이불을 덮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이다.

"이불은 역시 극세사 이불이지."

진호는 꼬물꼬물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쿵쿵쿵! 진호는 이불을 더 깊이 뒤집어썼다.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불이 젖혀졌다.

"아, 왜."

"어이구, 이 화상아.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자고 있어. 일 안 해?"

"어제 4시까지 공부했습니다, 어마마마. 그리고 이틀 전에도 일했고요. 어제까지만 해도 더 쉬라고 해 놓고!"

"제작발표횐지 뭔지 잠깐 얼굴 비추는 게 일이니? 네 아빠는 이 날 이때까지 휴가 빼고는 한 번에 일주일 넘게 쉰 적이 없어. 휴학기 내고 사회인이 됐으면 성실하게 일해야지!"

할 말이 없었다.

"얼른 일어나서 씻어! 이놈의 에어컨 뜯어 버리기 전에!"

"네."

울상을 지으며 일어난 진호는 안경을 쓰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다 거실에 있는 어머니 나진희의 동네 친구분들을 발견하곤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으응, 그래. 잘 지냈지?"

이모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어이구, 좀만 자랑하시지.'

그래도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만큼 이모들의 팩트 폭행은 심했으니 말이다.

"그럼 편히 노세요."

그렇게 씻은 진호는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그래야 어머니가 잠자는 자식 눈치 안 보고 더 크게 자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녀오겠습니다."

"밥은?"

"다미앙 씨랑 먹으면 돼요. 그래서 그런데 오늘은 용돈 카드 좀 쓸게."

"호호호. 그래-. 다미앙 씨 맛있는 거 사드려."

"응-."

용돈 카드 같은 건 없지만, 이왕 자랑하는 거 더 심하게 자랑했으면 싶었다.

꿈틀거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가라앉히며 택시를 잡아 탄 진호는 빠르게 올라가는 미터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도 이제 곧 끝이다.'

어디까지 먹힐까를 촬영하는 중 같이 힘든 와중에도 황재상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번 운전 대를 잡는 허경만을 보고는 면허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지게 됐다. 그래서 어제도 운전면허에 대해 공부했던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진호는 HU 에이전시 코리아의 1 층에 있는 커피숍에 들렀다.

"오늘도 시럽 듬뿍?"

"옙!"

"정말 모델이 이래도 돼?"

"흐흐흐."

시럽이 듬뿍 들어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3층으로 향한 진호는 왜인지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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