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192화 (193/386)

< MISSION 04 : 츠바키 (20) >

“그러셨군요.”

히메지역 코인 로커에서 발견된 아기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작은 와이너리를 운영하던 허드슨 가문에 입양되어 자랐다는 한규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츠네타카는 연민의 감정을 담은 눈으로 한규호를 바라보았다.

“뭐, 그렇습니다, 하하.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규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츠네타카도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뭐, 저는 사랑받고 컸으니까요. 유쾌하지 않지만, 부끄러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제가 잘못한 일도 아니고.”

한규호는 그렇게 씩 웃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어 츠네타카에게 내밀었다.

츠네타카도 자신의 잔을 들어 가볍게 건배했다.

그런 두 사람을 트레이시는 살짝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고 있었다.

츠네타카의 갑작스러운 식사 초대에 트레이시는 남편에게 물어보겠다고 했고, 한규호가 그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갑작스러운 세 사람의 저녁 식사가 만들어졌다.

호텔로비에서 만난 세 사람은 일반적인 일본인의 도쿄 생활을 체험해 보는 것이 어떠하겠냐는 츠네타카의 제안에 따라 차량을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신주쿠로 이동해 싸고 유명하다는 규가츠(牛カツ)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은 세 사람은 마치 일을 마치고 한잔하러 가는 직장 동료들처럼 근처 이자카야로 들어가 꼬치구이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츠네타카는 차에서 트레이시에게 꺼낸 카드를 다시 꺼냈고, 그래서 한규호는 트레이시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게 되었고, 종국에는 그가 입양되었다는 이야기까지 꺼내게 된 것이다.

한규호는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치밀한 설정을 좋아하는 변태 같은 CIA가 마련해 둔 시나리오가 있었으니까.

잔을 들어 맥주를 들이켠 두 사람은 마치 오래 된 친구처럼 마주 보고 웃었다.

그런 두 사람을 트레이시는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마음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어제의 좋았던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저 곱상하게 생긴 불청객 때문에 하루의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애초에 츠네타카의 저녁 초대를 전달하려 한규호에게 전화했을 때 내심 한규호가 거절해 주길 바랐건만, 한규호는 무슨 생각인지 그 제의를 받아들이고, 이렇게 술까지 마시게 된 것이다.

트레이시의 기분이 상한 것은 단지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규호 때문이었다.

한규호가 보여 주는 모습 때문이었다.

***

2차에서 꼬치구이에 생맥주를 몇 잔씩 마신 두 사람은 적당히 취했고, 그렇게 적당히 취한 두 사람은 이자카야에서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3차를 가자고 외쳤다.

“그만 마시는 게 좋겠어요. 취한 것 같은데.”

트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을 말렸다.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그리고 한규호가 취해서 혹시라도 실수를 할 것을 우려해서, 그리고 몇 시간 남아 있지 않은 오늘 밤 단둘만의 시간을 위해서, 트레이시는 두 사람을 말렸다.

“오! 나의 애블린, 걱정 마요, 내 사랑. 딱 한 잔만. 진짜 딱 한 잔만. 정말 정말 딱 한 잔만. 정말로. 자기, 사랑해. 알지? 응? 그러니까 딱 한 잔만. 여보, 자기, 응?”

그런 그녀에게 한규호가 애교 섞인 말투로 애원했다. 누가 봐도 술 취해 어리광 부리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트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진짜 아내라면, 아직은 바가지를 긁을 타이밍이 아니라는 계산이었고, 무엇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애교 섞인 한규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부분도 있었다.

어느 부분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트레이시는 남편을 부축해 츠네타카가 단골로 다닌다는 가부키초(歌舞伎町)의 한 몰트바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한규호는 트레이시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벌써 두 잔째 위스키를 받아 들고 있었다.

“솔직히 충격받았어.”

한규호는 호박색 액체가 들어있는 잔을 가볍게 돌리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새 편해진 말투로, 친구에게 비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 낮게 속삭였다. 그 억양에 알콜향이 잔뜩 배어 있었다.

이미 적당히 취한 츠네타카도 낮은 목소리로 응, 응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히비키를 처음 마셨을 때, 솔직히 일본 술이라고 해서 조금 무시한 것도 없지는 않은데. 솔직히, 솔직히. 아, 이거 기분 나빠하면 안 되는 이야기야.”

한규호는 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안 나빠, 안 나빠.”

츠네타카는 동조하듯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이었지. 그런 깊은 맛이. 일본에서, 스코틀랜드도 아니고, 일본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산토리는.”

한규호의 말에 츠네타카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마스터, 지금 이 친구 말 들었어요? 알아들었어요?”

웃음을 터트린 츠네타카는 바 뒤편에서 조용히 컵을 닦고 있는 마스터에게 일본어로 물었다.

마스터는 그저 말없이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친구가 지금 히비키가 최고라고 말하고 있어요. UC데이비스에서, 그 파리의 기적을 만들어 낸 미국 양조학의 본산에서 온 양조학 박사님이!”

“뭐야, 지금 내 욕 하는 거야?”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한 한규호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자네가 히비키 마셔 보고 뿅 갔다고 해서 자랑하는 거야, 자랑.”

츠네타카가 두 손을 과장되게 흔들면서 말했다.

한규호의 시선이 마스터를 향했다. 그가 빙긋 웃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뭐야? 저 사장이 산토리 주주라도 되시는 건가?”

한규호가 물었다.

“아니야, 아니야. 솔직히 히비키는 일본의 자랑 중 하나인데, 같은 업종 사람으로서 고맙다 이거지. 인정해 줘서.”

“아, 그런 거야? 아리가토, 아리가토.”

한규호가 두 손을 모으고 과장된 자세로 마스터에게 인사했다.

그의 어설픈 인사에 츠네타카는 자네가 왜 고마워하냐면서 또 웃음을 터트렸다.

트레이시는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척을 하면서, 그런 한규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볼수록 기분이 묘했다.

꼭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약간 서운한 그런 기분이었다.

두 사람이 사이가 좋아져서 서운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트레이시가 한규호의 정체를 모르고 지금의 그를 보았다면, 정말로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양조학 박사라고 믿어 버렸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는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감정을 공유했다. 그 모습에서 위화감이라고는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어젯밤 그녀에게 보여 주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도 연기가 아니었을까?

츠네타카에게 반가운 얼굴을 보여 주고, 처음 타 본 일본 지하철을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고, 줄 서는 식당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표출하고, 어설픈 젓가락질로 규카츠를 집어 들어 한 입 먹고는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키도리에 생맥주를 벌컥벌컥 마셔 가며 조금씩 츠네타카와 친해지는 모습처럼.

어젯밤, 같이 고민해 주고, 고기를 썰어 주고, 와인을 따라 주고, 농담을 받아 주던 그의 모습 또한 거짓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선물을 드리고 싶군요.”

바 주인이 한규호의 웃음을 보더니 말했다.

“선물을 준다는데?”

츠네타카가 바로 통역했다.

“아시겠지만 히비키는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고.”

마스터가 닦던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츠네타카의 동시통역이 진행되었다.

“어머? 왜요?”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척을 위해 츠네타카의 통역에 귀를 귀울이는 척을 하던 트레이시가 물었다.

“판매량이 많아져 원액 보관량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굽혔다. 그리고 손님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바 안쪽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에는 금빛 산에, 만년설이 쌓여 있는 산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귀한 분이 오시면 대접하려고 보관하고 있던 술인데, 오늘 그 손님이 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술 상자를 열어, 만년설이 쌓인 후지산이 그려져 있는 술병을 꺼내 바 위에 놓았다.

“히비키. 21년산 의장보틀, 후지풍운도입니다.”

세 사람은 말없이 그 술병을 바라보았다.

트레이시는 술병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우키요에(浮世繪, 일본 풍속화)가 그려진 술병은 그녀가 보기에도 기품 있어 보였다.

서양의 대표적인 술인 위스키를 동양적인 그림이 그려진 병에 담은 부조화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츠네타카는 마스터가 연기를 잘해 주었다고 생각했다.

비싼 술이다. 귀한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 츠네타카가 만들어 놓은 비장의 한 수였다. 그리고 오늘이 그 비장의 한 수를 사용하는 날이었다.

UC데이비스 출신의 양조학 박사. 가치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한 수가 될 것이라고 츠네타카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감 어린 시선으로 옆에 앉은 양조학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거야.”

한규호는 후지산이 그려진 술병을 주시하면서 말했다.

“이걸 마시고.”

그 눈에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걸 마시고, 죽을 뻔했지.”

한규호가 말했다.

***

도버아메리칸인슈어런스의 경영감사 부사장인 신시아 챔버(Cynthia Chamber)는 시애틀 인근 부촌(富村) 머다이나(Medina)에 위치한 챔버가(家)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주차했다.

그녀는 보스톤에서 열린 전미보험연합회의에 참석했다가 이제야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회의를 마치고, 도버아메리칸인슈어런스 뉴욕 지사에 가서 서류 작업을 하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6시간 반을 날아와 해가 뜰 때가 되어서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CIA의 업무보다 보험사 부사장의 업무량이 더 많다니.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차에서 내려 현관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작은 종들이 그녀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어머, 이제 오세요?”

그런 그녀를 누군가가 반겼다.

피곤에 머리를 숙이고 있던 신시아 챔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반겨 준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녀왔어요.”

신시아 챔버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어서오세요. 지금 차 마시려고 했는데, 드시겠어요?”

집주인을 반겨 주는 여자는 마치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능숙하게 말했다.

“고마워요.”

미소로 답한 신시아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런 신시아에게 티포트와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집주인을 반겨 준 여자가 다가왔다.

“지금 퇴근하신 거예요?”

그녀가 쟁반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진짜, 너무 힘드네요.”

신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피곤하시겠어요. 혹시 바로 또 출근하셔야 하는 건 아니시죠?”

“지금 뉴욕에서 6시간을 날아왔는데 바로 또 출근하라고 하면 사장이고 회사고 모두 고소해 버리겠어요.”

여자는 신시아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주무셔야 되니까 홍차 대신 캐모마일을 준비했어요. 푹 주무실 수 있으실 거에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캐모마일 잎을 티포트에 넣었다.

“고마워요, 미스 규.”

신시아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러니 제가 집주인 같아요.”

미스 규라고 불린 여자, 완이 캐모마일이 담긴 티포트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말했다.

“집이 고마워할 거예요, 미스 규같이 자상한 사람이 집주인이라면. 저는 집에 맨날 없으니까. 이참에 우리 딸 할래요? 입양 서류 준비할까요?”

“어머, 입양 서류는 제가 준비해서 놀래켜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시아는 자신의 농담을 능숙하게 받아넘기고, 차도 능숙하게 우려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중국의 정보기관인 MSS 출신으로 추정되는 그녀가 이곳 챔버가의 손님으로 온 지 벌 써 반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반년 동안 신시아와 CIA는 그녀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알아낸 것이 거의 없었다.

알아낸 것이 있다면, 그녀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 그 사실 하나뿐이었다.

은은한 캐모마일 향이 천천히 거실에 확산되었다.

신시아는 그 향기를 맡으면서, 그리고 차를 따르는 완을 보면서 정신적인 피로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일찍 일어났네요.”

신시아가 말했다.

“네, 조깅을 좀 하느라. 요즘 계속 살이 붙는 것 같아서요.”

“미스 규가 다이어트 때문에 조깅을 해야 한다면, 나는 트라이애슬론이라도 해야 되겠는데요.”

“보여 드려요? 너무 잘 먹고 잘 자서 그런지, 이제는 보이는 데까지 살이 붙었다니까요.”

완은 그렇게 말하며 정말 상의를 벗을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신시아는 웃음을 지었다.

요즘 같아서는 자신의 딸인 앤보다 그녀가 더 딸 같았다.

“진짜 나도 운동 좀 해야 될까 봐요. 나중에 같이 운동해요.”

“좋아요! 같이 필라테스도 해요!”

완이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저런 부분이다.

추가적으로 그녀에 대해서 어느 것도 알아내지 못했지만, 저렇게 자연스럽게 사람 사이에 녹아들고 호감을 주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CIA가, 미국 정부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신시아의 판단이었다.

“앤은요?”

“자고 있을 걸요? 어제 같이 쇼핑하고 돌아와서 맥주 한잔 마셨거든요.”

신시아는 상상했다. 젊은 여자 둘이 쇼핑갔다가 돌아와 구입한 옷을 품평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그녀가 이 집에 일원이 되면서 자신의 딸인 앤 챔버가, 10년 넘도록 이 집에서 겉돌던 앤이 드디어 가족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 사람이 거실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칠리도그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의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를 본 그날을 신시아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앤이 미스 규 반만 따라갔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어요.”

“반 따라가도 소원은 있으실 거예요. 어서 드시고 주무세요.”

완이 신시아에게 차를 따라 주며 말했다.

신시아는 완이 따라 주는 찻잔을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

은은한 캐모마일 향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신시아는 찻잔을 내려놓고서는 완을 바라보았다.

눈을 살짝 감고 차를 마시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여자였다.

“어쩌면.”

신시아가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장거리 출장을 갈지도 모르겠어요.”

“어머, 너무 힘드시겠어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데,”

신시아가 다시 찻잔을 들면서 말했다.

“어쩌면 일본에 다녀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MISSION 04 : 츠바키 (2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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