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1) >
워킹 스트리트(Walking Street).
파타야(Pattya), 태국.
파타야 워킹 스트리트.
세계 최대 규모의 환락가 중 하나인 파타야의 워킹 스트리트는 밤이 깊어 가면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방콕만의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모습을 감추는 시간이 되면 거리의 가로등과 업소의 네온사인이 불을 밝혔고, 죽는 줄도 모르고 방충등의 불빛을 찾아 모여드는 부나방처럼 차량의 출입이 통제된 거리로 사람들은 몰려들고 있었다.
누군가는 하룻밤의 외로움을 달랠 상대를 찾아, 누군가는 가볍게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런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는 주머니를 털기 위해서, 다양한 인종,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워킹 스트리트로 모여들었다.
깃발을 든 가이드를 유치원생들처럼 따라다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사이로, 한 손에 맥주를 들고 흐느적거리고 있는 서양인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들 주위로 네다섯 명씩 무리를 이룬 인도인들은 얼굴 가득 음흉한 웃음을 짓고서는 거리를 걷고 있었고, 두셋 정도 규모의 한국인들 또한 그들 주위에서 역시 욕망 가득한 눈으로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로 양쪽에서는 그런 관광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가리기보다는 보여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천 쪼가리를 입은 젊은 여자들이 그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고, 그녀들 사이로 스트립쇼 전단지들 들고 있는 호객꾼들과 주머니를 노리는 소매치기들이 먹이를 노리는 짐승의 눈빛으로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워킹 스트리트 초입에 ‘NO MONEY, NO HONEY’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는 김승섭이 서 있었다.
“젠장.”
워킹 스트리트의 혼잡한 모습을 바라보던 김승섭이 중얼거렸다.
“왜 그래?”
그 중얼거림을 들은 곽용신은 물었다.
곽용신도 창(CHANG) 맥주의 코끼리 마스코트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파타야에서만 입을 수 있는 천박한 티셔츠와 반바지, 그리고 샌들을 신은 두 명의 중년 남자의 모습은 여자를 찾아 파타야를 찾은 섹스 투어리스트의 전형적인 모습, 그 자체였다.
“짜증 안 납니까?”
김승섭이 말했다.
“뭐가?”
“저기 좀 봐봐요. 졸라 짜증 안 나게 생겼습니까?”
김승섭이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곽용신은 김승섭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중년 남성, 아마도 동북아시아에서 왔을 법한 중년 남성과 그의 팔에는 젊은 프로모션걸(바 앞에서 호객하는 일을 하는 젊은 여성)이 매달려 있었다.
중년 남자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동시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의 팔에 부벼지고 있는 젊은 여자의 앙가슴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흐음…….”
곽용신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매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고, 유흥이라는 산업은 전 세계 어디에나, 그 나라의 경제 규모나 생활환경과 관계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곽용신은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 태국에서는, 아니 비단 태국뿐만 아니라 태국처럼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에 많은 포션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들에서의 유흥 산업을 단순히 성매매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서만은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웃음을 파는 그녀들에게 ‘창녀’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왜곡된 시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곽용신은 아버지뻘인 중년 남자에게 웃음을 팔아야 하는 젊은, 아니 아직은 어리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프로모션걸의 모습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곽용신이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였기에 유독 더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안다, 무슨 말 하고 싶은지.”
곽용신이 김승섭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럽다고, 불쾌하다고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문화적 관점, 사회적인 관점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너도 잘 알겠지만. 우리는 일하러 온 거니까 불쾌한 기분 너무 내색하지 말고.”
그렇게 말하면서 곽용신은 김승섭을 돌아보았다.
김승섭은 곽용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이건 뭔 개소리야’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뭔 소립니까, 그게.”
“응?”
“비싼 밥 자시고 뭔 헛소릴 하는 겁니까?”
김승섭이 답답하다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왜 짜증이 난 건데?”
“생각해 봐요. 나는 진짜 아오, 그 망할 놈의 뉴델리에서 그 망할 인도 놈들에게 몇 년 동안 시달리면서 그 지랄을 했는데, 누구는, 어, 진짜, 씨바. 같은 해외 근무인데, 누구는 어. 막 여기서, 홍가 그 냥반은 어! 여기서 꿀 빨고 있다고 생각하면 짜증 안 나겠습니까?”
김승섭에 다시 원망에 찬 눈으로 워킹 스트리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냐?”
“그럼 그거지, 또 뭐가 있는데요? 아, 그리고 어깨에 손 올리지 마요. 이상한 오해 받기 싫으니까.”
김승섭은 손으로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곽용신의 팔을 쳐 낸 후 ‘내가 진짜 태국어를 배우고 만다.’ 하고 중얼거리면서 워킹 스트리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곽용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그래. 김승섭이었지. 김승섭이었어.”
***
Soi Diamond(다이아몬드 골목).
파타야 워킹 스트리트에서 가장 오래된 아고고(Agogo, 무희가 있는 술집)가 다이아몬드 아고고였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아고고가 있는 골목이 소이 다이아몬드였다. 그 골목길을 관광객용 천박한 티셔츠를 입은 두 남자, 김승섭과 곽용신이 걸어가고 있었다.
다이아몬드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골목은 협소했다.
폭이 2m 정도에 불과한 좁은 골목길을, 술집을 찾아 헤매는 관광객들과 그런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젊은 여자들과 술집 문 앞을 지키는 가드들과 그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오토바이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곽용신과 김승섭이 있었다.
두 사람은 좁은 골목길임에도 그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여기 어디쯤인 것 같은데…….”
곽용신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저기네. 저기 있네.”
뒤따라오던 김승섭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곽용신은 고개를 돌렸고, 찾아다니던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윈드밀 아고고(Windmill Agogo). 저기가 오늘의 목적지였다.
곽용신이 아고고로 다가가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가드가 마치, 두 사람이 이곳으로 올 것을 알았다는 듯 무뚝뚝한 인사를 건네며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곽용신은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직 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음악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 문이 열리면 어떤 지옥도가 펼쳐질지 두려웠다. 하지만 들어가야 했다.
이곳이 약속장소였다.
곽용신은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아고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드에 의해 문이 열리자 안을 가리기 위한 두꺼운 커튼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곽용신을 반겼다.
문 뒤에 가려져 있던 커튼이 걷히자 더 시끄러워진 음악 소리와 어두운 아고고의 실내 모습이 곽용신을 반겼다.
곽용신은 입구에 서서 잠시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략 80㎡ 정도의 좁은 공간은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가운데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사방에 배치된 좌석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대부분이 나이 많은 백인들이었고, 중간중간 아시아인도 보였다. 그리고 손님과 손님들 사이에는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곽용신은 고개를 돌려 술집 한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약 1m 높이로 만들어진 스테이지에는 약 스무 명이 넘는 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곽용신에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이었다.
치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몸을 가린다는 옷의 기본적인 기능이 현저하게 결여된 천 쪼가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스테이지의 높이 때문에 그녀들의 스커트 끝자락이 곽용신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다.
그 모습에 곽용신은 발을 멈추었다.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욕구를 느꼈다. 이대로 몸을 돌려 나가서 전화를 걸어 약속장소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곽용신의 욕구를 잠재운 사람은 어느새 그에게 다가온 웨이트리스였다.
“두 명?”
곽용신은 고개를 돌렸다. 댄서들보다는 그래도 옷 같은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곽용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곽용신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웨이트리스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몸을 돌렸다. 스커트 자락이 원심력에 따라 살짝 들어 올려졌다.
곽용신은 스테이지를 보지 않기 위해, 눈높이에서 팔랑거리는 스커트 안을 보지 않기 위해, 웨이트리스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를 따라 몇 발자국 걷다가 발을 멈추었다.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스테이지를 보지 않기 위해, 스테이지에서 춤추는 댄서들의 치마 속을 보지 않기 위해 전방에 고정한 시선에 욕조가 보였다.
보인 것은 욕조만이 아니었다. 샤워기에서 찔끔찔끔 떨어지는 물방울과, 그 물방울 사이에서 나체로, 말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는 두 명의 여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젠장, 홍가 이 망할 놈의 새끼 같으니.
곽용신은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환락가 중 하나로 이름 높은 파타야의 아고고였다.
곽용신도 알고 있었다. 아고고가 여자를 픽업하는 장소라는 것을. 그래서 약속장소가 아고고라는 것을 알았을 때,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나체라니. 욕조라니!
“뭐 해요. 얼른 갑시다.”
뒤따라 오던 김승섭이 곽용신의 등을 밀며 말했다.
곽용신은 그 힘에 밀려 웨이트리스가 안내하는 자리, 욕조 바로 옆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앉은 자리에서, 아니 곽용신의 눈이 있는 위치에서 여자의 나신까지의 거리는 불과 1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곽용신은 시선을 피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백인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노인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곽용신은 그 엄지손가락이 ‘좋은 자리 잡았다’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하는 그의 눈에, 쌍따봉으로 화답하는 김승섭의 모습이 보였다.
곽용신은 어색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 다음 다시 고개를 돌렸다.
홍가 이 망할 놈의 새끼.
속으로 다시 중얼거린 곽용신은 웨이트리스에게 맥주를 주문하고는 크게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관광객이다. 파타야를 즐기러 이곳을 찾아온 섹스 투어리스트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는 곽용신에게 김승섭이 속삭였다.
“봤습니까?”
김승섭의 속삭임을 들은 곽용신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찾은 건가? 그 짧은 순간에 김승섭이 찾아낸 것인가?
“봤어?”
곽용신이 물었다.
김승섭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에 곽용신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여자의 나체에 당황해 본분을 잃어버렸다. 그저 놀라고 당혹스러워 이리저리 눈을 피하느라 정신없던 그 순간에도 김승섭은 요원답게 아고고 내부를 탐색했고, 그리고 목표를 찾아낸 것이다. 그 사실에 곽용신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반성은 나중에. 일단은 행동부터.
“어디야?”
곽용신은 늦게나마 아고고 내부를 빠르게 탐색하면서 물었다.
목표가 여기 어딘가에 있다. 김승섭이 찾아냈다.
“뭐가요?”
뭐가요? 뭐가요라니? 당연히 모용진 그 놈 말이지.
그런 의미로 김승섭을 돌아보는 곽용신의 눈에, 조금 전 워킹스트리트 초입에서 헛소리를 하던 김승섭의 얼굴이 보였다. 그 눈빛이 보였다.
“……뭐를 봤는데.”
곽용신이 물었다.
“저 언니들.”
김승섭은 자세를 낮추고, 얼굴을 가까이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시선은 무대 위에서 춤추는 댄서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곽용신의 시선이 그녀들에게 향했다.
“팬티 안 입었어요.”
김승섭이 낮게 말했다.
곽용신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직 맥주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지금 눈앞에 맥주가 있었다면, 그 맥주로 김숭섭의 머리를 까 버렸을 테니까.
***
욕조 옆 의자, 백인 노인이 좋은 자리라고 칭찬했던 자리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태국산 창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아고고라는 장소는 하룻밤을 같이 보낼 여자를 찾기 위한 장소였다.
무대 위에서, 또는 욕조 안에서 흐느적거리는 여자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불러서 술을 한잔 사주고, 같이 나가겠냐고 물어보고, 화대를 지불하고 호텔로 데려가기 위한 장소였다.
그 아고고에 앉아 있는 곽용신은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맥주를 홀짝이는 곽용신에게 마마상(아가씨들을 관리하는 관리인) 두 명이 와서 마음에 드는 아가씨가 있으면 자기에게 말해 달라고 했고, 여섯 명의, 그중 두 명은 알몸인 아가씨들이 옆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의심스럽게 보이지 않으려면 여자를 앉히는 것이 좋다고 김승섭이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곽용신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말로 마마상과 아가씨들을 돌려보냈고, 김승섭은 툭 튀어나온 입으로 무언가 중얼중얼 하고 있었다.
그렇게 20여 분이 흘러가고 있었다.
“홍가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와? 연락해 봐.”
곽용신은 자신에게 끈적한 눈웃음을 보내는 댄서들의 시선을 애써 피하면서 김승섭에게 속삭였다.
“아, 오겠죠. 좀 차분하게 기다려요.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요.”
김승섭은 가볍게 면박을 주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스테이지 위에서 춤추는 아가씨들에게 세상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곽용신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참 어떤 면에서는 존경할 만한 후배이다.
집중력만큼은 정말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것이다. 일이고 나발이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겠다는 김승섭의 집중력은 정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 정신 안 차리냐?”
곽용신이 김승섭에게 낮게 으르렁거렸다.
“형님, 형님이야말로 오바 좀 하지 말아요. 자연스럽게 위장할 생각은 안 하고 잔뜩 쫄아서 그러는 게 더 이상해 보인다니까요.”
김승섭이 지지 않고 말했다. 여전히 시선은 무대를 향해 있었다.
“젠장할.”
누구에게 향하는지 모를 욕설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리던 곽용신의 눈에 아고고의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곽용신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나신 사이로 시선을 옮겨가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남자는 단골처럼 보였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이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웨이트리스는 물론, 무대 위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춤을 추던 아가씨들, 여기저기서 아가씨와 손님을 관리하던 마마상들, 하물며 맥주병을 들고 소리 지르던 백인 손님들까지도 그에게 손짓하며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마치 스타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을 반기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인사를 다 마친 뒤에야 술집 안을 둘러보았고, 욕조 옆에 앉아 있는 곽용신을 보았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허락도 없이 곽용신 옆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우리 용신이 형, 재주도 좋아. 좋은 자리 잡으셨네.”
< MISSION 05 : 바 파인(Bar Fine)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