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300화 (300/386)

TAR-21, 정식 명칭, Tavor Assault Rifle, for 21st century.

이스라엘 IWI에서 만든 불펍식 돌격 소총, 5.56mm 나토탄을 분당 900발의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돌격 소총이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특수부대원이라고 판단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온 것도 그렇고, 한 정당 2천 달러에 육박하는 비싼 돌격 소총을 들고 있는 것도 그랬다.

사실 한규호는 상관없었다. 특수부대원이 아니라, 특수부대원 할아버지라고 하더라도 그는 상관없었다.

사람이 늘었고, 화기가 업그레이드되었지만, 그 혼자 몸을 빼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이 너무 많았다.

권총을 든 특수요원 몇 명이라면 대충 얼버무릴 수 있다고 해도, 돌격 소총을 들고 있는 특수부대원들을 뚫고 몸을 빼낸다는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CIA의 감시를 받는 상황에서, 더 이상 누군가의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다.

김형원 사장이 알아서 해 주겠지. 안 되면 CIA도 있고.

한규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오는 군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규호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가 보였다.

열린 문틈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군인의 총구 앞에 등을 노출한 채, 두 손을 들고 들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아는 사람이었다.

며칠 전, 통로 지역에 위치한 타운외국어학원에서 만났던 남자, 그에게 병원 응급헬리콥터를 준비해 준 남자.

길이 두 손을 든 채로 격납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한규호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길은 어떻게 해도 설명이 안 되었다.

당황하고 있는 것은 야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놀란 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의 등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던 군인이 다른 군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귓속말을 들은 군인이 다시 야닌에게 귓속말을 전달했다.

귓속말을 듣고 있는 야닌의 시선은 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어째서…… 당신이 왜 여기에?”

야닌이 물었다.

“오랜만이네요. 이거 좀 내려도 될까요? 팔이 아픈데.”

길이 야닌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말했다.

야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길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며 두 팔을 천천히 내렸다.

“여기 제 고객이 계셔서요.”

길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시선이 한규호를 향해 있었다.

길의 시선이 다시 움직였다.

대니얼 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박물관연대 대표님도 계셨군요.”

길이 말했다.

그 말에 야닌은 대니얼 양을 보았다.

박물관연대, 홍콩에 거점을 둔 민간정보기업.

그랬군. 저자가 그 대니얼 양이었군.

야닌이 대니얼 양의 신원을 확인했다.

대니얼 양은 길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길의 등장이 자신에게 호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이 여기 왜 나타난 거지?”

야닌이 다시 길을 노려보며 말했다.

“제 고객님을 모셔 가려고요.”

길이 다시 한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지?”

야닌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아직 전화 못 받으셨나 보군요.”

길이 말했다.

“전화?”

야닌이 되물었다.

동시에 그녀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전화기가 진동했다.

야닌을 포함해, 격납고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길만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받으셔야 할 겁니다. 중요한 전화니까요.”

길이 다시 야닌에게 말했다.

야닌은 계속 길을 노려보면서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액정에 뜬 번호를 확인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

한규호는 통화하는 야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태국어로 통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그녀는 저항하고 있었다.

“두짓에서 온 전화입니다.”

어느새 한규호 곁으로 다가온 길이 말했다.

한규호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어떤 의미냐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로열패밀리. ‘왕궁’이죠.”

한규호의 시선이 다시 야닌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무서운 표정으로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잠시 후 전화기를 얼굴에서 떼어 낸 야닌이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길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한 짓인가?”

야닌이 물었다.

“제가 아닙니다.”

길이 말했다.

“그럼 누구 짓이지?”

야닌이 물었다.

길이 손가락을 움직여 땅을 가리켰다.

“땅이 움직였죠.”

식양(息壤), 또는 식토(息土), 보통 때는 잠들어 있지만 한번 깨어나면 쉬지 않고 증식한다는 전설을 가진 중국 전설의 생물.

길은 그 땅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이만 가도 될까요? 아니, 그 전에 확인할 게 있군요.”

그렇게 말한 길은 곽용신을 바라보았다.

“혹시 테러 협박을 한 전화가 그 전화인가요?”

길의 시선이 곽용신 손에 들려 있는 노키아 전화기를 향해 있었다.

곽용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러가 일어날 계획은 없는 거죠?”

길이 물었다.

“테러는 없습니다. 경찰에게 추적받기 위한 거짓 신고였습니다.”

곽용신이 말했다.

“들으셨죠?”

길이 야닌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야닌은 분노 가득한 얼굴로 길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우리는 가 봐도 될까요?”

길이 다시 물었다.

“이대로 그냥 가면 안 될 것 같은데.”

한규호가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한규호에게 모였다.

“장난 전화라고 끝내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지. 특수부대까지 출동했는데.”

한규호는 그렇게 말하며 곽용신의 손에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누군가 범인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한규호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몇 발자국 걸었다.

그리고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는 대니얼 양의 주머니에 곽용신의 노키아 전화기를 집어넣었다.

“일리 있는 말씀이군요.”

길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자, 이제 우리는 가도 될까요?”

길이 다시 야닌에게 물었다.

야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죽일 듯한 눈으로 계속 길을 노려볼 뿐이었다.

“가도 되는 것 같군요. 갈까요?”

길이 한규호에게 말했다.

한규호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의자에 묶여 있는 김승섭과 홍성민을 풀어냈다.

한규호의 의도를 눈치챈 곽용신이 두 사람을 푸는 것을 도왔고, 완전히 풀어내자 김승섭의 몸을 들쳐 멨다.

그러나 한규호는 홍성민을 들쳐 메지 않았다. 대신 한쪽 구석에 넋 나간 표정으로 서 있는 모용진을 바라보았다.

“뭐 하시오?”

한규호가 모용진에게 말했다.

모용진이 당황한 눈으로 한규호를 바라보았다.

“들쳐 매시오.”

한규호가 말했다.

모용진은 잠시 당황한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다가 체념한 표정으로 걸어가 힘겹게 홍성민을 어깨에 들쳐 멨다.

“이제 다 끝난 것 같군요. 갈까요?”

길이 그렇게 말하고 앞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군인들은 야닌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보내도 되냐고 눈으로 묻고 있었다.

그러나 지휘권을 가진 야닌은 그저 그 모습을 노려만 볼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

선두에 선 길을 시작으로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야닌을 지나쳐 문을 향해 걸어갔다.

가장 후미에 선 한규호가 막 문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야닌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걸음을 멈춘 한규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야닌은 한규호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하지만 한규호는 자신에게 말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뭡니까?”

한규호가 물었다.

야닌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규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웃었지?”

야닌의 질문을 들은 한규호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걸렸다.

“그냥. 그때가 생각나서.”

한규호가 말했다.

“카지노에 있을 때?”

야닌이 물었다.

“그때도 포함해서.”

한규호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그때 다시 야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살아 있나?”

한규호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야닌의 얼굴을 보았다.

잠시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 눈에서 감정을 읽었다.

“당신이 걱정했다고 전해 드리지. 그녀가 좋아하겠군요.”

한규호가 말했다.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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