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현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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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권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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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겨울의 찬바람이 살을 베어 버릴 듯 불어왔다.

어두운 골목에 기대앉아 저 멀리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서울역을 바라보는 19세 이진호의 눈동자가 거세게 뛰는 심장처럼 흔들리고 있다.

뚱뚱한 몸뚱이에 얼굴을 가득 채운 여드름과 안경.

"하아아."

끝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후련하기까지 했다.

마음을 정리한 듯 진호는 허름한 옷과 더러운 신발을 벗어 곱게 개고, 새 옷을 입었다.

"마지막이야. 이번이 정말 마지막…… 드디어. 후우우."

6년.

그 인내의 끝을 고할 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참 길었어.'

심호흡을 크게 한 진호는 핸드폰을 들어 버튼을 길게 눌렀다.

"치-즈!"

찰칵!

핸드폰을 보니 가지런히 갠 옷과 신발이 너무도 멋지게 찍혀 있었다.

"여기도 아니라면 다른 역으로 가야 하는데……."

그는 '리셋 라이프'라는 모바일 게임을 켜서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띠링!

[다시 시작하는 삶 엔딩을 보셨습니다.]

[스킬 : 이제부터 시작이다를 얻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99번째 엔딩을 보셨습니다.]

"……끝났다."

무려 6년을 투자한 게임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 중에서도 마니아만이 비밀스러운 루트로 받을 수 있었던 게임.

이제야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 위치기반 증강 현실 시스템을 무려 6년 전에 구축한 갓게임.

게임 잘하기로 유명한 한국인에게도 극악한 난이도라서 다운로드 받았던 모두가 포기하고, 홈페이지도 폐쇄되었지만, 오직 진호만 끝 까지 진행했던 그 게임의 99가지 엔딩을 드디어 모두 본 것이다. 각기 다른 99가지의 삶, 인생, 스토리.

어느 스토리에선 4수 고시생으로 시작해 검사가 되어 재판장에서 봤고, 어느 스토리에선 홍대 길거리 가수로 시작해 빌보드 1위를 찍어 봤다.

서울은 게임 화면 속에서 미국이 되기도 했고, 일본이 되기도 했다. 현실에선 이룰 수 없기에 동경하고, 죽어라 노력했던 삶이었다. 그런 99가지 삶의 끝을 모두 본 것이다.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미쳐 날될 정도로 기쁘지는 않았다.

왠지 허탈했다.

"이제…… 뭐하지?"

진한 탈력감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우웅!

어머니였다.

"응. 엄마."

-어디니, 아들?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저녁 10 시.

'잣 됐다.'

-아니. 정확히 어느 역이니? 혹시 전처럼 노숙자 쉼터는 아니지?

말투를 보아하니 거짓말을 했다가는 지옥이 펼쳐질 게 분명했다.

"서울역입니다, 어마마마."

빠직!

스피커를 통해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어머니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네가 사람이냐, 아니면 짐승이냐! 이틀 뒤면 수능인데 뭐? 또 게임? 6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했으면 됐지, 또? 아니, 공부는 안 해도 상관없으니까 제 시간에만 들어오라고 말했지! 대체 몇천 번 째야! 짐승 새끼도 그만큼 말했으면 알아듣겠다!

"사랑해, 엄마! 금방 들어갈게!"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이 게임 폐인 자식아-!

"정말 정말 사랑해!"

황급히 전화를 끊은 진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에휴…… 가자, 가."

그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게임을 끄기 위해 핸드폰을 보았던 진호는 경악했다.

[99가지 인생의 끝을 보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인생을 시작하십시오.]

[보상으로 하나의 스킬을 계승할 수 있습니다.]

"끄, 끝이 아니야? 내 인생?"

뭐가 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시크릿 스토리인가? 혹시 크리에이트? 흠……."

진호는 자신이 클리어 한 99가지의 스킬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방금 전 어머니와의 통화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골라야 한다면 이거지."

스킬이 하나 계승된다면, 새로운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다른 스킬도 얻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번 스토리는 어떤 엔딩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해도 답은 하나였다.

"일단 머리가 좋아야 하니까."

뛰어난 두뇌.

"흐흐흐. 엄마 미안해. 아들은 어쩔 수 없는 게임 폐인인가봐."

진호는 [전국수석] 스킬을 꾹 눌렸다.

그 순간.

빠지지지지지!

"끄으윽?"

온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런데 감전이 문제가 아니었다.

[100번째 인생이자, 당신만의 인생이 시작됩니다.]

[시크릿 스킬 : 현실 동화를 얻으셨습니다.]

머릿속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식들이 마구 샘솟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