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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7화 (37/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2권 12화

"오오오, 샴페인! 여기에 가글도 있다! 없는 게 없네!"

달리는 리무진 안, 비서 오드리는 덩치 큰 비글 두 마리를 보며 훈훈히 웃었다. 순수한 미남은 언제봐도 진리였고, 얼어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끌레르도 한잔하실래요?"

"두 분은 드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재준아, 따!"

"오케이!"

퐁! 꼴꼴꼴!

편의점에서 파는 저가 샴페인 및 와인을 많이 훔쳐 온전적이 있는 재준은 너무도 쉽게 샴페인을 오픈했다.

기포가 올라오는 황금빛 샴페인에서 향기가 폭발했다.

"짠!"

챙!

흘리듯 다급히 한 모금 마신 진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후아아."

진호의 얼굴이 바보처럼 풀어졌다.

"페리에주에. 저희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샴페인 브랜드입니다."

"어, 엄청나게 고마운 곳이네요."

샴페인이라서 그런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풍미의 향이 엄청났다.

"고마운 곳이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곳은 고마운 곳이죠. 안 그러냐, 재준아?"

마지막 말만 한국어였다.

"뭐가?"

"응, 그냥 처먹어. 비싼 거래."

"그럼 다 마셔야지. 어? 여기 얼음도 있다."

둘이 이렇게 리무진 내부를 해체 하다시피 탐방하는 동안 차는 어느새 디너 파티가 열리는 커다란 호텔에 도착했다.

촤라라라라!

아무 생각 없이 내리던 둘은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당신은 옴므의 뮤즈입니다. 가슴을 펴셔도 됩니다."

"……그런가요?"

이 세계에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겪게 될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진호는 옅게 웃으며 가슴을 폈다. 그러자 오늘 초청을 받지 못했던 기자들이 그대로 얼어 버렸다.

패션계의 이모저모를 다루면서 온갖 피사체들을 만나온 그들마저 숨을 멎게 만드는 외모와 아우라.

잠시 플래시가 끊기자 진호는 재준의 등을 쿡 밀었다.

"겨우 열 명이잖아. 가슴 펴."

"……그래, 겨우 열 명이네."

방금 전 인터넷 방송에선 무려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접속했다. 재준도 가슴을 펴며 환하게 웃었다.

"오."

"호오."

진호라는 커다란 빛에 가려져서 그렇지 꽤 괜찮은 외모였다.

'코리아는 저런 미남들만 있는 건 가.'

"뮤즈! 옆에 있는 남성은 누굽니까!"

프랑스어로 된 질문에 비서의 얼굴이 굳었다.

초대를 받지 못했기에 호텔 입구에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질문할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이다.

'감히 머리를 굴렸단 말이지!'

진호가 아닌 재준을 목표로 한 질문. 제법 머리를 썼다지만 너무도 괘씸했다.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뮤즈."

"아뇨, 괜찮아요."

진호는 질문을 던진 기자를 보며 재준의 어깨를 감쌌다.

"제게 있어 가장 절친한 친구입니다. 스트리머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능숙한 프랑스어에 놀랐던 기자들은 이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진호가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에 대답했다. 그것은 여섯 살의 아이에게 사탕을 허락한 것과 같았다.

여태껏 베일에만 싸여 있던 옴므의 뮤즈, 팀 존스의 연인. 그러나 그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Bonne journ6e(좋은 하루 되세요). 가자, 재준아."

"헉! 뮤즈!"

"뮤즈!"

기자들은 다급히 나섰지만 입구를 지키는 경호원들에게 막힐 수 밖에 없었다.

"뭔 말을 한 거야?"

"너 잘생겼대. 그래서 누구냐고 물어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한 것뿐이야. 아, 너 스트리머라는 것도."

"……그럼 프랑스 사람도 들어오는 거냐?"

"……수고."

진호는 감동했다가 죽일 듯 노려 보는 재준의 눈을 피했다.

"대처가 훌륭하셨습니다, 뮤즈."

"그런가요?"

질문이야 인터뷰를 몇 번 하면서 단련이 된 상태였기에 딱히 감흥은 없었다. 그저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잠시 놀랐을 뿐이었다.

"네, 아주 능숙하셨습니다. 이쪽입니다."

은은하게 웃은 비서 오드리가 안내하는 붉은 카펫의 복도를 지나 파티장에 들어선 진호는 이쪽을 보며 굳어 버리는 사람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런데 그 현상은 마치 전염병처럼 점점 번져 갔다.

진호는 몰리는 시선에 살짝 겁을 먹었지만 이내 가슴을 당당히 폈다.

'뭐? 왜? 나도 초대받아서 왔거든!'

"미, 미친!"

"왜?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레아 세이두! 김혜교! 헉! 마리옹 꼬띠아르! 우아악!"

모두 이쪽을 쳐다보자 겁먹은 재준은 소리 죽여 방방 뛰었다.

"……유명한 사람들이야?"

김혜교는 알겠다.

"모르는 네가 이상한 놈일정도로! 이 외계인 새끼야!"

"……사람이 TV를 안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쳇. 어?"

정면에 그토록 만나 보고 싶던 피에트로 CEO가 이쪽을 보며 살짝 놀랐다가 이내 옅게 웃었다.

진호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호는 양팔을 활짝 벌리는 그를 끌어안으며 볼에 뽀뽀를 했다.

쪽! 쪽! 쪽! 쪽!

경애를 담은 네 번의 프랑스식 인사 비쥬. 사람들은 경악했고, 다시금 놀랐던 피에트로는 흐뭇하게 웃었다.

"어서 오십시오, 진. 나의 어린 친구여."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에트로. 나의 늙은 친구여."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한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눈으로 많은 감정을 나눴다.

"……푸하하하하!"

"하하하하핫!"

둘의 웃음은 파티장을 더욱 침묵에 빠트렸다.

* * *

파티는 이내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갔지만 진호를 찾는 눈은 늘어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일들은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축제 때의 발언. 저희 디올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

'그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미튜브나 SNS를 통해서 였을 것이다.

"제가 받았던 만큼 갚는 것뿐입니다, 피에트로."

어머니가 매일같이 새로 산 유리 벽장을 보며 웃으시고, 아버지는 일어나면 디올에서 고른 정장과 시계부터 찾는다. 재준의 부모님은 거의 매일 같이 안부 문자를 보내 신다.

여태껏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 디올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그것을 일부나마 달성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갚아 갈 생각입니다."

진심이 가득한 그 눈동자에 피에트로는 허리 뒤로 주먹을 쥐었다. 정면에서 본 진호의 맑고 곧은 눈은 숨이 멎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감격시키는 군요. 팀이 본다면 질투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둘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쪽은 제 친구인 재준 박입니다. 한국에서 스트리머를 하고 있습니다."

"……호오, 친구가 꽤 매력적이군요."

하이패션의 쇼에 세울 정도의 몸매는 아니지만 화보나 광고를 찍을 수준은 충분히 되었다.

"그래서 옛날에 참 많이 부러워 했답니다."

"하하핫! 아, Nice to meet you. welcome to dior, 재준."

"Thank you for the invitation, CEO."

피에트로는 살짝 놀랐다. 발음이 굉장히 매끄러웠다.

"제 친구도 한국 최고 대학 중 한 곳인 가람대학교에 다닙니다."

"오호? 세상을 혼자 사는 두 명의 남성이 친구로 만났군요."

거대 그룹의 CEO와 대화를 하는데도움츠리지 않는다. 진호도 놀랍지만, 재준도 놀라웠다.

"아주 축하할 일입니다. 그럼 파티를 즐겨 주시길. 마음 같아선 계속 옆에 붙들고 싶지만, 제 파티를 찾아 준 내빈들의 눈빛을 견딜 수가 없군요."

"……그런 말을 들으니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네요."

"하하하하핫!"

피에트로는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떴고, 남겨진 둘은 서로를 보았다.

"올, 박재준. 떨지 않고 말하는데?"

"너도 몇 년간 자칭 타칭 사장이라는 진상 손님들 상대해 봐라. 나 한테 피해를 줄 사람도 아닌데 겁 먹을 게 뭐 있냐? 그리고 울 엄마 아빠도 사장님이다."

절로 수긍이 가는 대답이었다. 그냥 '담배.'라고만 말하는 손님은 정말 양반이었다.

"그보다 네가 더 의외다?"

"정말 좋은 분이거든."

"그 정도야?"

소심했던 성격 때문에 낯을 많이 가리던 진호가 인정할 만큼 대단한 사람. 재준은 피에트로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에트로가 사라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더 노골적으로 변했지만, 진호는 파티장 곳곳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침을 삼켰다.

스테이크, 뇨끼, 햄, 치즈 등등, 이곳은 양식의 고장 프랑스였다.

"재준아, 밥 먹자."

"콜"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남의 집 잔치에 가면 복스럽게 먹어 줘야 예 의였다.

그렇게 둘의 푸드 파이팅이 시작 되었다.

와구와구, 우걱우걱. 분명 크게크게 먹는 모습조차도 그림이었지만,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경멸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 시선들은 진호에게 닿지 않았다. 파티의 격처럼 빼어난 맛에 온 신경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누가 여기다 거지를 데려다 놨는지 모르겠네."

아예 테이블까지 잡고요리를 흡입하던 진호와 재준은 고개를 돌렸다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마른 몸매에 날카로운 눈매의 여성, 나이는 진호와 또래로 보였다.

"아는 분이냐?"

"아니? 저, 죄송한데, 누구세요?"

"……하! 선배가 왔는데도 일어나질 않네. 싸가지가 없구나?"

초면부터 무례한 말을 하고 있었다. 누군지는 정말 모르지만, 정말 멍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피에트로 CEO와 다정했던 모습을 못 봤나?'

"죄송합니다. 제가 식견이 짧아서요.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분인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그건 네가 알아봐야지!"

"……."

무슨 억지인지 모르겠지만 진호로선 좀 억울했다. 그래도 당하고 살 순 없었다.

때마침 기분이 상한 재준이 말을 쏘듯 던졌다.

"진호야, 너희 계통도 군기 잡냐? 막 개그맨처럼?"

'……역시 내 친구!'

"아닐걸? 듣기로 저기 계신 분들 께서 몇몇 분들과 싹 다 없앴다고 했거든."

그렇게 말한 진호는 고상한 모습으로서 있는 장신의 여성을 향해 목을 깊게 숙였다.

모델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람인데, 한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이였다.

눈을 크게 뜬 30대 후반의 여성이 이내 배시시 웃으며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안녕?"

"안녕하세요."

"나 누군지 알지?"

"네, 이윤주 선배님이시잖아요. 디올 60년 쇼에 설정도로 연관이 깊으신."

"다, 다른 건 모르고?"

"영화 잘 봤습니다. 정말 매력적 이었어요. 발차기와 찰진 욕이!"

"……으흐흥. 그렇지? 나 유명하지? 난 또 날 모르는데 얘 꺼지게 하려고 인사한 줄로만 알았잖니."

역시 모델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답게 날카로웠다.

"그런데 넌 선배를 봤는데도 인사 안 한다?"

"아, 안녕하십니까! 박지은입니다!"

"응, 기억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자기 목숨 깎는 짓 그만하고 좀 꺼져 줄래? 디올 파티가 언제부터 이렇게 저급해진 건지 모르겠네."

'와우.'

"죄, 죄송합니다!"

시비를 걸던 모델이 사라지자 진호는 재빨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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