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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티드-218화 (219/386)

< MISSION 04 : 츠바키 (46) >

몸을 돌린 그녀는 한 손으로는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비경을 가린 채로 천천히 노천탕 욕조로 다가왔다.

그리고 발끝부터 천천히 노천탕에 담갔다. 그 모습이 마치 발레의 포인 동작처럼 우아했다.

그녀의 발이 노천탕 안으로 들어오면서 잔물결이 노천탕 위로 천천히 퍼져 나갔다.

도쿠리를 담은 쟁반이 그 물결에 살짝 흔들렸지만 한규호의 시선은 여전히 여자를 향해 있었다.

여자는 한규호에게 최대한 몸을 돌린 상태로 발끝부터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순서로 천천히 노천탕에 몸을 담갔다.

그리고 만지지 않아도 부드러움을 알 수 있는 가슴이 완전히 잠길 때까지 몸을 담그고 나서야 천천히 한규호를 향해서 몸을 돌렸다.

한규호의 시야에는 일렁이는 잔물결과, 잔물결에 흔들리는 술병 담긴 쟁반과, 그 쟁반 아래로 맑은 온천수가 가리지 못한 그녀의 나신이 들어왔다.

여자는 노천탕 안에 들어왔음에도 여전히 가슴과 비경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한규호는 그런 그녀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잠시 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던 한규호가 입을 열었다.

여자의 고개가 살짝 들렸다.

“조금 놀랍군요.”

여자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그리고 다시 대화가 멈추었다.

오직 온천수가 작게 흘러내리는 졸졸 소리만이 온 천지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 없던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한규호였다.

욕조를 잡고 있던 그의 왼손이 천천히 여자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상대방을 놀래키지 않겠다는 듯,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움직임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한규호의 손이 움직이는 것은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천천히 움직인 한규호의 왼손은 그와 그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쟁반 앞에서 멈추었다.

쟁반에 도달한 그의 손가락은 전진하지 않고, 쟁반 끝을 살짝 잡은 다음, 천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실례가 될지도 모르는 말입니다만.”

한규호가 쟁반을 끌어오면서 말했다.

숙여져 있던 그녀의 고개가 조금 더 들렸다.

그녀의 시선이 조금 더 한규호 쪽으로 움직였다.

“만약 타의에 의한 것이라면 나는 괜찮습니다.”

쟁반을 완전히 자신 쪽으로 끌어온 한규호는 쟁반 위에 올려져 있던 도쿠리를 집어 들고는 비어 있는 잔에 술을 따랐다.

“혹시라도 무언가 강요를 받았다면, 그렇다면…….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조심스럽군요. 잘 대접을 받았다고 그렇게 말할 테니, 억지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규호는 술을 따르며 그렇게 말하고는 잔을 들어,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술을 입으로 천천히 가져갔다.

한규호는 술을 입으로 가져왔지만 입에 가져다 대지는 않았다. 대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많아진 별들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강요가 아니라면.”

그런 한규호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의 의지라면…… 받아 주실 건가요?”

한규호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 시선이 여자를 향했다.

그녀는 변함없이 두 팔로 몸을 가린 채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조금 더 한규호를 향해 다가와 있었다.

“지시가 있었나요?”

한규호가 물었다.

“……없었습니다.”

처음 온천탕에 들어왔을 때보다 여자의 시선은 상당히 한규호 쪽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한규호는 그녀의 눈동자를 볼 수는 없었다.

한규호는 자신의 근처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들고 있던 잔을 입으로 가져가 술을 천천히 마셨다.

그리고는 비어 있는 잔을 천천히 그녀에게 건넸다.

여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잔을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두 손을 풀었다.

물속에 잠겨 있던 두 손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노천탕 표면에 또다시 작게 파문이 일었다.

파문이 일었음에도 워낙 물이 맑아, 물 안에 감추어져 있는 그녀의 나신은 그대로 한규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한규호는 술이 든 도쿠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그녀가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여자는 천천히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술잔을 가져온 것보다 더 천천히 그 술을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한규호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같이 움직이는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음에도, 그 작은 움직임 때문에, 탄력이 느껴지는 가슴이 작게 출렁거렸다.

***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훌륭한 요리였어요.”

트레이시는 테이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츠네타카는 그저 웃음을 머금으며 그에 손에 들린 와인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붉은색의 와인이 와인 잔을 따라 물결치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거절당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츠네타카가 말했다.

“거절요? 이렇게 훌륭한 요리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트레이시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요리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요?”

츠네타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트레이시의 눈을 잠시 바라보고는 와인 잔을 들고서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

잘 보이는군.

깔금한 통창 너머로,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이 보였다.

“거절당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어쩌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요.”

츠네타카의 눈은 창 밖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실 통유리는 외부의 어둠 때문에 반투명 거울처럼 거실 내부를 비추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테이블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트레이시를 향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와인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거의 다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의 시선에 트레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츠네타카는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는 척을 하면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트레이시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옆에 나란히 섰다.

츠네타카는 그녀가 뒤에서 안아 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기에, 그녀가 옆에 서자 살짝 실망감을 느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 정도까지 왔을 때 뒤에서 안아 오고는 했다.

“야경이 예쁘네요.”

트레이시가 말했다.

“이 집을 선택한 유일한 이유죠.”

츠네타카가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가 이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이 풍경이었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보고, 야경을 상상하고, 이 풍경이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도움이 되었다.

수많은 여자들이 이 야경 앞에서 마음과 몸을 열었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야경을 봤나요?”

트레이시가 츠네타카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처음이라고 하면 믿어 줄 건가요?”

츠네타카가 말했다.

“아니요.”

트레이시가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츠네타카는 웃음을 지었다.

가능성의 확률이 조금 더 올랐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놀라지 않았나요?”

츠네타카가 물었다.

“네?”

“제가 우리 집에 가자고 했을 때, 저녁을 만들어 준다고 했을 때.”

“아…… 네. 놀라지는 않았어요.”

“그랬나요?”

“네. 당신은 브랜든의 친구이니까요. 그리고 내 유일한 일본 친구이기도 하고.”

아직도 브랜든의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만약, 단순히 브랜든의 친구라는 데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츠네타카는 오늘의 전투를 여기에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뒤에 붙어 있는 한 문장에서,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츠네타카는 그녀의 말을 빠르게 분석했다.

그녀의 마음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한 전희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애블린. 괜찮으면 한잔 더 할래요?”

트레이시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음……. 네, 좋아요.”

“어차피 배웅해 줘야 하니까, 일단 나갈까요?”

츠네타카가 말했다.

내가 이곳에 당신을 초대한 것은 흑심을 품어서가 아니라는 신호를 확실히 보내기 위해서.

더불어 그녀가 이곳에서 한잔을 더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실망감을 느낄 수 있도록.

츠네타카는 전장을 이동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

술을 마신 여자는 조금 더 부끄러운 표정으로 잔을 한규호에게 건넸다.

한규호는 자연스럽게 그 잔을 받았다.

그 잔에, 여자가 다시 술을 따라 주었다.

투명한 온천수는, 물 안에서 움직이는 그녀의 가슴을 비추고, 한규호는 그 가슴을 시야 안에 두고 있었다.

작은 잔에 술이 차고, 도쿠리를 쟁반에 살포시 내려놓은 여자는 다시 팔을 물 안으로 넣어, 처음 들어왔던 자세 그대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한규호는 손에 든 잔과 수면 위에 떠 있는 쟁반과, 온천수 안에 잠겨 있는 하얀 나신을 시야에 담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궁금하네요.”

“네?”

여자의 시선이 조금 더 한규호 쪽으로 움직였다.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여자는 한규호의 질문에 다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모르……겠어요.”

여자가 말했다.

한규호는 그 모습에서 시선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술잔을 기울였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액체가 그의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요염하고, 매혹적이었다.

표정, 시선, 그 어느 것 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목덜미의 하연 곡선은 청초해 보였고, 목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곡선은 요염했다.

팔에 의해 가려진 가슴의 선은 완전히 노출되었을 때보다 더욱 고혹적으로 느껴졌다.

일렁이는 수면에 맞춰 같이 일렁이는 그녀의 다리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한규호는 술잔을 쟁반 위에 올려놓고, 쟁반을 살짝 옆으로 밀어 냈다.

쟁반이 천천히 두 사람에게서 멀어졌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맑은 온천수 이외에는 어떠한 방해물도 없었다.

한규호의 고개가 천천히 하늘 쪽으로 향했다.

“난 아내가 있습니다.”

한규호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말했다.

“……네.”

“알고 계셨나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아시겠군요.”

“……네.”

두 사람은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규호는 그저 하늘을, 여자는 고개를 돌린 채로 수면 어딘가를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미동도 없이 바라보던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인 사람은 한규호였다.

“덥군요.”

한규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머리맡에 놓여 있던 맥주 캔을 집어 들었다.

한규호는 캔을 딴 후, 여자가 준비한 맥주잔에 절반 정도를 따른 후, 여자에게 건넸다.

“저는…… 괜찮습니다.”

여자가 말했다.

그런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나도 마실 겁니다.”

한규호가 시선으로 맥주 캔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규호의 말을 듣고서야 여자는 맥주가 반쯤 담긴 잔을 받아 들었다.

한규호는 그녀에게 잔을 넘기고, 자신은 남아있는 맥주 캔을 들어 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 냉기가 남아 있는 차가운 맥주가 그의 식도로 흘러들어갔다.

시원함이 가슴속에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맥주캔을 비운 한규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한규호에게 여자는 맥주잔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한규호는 그 맥주잔을 받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손을 뻗은 상태로, 그녀의 눈을 보면서 작게 말했다.

“이리로.”

한규호의 나직한 목소리를 들은 여자는, 잠시 주저하다가 천천히, 온천수를 헤치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1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의 간격이 조금씩, 조금씩 좁혀져 갔다.

한규호는 한쪽 팔을 들어 그녀가 안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여자는 고개를 조금 더 숙인 채로, 한규호가 만들어 놓은 품 안에 살포시 안겼다.

부드러운, 그러나 약간의 열기가 느껴지는 여자의 가슴이 한규호의 가슴에 느껴졌다.

한규호는 한쪽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싼 다음, 다른 한 손을 그녀의 얼굴로 가져갔다.

한규호의 손이 다가옴에도 여자는 그저 품에 안긴 채로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한규호의 손이 그녀의 턱에 닿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드디어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되었다.

< MISSION 04 : 츠바키 (4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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