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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티드-289화 (289/386)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41)

김승섭은 대략 20~30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라오라투어 사무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사는 불이 꺼져 있었고,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건물 앞에는 여행사 이름이 쓰여 있는 승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김승섭은 여행사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여행사 앞 도로를 걸어 다니고는 있었지만, 그리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김승섭은 천천히 여행사 쪽으로 걸어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여행사의 모습이 자세하게 눈에 들어왔다. 역시 그다지 수상한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저 불 꺼진 여행사일 뿐이었다.

김승섭은 여행사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홍성민이 여행사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닐까? 소문을 내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와중에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최악인데.”

김승섭이 중얼거렸다.

만약 진짜로 그런 상황이라면, 태국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김승섭으로서는 파타야 어딘가에 있을 홍성민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천천히 걸어간 김승섭은 여행사 바로 앞까지 도달했지만, 여행사로 다가가지도, 발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여행사를 지나쳐 계속 걸었다.

그렇게 50여 미터를 더 걸어간 김승섭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로 돌았다. 그를 따라오는 사람도 없었고, 여행사 앞은 여전히 조용했다.

“아니지. 그게 최악이 아니지.”

김승섭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홍성민이 여행사에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 최악이 아니었다.

홍성민이 여행사로 돌아왔고, 지금 여행사 안에 있는데, 김승섭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가장 최악의 상황이었다.

김승섭은 다시 여행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느릿한 걸음으로 여행사 앞에 당도한 김승섭은 걸음을 멈추고, 여행사 앞에 서 있는 승합차 보닛에 손을 가져갔다.

차가웠다.

김승섭은 여행사 직원이 차량을 가지고 나갔던 사실을 떠올렸다. 차량이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고, 그다음에는 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천천히 차량에서 손을 뗀 김승섭은 몸을 돌려 여행사 앞으로 다가갔다.

여행사 전면 커다란 통유리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내부를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인기척이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현관문 창에는 블라인드가 없었다. 김승섭은 안을 살펴보기 위해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그때 김승섭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토사물, 현관문 근처에 누군가가 토해 놓은 흔적이 있었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

김승섭은 홍성민과의 마지막 통화를 떠올렸다. 홍성민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돌아왔군.

김승섭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현관문을 밀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홍성민이 돌아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또 다른 증거였다.

“이 양반, 가게 문도 안 잠그고. 어디 간 거야.”

김승섭은 그렇게 소리 내서 말하며 천천히 여행사 안으로 들어갔다.

여행사 사무실에서 딱히 수상해 보이는 부분은 없었다. 몇 시간 전 왔을 때처럼 적당히 정리되어 있었고, 적당히 지저분한 상태였다.

소파 앞 테이블에는 조금 전 그들이 마셨던 종이컵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잠시 그 종이컵을 바라보던 김승섭은 전등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전등이 켜지고 빠르게 어둠이 사라졌다.

“꽐라 되어서 안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거 아니야?”

김승섭은 내실에도 충분히 들릴 만한 크기로 그렇게 말하고는 내실로 연결되는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

잠겨 있다면 움직이지 말아야 할 손잡이가 돌아갔다.

김승섭은 문을 살짝 밀었다.

문이 열리고, 틈이 생기고, 그 틈 사이로 무언가가 빠르게 찔러 들어왔다.

***

내실 안에 있던 대니얼 양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대니얼 양은 놀라지 않았다. 밖에서 감시하던 부하가 누군가가 접근해 오고 있다고 이미 알려 주었다.

대니얼 양과 그의 부하들, 특히 전기충격기를 들고 있는 4조 부조장은 숨을 죽인 채로 내실의 어둠 속에 숨어서,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기척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행사로 들어온 누군가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후에 갑자기 내실 안에 불이 켜졌다.

사무실에서 스위치를 켜자 내실 전등도 불이 켜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불빛에 내실 안에 잠복해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누구 하나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다시 밖에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대니얼 양은 모용진을 돌아보았다.

모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말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누군가가 내실 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니얼 양은 4조 부조장을 바라보았다.

문 옆에 서 있던 4조 부조장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손에 쥔 전기충격기를 들어 올렸다.

불이 켜진 이상, 문이 열리면 바로 내실 내부가 보일 것이다. 한 박자 더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사무실에 있는 누군가가 문손잡이를 잡는 소리가 들렸고, 바로 문이 움직였다.

전기 충격기가 들어갈 정도의 틈이 벌어졌을 때, 4조 부조장은 재빨리 그 틈으로 팔을 뻗었다.

***

내실로 연결되는 문틈 사이로 길쭉한 형태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김승섭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불을 켜고 내실 문으로 다가가면서 빠르게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나는 내실에 숨어 있다.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도 들었고, 말하는 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내실로 통하는 문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도 들었다. 어떻게 할까? 불은 켜졌고, 어둠 속에서 습격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잠복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면 최대한 빨리 피해를 안겨 주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무기가 있다. 칼. 날카로운 칼. 문이 열리면, 그 틈으로 찔러 넣는다. 깊게도 필요 없다. 문밖에 상대를 당황시키고, 그래서 당황한 상대가 문손잡이를 놓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문으로 다가간 김승섭은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총이면 어떻게 하지?

김승섭은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았다.

총이면 뭐. 죽는 거지. 뭘 어떻게 해.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문틈 사이로 찔러 들어온 것은 총알이 아니라 길쭉한 무언가였다.

김승섭은 재빨리 열리던 문을 힘껏 잡아당겼다.

일반적인 군용 컴뱃 나이프, 날의 길이가 10cm 정도인 칼을 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문과 문틀 사이에 손목이 위치할 타이밍에 맞춰 힘껏 문을 잡아당겼다.

김승섭의 계산대로 정확히 손목 복숭아뼈 있는 부위가 문틈 사이에 꼈다.

물론 김승섭은 알지 못했다. 김승섭은 복숭아뼈가 꼈는지, 그 손에 들린 무언가가 군용 나이프인지 확인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확인하는 대신 몸의 무게중심을 힘껏 뒤쪽으로 옮기면서 문을 더욱 강한 힘으로 한 번 더 끌어당겼고, 동시에 오른발로 문과 문틀 사이에 끼어 있는 손목을 있는 힘껏 차 버렸다.

빠각

손목뼈가 탈구되는 소리가 먼저 들렸고, 그다음에 그 손목에 들려 있던 무언가가 김승섭의 다리에 맞고 뒤쪽으로 날아갔고, 마지막으로 문 뒤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비명이 최고조에 오르기도 전에, 김승섭은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며 내실 문을 밀어 열었다.

문이 열리고, 김승섭의 눈에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문틈 사이에 끼였던 손목의 주인이었다.

김승섭은 재빨리 왼발 로우킥으로 그의 무릎을 차 버렸다. 체중이 실린 로우킥을 맞은 남자는 그 자리에서 허물어져 버렸다.

김승섭은 시선을 움직였다.

허물어져 내리는 남자 바로 옆에 당황한 표정을 한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

김승섭은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남자의 품에 파고든 다음, 열려 있는 턱에 짧은 오른손 어퍼컷을 먹여 버렸다.

어퍼컷을 정통으로 맞은 턱이 한계까지 올라가기도 전에, 김승섭은 다시 무게중심을 뒤로 옮겼다.

그리고 뒤로 빠르게 한발 물러나면서, 문 옆에 쓰러져 있는, 김승섭이 손목과 무릎을 박살 내 버린 남자의 턱을 강하게 밟았다.

단단한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가 내실 안에 퍼졌다.

그 끔찍한 소리에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김승섭은 다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방어 자세를 취하면서 빠르게 내실 안을 스캔했다.

내실 안에는 여덟 명이 있었다. 네 명이 서 있었고, 네 명은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네 명 중 두 명은 방금 김승섭이 무력화시킨 남자들이었다. 다른 둘은 내실 깊숙한 곳에 쓰러져 있었는데, 김승섭은 그중 한 명이 홍성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홍성민을 확인한 김승섭은 다시 뒤로 한 발 더 물러섰다.

내실 문을 가운데 두고 서로 대치하는 형세가 되었다. 내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김승섭에게 달려들기 위해서는 문을 통과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일대일의 구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최악은 피했네. 그냥 갔으면 큰일 날 뻔했구먼.”

깊숙한 곳에 쓰러져 있는 홍성민을 다시 확인하면서 김승섭이 중얼거렸다.

“영어로 말해 주면 안 될까요? 한국어는 잘 몰라서.”

내실 안에 서 있던 네 명 중 한 명, 대니얼 양이 김승섭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김승섭은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 본 얼굴이었다.

영어로 말해 달라고 한 남자 옆에, 장년 남성이 서 있었다.

그 얼굴에 김승섭에 시선이 닿았다.

“모 실장님, 여기 계셨군요. 조올라게 찾아다녔는데.”

김승섭이 모용진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모용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김승섭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혹시 영어를 못 하시는 겁니까?”

김승섭의 시선이 다시 대니얼 양에게로 향했다.

대니얼 양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 모 선생님에게 통역을 부탁하면 실례가 될 것 같은데.”

대니얼 양이 모용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자식이군.

김승섭은 대니얼 양을 보면서, 지금 상황을 통제하는 인물이 그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잠깐만 기다려 봐. 보채지 말고.”

김승섭이 영어로 대니얼 양에게 답했다.

그리고는 쓰러져 있는 홍성민을 향해 외쳤다.

“성민이 형! 괜찮아? 내 말 들려?”

그러나 홍성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모용진이였다.

“못 들을 거야. 정신을 잃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살아는 있지. 아직까지는.”

김승섭의 시선이 다시 모용진으로 향했다.

“역시.”

김승섭이 말했다.

“역시?”

모용진이 물었다.

“개새끼인 것은 알았지만, 역시 생각한 것보다 더 개새끼였네.”

김승섭이 말했다. 그 눈빛에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모용진이 다시 뭐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대니얼 양이 그의 앞을 막고 서면서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대니얼 양이 다시 물었다. 지금 모용진이 말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모용진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더럽게 보채네. 내가 제안 하나를 하지.”

김승섭이 대니얼 양에게 영어로 말했다.

“제안?”

대니얼 양이 물었다.

“저기. 저 사람 데려가고 싶은데.”

김승섭이 쓰러진 홍성민을 가리켰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 저 사람하고, 당신 옆에 서 있는 개새끼까지 데려가고 싶은데, 그건 안 될 것 같고, 나는 저 사람만 데려가고, 당신은 우리 개새끼 실장님 데려가고. 여기는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이야기 마무리되고. 깔끔하게. 어때?”

김승섭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대니얼 양이 놀란 눈으로 김승섭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내실을 채우던 대니얼 양의 웃음이 조금씩 잦아졌다.

웃음을 멈춘 대니얼 양이 김승섭에게 말했다.

“마음에 드는군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내 제안이 마음에 든다니 기쁜데. 그럼 저기, 저 사람 좀 이리로 데려다주실까?”

김승섭이 말했다.

“아니. 오해하셨군요. 제가 마음에 든다는 것은 요원님의 제안이 아닙니다. 요원님의 그 배짱이 마음에 든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국정원이 대단하군요. 김승섭 요원님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니얼 양이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김승섭은 대니얼 양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을까? 모용진이 말해 줬을까? 전직 1급 실장인 모용진이 외부로만 떠도는 내 이름을 알 리가 없지. 그렇다면 성민이 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문을 한다고 홍성민이 이름을 팔 것 같지는 않았다.

“고마운데. 우리 회사에서는 나의 진가를 잘 몰라 주고, 맨날 밖으로만 돌리던데.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쁘군. 연봉 협상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내 제안부터 이야기해 보자고. 어떻게 생각하지?”

김승섭이 물었다.

“만약 그 제안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대니얼 양이 물었다.

“바보냐? 그걸 말해 주게?”

“계획은 있습니까?”

“있다고 하면 믿어 줄 거야?”

대니얼 양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대니얼 양을 지키기 위해 그의 앞을 막고 서 있는 조직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참을 웃어 댔다.

“마음에 들어요. 욕심이 날 정도입니다. 연봉 협상 꼭 한번 해 보고 싶군요.”

“옵션으로 당신 모가지도 넣어 주면 좋겠는데.”

김승섭이 대니얼 양을 보면서 말했다.

“옵션은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도 제안을 하나 하면 어떨까요?”

대니얼 양은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싫은데?”

김승섭이 말했다.

“아니. 들어 보시죠. 이쪽에 인질이 있으니 들어 보셔야 할 겁니다.”

대니얼 양이 다시 말했다.

“모용진 말이야? 그냥 죽여도 나는 괜찮은데. 일단 말해 봐.”

김승섭은 여유 있게 말했지만, 그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생각이 짧았어.

그렇게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 내실 안에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은 네 명이었다. 그중 한 명은 모용진이었으니 실질적으로 전투력을 가진 인물은 셋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조금 전, 두 사람을 처리했을 때 기세를 이어, 나머지 셋도 마저 쳐 버렸어야 했는데, 신중하게 행동한다고 한발 물러서는 바람에, 기세를 놓쳐 버렸다.

“김승섭 요원님, 요원님께서 저와 대화할 시간을 주시면 어떨까요? 사실 저는 여행사 사장님에게는 용건이 없습니다. 요원님을 만나러 왔거든요.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대니얼 양이 말했다.

“몰랐네. 내가 이렇게 유명할 줄은. 여기서 이야기하자고. 밤도 늦었는데. 대신 짧게.”

“곤란하네요. 짧게 끝날 이야기가 아닌데. 그리고 여기는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소동이 났는데, 경찰이라도 찾아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상관없는데.”

“제가 조금 더 조용한 장소를 마련해 놓았는데, 그쪽으로 가시는 것은 어떠하십니까? 여기 이분은 여기에 두고 말이죠.”

대니얼 양이 쓰러져 있는 홍성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용한 장소라니 너무 의심스럽잖아. 안 되겠는데. 엄마가 그랬거든.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말라고. 당신 엄마는 그런 거 안 가르쳐 주었나 봐?”

김승섭이 말했다.

“못 배운 것 같습니다. 제 모친은 방목형 교육을 선호해서요. 대신에.”

대니얼 양이 말했다.

“대신에?”

김승섭이 말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김승섭의 등을 찔렀다.

그것을 느낀 김승섭이 어떤 방어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고압의 전기가 그의 등을 통해 타고 흘러들었다.

김승섭은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듯 쓰러져 버렸다.

쓰러진 김승섭에게 대니얼 양이 다가왔다.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했다.

“대신에 이렇게 말씀하셨죠. 항상 뒤를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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