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SION 04 : 츠바키 (25) >
홍콩에 위치한 HK Antique Trade의 밀실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HK Antique Trade의 명목상 사장이자, 사설 정보 기업 박물관연대의 수장인 데니얼 양은 시선을 손에 든 서류에 고정 한 채로 박물관연대 북동아시아 부책임자인 부하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신상 명세는 물론, 주변 인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의뢰했습니다. 북경은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남자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습니다?”
데이얼 양이 그 말을 받았다. 그가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데니얼 양의 반응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어투로 말했다.
데니얼 양은 그를 보고 씩 웃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였다.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겠지만.
“그나저나 해 줘야 하나?”
중국의 한 관영 통신사가 홍콩 민주주의운동을 주도하는 수뇌부들에 대한 정보를, 특히 숨겨진 더러운 사실을 캐 달라는 의뢰였다.
의뢰한 관영 통신사가 MSS 산하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중국 정부의 의뢰라는 이야기다.
박물관연대가 그 의뢰를 받아들이면 홍콩의 민주화는 한 발자국 더 후퇴하게 될 것이다.
“금액이 괜찮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아.”
데니얼 양이 남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데니얼 양은 의뢰를 받을 것임을.
“뭐, 해 주지. 우리한테만 의뢰하지는 않았을 테고. 어차피 홍콩은 조만간 뜨긴 떠야 할 것 같고. 그래도 괘씸하니까 조금 장난을 쳐 볼까?”
데니얼 양이 들고 있던 서류철 중 하나를 던지며 말했다.
차후 정보가 수집되고, 의뢰인에게 전달하기 전, 데이얼 양의 결정에 따라 정보의 일부만 넘겨질지, 아니면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지가 결정될 것이다.
“다음은 나이초에서 의뢰한 신상 확인 건입니다.”
“아, 그래. 뭐 브랜든 뭐였는데.”
“브랜든 허드슨입니다. 2차 검증까지 완료되었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서류만 확인하는 1차 검증, 그리고 주변인물과 관계까지 파악하는 2차 검증이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다.
데니얼 양은 남자의 사진을 보았다.
기억이 났다. 어딘가 익숙한, 그러나 흔한 얼굴의 남자 사진이 서류 상단에 붙어 있었다.
며칠 전에 사진 한 장과 여권 번호를 받았다. 1천만 엔짜리 일감이었다.
“특이 사항은?”
데니얼 양은 눈으로 빠르게 서류를 읽어 가며 물었다.
UC데이비스 양조학 박사, 부설 연구소 소속. 아내는 MD시스템즈 소속.
“MD시스템즈?”
부하가 말하기 전에 데니얼 양이 먼저 말했다.
“그렇습니다.”
“교차 검증은?”
“했습니다.”
데니얼 양은 손톱 끝으로 책상을 톡톡 치면서 계속 서류를 읽어 갔다.
남자는 그런 상관의 모습이 그가 집중할 때 보여 주는 모습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다시 입을 열기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
“흐음.”
데니얼 양은 서류를 집중해서 읽었다.
히메지역에서 발견, 수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와이너리에서 자랐다. 언제 대학에 들어갔고, 양부모를 잃었고, 학위를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반면에 결혼에 대한 내용은 성장 과정만큼 풍부하지 않았다. 뉴저지에서 결혼했고, 바하마에서 신혼여행을 보냈다는 내용뿐이었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가 적혀 있지 않았다.
천만 엔짜리 일감이니까 그렇게 힘을 쏟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데니얼 양 자신조차도 그렇게 신경을 쓴 의뢰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MD시스템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계 최대의 방위산업체 중 하나인 그 회사 직원의 남편을 일본내각정보실에서 신분 조사를 요청했다.
돈 냄새가 난다. 그런 생각이었다.
“특이 사항은?”
데니얼 양이 물었다.
“특별한 사항은 없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없다?”
데니얼 양이 되물었다.
부하인 남자는 이번 되물음은 조금 전의 되물음과는 다른 되물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3차 검증을 위한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3차 검증은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포함한 전반적인 조사를 의미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많은 인력과 돈이 소모된다.
데니얼 양은 고민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회사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러한 쓸데없는 노력들은 결국 회사의 손실로 연결된다. 나중에라도 돈이 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 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데니얼 양은 주저했다. 뭔가 그 이상의 뭐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기. 일본 놈들에게 보고하고, 반응이 어떤지 살펴봐.”
데니얼 양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결정한 그는 다시 남자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진속의 그 얼굴을 기억했다.
이제, 그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브랜든 허드슨이라는 남자의 얼굴이 저장되었다.
얼굴을 저장한 그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마지막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직접적인 돈과 연관되지 않는, 그러나 언제 돈이 될지 모르는 정보들이 모여 있는 종이였다.
그는 빠르게, 그러나 확실하게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의 눈이 커졌다.
“카멜리아가 일본에 있다고?”
데니얼 양이 말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부하를 바라보았다.
***
코시자와 회장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이날 낮에 하얏트 호텔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에 대한 내용이 소상히 적혀 있었다.
사진은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한규호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한 장의 사진뿐이었지만, 뒤에 첨부되어 있는 자세한 묘사가 두 사람이 어떤 분위기였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틈이 있다. 두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분명히 있다.
그런 생각을 공유했다.
보고서를 다 읽은 코시자와 회장이 시선을 좌중으로 돌렸다.
코시자와 시게노 상무를 비롯해, 방위성 사와베 국장, 활동우익단체 타이코우카이(大行会)의 마에하라, 그리고 이 자리에 처음 참석한 츠네타카의 시선이 코시자와 회장에게로 집중되었다.
코시자와 회장의 시선을 받은 츠네타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MD시스템즈의 에이전트인 애블린을 호텔로 데려다주는 도중에 시게노 상무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그녀를 모셔다 주고, 긴자로 오라는 지시였다.
츠네타카는 지시에 따라 그녀를 호텔로 배웅한 다음, 차를 보내고, 택시를 잡아타고 긴자의 한 요릿집에 와서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내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상석에 앉아 있는 코시자와 회장을 보게 된 것이다.
그가 코시자와 회장을 대면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코시자와 재단의 장학금으로 미국에 가기 전, 장학금 전달식에서 회장과 얼굴을 마주했다. 아마 회장은 기억도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드디어 코시자와 회장과 같은 공간에 자리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조장 견학 일정에 대해서 보고하도록.”
코시자와 회장의 눈짓을 받은 시게노 상무가 츠네타카에게 말했다.
츠네타카는 속으로 기합을 넣었다.
회장에게 직접 하는 첫 보고였다. 그리고 이 보고가 마지막 보고가 될 생각은 없었다.
“07시 36분에 도쿄역에서 출발하는 코마치3호 열차를 타면 오전 11시 25분에 아키타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아키타 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에 탑승해 첫 번째 양조장인 히노마루주조(日の丸酒造)로 이동합니다. 만사쿠노히(まんさくの日)로 3년 전 양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양조장입니다.”
“점심도 안 먹고 바로 이동하나?”
“에키벤(駅弁, 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대접할 계획입니다. 문화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도쿄, 우에노, 모리오카의 특상급 에키벤을 종류별로 준비해 대접할 계획입니다. 아키타에 도착할 때쯤에는 점심 생각은 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몰라 센다이역은 제외했습니다.”
츠네타카는 시게노 상무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았다.
코시자와 회장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지만 시게노 상무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좋은 신호였다.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12시 30분경 히노마루 주조에 도착하면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13시 반에서 14시 정도입니다. 제가 파악한 목표의 특성상,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졌지 짧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해 그에 대한 시나리오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 내용은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와베 국장은 서류 한 장도 없는 상태에서 막힘없이 설명하는 츠네타카를 바라보았다.
쓸 만한 놈이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아키타킨몬양조(秋田金紋醸造)입니다.”
“타이헤이잔(太平山).”
말없이 듣고만 있던 코시자와 회장이 말했다.
츠네타카는 코시자와 회장에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예를 표했다.
“맞습니다. 타이헤이잔을 맞보게 될 것입니다.”
1년에 채 1백 병이 나오지 않는다는, 3백 년 전통의 명주(名酒) 타이헤이잔이라면 미국에서 건너온 양조학 박사의 구미를 충분히 댕길 것이다.
“히노마루주조에서 아키타킨몬까지 1시간, 그리고 아키타킨몬에서 최소 1시간 반 정도를 체류합니다.”
“대충 저녁에 마무리된다 치고, 어떻게 그를 잡아 둘 텐가?”
듣고만 있던 사와베 국장이 물었다.
“텐쥬(天寿)로 갈 겁니다.”
코시자와 회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텐쥬. 아키타 유일의 와이너리.
UC 데이비스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그는 절대로 마지막 코스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텐쥬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아키타에서 도쿄로 출발하는 마지막 신칸센 출발 시간이 19시 17분이고, 센다이역까지 운행하는 마지막 열차는 20시 21분입니다. 절대로 그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입니다.”
“비행기는?”
시게노 상무가 물었다.
“20시 50분에 하네다로 출발하는 JAL 168편이 마지막 편입니다.”
“가능할 것도 같은데?”
사와베 국장이 말했다.
“17시에 남은 좌석을 전부 구매해 버릴 것입니다.”
츠네타카가 말했다.
“괜찮군요.”
사와베 국장이 시게노 상무를 보면서 말했다.
와이너리를 방문하면서 일정이 지체된다. 신칸센 막차 시간이 지난다. 비행기는 매진이다.
그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술 취한 상태로 600km의 거리를 7시간 동안 차로 이동해 올 것인지, 아니면 아키타 외곽의 고풍스러운 고급 료칸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인지를.
“끝까지 도쿄로 돌아갈 것을 고집한다면?”
시게노 상무가 물었다.
“도쿄로 돌아갑니다.”
츠네타카가 말했다.
시게노 상무와 같은 생각이다.
밤새도록 7시간을 달려서라도 아내에게로 돌아가겠다면 그렇게 해 줘야 한다. 애초에 그럴 정도면 어떤 여자가 붙어 있더라도 유혹은 불가능할 것이니까.
“일정이 빨리 진행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츠네타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계속하지 못했다.
코시자와 회장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안 듣겠다는 이야기다.
“언제쯤이면 준비가 끝나겠는가?”
시게노 상무가 물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츠네타카가 아닌 마에하라를 향해 있었다.
“적어도 하루는 필요합니다.”
“그럼 2일 후?”
“그렇습니다.”
시게노 상무는 마에하라에게 여자를 준비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물었고, 마에하라는 자신이 준비한 여자에게 내용을 숙지키시는 데 하루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일 후.”
시게노 상무가 츠네타카에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츠네타카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통화 내역에서 이름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른 다음 스피커 모드로 바꾸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짧은 통화 연결음이 들린 후, 전화가 연결되는 신호가 들렸다.
-네, 애블린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블린. 늦은 밤에 미안해요. 브랜든 양조장 견학 관련해서 일정을 잡았는데, 내일 모레는 어떤가 싶어서요. 전통 있는 양조장이라 허락받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츠네타카가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일 모레요? 잠시만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잠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히로 짱!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브랜든, 양조장 견학 일정이 나왔는데, 내일 모레는 어떤가? 유서 깊은 양조장이라 시간을 픽스하기가 쉽지가 않아서 갑자기 정해졌는데.”
-오케이, 오케이. 안 그래도 호텔에만 처박혀 있어서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좋지, 굿. 자네도 같이 가지?
“아니, 난 못 가. 애블린 모셔야지.”
-그럼 안 가. 자네도 없고, 애블린도 없고. 무슨 재미가 있다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방 안에 있던 남자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양조장 견학의 핵심은 브랜든 허드슨이 아내와 친구 없이 혼자서 간다는 부분이다. 그래야 딴마음을 품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츠네타카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친구야. 솔직히, 거기 나랑 애블린이 간다고 해도 자네가 우릴 신경이나 쓰겠나? 분명 기술자분들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본다고 정신없을 텐데.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만들겠다 이거 아냐?”
츠네타카가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받아넘겼다.
-하하하하.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거 이거, 못 당하겠는데. 히로시 군, 나랑 같이 미국으로 가자고. 자네랑 하면 뭐든 분명 잘될 것 같단 말이야.
“하하, 나 비싼 몸이야. 연봉 얼마나 줄 수 있는데?”
-이거 친구 사이에 섭섭하게 돈 이야기를 하다니.
“미스터 허드슨,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역시 못 당하겠어.
전화기 너머로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알겠네. 내일 모래, 기대하도록 하지.
“일정은 이메일로 보내 주도록 하지. 아마 내일이나 되어야…….”
-이메일은 무슨. 내일 애블린에게 전달해 줘. 오케이, 아무튼 내일 모레.
“쉬는데 미안하네. 잘 자고. 술 적당히 먹고.”
-……자네 카메라라도 설치해 놨나?
“안 봐도 뻔하지!”
츠네타카는 그 뒤로 농담 몇 마디를 더 주고받고는 전화를 끊었다.
“확정되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츠네타카가 다른 사람들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장수를 홀리랬더니, 말을 홀려 버렸군요.”
마에하라가 그런 츠네타카를 보면서 말했다.
츠네타카는 작게 미소 지음으로써 그 칭찬에 답했다.
코시자와 회장은 그런 츠네타카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츠네타카가 오늘 코시자와 회장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고생했군.”
코시자와 회장이 말했다.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시게노 상무가 말했다.
츠네타카는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의도를 이해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 뒤돌아 방을 나갔다.
“똑똑한 녀석이군요.”
그가 방을 나가고, 그의 발소리가 멀어져, 들이지 않게 되자 사와베 국장이 말했다.
갑자기 불려 와서 읽을 서류 한 장 없는 상태에서 완벽하게 브리핑을 해냈다.
단순히 암기력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눈치가 빨라 높은 사람들의 의중을 정확히 캐치해 냈다.
사와베 국장은 방금 방을 나간 그 반반한 놈이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학 능력과 얼굴까지 감안한다면, 방위성에서, 또는 나이초에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았다.
시게노 상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확실히 그는 잘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 MISSION 04 : 츠바키 (2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