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268화 (268/386)

<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20) >

데이빗 박, 정확히 데이빗 박의 얼굴을 하고 있는 한규호는 조니워커 병을 들어 올려 테이블에 놓인 글라스에 위스키를 따랐다.

호박색의 액체가 글라스를 절반가량 채웠을 때, 한규호는 위스키 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1천 바트 지폐 한 장을 잔에 감았다.

그러고는 자신을 강아지처럼 바라보고 있는 웨이터에게 그 잔을 건넸다.

황송하다는 표정을 한 웨이터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그 글라스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과도하게 뒤로 젖히면서 잔 안에 들어 있던 술을 모두 입에 털어 넣었다.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규호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위스키 병을 들어 올려 입에 물고 병나발을 불었다.

사람들이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며칠 사이에 한규호는 스크래치독의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잔뜩 취한 상태로 클럽을 찾았고, 와서도 술을 많이 마셨다.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여자들에게 술을 잘 사 주었고, 웨이터들에게는 팁을 많이 뿌렸다. 불과 며칠 만에 스크래치독에 유명인이 되기에 충분한 행보였다.

한규호는 한 손에 위스키 병을, 다른 한 손에는 샤샤(물담배)를 들고서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춤을 추다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입을 맞추었고, 지나가는 웨이터를 잡아다가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팁을 주었다.

그렇게 미친놈처럼 놀던 한규호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휘청거렸다. 한규호 옆에 서 있던 웨이터가 재빨리 한규호를 부축했다.

한규호는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다시 지갑을 꺼내 1천 바트 지폐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웨이터는 팁을 받아 들면서 이 손님이 집에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손님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팁을 뿌려 가며 미친놈처럼 놀다가 클럽이 문을 닫는 4시가 가까워져 오면 갑자기 무너졌고, 킵 카드를 만들지도 않고, 갑자기 클럽을 나가 버렸다. 택시를 잡아 준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아속역 방면으로 걸어가곤 했다.

강도를 만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음에도, 다음 날에 역시 만취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숙소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았다.

웨이터는 한규호를 부축하면서 동료 웨이터에게 눈짓을 보냈다. 눈짓을 받은 동료 웨이터가 다가와 한규호의 다른 팔을 부축했다.

한규호는 두 명의 웨이터에게 부축을 받은 상태로 클럽 출구까지 도착했고, 두 사람에게 다시 1천 바트 지폐를 한 장씩 건네 준 다음에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아속역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한규호는 걷다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서 걷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골목을 빠져나와 렉서스 스쿰빗 매장 앞을 지나 아티스 커피 앞까지 고작 100여 미터에 불과한 거리를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걸어갔다.

아티스 커피 앞에 도착했을 때, 네 명의 남자가 한규호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한규호는 그들이 오는 것을 모른다는 듯 계속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데이빗 박?”

한규호에게 접근한 네 사람 중 한 명이 한규호에게 말을 건넸다.

한규호가 고개를 들었다. 말을 건 사람은 알코올에 절어 있는 한규호의 얼굴을 확인했다.

“맞군.”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주먹으로 한규호의 명치에 정권을 질러 넣었다.

갑작스럽게 명치를 맞은 한규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런 그의 팔을 괴한들이 잡아 지탱했다.

한규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 고통이 가득했다.

한규호에게 이름을 물어본 남자는 그 고통 가득한 얼굴에, 정확히는 한규호의 턱에 깔끔한 오른손 훅을 꽂아 넣었다.

턱을 맞은 한규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오른손 훅을 날린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티스 커피 옆 작은 골목에서 차량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규호의 몸을 받친 세 사람은 축 늘어진 한규호를 부축하고 그 차를 향해 다가갔다.

***

제이크는 상황실에서 선잠을 자고 있었다. 야닌은 상황실에 없었다. 공식적으로 이번 작전을 통제하는 것은 제이크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가 상황실에 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녀를 억지로 그녀의 사무실로 보내 버렸다. 그녀가 이곳에 있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제이크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차논의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액정 화면에는 ‘land lord’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제이크는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말 잘 듣는 착한 영감이군.

제이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말해.”

제이크가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알아보라는 것을 알아냈으니까 전화한 거 아냐? 얼른 말해.”

제이크가 다시 말했다.

-……그분과 통화하고 싶습니다.

노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말을 너무 잘 듣는군.

“나에게 말해.”

제이크가 다시 말했다.

-확인되지 않으면…….

“이봐. 악어. 이 번호로 전화하라는 말 못 들었나?”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야닌이 이 늙은이와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전이 끝나면 맥주 한잔 사면서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알겠습니다. 북한인들은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계속해.”

-며칠 전에 의뢰인이 다녀갔고, 사람 하나를 찾아 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한국 국적의 남자입니다.

“한국?”

제이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제이크는 잠시 생각했다. 북한 놈들에게 한국 사람을 찾아 달라고 했다. 뭔가 일이 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데이빗 박이라고 합니다.

제이크가 자리에서 튕겨지듯 일어났다.

“뭐라고!”

-데. 데이빗 박이라고…….

“확실해?”

-네? 네. 확실히 그렇게 들었습니다.

제이크의 눈이 커졌다. 데이빗 박.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을 들었다.

“주소.”

-아, 네. 북한 놈들이 있는 곳은 그 주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네 주소. 지금 네놈이 있는 바로 거기 주소를 말하라고!”

-네? 아, 넷!

전화기 너머의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현재 위치를 말했다.

“지금 요원이 너를 데리러 갈 거야. 그러니까 허튼 생각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알겠나?”

-네? 아. 네. 네. 알겠습…….

“경고하지. 도망쳐 봐. 손녀, 네놈 딸년 할 것 없이 전부 잡아다가 목을 썰어 주겠어. 네놈이 보는 앞에서.”

제이크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잠복조 요원에게 노인이 말해 준 주소를 전해주었다. 지시를 받은 요원들이 신속하게 상황실을 벗어났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제이크는 다시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이름이 나온 이상 야닌에게 이야기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제이크는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야닌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 연결음이 울린 다음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그래.

야닌이 말했다. 제이크는 그녀가 깨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

“데이빗 박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급하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

김택경의 부하 중 한 명이 양동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한 시간 반 전에 스쿰빗에서 턱을 맞은 이 남자는 지금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죽었나 싶어 다가가 확인해보니 숨은 붙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심하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술을 먹었는지, 걸어오는 것이 용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턱이 돌아갔고, 이미 알코올에 절어 있는 뇌가 크게 흔들렸을 테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양동이를 든 김택경의 부하는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 다음 뒤를 돌아보았다.

“부을까요?”

질문을 받은 남자, 쓰러져 있는 남자의 턱을 돌려 버린 김택경의 오른팔은 의자에 앉아 남자의 지갑을 열어 보고 있었다.

“부어.”

이대로 계속 잠자게 둘 수는 없었다.

조금만 있으면, 보스가, 이 조직을 이끄는 남자가 도착할 것이다. 두목이 오기 전에 이 남자의 정신을 되돌려 놔야 했다.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양동이를 들어 쓰러져 있던 남자에게 부었다.

찬물을 뒤집어쓰자 쓰러져 있던 남자의 몸이 꿈틀거렸다.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오른팔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손에 들고 있던 지갑으로 시선을 옮겼다. 검은색의 가죽 장지갑.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새 지갑이었다.

명함, 신분증, 신용카드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돈은 충분히 들어 있었다. 빳빳한 1천 바트 지폐가 30여 장 들어 있었다. 3만 몇 천 바트, 미화로 환산하면 1천 달러 정도 되는 돈이었다.

쓰러져 있는 목표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지갑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유흥을 즐기기 위해, 술집에서 만취하기 위해, 잃어버려도 상관없을 지갑을 이번에 새로 구입했을 것이다.

오른팔은 다시 바닥에 쓰려져 있는 목표를 돌아보았다. 며칠 동안 그를 감시했다. 이 남자는 밤마다 돈을 뿌리고 다녔다. 소이카우보이에서, 나나플라자에서, 테메 그리고 스크래치독에서. 이날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3만 바트가 넘는 돈이 지갑에 남아 있었다. 돈이 썩어 난다는 이야기다.

오른팔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있으면 보스가 올 것이다. 그리고 저 남자를 의뢰인에게 넘겨줄 것이다.

만약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면, 아니, 조금만 더 늦게 넘겨줘도 괜찮다면, 저놈의 숙소를 뒤져 볼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더 많은 돈을 얻어 낼 수 있을 텐데, 이대로 넘겨주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못 차리는데요.”

양동이를 든 부하가 말했다.

오른팔은 인상을 썼다. 정신을 못 차리면 물을 더 부어.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의미를 알아챈 부하는 다시 양동이를 들고 창고 밖으로 나갔다. 창고에 연결된 수도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물을 뜨기 위해서는 짜오프라야강으로 가야 했다.

오른팔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는 목표의 소지품이 놓여 있었다. 포획했을 때, 그의 소지품은 지갑, 숙소의 카드 키, 그리고 두 대의 휴대전화가 전부였다. 휴대전화는 두 대 모두 잠겨 있었고, 지문으로도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떠한 전화도 걸려 오지 않았다.

오른팔은 전화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남자에게는 동행이 없었다. 며칠간의 미행으로 확인된 사실이었다.

오른팔의 시선이 다시 지갑으로 향했을 때, 밖에서 차량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문이 열렸고, 양동이를 든 부하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오셨습니다.”

창고 여기저기에 앉아 있던 조직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오른팔도 손에 들고 있던 지갑을 천천히 품에 갈무리하고 몸을 일으켰다.

다가오는 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멈추는 소리가 들렸고, 금세 조용해졌다.

오른팔은 문으로 다가갔다. 납치할 때 사용했던 도요타 밴 옆에, 연식이 오래된 은색 캠리가 멈춰 있었다.

운전석의 문이 열렸고, 김택경이 모습을 보였다.

“상태는?”

오른팔을 발견한 김택경이 물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습니다.”

김택경은 고개를 끄덕인 후, 창고로 향했다.

창고 문 앞에 선 김택경은 인상을 찌푸렸다. 예전에 생선이라도 보관했는지, 썩은 냄새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김택경은 인상을 쓰고는 다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어두웠다. 새벽 미명이 수평선을 넘어오기는 했지만, 창고 내부의 어둠을 몰아내기에는 부족했다.

“어디 있지?”

김택경이 물었다.

“저쪽입니다.”

오른팔이 창고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김택경은 그쪽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창고 구석에 웅크려 있는 사람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죽은 건 아니지?”

“살아 있습니다.”

오른팔이 말했다. 그러고는 양동이를 들고 있던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눈짓을 이해한 부하가 양동이에 들어 있던 물을 웅크려 있는 인영에게 부었다.

김택경은 어둠 속에서도 물을 뒤집어쓴 인영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택경은 천천히 그 인영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들었는지 미약한 신음을 내며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게 해 줘.”

김택경이 말했다. 오른팔이 고개를 끄덕였고, 도열해 있던 부하 몇 명이 쓰러져 있는 목표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주먹질을 시작했다.

“얼굴은 때리지 마. 뼈도 부러트리지 말고.”

최대한 사지 멀쩡하게 생포해 달라던 의뢰인의 말을 떠올린 김택경은 그렇게 지시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오른팔이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의 눈에 바닥에 놓인 두 대의 휴대전화가 보였다.

“이것뿐이야?”

김택경이 물었다. 오른팔은 품에 넣어 둔 지갑을 꺼내 김택경에게 건넸다.

지갑을 받아 든 김택경은 잠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오른팔을 바라보다가 지갑을 열고는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지갑을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그만.”

김택경이 말했다. 목표를 구타하던 손이 멈추었고, 부하들이 손을 놓자, 목표는 그 자리에서 허물어져 버렸다.

김택경은 그 남자를 보면서 오른팔과 같은 생각을 했다.

돈이 될 것 같다. 저 남자를 잡아 놓고,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끄렁떠이의 늙은 뱀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택경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서 끝낸다. 빨리 저 목표를 의뢰인에게 넘겨 버리고 돈을 받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결정했다.

김택경은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의뢰인의 번호를 찾은 다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걸리는 소리가 그의 휴대전화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소리도 들려왔다. 김택경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발치. 앉아 있는 김택경의 오른발 발치, 거기에 놓인 휴대전화, 목표가 가지고 있던 두 대의 휴대전화 중 한 대가 울리고 있었다. 밝은 빛과 함께 우렁찬 벨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은 김택경만이 아니었다.

창고 안에 있던 김택경의 오른팔과 조직원들은 모두 김택경 발치에 놓인 휴대전화 벨소리를 들었고, 시선을 돌렸고, 밝게 빛나는 액정을 보았다.

김택경을 포함해 모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었다. 지금 보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이제, 다 모인 건가?”

김택경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소리도, 발치에 놓여 있는 목표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소리도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새로운 소리가 나온 방향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조금 전까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남자, 구타를 당하면서 신음을 내던 남자가 서 있었다.

<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2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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