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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9화 (19/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권 19화

-……하핫! 디올 코리아에는 지시해 놓겠습니다. 가족, 지인, 이웃. 모두 털어가셔도 좋습니다.

"그 말, 곧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

장난에는 장난이었다.

다시 웃음을 터트린 피에트로는 팀 존스에게 조속히 돌아오라고 말하고는 채팅을 종료했다.

팀 존스는 진호를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 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 저도 모르게 주춤 물러날 정도였다.

'서, 설마.'

"진, 당신을 평생 사랑해도 될까요?"

"거부하겠습니다!"

"역시 한국은 예의의 나라군요!"

"아닙니다! 난 여자를 좋아합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역시 우리는 통하는군요!"

"이모! 통역사 좀 불러줘요! 내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 * *

진호에게 몇 벌 더 옷을 입혀 본 팀 존스는 수선 및 개선, 다른 옷 들을 만들어야겠다며 공방에 틀어 박혔다.

이번 파리 패션 위크에 선보일 옷들이라며 입고 나가진 못했다.

순간 할 일이 없어진 그는 지영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서 미영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의 사무실을 찾아 건물을 뒤질 필요는 없었다.

미영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세상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아들! 아니, 일단 이모 사무실로 가자."

그녀의 사무실은 패션 업계 높은 사람답지 않게 굉장히 심플한 인테리어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침을 튀기며 말했다.

본사에서 지시가 그것도 무려 피에트로 CEO가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다는 말이었다.

"그것 때문에 지금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잖니! 어떻게 된 일이야?"

"아, 그게 벌써 전달되었나 보네요."

진호는 방금 전 피에트로와 나눈 대화를 이야기했고, 미영의 눈은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부릅떠졌다.

"……하아, 그럼 내가 들은 게 다맞는 거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다 주는 거겠어요?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겠죠."

한 벌에 못 해도 십수만 원, 비싸면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아무리 스폰서의 후원이라고 해도 한도가 있을 터였다.

"뭐?"

어이없어한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나다. 이 복 받은 년아, 잔말 말고 당장 내 회사로 튀어 와. 네 잘난 아들 때문에 너도 명품백을 옷장에 쌓아 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 알았으면 네 남편도 같이 데려와!"

진호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미영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 지금 엄마예요?"

"아들은 백이나 한두 개 가져가고 말 거잖아."

정답이었다. 진호는 어머니 드릴 백과 옷 한 벌, 아버지 드릴 슈트 한 벌 정도만 생각했다.

"다 가져가라고 했다면 정말 다 가져가도 되는 거야. 그나저나 이런 일방적인 구애라니. 아들, 정말 제대로 구워삶았구나?"

"……그런 것 같네요."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다.

"푸후훗. 왜? 미안해?"

"당연하죠. 해 준 게 없는데, 이러니까요. 해 줄 것도 없고요."

미영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아들, 잘 들어. 아들은 지금 디올의 내년, 아니 앞으로 최소 3년 매출에 지대한 공을 올린 거야. 십 억? 백억? 아니 천억도 우스울 그런 매출을 말이야. 그런데 상품 몇 개가 중요할까?"

진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압박감을 받지는 않았다.

겨우스킬 두 개로 이런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남은 스킬들까지 모두 빛을 발하면 대체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지가 너무도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그의 몸이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그나저나…….'

"천억이면 삼겹살이 몇 근인 거야?"

"사, 삼겹살 같은 건 절대 먹지마. 어제도 왕창 먹었다면서!"

"아, 괜찮아요. 이제 안 찌니까. 근육량은 늘어도요."

혹시나 하고 시험해 봐서 안다. [스킬 : 지성이면 감천이다]는 절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다. 이탈리아에서 그렇게 느끼한 걸 먹었는데도 단 1그램도 찌지 않았다.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테니스를 시작했지만 말이다.

테니스를 시작한 데에는 이런 이 유도 있었다.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들은 비만인자가 있어!"

"하하, 아무튼 그보다."

진호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제가 디올을 위해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미안함 때문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아뇨."

진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확신이 생겨서 그래요, 성공할 확신."

이탈리아에서 촬영과 팀 존스의 방한까지는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피에트로 CEO는 다르다.

기업가란 회사의 이득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존재다.

그런 그가 일개 일반인에게 저자세로 나오며 구애를 했다.

그 안에 여러 이해관계가 섞여 있지만, 결국 진호 자신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해야 했다.

모델계, 패션계라는 거대한 만찬에서 맛있는 것만 음미할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진호의 의지는 미영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대체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하하."

띠링!

미영의 컴퓨터가 알람을 토해 냈다.

"잠깐만."

자리로 걸어가 컴퓨터를 본 미영은 갑자기 미소를 짓더니 곧 어떤 문서를 출력하기 시작했다.

"본래는 이걸 보여 주지 않으려고 했어. 아들이 거부할 수 없는 이 이모의 부탁으로 하나씩 권유 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아들의 생각이 바뀌었잖아."

"뭔데요?"

"아들에게 호기심이 생긴 패션 뷰티 관련 매체들과 국내에서 잘 나가는 에이전시들, 그리고 디올 코리아가 앞으로 아들에게 해 줄 후원 목록이야."

"디올 코리아까지요?"

"아들이 디올의 특급 관리 대상이 된 것도 있지만, 디올 코리아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었거든. 그런데 짜잔! 아들이 나타났네?"

참으로 심플한 이유였다.

"그럼 일단 패션 화보부터 찍어야겠군요? 그것도 모든 패션 잡지에서 동시에."

진호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일단 궁금증부터 유발시킨다는 뜻이 내포된 그 말에 미영은 해연히 놀랐다.

"아까 그 말은 모두 파악하고 한 말이었구나?"

"그럼요. 제 자신의 가치를 파악 했는데, 제 위치를 모를까요. 아, 그리고 에이전시는 놔두세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겠죠."

"……아하하하하하핫!"

크게 웃은 미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어차피 밀어붙이면 다 되는 법이니까. 더욱이 아들은 아주 멋진 타이틀을 지니고 있지. 작 년도 유일한 수능 만점. 나머지는 이 이모한테 맡기렴."

"네. 믿을게요."

싱긋 웃은 진호는 후원 목록들을 살폈다.

"응? 학과와 동아리에도 후원하시게요?"

"한번 할 때 확실히 해야지. 그리고 경영학과 학생이라면 돈이 많잖니. 매달 소정의 후원품을 보낼 거야. 손수건이라든지 립밤이라든 지 향수라든지."

작은 선물로 큰 구매를 이끌어 낸다.

거기다 두 달 후면, 5월 가정의 달이다.

진호는 한 가지를 배웠다고 생각 하다가 목록에서 이상한 항목을 발견했다.

"……자동차?"

"아, 미안해, 아들. 진희한테 말해버렸어."

"이모오!"

* * *

다행히도 자동차는 장난이었다. 사정을 들은 어머니 나진희는 아들의 성공에 기뻐하고 걱정하면서도, 화려하고 우아하게 꾸며진 디올 매장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허리 띠를 졸라매며 5만 원짜리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못했던 지난 삶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도 여자였다.

진호는 떨리는 어머니의 눈동자에 마음이 착잡하면서도 뿌듯해졌다.

"내가 사는 건 아니지만, 엄마 마음대로 골라."

"저, 정말?"

"응. 여기에 있는 거 다 가져가도 돼."

"저, 저엉말?"

결국, 그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 이년아. 넌 정말 네 아들 때문에 복 받은 거야. 형만 씨, 진희는 제가 책임지고 꾸며 줄게요. 여자 패션은 여자가. 아시죠?"

"……음,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만 씨는 아들이. 알지?"

"네. 아버지는 제가 코디할게요. 아버지, 이쪽이에요."

"그래."

진호는 앞서가는 직원을 불러세웠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할게요. 탈의실은 저쪽이죠?"

"네, 손님."

부사장이 직접 안내하는 이들이었다.

직원은 재빨리 물러났고, 진호는 아버지에게 어울릴 옷들을 골랐다.

"방금 전 네 엄마가 있어서 말은 못했지만, 정말 제약이 없는 거 맞아? 어떻게 그런 계약이 있을 수가 있니."

진호는 걱정해 오는 아버지의 모습에 감동했다.

"네. 계약서도 없어요. 말 그대로 후원이에요."

"정말이냐?"

진호는 아버지의 가늘어지는 눈을 똑바로 보며 피에트로와의 대화를 말해 주었다.

"이, 이놈아, 그러다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잘못되어 봤자 뭘 어쩌겠어요."

"그러긴 하겠지만…… 허허."

"대신 미안하니까 이쪽 일을 좀 도와줄 생각이에요. 이 아버지 아들이 이 매장의 상품을 모두 줄 만큼의 가치가 있다나 봐요."

"모델 쪽으로 가려고?"

아버지의 표정이 조심스러워졌다.

"모델 일도 해 보려는 거죠. 아들이 좀 잘났나요? 이 머리면 판검사를 해도 되는데?"

"크흠, 그렇기는 하지! 누구 아들인데, 암!"

"그러니 마음 놓고 고르시면 돼요. 아니면 한국에 있는 이 브랜드의 모든 물건이 집에 배달될지도 몰라요. 아버지, 엄마, 저. 세 명의 사이즈로 화장품이나 향수까지 포함해서."

"그, 그거 무서운 말이구나."

집보다 더 큰 건물을 가득 채운 옷들이었다.

"네, 그러니 최소 열 벌은 고르셔야 할 것 같아요."

"허어, 이 아빠는 등산복이면 충분한데…… 큼. 그래서 나한테는 뭐가 어울릴 것 같으냐?"

귀여운 아버지의 모습에 쿡쿡 웃은 진호는 한 벌의 정장을 보여 주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렇게 고른 제품들은 트렁크를 다 채우다 못해 뒷자리의 80퍼센트를 차지했다.

어머니는 집으로 향하는 동안 꿈 은 아닌지, 혹여 옷이 잘 있는지, 뭉개지지는 않는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살폈다.

"난 오랜만에 아들과 한잔할 테니까, 당신은 적당히 하다가 자. 정리는 내일 해도 되니까."

"네.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세용. 아들도 이번만은 봐 주겠어. 알았지? 엄마는 아직 할머니 될 생각 없어요."

"쿨럭! 아, 엄마!"

문은 그렇게 닫혔고, 이형만은 헛 웃음을 지었다.

"역시 새 옷의 위력이 큰가 보다."

"엄청 크죠."

평소 같았으면 학생이 어디 그런델 가느냐며 등짝을 맞았을 것이다.

"아빠 단골 가게로 가자."

"넵!"

둘은 단지 근처의 호프집으로 향했다.

* * *

꼬치와 맥주를 시킨 아버지는 무슨 일인지 말을 하지 않았다.

맥주 500cc 두 잔을 연거푸 마실 때까지도 말이다.

그 심각한 분위기에 진호는 그저 눈만 굴릴 뿐이었다.

텅!

"아들, 아니 진호야."

"예, 아버지!"

"고맙다."

진호의 눈이 부릅떠졌다.

다급히 시선을 드니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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