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247화 (247/386)

< INTERMISSION : 협상 테이블 (1) >

완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특색 없는 사격형의 테이블이 한가운데 놓여 있는 사무실에는 특색 없는 철제 의자가 놓인 특색 없는 직육면체의 공간이었고, 그 공간에는 완, 그녀 혼자만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 벽,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커다란 거울이 달려 있었다.

완은 그 거울의 모습을 한 물체가 실제로 거울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쪽에서는 반대편을 볼 수 없고, 반대편에서는 이쪽을 볼 수 있는 특수한 유리라는 것을 완은 알고 있었다.

완은 그 특수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한 소녀를 떠올렸다.

완.

자신에게 그 이름을 주고 사라진 그녀.

유리 저편에 서서, 그녀가 태어나 살아온 삶을 반복해서 듣던 또 다른 소녀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 삶을 도둑질하기 위해, 그 인생을 빼앗기 위해서 서 있던 또 다른 소녀, 자신의 모습도 떠올렸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녀는 작고 약한 존재였고, 그녀에게 한 소녀의 인생을 도둑질하라고 지시하는 조직은 크고 거스를 수 없는 존재라고.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완은 그를 떠올렸다.

그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직 일본에 있을까? 그곳에서도 누군가를 구해 냈을까? 또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았을까?

그때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완에게 얼굴 가득 미소를 보여 주었다.

익숙한 미소였다.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문을 열고 들어온 신사아 챔버가 말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완도 평소의 미소를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시애틀 머다이나에 있는 챔버가(家) 거실에서 두 사람이 찻잔을 앞에 두고 서로에게 보여 주던 웃음을 이곳에서 보여 주었다.

오늘 아침, 두 사람은 같은 차를 타고 나왔다.

그 순간까지 두 사람은 같은 집에 사는 동거인이고, 가족이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날아 어디인지 모를 장소에 도착해 서로 다른 차량을 타게 되었고, 다시 이곳에서, CIA가 운용하는 비밀 안전 가옥 중 하나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더는 동거인도, 가족도 아니었다.

이제는 다른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마주 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하는 대화는 다 녹화될 거예요. 혹시라도 불편하거나 그만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줘요.”

신시아 챔버가 특유의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완도 특유의 미소로 답했다.

“우선 이름부터 말해 줄래요?”

신시아 챔버가 물었다.

“완 사카콘(หฺวาน สาขากร). 스펠링은 Waan Sakakorn이에요.”

완이 답했다.

“……태국 이름인가요?”

“네.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이에요.”

“유일한 이름……이라는 게 어떤 의미죠?”

“그 전에 사용한 다른 이름들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완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잠시 말없이 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본명을 숨기려는 의도로 본명을 감춘 것이 아니었다.

CIA에서는 그녀의 신원 확인을 위해 이름이 필요했고, 그녀의 본명은 신원 확인이라는 목적으로는 더는 의미가 없기에 말하지 않은 것이다.

신시아 챔버는 그녀의 말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완은 그런 신시아 챔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보여 주고 있었다.

“알겠어요. 그럼 이제부터 미스 사카콘이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기왕이면 완이라고 불러 주시면 좋겠어요. 아니면 규도 좋고요.”

완이 말했다.

“그래요. 그럼 규라고 부르도록 할까요. 그게 익숙하니까. 아니, 완이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그편이 좋겠네요.”

완은 신시아 챔버의 말에 조금 더 진한 미소로 긍정을 표시해 주었다.

“좋아요, 완. 우선 여기 오기 전 소속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신시아 챔버가 물었다.

“표면적으로 마지막 소속은 트라이앵글 접경 지역에 위치한 프라이멀 카지노 접객 팀이에요. 그쪽 직원 명부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완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면적인 소속 말고 진짜 소속은 어떻게 되죠?”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Ministry of State Security) 17국이에요.”

완이 말했다.

“17국이 뭐죠?”

신시아 챔버가 물었다.

“17국은 양화기업국(兩化企業局)을 지칭해요. 국가안전부 소속 기업과 사업을 관리하고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신시아 챔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프라이멀 카지노는 MSS에서 관리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맞아요.”

완이 말했다.

“17국에서 어떤 일을 담당했었죠?”

신시아 챔버가 물었다.

“제게 내려진 임무는 17국에서 관리하는 기업이나 사업에 직원으로 위장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었어요. 일종의 휴민트 브릿지 역할이라고 보면 맞을 거예요. 카지노에서도 주요 손님들을 파악하거나 접대하는 일을 했고요.”

완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잠시 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고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확인을 위해 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나요?”

“회사나 조직이 지정한 남자들에게 접근하고 친분을 쌓고 잠을 잤어요.”

완이 말했다.

평소와 같은 말투였다.

***

-회사나 조직이 지정한 남자들에게 접근하고 친분을 쌓고 잠을 잤어요.

스피커에서 완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반투명 유리 뒤에서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밀러 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절하게 사용했군.

밀러 국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으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여자였다.

사진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담아 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담지 못했다.

예를 들어, 말할 때 변하는 표정의 풍부함 같은 것들은 절대로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매력 있는 여자였다. 마력 같은 매력을 가진 여자였다.

중국은 그녀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미인계라는 것은 그저 아름다운 여자를 데려다가 임무를 하달한다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내려온 명령에 절대복종하기 위한 충성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했고, 성적 수치심을 이겨 낼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정신교육이 필수적이었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그런 토대가 없이는 절대로 여자 요원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유리 너머의 그녀라면 어떠할까?

저런 마력 같은 매력을 가진 여자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까?

만약 그녀가 자신의 밑에 있고, 그리고 이곳이 미국이 아니었다면, 밀러 국장 자신도 그녀에게서 다른 임무를 떠올릴 수 있을까?

-그렇군요. 마지막 직급은 어떻게 되죠?

신시아 챔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밀러 국장은 신시아 챔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고통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남자들과 잠을 자는 것이 임무였다는 말은 신시아 챔버에게 고통스럽게 다가왔을 것이다.

-MSS에서는 직급이라는 것이 없어요. 지시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만 나누어져 있어요. 저는 지시를 받는 역할이었고요. 꼭 명칭을 붙이자면 현장 요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완이라는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몇 살일까? 스물둘? 스물셋? 절대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앙드레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절대로 20대의 현장 요원이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CIA 코드네임 안드레(André), 본명 쩡장(曾 江).

중국 국무원 상무부 부부장, 그리고 미국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키워 낸 친미 관료.

아니, 오랫동안 키웠다고 생각한 배신자.

그에 대한 정보를 그녀가 알고 있었고, 알려 주었다.

카지노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현장 요원이 알 수 있을 정보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안드레에 대한 것은 어떻게 알게 된 거죠?

신시아 챔버가 밀러 국장의 마음을 대변하듯 질문을 던졌다.

***

완은 안드레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묻는 신시아 챔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어떻게 알게 된 거죠?”

신시아 챔버가 다시 물었다.

“지금은 말씀드리고 싶지 않아요.”

완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완의 대답에서 섭섭함을 느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라는 이름의 심문을 받는 그녀가 말을 아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자신임에도 말을 아끼는 그녀의 모습에서 반사적으로 섭섭함을 느꼈다.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기분도 들었다.

이제부터 CIA와 긴 협상에 들어가야 하는 그녀가 자신이 가진 패를 모두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서로 상충하는 모순된 감정이 그녀의 마음에서 피어올랐다.

“지금 말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는 나중에는 말해 줄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신시아 챔버가 물었다.

“네.”

“어떻게 해야 말해 줄 수 있을까요?”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완이 말했다.

“서로 신뢰할 수 있을 때?”

“네.”

“어떻게 하면 서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신시아 챔버가 물었다.

“저를 신뢰해 주신다면.”

완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신뢰한다고 믿게 될까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죠, 시간이라든가. 저도 마찬가지겠죠, 미국에게 신뢰를 보여 주려면. 우선 시간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정보를 먼저 알려 드리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에요.”

완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챔버 부인은 저를 신뢰할 수 있나요?”

완이 물었다.

신시아 챔버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신뢰한다고, 신뢰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저에게 개인적으로 챔버 부인을 신뢰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어요. 정확히 말하면 신뢰하고 싶다가 맞겠네요. 하지만 CIA의 챔버 요원을 신뢰하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는 답을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완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마음 그대로였다,

“미국에 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 말해 주세요.”

신시아 챔버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카지노에서 그를 만났어요. 그곳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했고, 그가 도와주었어요.”

완이 답했다.

“자세히 말해 주세요.”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말해도 되나요?”

완이 물었다.

신시아 챔버는 대답 없이 완을 바라보았다.

“녹화되고 있는 영상인데,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되나요?”

완이 다시 물었다.

신시아 챔버는 그런 완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기프티드’에 대한 기록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죄송해요. 말을 이상하게 했네요. 그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어요.”

완이 말했다.

“말하지 않겠다고요?”

신시아 챔버가 물었다.

안드레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는 ‘지금’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지 않겠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무런 단서가 붙어 있지 않았다.

“네.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완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완의 눈을 보았다.

그녀 또한 신시아 챔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치가 있다.

기프티드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도 그녀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 신시아 챔버의 생각이었다.

만약 신시아 챔버, 그녀가 완의 처우에 관해 결정할 권한이 있다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그녀를 조직에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은 그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뒤에 있는 반투명 유리, 그 너머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밀러 국장이 그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완.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어느 정도의 양보가 필요한 법이에요.”

신시아 챔버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다면…….”

“죄송합니다, 챔버 부인.”

완은 신시아 챔버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뻔뻔한 소리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랭리와 같이 일을 하겠다고 제가 말해 놓고서, 제가 가진 것은 내어놓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그’와 관련해서는 한발도 양보할 수 없어요. 솔직하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완의 말을 들은 신시아 챔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말을 꺼낸다고 하더라도, 절대 이 젊은 여자는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여자,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그러나 조금 슬픈 미소를 보여 주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

밀러 국장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반투명 거울 뒤에서 밀러 국장은 신시아 챔버와 완이라는 여자가 나누는 대화를 모두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아니 협상은 어떤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CIA를 대변하는 신시아 챔버는 완이라는 여자에게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카드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완이라는 여자는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녀가 가진 몇 가지 카드, 예를 들어 안드레에 대한 정보의 입수 경로 또는 중국 정부와 MSS 고위직에 대한 정보는 서로 간의 신뢰가 확고해질 때까지 패를 보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진 가장 중요한 정보, 기프티드 스튜와 관련된 사안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말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CIA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이었다. 용납하지 않는 협상 태도였다.

그리고 밀러 국장은 그녀의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밀러 국장이 말했다.

문이 열리고, 지친 표정의 신시아 챔버가 모습을 보였다.

신시아 챔버는 자연스럽게 밀러 국장의 맞은편에 앉았다.

“보고할까요?”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밀러 국장은 고개를 저었다.

신시아 챔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밀러 국장이 물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에요. 그녀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에요.”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밀러 국장이 물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CIA의 요원 자리나 시민권 같은 것이 아니니까요.”

밀러 국장은 대답하는 신시아 챔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그늘진 피로는 2시간의 대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시아 챔버는 그녀를 아꼈고, 그래서 그 피곤은 CIA가 혹시라도 그녀에게 나쁜 평가를 할까 봐, 예를 들어, 이용 가치가 없고, 그래서 존재 가치 또한 없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밀러 국장은 생각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지?”

“그 남자.”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완은…… 그 남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에 대한 방법의 하나로 미국의 힘을 이용해 그를 돕기로 결정한 것 같아요. 아니, 그렇게 결정했어요.”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평화로운 일상도, 넘치는 부도 아니에요. 평생을 도구처럼 이용당한 그녀는 이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 하고 있고, 그 마음은 그를 향해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녀가 우리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밀러 국장이 말했다.

신시아 챔버는 그 질문에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CIA 요원으로서의 신시아 챔버와 그녀의 동거인으로서의 신시아 챔버의 대답이 달랐기 때문이다.

신시아 챔버는 잠시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위험……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에요. 그녀가 가진 가치는 분명하지만,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녀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 요소를 안고 간다는 의미이고…….”

신시아 챔버는 요원으로서의 답을 꺼냈다.

“무엇보다, 그녀가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리스크는 너무…….”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밀러 국장은 그녀의 말하는 모습이 고통을 쥐어짜는 듯 보였다.

재미있군.

밀러 국장이 생각했다.

스튜. 그가 나타난 다음부터 계속 재미있다는 감정이 그의 마음에 자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친구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군.

밀러 국장은 신시아 챔버의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도버아메리칸 인슈어런스.”

밀러 국장이 신시아 챔버가 속해 있는 위장 기업의 이름을 꺼냈다.

신시아 챔버가 고개를 들었다.

“아시아 지부를 만들려면 홍콩이 가장 좋겠지. 동남아시아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싱가포르가 좋을 테고.”

신시아 챔버의 눈이 커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지부를 설립하는 데?”

밀러 국장이 물었다.

“……2년. 최소, 그 정도는 필요해요.”

“그렇군. 늦지 않게 준비하도록.”

밀러 국장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시아 챔버의 시선이 밀러 국장을 따라 움직였다.

“서로에게 신뢰가 없으면 신뢰가 쌓일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지. 꼭 요원일 필요는 없으니까. 새 신분과 시민권을 마련해 주고, 독립 요원으로 등록하도록 하지. 도버아메리칸 인슈어런스가 태청무역 역할을 하게 되겠군.”

밀러 국장이 말했다.

< INTERMISSION : 협상 테이블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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