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259화 (259/386)

<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11) >

끄렁떠이 빈민가의 골목은 지저분했다.

마치 빈민가라는 정체성을 일부러 드러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좁고 무질서하고, 지저분했다. 그 지저분한 골목으로 두 사람의 남자가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걸어가는 남자는 몇 시간 전 터미널21에서 미행자를 따돌렸던 바로 그 남자였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가방을 들고 있었지만, 차논에게 자신을 백금이라고 불러 달라던 그 남자였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앞서 걸어가는 안내자와 같은 보폭으로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남자는 1시간 전 룸피니(Lumphini) 공원 내 공립도서관 앞에서 안내자를 만났다. 전화로 통보받은 약속 장소였다.

의뢰인임을 확인한 안내자는 따라오라고 말하고 앞서 걸어갔다.

남자는 안내자를 따라 1시간 동안 좁은 골목과 골목을 몇 번씩 돌고 돌아 드디어 끄렁떠이의 빈민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자는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을 느꼈다.

적어도 둘, 아마 그 이상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듯, 빈민가의 구성원처럼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안내자를 따라 어두운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내자는 빈민가 골목에 도착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러 골목을 돌고 돌았다.

룸피니 공원에서 출발해 수십 개의 골목을 돌고 돌았음에도 아직 부족하다는 듯, 안내자는 빈민가의 수많은 골목을 이용해 미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돌아선 안내자는 한 건물 앞에 도착해서야 발을 멈추었다.

백금이라고 불러 달라던 남자는 건물을, 아니 건물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심스러운 구조물을 바라보았다.

1층짜리 판자 주택을 여러 번 불법 증축해 만든 이 구조물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들어가시오. 3층이오.”

안내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자기 일은 전부 끝났다는 듯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백금이라고 불러 달라던 남자는 건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서기 전에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안내자가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여기까지 온 이상 너는 도망갈 수 없어.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백금이라고 불러 달라던 남자는 그 모습이 마치 겁에 질린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뢰인, 탈북자 조직에 일을 맡기려는 남자는 마치 공포 영화에 나오는 폐가처럼 삐그덕 소리를 내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목표인 3층에 도달한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3층을 둘러보았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복도를 중심으로 판자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문이 세 개 있었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이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문에서만 불빛이 반투명 유리를 통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그 문을 향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나무로 만들어진 복도가 그 발걸음에 따라 삐그덕 소리를 내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문으로 다가가며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여섯.

그가 복도를 지나치는 동안 불 꺼져 있는 문 뒤에서 느껴진 사람의 기척이 여섯이었다. 적어도 여섯 명의 사람이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문으로 다가가 가볍게 문을 노크했다.

“들어오시오.”

안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딱딱한 서북쪽 억양이 담겨 있었다.

남자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3평 정도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과 의자가 있었고,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으시오.”

방 안에 있던 남자, 탈북자 조직을 이끄는 김택경이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일을 의뢰하려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택경이 지정된 의자에 앉았다.

“무엇을 원하시오?”

의뢰인이 앉자 바로 김택경이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인사나 통성명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사냥.”

의자에 앉은 의뢰인이 말했다.

‘사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김택경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

김택경의 탈북 전 마지막 소속은 ‘고려무역 라오스 비엔티안 지사’였고, 그의 마지막 직책은 부지사장이었다.

고려무역은 북한 대외경제성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라오스에 설립한 외화벌이 기업이었다.

평양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김택경은 대외경제성 합영투자위원회 소속으로 외화를 모아 평양으로 보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가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뒷주머니를 챙겼던 사실이 발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횡령과 관련된 투서가 평양에 들어갔고, 복귀 명령이 내려왔다.

이대로 평양에 끌려갔다가는 죽음뿐이라고 생각한 김택경은 같이 횡령을 하던 부하 직원과 함께 국경을 넘어 이곳 방콕으로 오게 되었다.

그것이 조직원들이 알고 있는 김택경의 과거였다.

그러나 김택경은 외화벌이 기업의 부 지사장도 아니었고, 대외경제성 소속도 아니었다.

김택경의 소속은 국가안전보위부였고, 그의 직책은 수사국 144그룹의 그룹장이었다.

144그룹은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연결되는 탈북 경로에서 탈북자를 ‘사냥’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고위층 출신 탈북자를 전문으로 사냥하는 팀이었다.

‘사냥’.

국경을 넘기 전까지 김택경이 하던 일이었다.

탈북자를 잡아 즉결처형하거나 체포해 평양으로 보내던 보위부원 김택경이 오히려 탈북자가 된 계기는 하나였다. 평양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대규모 숙청 작업이 진행되었고, 숙청 대상자 중에 국가안전보위부장 김홍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직이 수장인 김홍원이 숙청되었다 해도 일반 보위부원들에게는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출셋길이 막히기는 하겠지만 보위부장을 숙청하면서 보위부원까지 전부 숙청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위부장 김홍원이 집안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김택경은 김홍원의 오촌 조카였다.

숙청이 진행되던 당시, 당의 임무를 받아 고위급 탈북자들을 ‘사냥’하고 있던 김택경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시 김택경은 총정치국 간부부 리해평 부장의 처남이자 조직부 당생활지도과 과장인 손주철을 추적하고 있었다.

당에서는 살아 있는 손주철을 원했고, 김택경은 일주일이 넘는 추적 끝에 그를 생포할 수 있었다.

당에서 살아 있는 손주철을 원한 것은 김택경에게도 행운이었다. 생포된 손주철이 김홍원의 숙청 사실에 대해 알려 주었으니까.

김택경은 고민했다. 평생을 당과 조국을 위해 살았고, 그의 숙부를 숙청한 당의 결정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당과 조국에 대한 자신의 충성을 당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김택경은 보위부원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숙청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를.

운이 좋으면, 정말 운이 좋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교화소(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핵심계층으로 평생을 평양에서 살아온 그의 가족들은 차라리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김택경은 은밀하게 평양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김택경과 마찬가지로 핵심계층에서 태어나 같은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를 나온 형제 같은 친구 몇이 중앙당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고 인편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서 답장을 받았다.

‘그런 일은 없다. 걱정하지 말고 어서 빨리 복귀해라. 돌아오면 회포를 풀자.’

모두가 보내 온 비슷한 답장에서 김택경은 자신의 이름이 살생부에 올랐음을 알았다.

김택경은 탈북을 결정했다.

가족들은 이미 교화소에 끌려갔을 것이다. 그가 평양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그들을 지켜 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켜야 하는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조국을 등지기로 결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택경은 자신을 따르는 보위부 부하 네 명과 함께 국경을 넘었고, 방콕으로 와서 부하들과 함께 탈북자들을 규합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네 명의 부하 중 두 명이 조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죽었고, 한 명은 그가 직접 목숨을 거두었다.

이제 김택경이 라오스에서 탈북자를 ‘사냥’하던 보위부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단 두 명뿐이었다.

김택경의 오른팔인 부하와 김택경 그 자신. 만약 다른 조직원들이 김택경의 진짜 과거를 알게 된다면 그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

사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김택경의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도끼 자루를 힘주어 잡았다. 차갑고 단단한 자루의 감촉이 손바닥 안에서 느껴졌다.

김택경은 힘주어 도낏자루를 잡은 채로 의뢰인을 바라보았다.

의뢰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택경을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시선에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냥?”

김택경이 물었다.

정체불명의 의뢰인은 답 대신 가방을 열고 파일 한 장을 꺼내어 김택경에게 건넸다.

김택경은 바로 파일로 시선을 돌리거나 받아 들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저 의뢰인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의뢰인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떠한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김택경은 동류의 사람이라고 느꼈다. 같은 업계에서, 사람 피를 빨아먹고 사는 동류의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디에서 보냈을까? 조국에서 보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조국은 일을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빈민가라면 그저 요원 몇 명을 동원해 간단하게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해 왔던 것처럼.

아니, 사람을 보낼 필요도 없다. 내 멱을 따기 위해서는 보위부원 정복을 입고 있는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 이놈은 조국에서 보낸 놈이 아니다.

김택형은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남조선의 국정원? 아니면 미국놈들?

차라리 그쪽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쪽이 김택경이 살 확률이 높았다.

의뢰인의 손은 여전히 파일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파일을 든 채로 표정 없는 얼굴로 김택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김택경은 왼손을 뻗어 파일을 건네받았다. 오른손은 여전히 손도끼의 자루를 잡고 있었다.

김택경은 파일을 책상 위에 놓고, 한 손으로 천천히 파일을 열었다.

안에는 사진 한 장만이 들어있었다. 5X7 사이즈로 확대된 남자의 증명사진이었다.

“생포해 주시오.”

김택경은 의뢰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생포과정에서 어느 정도 손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최대한 손상 없이 생포해 주시오.”

의뢰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가방에 손을 넣었다.

그 모습을 본 김택경은 도낏자루를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가방으로 들어간 손이 나오고, 그 손에 돈다발이 들려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오른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의뢰인은 돈다발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1천 바트 지폐 세 묶음이었다.

“30만 바트요. 생포해 오면 나머지 270만 바트를 주겠소.”

의뢰인이 가방 안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 가방 안에는 지폐 뭉치가 들어 있었다.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냥’이라는 단어가 자신의 과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김택경은 그제야 도낏자루를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자루를 놓지는 않았다. 다른 용도로 손도끼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돈과 가방 안에 있는 돈을 한 시야에 담았다.

착수금이 30만 바트, 전체 의뢰비가 3백만 바트. 미화로 10만 달러가 넘는 돈이 지금 김택경의 몇십 cm 앞에 있었다.

김택경의 시선이 다시 의뢰인에게로 향했다.

바보 같은 행동이다. 의뢰인은 혼자였고, 김택경의 무릎 위에는 손도끼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3층에만 여섯 명, 20m 반경 안에 쉰 명의 조직원이 있었다.

김택경이 마음만 먹으면 3백만 바트를 가져온 이 남자는 고기 조각이 되어서 빈민가의 하수구 역할을 하는 운하에 뿌려질 것이다. 물론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가 쥐고 있는 손도끼를 들어 올리기만 하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었다.

김택경은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무슨 자신감이지?

김택경의 시선이 다시 의뢰인의 가방으로 향했다.

확실히 공화국에서 보낸 놈은 아니군.

김택경의 조국은 이런 복잡한 방법을 취하지도 않을뿐더러, 김택경 정도의 인물을 처리하기 위해 10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사용하지 않는다.

김택경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빼끔은 뭐요?”

“빼끔?”

남자가 되물었다.

“당신 이름이 빼끔이라고 했다던데.”

김택경이 눈앞의 의뢰인에 대해 아는 정보라고는 ‘빼끔’이라는 의미 불명의 단어가 유일했다. 일을 중개해 준 정보상인이 말해 준 이름이었다.

“백금.”

의뢰인이 말했다.

“백금? 이름이오?”

“일을 맡길 때 본명이 필요하오?”

의뢰인이 되물었다.

김택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름은 필요 없다. 하지만 ‘백금’이라는 단어에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무슨 의미요?”

김택경이 물었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택경도 더는 묻지 않았다.

김택경은 천천히 시선을 지폐 다발로 옮겼다.

“5할.”

김택경이 말했다.

만약 의뢰인이 김택경이나 조직을 노리고 있다면 1할이든 5할이든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의뢰비로 5할을 먼저 주시오.”

그러나 그가 진짜로 일을 의뢰하려고 한다면 협상을 하려 할 것이다.

“브로커는 당신들을 별로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

의뢰인이 말했다.

김택경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신뢰할 수 없으면 그냥 가시오.”

김택경이 말했다.

의뢰인은 김택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가방에 손을 넣고 지폐 묶음 여섯 개를 더 꺼냈다.

“3할이오.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맙시다.”

전체 의뢰비의 30%, 90만 바트가 책상 위에 올려졌다.

김택경의 시선이 천천히 남자의 얼굴에서 천천히 돈으로 움직였다.

막상 90만 바트라는 거금이 책상 위에 올려지자 그의 마음속에서 물욕이 피어올랐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괜히 ‘사냥’이라는 단어에 긴장한 것뿐이야.

김택경은 스스로를 그렇게 달래면서 남자가 건네준 파일 속 사진을 바라보았다.

30대 중반 정도, 어딘가 서글서글하고, 눈매가 부드러운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설마 서울에 가서 산 채로 잡아 오라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김택경이 말했다.

“뒤를 보시오.”

남자가 말했다.

김택경은 사진을 뒤집었다. 사진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TwinPeaks Sukhumvit Suites. 19 Sukhumvit Soi 17, Khlong Toei Nuea, Watthana.’

“704호요. 동행은 없고, 귀국까지는 앞으로 9일 남았소. 일을 맡겠소?”

남자가 물었다.

김택경은 손도끼 자루를 잡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앞에 있는 남자에게 내밀었다.

일을 맡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의뢰인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가방을 갈무리하고 몸을 일으켰다.

“누구요, 이 남자는?”

김택경이 물었다.

“알 것 없소.”

의뢰인이 말했다.

“이름이라도 알려 줘야 하지 않겠소? 엉뚱한 사람을 잡아 오면 그쪽, 백금 씨도 곤란해질 테고.”

김택경이 의뢰인의 이름을 언급했다.

백금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이 담겨 있었다.

남자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았다.

“데이빗 박.”

손잡이를 잡은 의뢰인이 말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데이빗 박이오. 산 채로 잡아 오시오.”

의뢰인은 문을 열고는 어두운 복도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1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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