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270화 (270/386)

<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22) >

사뭇쁘라깐(สมุทรปราการ)읍과 방콕을 연결하는 303번 국도를 경광등을 울리는 몇 대의 자동차가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 자동차 중 한 대에 야닌이 타고 있었다.

새벽에 끄렁떠이 빈민가를 급습한 야닌은 NIA 본부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사뭇쁘라깐, 짜오프라야 강변의 한 창고로 달려가고 있었다. 북한인 조직 두목의 휴대전화 위치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장소였다.

차량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고, 창밖을 바라보는 야닌의 눈에 주변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야닌은 전혀 빠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얼마나 남았지?”

야닌이 운전석하고 있는 요원에게 물었다.

“25분 정도 남았습니다.”

차량을 운전하는 요원이 말했다.

야닌은 대답 대신 속도계를 바라보았다. 속도계의 바늘이 120이라는 숫자에 거의 닿아 있었다.

야닌은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바심을 억누르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금 그녀가 조바심을 낸다 해도 차량이 날아갈 수는 없었으니까.

-사뭇쁘라깐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북한 놈들이 그런 곳에 아지트를 구축할 정도로 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끄렁떠이의 악어가 한 말이었다.

사뭇쁘라깐에서 휴대전화의 위치가 포착되고, 그곳에 북한놈들의 거점이 있냐는 질문에, 악어는 북한인 조직들이 따로 거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북한인들이 거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20km나 떨어진 사뭇쁘라깐은 너무 멀다는 것이 끄렁떠이 늙은이의 이야기였다.

야닌의 생각도 그러했다.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한 불법체류자 조직이 외곽에 거점을 만들 여력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했다. 북한인들이 임시로 그곳을 빌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무언가 일을 꾸미기 위해.

끄렁떠이의 아지트에 있는 북한 사람이라고는 어린애 둘 뿐이었다. 어린애 둘을 제외하고, 다른 조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사뭇쁘라깐에서 조직 보스의 위치가 찍혔다.

북한인 조직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정체불명의 의뢰인과 관계있을 가능성이 컸다.

데이빗 박이라는 인물을 확보했을까? 확보했다면 지금 향하는 그곳에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한 야닌의 마음에 또다시 조바심이 불타올랐다.

젠장할! 며칠. 며칠만 빨리 승인이 떨어졌어도, 아니, 몇 시간만, 적어도 6시간만 빨리 움직일 수 있었어도!

야닌은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작전의 승인을 내주지 않은 상관들을 원망했다. 그런 원망이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면, 그녀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조바심이 분노로 바뀔 것만 같았다.

야닌은 머리를 저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빨리 휴대전화의 위치가 기록된 장소로 가서 북한인들을, 할 수만 있다면 데이빗 박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 빨리.”

야닌이 운전석에 앉은 요원에게 말했다. 요원은 대답 없이 액셀을 밟은 발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

한규호는 은색 캠리를 운전하고 있었다. 북한 탈북자 조직을 이끄는 김택경이 창고로 끌고 온 자동차였다.

303번 국도를 타고 방콕 방향으로 향하고 있던 한규호의 귀에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같은 것이 잡혔다.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 차선에서 경광등을 켜고 달리는 차량 몇 대가 빠른 속도로 그를 스쳐 지나갔다.

한규호는 스쳐 지나가는 차량을 힐긋 보았다. 경찰차가 아니었다. 일반 승용차에 경광등이 달려 있었다.

한규호는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실제로 한규호는 관심이 없었다. 한규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서용석을 찾아낼 것인가.

북한 조직의 두목은 서용석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서용석을 알지만, 그가 방콕에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서용석이 방콕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서용석은 한규호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아는 기술은 폭력뿐이고, 가진 미학은 죽음뿐이다. 서용석이 아직 방콕에 있다면, 어둠의 세계에서 모습을,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가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그가 이미 방콕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서용석이 방콕을 떠났다면? 한규호도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서용석이 없는 방콕은 한규호에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뒤집으면, 방콕을 떠나기 위해서는 서용석이 없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한규호는 그 확신을 얻기 전까지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서용석은 백금산의 그 개자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열쇠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운전을 하는 한규호의 시선에, 전방 교차로의 신호등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앞서 달려가던 차들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한규호도 흐름에 맞춰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차가 완전히 멈추자, 한규호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는 전화번호부를 스크롤 해 전화번호 하나를 찾았다.

한규호는 잠시 그 번호를 바라보았다.

눈의 초점은 휴대전화에 맞춰져 있었지만, 확장된 한규호의 시야에는 신호가 바뀌고 차량들이 출발하는 모습이 들어와 있었다.

한규호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휴대전화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얼굴로 가져갔다.

짧은 통화 연결음 후에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 들어왔다.

-그래.

한규호가 액셀을 밟은 발에 힘을 주며 말했다.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

태청무역 사장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김형원은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의 진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곳으로 시선을 돌려 액정에 떠 있는 이름을 보았다.

수출입 4과장. 한규호의 이름이 떠 있었다.

김형원은 전화기를 잡았다.

“그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한규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그래.”

-트레이시에게 말을 좀 전해 주십시오.

김형원은 트레이시라는 이름에서 금발의 젊은 여성을 떠올렸다. 지금 한국에서 이스라엘 신 베트 요원을 감시하는 일을 하는 CIA 요원의 이름이었다.

“뭐라고 전해 주지?”

-그녀와 통화하고 싶다고 하면 됩니다.

김형원은 ‘그녀’라는 단어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라고 특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만 전해 주면 되나?”

-이 번호를 알려 주십시오. 그녀하고만 통화하겠다고도 전해 주십시오.

한규호가 말했다.

“그렇게 전해 주겠네.”

-알겠습니다.

김형원은 한규호가 전화를 끊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다급하게 물었다.

“지금 어디 있나?”

그러나 전화기 너머에서는 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벌써 끊어진 것일까 하는 생각에 액정을 확인하려는 그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한규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이 있습니까?

김형원은 한규호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불편함을 느꼈다. 오랜 기간 서로를 알고 지낸 두 사람만이 캐치해 낼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이었다.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좀 부탁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김형원이 말했다.

다시 전화기 너머에서 침묵이 흘렀다.

김형원은 한규호가 답을 줄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는 한규호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었고, 한규호도 김형원의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의무가 없었다.

-당분간은.

한규호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들어 왔다.

-의뢰는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김형원이 물었다.

***

한규호는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냐고? 김형원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규호는 김형원을 신뢰했고, 김형원도 한규호를 신뢰했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감으로 유지되었다.

의뢰를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그저 알겠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지금 김형원의 질문은 평상시의 대화 패턴이 아니었다.

물론 한규호가 불쾌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김형원은 거리를 좁혀 와도 괜찮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한규호는 김형원이 말한 ‘부탁’에 관해 물어볼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금세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김형원의 부탁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해도,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고 해도, 한규호는 그 부탁을 들어줄 여력이 없었다.

지금 서용석을 찾는 것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개인적인 일입니다.”

한규호가 말했다.

전화기 너머에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실망했을까?

한규호에게 있어서 김형원은 단순히 일을 같이하는 사람, 단순히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를 실망시키는 것은 한규호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김형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어조였다.

-알겠네. 트레이시 요원에게 자네의 요청 사항을 전달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한규호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태국에 있습니다. 지금 방콕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한규호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일을 받아들이지도 않을 거면서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그 말이라도 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어색해서 자연스럽게 나온 쓴웃음이었다.

하지만, 김형원이 한발 다가온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그도 한 발자국 걸어 나가 주고 싶었다. 그 정도는 해 주고 싶었다.

-……방콕. 알겠네.

김형원이 말했다.

***

303번 국도를 빠져나오면서 경광등과 사이렌을 끈 NIA 차량은 차오프라야강으로 이어지는 비좁은 비포장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앞에 보입니다.”

운전하던 요원이 외쳤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크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서 몸을 지탱하던 야닌은 운전하는 요원의 말에 앞을 바라보았다.

약 300~400미터 앞에 직육면체 형태의 건물의 모습이 보였다.

야닌은 다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세 대의 차량이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NIA 잠복팀 요원들이 타고 있는 차량이었다.

목적지에 거의 도달했다. 요원들도 제대로 따라왔다. 창고를 확보하고, 안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을 포획할 모든 준비는 끝났다.

“전방에 목표가 보인다. 장비를 점검하고 진입 준비를 하도록.”

야닌이 무전기에 대고 지시를 내렸다. 무전기에서 명령을 접수했다는 보고가 바로 흘러나왔다.

야닌은 무전기를 내려놓고는 가방에서 태국왕립경찰 제식 86권총(ปพ.86)을 꺼낸 다음 탄창을 확인하고 다시 결합했다. 슬라이드가 밀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반동이 그녀의 손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차량이 있습니다. 밴입니다.”

운전석에 앉은 요원이 외쳤다.

권총을 바라보던 야닌은,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 은회색의 15인승 밴이 눈에 들어왔다.

야닌은 다시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차량이 있다. 도요타 하이에이스. 15인승. 도착하면 바로 진입하지 말고 차에 엄폐한다.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 진입하지 않는다.”

야닌이 지시했다.

야닌을 포함해 NIA에서는 총 4대의 차량에 15명의 NIA 요원이 목표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주차되어 있는 밴도 15인승이었다. 하지만 15인승 밴이 있다고 최대 인원이 15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다 해도 토요타 하이에이스는 30명 가까이 사람을 태울 수 있었다. 실제로 밴이 버스 역할을 하는 외곽 지역에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태우고 운행을 하고 있었다.

창고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계산을 하는 와중에도 자동차는 계속 달려 창고에 빠르게 접근했다.

“정지하겠습니다!”

창고에서 대략 20m쯤 떨어진 곳에 도달했을 때, 운전하는 요원이 외쳤다.

야닌은 손잡이를 잡아 몸을 고정했다.

요원이 핸들을 틀자, 아직 관성이 남아 있던 차가 크게 요동치면서 빠르게, 빠르게 오른쪽으로 돌았다. 차의 좌측면이 창고를 향한 방향으로 차가 멈추었다.

차가 완전히 멈추고, 운전하던 요원과 조수석에 앉은 요원이 빠르게 창고 반대쪽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야닌도 우측 문을 열고 뛰어내리듯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차량 후미에 몸을 엄폐하면서 동시에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뒤따르던 세대의 차량도 같은 방식으로 멈추었고, 타고 있던 요원들도 같은 방식으로 뛰어내린 후, 차량 뒤에 몸을 숨겼다.

차들이 완전히 멈추고, 요원들이 전부 차량 뒤에 엄폐한 상황에서도 창고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반응이 없다고 해도 야닌은 성급하게 창고로 접근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야닌은 여전히 조바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고 있었다.

창고 안에 탈북자 조직원들이 있는지, 특히 데이빗 박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있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빨리 확보하고 싶었다.

하지만 야닌은 안전이 완전히 확보되기 전까지 부하들을 창고로 돌입시킬 생각은 없었다.

NIA가 가진 정보에 따르면 탈북자 조직은 가난했다. 총기를 확보할 정도의 여유는 없을 것이다. 설사 여유가 있다고 해도, 태국이라는 나라에서 총기를 확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부 이슬람 세력과 준전시 상태에 가까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총기에 대한 규제는 엄격했고, 아무리 커다란 범죄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총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총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야닌은 부하들의 안전을 담보로 총기 소유 여부를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야닌은 한쪽에 주차되어 있는 밴을 살펴보았다. 차량은 낡아 있었다. 진즉에 폐차되었어야 할 정도로 여기저기 녹이 슬고,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 있었다. 방치된 차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닌은 밴과 가까운 잠복조 요원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밴을 확인해 보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를 받은 요원 둘이 빠르게 밴에 접근했다. 그리고 밴을 살펴보고는 다시 야닌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최근까지 사용된 차량이라는 신호였다. 방치되어 있는 차량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야닌은 다시 창고로 시선을 돌렸다.

NIA의 차량이 정차하면서 발생한 소음이 창고 안에도 들렸을 테지만, 창고는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야닌이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요원 몇이 몸을 낮추고 빠르게 창고로 접근해 벽에 몸을 붙였다. 그리고 요원 중 하나가 접이식 손잡이가 달린 원거리용 거울을 꺼내 창고 내부를 살펴보았다.

야닌을 포함해 다른 요원들은 모두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울로 창고 내부를 확인한 요원은 옆에 있던 요원에게 귓속말했고, 귓속말을 들은 요원은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야닌에게 다가왔다.

“내부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들 자세를 낮추고 있는데, 엄폐하고 있는 것인지, 쓰러져 있는 것인지 어두워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여섯 명까지는 확인했는데, 그 이상 있을 수도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야닌은 고개를 끄덕였다. 쓰러져 있던, 몸을 낮추고 있던,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다.

야닌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수신호를 내렸다. 차량 뒤에 엄폐하고 있던 대부분의 요원들이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창고 벽에 가서 붙었다.

물론 야닌도 그들과 같이 몸을 움직였다. 제이크가 봤으면 분명 한소리 했을 만한 행동이었지만, 야닌은 부하들만 보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야닌의 지시에 문 바로 옆에 붙어 있던 요원이 한 손으로 창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오래된 경첩이 삐걱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러나 여전히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경찰이다. 너희들은 모두 포위되었다. 무익한 저항을 멈추고 투항하라!”

요원 중 하나가 열린 문으로 크게 외쳤다.

그러나 여전히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경찰이다. 너희들은 모두…….”

요원이 다시 크게 경고했다.

그때 창고 안에서도 소리가 흘러 나왔다.

“ช่ว……ยฉันด้วย.(살려 주세요.)”

어눌한 발음의 태국어였다.

<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2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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