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172화 (173/386)

< INTERMISSIOM : Memento Mori (3) >

2007년 5월.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

을지로, 중구, 서울.

한규호는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그는 이제는 따스함을 넘어 따가워지기 시작한 5월의 햇살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햇볕은 땀이 흐를 정도의 열기를 담고 있었지만,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이 그를 감싸며, 열기를 식혀 주었다.

한규호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1시 10분.

약속된 시간에서 10분이 지나 있었다. 그런데도 약속 상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한규호는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저, 초여름의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과, 그의 신경을 자극하는 니코틴을 즐기면서,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가 담배를 두어 대 더 피우고 나서야 지하철역 출구에서 걸어 올라오는 사람의 머리가 보였다.

한규호의 약속 상대는 한규호를 바라보고는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한규호는 거기에 응대하지 않고 지긋이 노려보면서 그저 담배를 계속 피웠다.

“이 자식아, 인사 안 하냐? 반가운 척 안 하냐?”

계단을 다 올라온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한규호의 가슴팍을 한 대 치면서 말했다.

“20분 늦었어요.”

한규호는 인사 대신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도 임마 발목 짤라 봐. 걷는 게 그게 쉬운 게 아니야, 이 자식아.”

박종연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들었다.

한규호는 피식 웃고는 그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아프진 않습니까?”

한규호가 몇 개월 만에 만난 옛 전우에게 물었다.

“신기한 게, 이게 아프더라? 의사 놈이 환상통(Phantom Pain)이라는 게 있다고 말은 해 줬는데, 난 씨바 그거 안 믿었거든. 아니, 발목을 짤라 냈는데 발이 아플 리가 없잖아? 근데 아파. 신기해. 막 발이 쑤시고, 저리고 막 그런 느낌이 든다니까.”

박종연이 무슨 재미있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말투로 말했다.

“많이 아픕니까?”

한규호가 별로 걱정스럽지 않은 말투로 물었다.

그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박종연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다음 천천히 내 뿜었다.

“아픈 게 문제가 아니야.”

“아니면?”

“이게 환장하는 게, 분명 발모가지가 없는데, 없는 부위가 아프단 말이지. 그러니까 치료도 안 되고, 치료 안 되면 짤라 내면 되는데 짜를 발모가지도 없어. 그게 사람 미치게 한다니까. 그래도 다행인 게, 난 아프고 좀 저리고 그러는데, 가끔가다 보면 간지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더만. 그러면 미치는 거야. 생각해 봐. 무좀 걸린 것처럼 가려운데, 긁고 싶은데 긁을 발이 없어. 와…… 그거 미치는 거지.”

한규호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 얼마나 끔찍한 상황이란 말인가.

“아, 그리고 웃긴 이야기 있다.”

박종연이 다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준다는 어투로 말했다.

“뭡니까, 웃긴 이야기가?”

“발목 짜른 게, 이게 총상 때문이 아니래.”

“아니면?”

“총 맞아서 짜른 게 아니라, 이미 동상 때문에 짤랐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의사가 그러더만. 그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와 씨바 등골이 서늘한 거야. 만약 다른 발목에 맞았어 봐. 그럼 한쪽은 동상 때문에 자르고, 한쪽은 총알 때문에 자르고…… 그런 생각 드니까. 갑자기 그 새끼에게 졸라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이쪽 발목을 쏴 줘서.”

한규호는 웃음을 터트렸다.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하는 박종연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온몸을 떨면서 몸을 굽혀 가며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지 않으면, 다른 무언가가 터질 것 같아서, 더 힘주어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한규호를 본 박종연은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웃긴가?

그런 생각을 하다, 한규호의 시원한 웃음을 보고는 자신도 같이 웃어 버렸다.

한규호는 동정하지 않았다.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아, 씨발. 눈물이 다 나네.”

한규호는 손으로 눈을 훔치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히죽 웃고 있는 박종연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래야 진도2지. 이래야 박종연이지.

한규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밥이나 먹읍시다. 늦었으니 형님이 사고.”

그리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박종연은 쩔뚝거리는 자신의 발로 따라갈 수 있는 속도로 걸어가는 한규호의 등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야 임마, 같이 가, 이 자식아.”

박종연이 그 등을 따라갔다.

***

11번 출구에서 300여 m를 걸어간 그들은 한 허름한 건물 앞에 멈추어 섰다.

허름한 건물 1층에는 허름한 간판이 붙어 있는 허름한 식당이 있었다.

두 사람은 식당을 잠시 바라보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 예상처럼 허름한 식당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이 지난 식당에는 찌개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는 세 명의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

치열한 점심시간의 전투를 끝내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년 여성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무 데나 편한 데 앉으세요.”

한규호와 박종연은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찌개 2인분 드려요?”

물병을 내려놓은 종업원이 그렇게 묻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주방에 주문을 넣으려 몸을 돌렸다.

“6인분 주세요.”

한규호가 말했다.

막 입을 열려던 종업원의 몸이 다시 돌았다.

“손님 더 오세요?”

“아니, 두 명입니다. 그리고 소주도 주세요. 각 한 병씩은 먹겠지?”

박종연이 말했다.

“소주도 여섯 병 주세요.”

한규호가 말했다.

종업원은 의아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주문이었다.

두 명이서 3인분을 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드물지만 4인분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6인분은 처음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요?”

종업원이 주저하는 사이, 한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게, 손님들이 두 분이신데…….”

두 명이 와서 6인분을 달라고 한다. 소주도 여섯 병을 주문했다는 종업원의 설명을 들은 남자, 식당 주인은 잠시 한규호와 박종연을 바라보았다.

“그럼, 소주잔도 여섯 개 준비해 드릴까요?”

식당 주인이 물었다.

“부탁드립니다.”

한규호가 답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주방에 6인분 주문을 넣었다.

그리고는 직접 수저 여섯 벌과 소주잔 여섯 개, 소주 여섯 병, 그리고 반찬들을 가져와 테이블 두 개에 세팅했다. 여성 종업원은 하얀 쌀밥이 담긴 여섯 개의 대접을 가져 왔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많이 찌그러진 냄비에 담긴 찌개 두 개가 각 테이블에 올라왔다. 언뜻 보기에도 푸짐해 보였다.

“라면 사리는 몇 개 드릴까요?”

버너에 불을 붙인 주인이 물었다.

“보통 어떻게 먹습니까?”

한규호가 물었다.

“보통 두 분당 사리 하나 드시면 딱 맞습니다.”

“그럼 세 개 부탁드립니다.”

박종연이 말했다.

주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찌개가 다 끓기 전에, 박종연은 소주병 하나를 들어 올린 다음 뚜껑을 비틀어 병을 땄다. 그리고 그의 앞에 앉아 있는 한규호 대신 옆 테이블에 있는 빈 소주잔에 술을 채웠다.

“누가 가장 먼저입니까?”

한규호가 물었다.

“안 상사님. 팀장님도 이해하겠지.”

한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규철 팀장은 이해할 것이다.

“이건 팀장님.”

박종연은 두 번째 잔에 술을 따랐다.

다음은 정의성 상사, 그다음은 윤재운 중사.

박종연은 그렇게 차례차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빈 잔을 채웠다.

비어 있는 자리에 모두 잔을 채우고 나서야 한규호에게 술을 따랐다. 술잔을 채운 한규호는 병을 받아 박종연의 잔을 채웠다.

라면 사리를 가져 온 식당 주인은 박종연이 그렇게 빈자리에 술을 다 따르고, 자신의 잔을 채울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사리를 찌개에 넣고 맛있게 드십시오 하고선 자리를 비켜 주었다.

한규호는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게 느껴졌다.

오래된 식당은 오래된 식당만의 맛이 있었다. 하도 닦아서 반들반들해진 테이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간판, 여기저기 찌그러진 냄비들. 그리고 속 깊은 식당 주인 같은 특유의 맛이 있었다.

두 사람은 잔을 들어 건배했다. 그리고 각자의 술잔을 각자의 입안으로 단번에 털어놓았다.

낮술 특유의 짜리리한 감각이 입에서 식도로, 식도에서 위장으로 흘러내렸다.

한규호는 잠시 그 감각을 되새김질했다. 불쾌하다고 할 수 있는 그 감각이 그가 아직 살아 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한규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빈 테이블에, 주인 없는 소주잔을 바라보았다.

한규호는 옆에 있는 잔을 들었다. 팀장의, 이규철 대위의 잔이었다.

박종연도 안성종 상사의 잔을 들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다시 가볍게 잔을 대고는 입으로 털어놓았다. 그리고 남아 있는 정의성 상사와 윤재운 중사의 잔도 비워 버렸다.

그렇게 여섯 잔의 술을 전부 비우고 나서야 박종연은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 막 끓고 있는 찌개 국물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씨발…… 졸라게 맛있네.”

국물을 한 모금 먹은 박종연이 나직하게 욕설을 뱉었다.

박종연의 감상을 듣고 나서야 한규호도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제대로 익은 김치와 김칫국물, 두툼한 목살과 참치가 들어간 찌개는 적당히 맵고, 적당히 짜고, 적당히 신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냉면으로 유명한 평래옥 바로 근처에 있는 집인데, 원래는 숯불에 구운 생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지만, 김치전골이란 걸 팝니다, 뭐 전골이라고 해도 그냥 돼지고기랑 참치, 두부 넣고 끓이는 김치찌개지만, 아무튼 그게 끝내줍니다. 반주로 소주 한잔하면서 막 지은 흰 쌀밥에 비벼 먹으면 진짜 끝내줍니다.

한규호는 눈밭에 깔린 방수포 위에 누워서 그렇게 말하던 윤재운 중사를 떠올렸다.

-팀장님, 이번에 작전 끝나면 평소처럼 집에 바로 가시지 마시고, 거기서 다 같이 식사하고 가시죠. 소주도 한잔하면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누워 있는 상태로 그렇게 말하던 윤재운 상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지. 내가 사지.

그렇게 답하던 이규철 대위의 얼굴도 떠올랐다.

“씨발…… 진짜 맛있네.”

한규호도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박종연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같은 장면을, 같은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규호는 술병을 들었다. 그리고 안성종 상사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

두 사람은 기어코 6인분의 찌개와 여섯 대접의 밥, 세 개의 라면 사리와 여섯 병의 소주를 전부 처리해냈다. 반찬까지 싹싹 다 긁어먹고서야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밥을 먹으면서 둘 사이에는 어떠한 규칙이 만들어졌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러지 맙시다.”

한규호가 거북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 씨바. 한 번이면 족하지. 두 번은 못 하겠네.”

더부룩함과 취기가 뒤섞인 얼굴로 박종연이 대답했다.

신체를 조절할 수 있는 한규호에게는 지금의 불쾌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는 눈앞에 박종연을 보면서 스스로를 계속 거북한 상태로 두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밥을 먹은 것이 아니었다. 의식을 치른 것이었다. 반년 가까이 이어지던 작전을 끝내는 의식을 치른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쩔 겁니까?”

한규호가 물었다. 발목을 절단한 박종연은 더 이상 군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군무원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하더라.”

박종연이 말했다.

“괜찮네요. 군무원이면.”

군무원 자리를 제의했다는 것은 망할 놈의 국방부가, 정보사가 그들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카드 취급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안 한다고 했어.”

박종연이 말했다.

한규호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렴풋이 어떤 마음으로 그가 그 자리를 거절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사촌 형이 평택에 있어.”

“평택?”

“그래. 평택항 인근에서 뭐 돌 같은 거 취급하는 CFS 운영하는데, 할 거 없으면 내려와서 돌이나 나르라고 하더라.”

박종연의 말에 한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규호는 그를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친다고 욕하고 싶지 않았다.

혹여나 누군가가 박종연에게 그런 비난을 한다면, 한규호 그가 직접 목을 비틀어 버릴 것이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근데 CFS가 뭡니까?”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한규호였다.

“……무식한 새끼. 그것도 모르냐?”

박종연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뭐 모를 수도 있지. 거 말이 좀 심하네. 어디 유식한 형님이 알려 주쇼. CFS가 뭡니까?”

한규호가 투덜거렸다.

“너는 그게 문제야. 모르면 좀 찾아보고, 알아보고, 공부하고 할 생각을 해야지. 모른다고 무조건 그냥 답 알려 달라고 하고. 자세가 글러 먹었어.”

박종연이 빠르게 말했다.

한규호는 확신했다. 박종연이 빠르게 쏟아 내는 그 말에서, 그도 모른다고 확신했다.

“허이구, 오늘 진짜 이 양반이 술 많이 자셨네. 어디 그래. 뭔데요, 그게. CFS가 무슨 약자인데요.”

“임마, 그걸 알아보라고. 그나저나 넌 어쩔 건데.”

한규호는 말을 돌리는 박종연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이래야 박종연이지.

“나도 옷 벗었어요.”

한규호가 말했다.

박종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 팀원 중 유일하게 한규호만이 전투력을 보존하고 있지만, 그가 군을 떠난다고 해도 그 누구도 그를 말릴 수도, 비난할 수도 없다.

“그거 하려고요.”

“그게 뭔데?”

“뭐 독립 요원인지, 중립 요원인지. 형님이 그때 말했잖습니까?”

박종연은 철로를 정찰하러 가면서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야, 뀨, 너 혹시 독립 요원이라고 들어 봤냐? 나도 어디서 들었는데, 독립 요원이라고 해서. 그 특수부대 나온 사람들 중에서 의뢰받아서 이런 일 해 주는 사람들 있다고 카더라. 침투, 정찰, 암살, 저격, 미행, 경호 뭐 그런 거.

그냥 별 생각 없이 했던 이야기였는데, 한규호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 다음 달에 미국 갑니다.”

“미국?”

“국정원에 아는 사람 있어서 물어봤는데, 독립 요원인지 뭐시긴지 그거 하려면 영어 해야 한다고 하대요. 그래서 영어 공부하러 갑니다. 젠장. 그냥 싸움만 잘하면 되지 무슨 영어는.”

박종연은 전혀 예상도 못 한 한규호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한규호의 시선이 비어 있는 술병으로 향했다.

한 병 더 시킬까?

그렇게 생각한 한규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개자식.”

한규호가 말했다.

박종연은 한규호가 지칭하는 개자식이 북한군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개자식 백인이었죠. 뭐 용병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히 북한 놈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고.”

한규호는 술 대신 물을 한 컵 따라 마셨다.

“그 새끼 찾아서, 찾아서 죽여 버리려면……. 그 독립요원인지, 나발인지가 도움 될 것 같아서. 뭐 그런 거죠.”

박종연은 한규호의 눈을 보았다.

“살아 있냐?”

“살아 있습니다.”

한규호가 단언했다.

“확실해?”

“확실합니다.”

박종연은 잠시 한규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니 손을 들어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종업원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소주 한 병을 더 가져 왔다.

박종연은 술병을 돌려 딴 다음 한규호의 잔에 술을 따른 후,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그리고는 병을 내려놓았다.

다른 팀원들의 잔은 채우지 않았다.

지금의 술은,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술이었다.

갚을 채무를 가진 사람들만이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박종연은 잔을 들었다. 그리고 한규호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그 개자식 멱 딸 때, 나도 꼭 불러라.”

“당연한 소리 하지 마십쇼.”

한규호가 잔을 들어 박종연에 잔에 부딪히면서 말했다.

< INTERMISSIOM : Memento Mori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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