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379화 (379/386)

Saṃsāra (윤회:輪回) (12)

프랑크푸르트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은 명실상부한 독일 금융 경제의 수도였다.

독일연방은행, 독일증권거래소와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도 프랑크푸르트에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에 유럽연합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던 런던이 브렉시트 이후 그 지위를 상실하면서, 런던에서 탈출한 금융기관들이 속속 프랑크푸르트로 이주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도시권의 GDP 규모는 대략 2,300억 달러로, 2020년 기준 아랍에미리트의 국내 총생산과 비슷한 규모였다.

프랑크푸르트는 단순히 경제 중심지만도 아니었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국제공항은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허브공항 역할을 하고 있었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도 독일의 남북을 연결하는 함부르크-슈투트가르트 철도 노선과 동서를 연결하는 뒤스부르크-뮌헨 철도 노선의 교차점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금융 경제의 중심지이며, 또한 독일 항공·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는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갔고, 당연하게도, 그런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업이 발전하게 되었다.

바로 유흥 산업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정문에서 고작 두 블록 떨어진 곳에 프랑크푸르트 홍등가(紅燈街)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해가 지면 유령의 도시처럼 조용해지는 도시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곳 홍등가는 자정이 지난 시각임에도 마치 잠들지 않는 환락의 도시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거리 이곳저곳에서 빛나는 네온사인이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 * *

‘EROS CENTER’라는 글자가 붉게 빛나는 네온사인 밑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는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요즘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휴대전화로 하기에는 껄끄러운 불법적인 통화를 위한 용도로 여전히 애용되고 있었다.

그 전화 부스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유라시아 대륙을 두 다리로 관통한 한규호였다. 그가 유럽 교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반년 동안 한규호의 모습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얼굴을 덮고 있는 수염이었다.

아무렇게나 막 자란 지저분한 수염은 아니었다. 흔히 풀 비어드(full beard)라고 불리는, 콧수염과 턱수염이 구레나룻까지 연결된 형태는 마치, 매일 관리한 것처럼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머리카락도 한국에서 출발했을 때보다는 길었지만,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대륙을 관통한 한규호가 바버숍에서 머리와 수염을 정리했을 리는 없었다. 신체 말단까지 조절 가능한 능력을 가진 그이기에, 그렇게 수염이 나도록, 그런 머리 모양이 되도록 조절을 한 것이었다.

머리카락과 수염은 그렇다고 쳐도, 그도 옷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작은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옷을 훔쳐 갈아입었다. 물론 이 또한 한규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반년 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해 유럽에 도착한 한규호가 전화 부스로 들어가는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스로 들어간 한규호는 2유로짜리 동전을 전화기에 투입했다. 그리고 숨을 한번 고른 다음, 베드로 신부가 알려 준 전화번호를 눌렀다.

새벽 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규호는 개의치 않았다. 베드로 신부는 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증명하듯, 몇 번의 통화 연결음이 들리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베드로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베드로 신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습니까?”

한규호가 말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도착하셨군요. 거의 찾았습니다.

베드로 신부의 답이었다.

한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에 있는 보덴호수 남쪽, 스위스 장크트갈렌입니다. 고급 별장 지대에 크레디트 에우로파 소유의 별장이 확인되었습니다.

“지금 그자가 거기 있습니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크레디트 에우로파에서 사용하는 전용기가 오늘 인근에 있는 공항에 착륙한 것은 확인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직 불충분하지만 원하는 답을 들은 한규호는 전화기를 끊으려 했다.

그때 전화기에서 베드로 신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여동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규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동생? 여동생이라고? 무슨 말이지?

다시 추가적인 정보를 의미하는 한규호의 침묵이 흘렀다.

-둘째 여동생. 루시아 아고스토.

베드로 신부의 답이었다.

루시아 아고스토, 한규호가 아는 이름이었다.

루시아 그레이스와 펠릭스 아고스토. 베네수엘라에 같이 갔던 인물들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둘째 여동생.

모든 단서가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앤 챔버.

완전보호능력을 가진 기프티드. 그녀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습니까?”

-그곳 근처에서. 그리고 대학교 선배도 근처에 있습니다.

대학교 선배?

한규호의 머리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국정원 요원 곽용신.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 * *

앤 챔버와 곽용신이 얀 베르그만의 별장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베드로 신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

어딜까? 지금 이 남자는 어디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어디 있습니까?

“여동생은 아르본에 있는 장크트 마르틴 성당, 영어로 세인트 마틴이라고 씁니다. 반호프스트라세(Bahnhofstrasse) 5번지입니다.”

수녀로 위장한 앤 챔버는 성당에 있었다.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선배는 콘스탄츠에 머물고 있습니다. 호텔 할름 콘스탄츠, 스펠링은 ‘Halm Konstanz’입니다. 성당이 있는 아르곤까지는 30km, 차량으로 4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알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한규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쯤 도착 가능합니까?”

베드로 신부가 물었다. 정확히는 그가 어디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래도 언제쯤 도착하는지는 알아야 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일 오전. 늦어도 정오.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내일 오전, 늦어도 정오.”

베드로 신부는 끊긴 전화기를 얼굴에 댄 채로, 다시 한번 더 한규호의 말을 되뇌었다.

완전 기억능력을 가진 그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기억하기 위해 되뇐 것은 아니었다. 각오를 다지기 위함이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베드로 신부는 다시 모카포트를 집어 들었다. 보일러에 물을 담고, 바스켓에 원두를 담은 다음, 버너에 불을 붙인 후 모카포트를 올렸다.

그에게는 지금 그 무엇보다 커피 한 잔이 절실했다.

밀라노를 지나 알프스산맥을 관통해 대략 11시간 동안 900km를 달려가야 했으니까.

베드로 신부는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 * *

호텔 할름 콘스탄츠(Hotel Halm Konstanz)는 독일과 스위스 사이의 국경도시 콘스탄츠를 대표하는 호텔이었다.

올드타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이 오래된 호텔은 최신 설비를 갖춘 신축 호텔에 비하면 시설이 노후화되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접근성 하나만으로 콘스탄츠 최고의 호텔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독일과 스위스를 연결하는 콘스탄츠 중앙역이 호텔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고, 프리드리히스하펜과 페리로 연결되는 콘스탄츠 항(港)도 도보 3분 거리에 있었다.

그 말은 호텔에서 3분만 걸어 나가면 보덴호수에 도달한다는 의미였고, 호숫가를 따라 몇 분만 더 걸어 나가면, 스위스라는 의미였다.

그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할름 콘스탄츠 호텔은 콘스탄츠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호텔이었다.

아직 해도 떠오르지 않은 이른 새벽, 4층에 있는 슈페리어 객실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전날, 장크트갈렌에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던 곽용신이었다.

곽용신은 창가에 서서, 창문 너머로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호수 표면과는 달리, 동쪽 하늘에서는 여명이 조금씩 그 빛을 더해 가고 있었다.

여명을 바라보는 곽용신의 얼굴에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싸움을 준비하는 투사의 각오가 서려 있을 뿐이었다.

곽용신은 유럽에 온 이후, 단 하루도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3주 동안 최고 수준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티칸 협력자로부터 스위스 장크트갈렌이라는 지명을 전달받은 것이 3주 전이었다. 한국 증권회사의 의뢰를 받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바티칸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순간, 매입가 5천 100만 유로, 한화로 700억 원의 금액이 오가는 거래 같은 것은 내던져 버리고,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바티칸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은 이번 작전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였다. 장크트갈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장소가 이번 작전의 최종 스테이지라는 의미였다.

긴 6개월이었다.

작전에 들어간다는 명령을 받고, 신분을 세탁하는 데 2주가 걸렸다. 두 개의 위장 신분으로 3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갔고, 그곳에서 다시 유럽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브로커로 완벽하게 위장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한 달을 소요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다시 세 개의 위장 신분과 다섯 개의 나라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보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유럽에 오는 데만 두 달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유럽에 도착한 곽용신은 바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는 척만 해서는 발각될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거래 실적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진짜 부동산 브로커처럼 일했다. 밥 먹는 시간을 아껴 가며 매물을 찾아다녔고, 자는 시간을 아껴 가며 매물을 확보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불과 두 달 사이에 만들어진 세 건의 거래 실적은 전적으로 곽용신의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5천만 유로 규모의 거래로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곽용신은 진짜 부동산 브로커가 아니었다. 5천만 유로의 거래 실적도, 거래 금액의 1.1%, 한화로 7억 원이 넘어가는 거래 수수료도 그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저 어서 빨리 이 작전을 끝내고 반년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한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곽용신은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서두를 수 없었다. 잠깐의 조바심 때문에 반년 동안 진행된 작전이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곽용신은 조바심을 애써 무시한 채로, 바르샤바에서 일주일을 더 머물면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동시에 중부 유럽의 대표적인 겨울 휴양지인 장크트갈렌에 접근하기 위해서 한국의 재벌 그룹 회장이 유럽 휴양지에 별장을 사들이려 한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계약의 마무리와 시나리오 집필을 끝낸 곽용신이 향한 곳은 장크트갈렌이 아니었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였다.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남부에 있는 휴양도시, 일명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별명을 가진 해안도시에서 그는 스무 개 가까운 매물을 확인하고 나서야 보덴호로 향했다.

보덴호로 향했지만 바로 장크트갈렌으로 간 것도 아니었다.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을 따라 오스트리아를 거쳐 천천히 장크트갈렌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크레디트 에우로파’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30km,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반년 동안 진행된 이번 작전의 마지막 무대가 있었다.

점점 짙어지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신 곽용신은 커튼을 치고, 창가에서 물러났다.

오늘은 콘스탄츠와 메어스부르크(Meersburg)의 매물을 둘러볼 계획이 잡혀 있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가치 없는 행동이었지만, 혹시라도 살 수 있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다시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어제 그를 안내했던 부동산 에이전트 한스 마이네가 호텔로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오전 9시 반, 융통성 없는 독일인인 그는 정확히 그 시간에 로비에 모습을 보일 것이다.

곽용신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전 6시 40분, 약속 시간까지는 약 세 시간이 남아 있었다.

두 시간 눈을 붙이고, 샤워를 하면 되겠군.

곽용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로 다가갔다.

그때, 그의 귀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노크하는 소리였다.

곽용신의 등줄기를 타고 강한 전류가 빠르게 흘렀다.

그를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바티칸의 그 인물을 제외하고는 그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스 마이네? 아니다. 그가 올 시간이 아니었다.

곽용신은 자세를 낮추고, 재빨리 방 한편에 놓아둔 여행용 가방을 바라보았다.

무기가 될 만한 것이 있을까?

빠르게 생각을 해 봤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의 가방 안에는 옷가지와 노트북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곽용신은 다시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크 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방을 잘못 찾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자물쇠를 푸는 소리였다.

문에는 안전 고리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일자 형태의 구형 안전 고리는 완벽한 안전장치가 아니었다. 열려고만 한다면 곽용신도 열 수 있었다.

곽용신은 천천히 발을 옮겼다. 그리고 객실 한쪽에 놓여 있는 의자를 집어 들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면 일단 제압한다. 턱을 치든, 목을 조르든 일단 제압한다.

그다음은?

사전에 수립되어 있는 탈출 계획에 따라 패치 배럭(Patch Barracks),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미군 유럽 지역 통합전투사령부로 빠르게 이동한다.

다른 교통편을 이용할 수는 없을 테니 차를 훔쳐야 하나?

거기까지 생각한 곽용신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 가서 생각하자,

제압, 그리고 노트북 확보, 패치 배럭.

그렇게 속으로 다시 한번 되뇐 곽용신은 의자를 쥔 손에 힘을 주고 천천히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막 문 앞 1미터에 도달했을 때,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살짝 열렸다. 그리고 작은 칼날 하나가 문틈으로 들어와 안전 고리를 무력화시켰고, 그제야 문이 활짝 열렸다.

곽용신은 재빨리 들고 있는 의자 다리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괴한을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괴한은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손으로 의자 다리를 잡아챘다.

곽용신은 잡힌 의자를 잡아당겨 다시 공격하려고 했지만, 의자는 마치 단단한 바위에라도 박힌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곽용신은 당황하지 않고, 오른발을 앞으로 내질렀다. 괴한의 국부가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그 공격도 바로 막혀 버렸다. 괴한이 다른 한 손으로 곽용신의 발차기를 막아 낸 것이다.

모든 공격이 막힌 곽용신은 의자를 놓았다. 그리고 모든 전력을 오른손에 실어 괴한의 얼굴이 있는 곳으로 날렸다.

하지만 그 주먹마저도 괴한에 손에 잡혀 버렸다.

모든 공격 루트를 차단당한 이후에야 곽용신은 괴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곽용신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괴한의 얼굴을 덮고 있는 수염이었다. 뒤이어 그 수염 안에 있는 입에 드리워진 미소가 보였다.

그 입이 열렸다.

“오랜만이군. 선배.”

익숙한 목소리가 그 입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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