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113화 (114/386)

< MISSION 03 : La Mancha Negra (60) >

4일차

까티아 농장(Planta Catia)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도밍게즈는 총 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앞으로 뛰고 있었다.

도밍게즈의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할아버지도 군인이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모두 군인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도밍게즈 가문의 아들들은 모두 군인이 되었다.

도밍게즈 가문의 남자들이 처음부터 군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1700년대 말, 크리오요(Criollo : 남미 태생 유럽계 백인) 출신으로 현재 카라카스 지역에서 대농장을 일구었던 호세 데 도밍게즈(Jose de Dominguez)가 시몬 볼리바르, 안토니오 호세 데 수크레를 만나

게 된 이후, 그들 3명이 리베르타도레스(Libertadores : 남 아메리카 독립영웅)로서 라틴아메리카 독립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후 도밍게즈 가문의 아들들은 모두 군인으로서 태어났고, 자랐다.

시몬 볼리바르가 사망하고, 현재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을 포함하고 있던 그란콜롬비아(Gran Colombia)에서 베네수엘라가 독립하면서 도밍게즈 가문은 베네수엘라의 국방을 지키는 명가로서 그 명맥을 계속 이어왔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 도밍게즈 가문의 시조격인 호세 데 도밍게즈의 ‘정치 참여 금지’ 유언에 따라 도밍게즈 가문은 지금까지도 정계 진출을 삼가고 베네수엘라를 수호하는 가문으로서 그 입지를 지켜내고 있었다.

도밍게즈 소령, 도밍게즈 가문의 4남인 가리발도 몬타노 도밍게즈(Garibaldo Montano Dominguez)도 군인이 되기 위해 태어났고, 군인으로 성장했고, 군인으로 살았다.

그런 그이기에, 태어났을 때부터 피에 각인된 군인의 본능으로 계단을 통통 튀며 굴러 떨어지는 수류탄을 보자마자 부하를 밀쳐내고 그 위로 몸을 던진 것이다.

사고(思考)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본능(本能)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 그이기에, 수류탄이 계단과 그의 몸 사이를 빠져 나가 옆으로 수평이동하는 것을 보고도 물리법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팔을 뻗었다.

팔을 뻗어 계단을 통통 굴러내려오던 수류탄이 그의 몸에서 빠르게 옆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다시 붙잡기 위한 몸짓이었다., 다시 붙잡아와 몸으로 깔고, 자신의 목숨으로 그 폭발력을 상쇄하기 위한 행동이엇다.

그러나 수류탄은 그의 손을 피해 횡으로 1m를 이동했다. 계단을 굴러 떨어지던 수류탄이 하늘에 뜬 상태에서 갑자기 옆으로 횡이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당황하는 사람들을 스쳐 지나 복도 끝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얼마나 빠르게 날아갔는지 모두 시야에서 그 수류탄을 놓쳐 버렸다. 오직 한규호만을 제외하고.

두 팔에 베르나를 안고 있던 한규호만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수류탄이 도밍게즈의 몸에 깔리기 전에 마치 자석에 끌린 쇳덩이처럼 빠르게 옆으로 빠져나와, 잡기 위해 뻗어오는 도밍게즈의 손까지 피한 후에 공중에서 방향을 꺾어 복도 끝으로 날아가는 것을.

그리고 복도 끝에 도달한 수류탄이 다시 한 번 방향을 꺾어 복도 맨 끝의 방, 문이 열려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았다.

콰콰콰쾅

15m 이상을 날아가 콘크리트 벽으로 감싸여진 공간에서 수류탄이 폭발했음에도 그 에너지는 지하에 있던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특히 200데시벨 가까운 폭음은 복도를 타고 공명하며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지하에 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몸을 휘청거렸다.

그러나 짧은 순간 청력을 차단해버린 한규호는 몸을 휘청거리는 대신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앤 챔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 눈을 꼭 감고,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듯.

한규호는 청력을 회복시켰다. 폭발의 잔향이 그의 귀에 들려 왔다. 그러나 한규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그녀가 눈을 뜰 때까지 그녀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었다.

염동력이라고 했다. 그녀가 염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공항에서 팔을 올리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힘이라고 한규호는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기프티드에 대해서, 미국이 가진 정보에 대해서, 백금산의 그 개자식에 대해서 너무 집중하고 있었기에, 말로만 들었던 앤 챔버의 능력을 그저 대수롭지 않은 힘

으로 치부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그 대수롭지 않은 염동력으로 도밍게즈의 몸에서 수류탄을 빼내어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움직임으로 복도 끝 맨 구석 방으로 보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체가 없는 힘으로 물리력을 발휘했다. 분명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것

이었다. 아니, 눈으로 보았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한규호가 바라보고 있는 앤 챔버의 눈동자에도, 같은 감정이 나타나고 있었다.

앤 챔버는 자신의 두 귀를 막은 손을 여전히 들고 있었다. 스스로가 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

도밍게즈 부대의 탈출은 빠르고 매끄러웠다. 빠르게 1층으로 올라와, 물흐르듯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농장 건물을 빠져 나왔다.

그들이 타고 온 15인승 밴은 농장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 차량에 한 명이 늘어난 16명이 탑승해 농장을 빠져 나올 때까지도 해는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한규호는 승합차에 매달린 시계를 보았다. 4시 28분이었다.

4시가 넘어 까티아 농장에 도착했었다. 20분 남짓 정도의 시간에 건물로 접근하고 진입해 적들을 소탕하고, 목표를 구출해 나왔다.

베르나의 의식을 깨우는 시간이 없었다면 더 빨리 나올 수도 있었다.

사상자 0명. 적들은 전부 사살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차 안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1층에서 마지막 생존자를 감시하던 병사는 말할 것도 없고, 도밍게즈 소령이나 대위도 모두 마지막 계단을 굴러 내려온 수류탄을 생각하고 있었다.

기적같은, 아니, 기적이 일어났다. 최소 1명, 많으면 4~5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상황에서 모두 무사하게 살아나왔다는 사실에 그들은 기뻐할 수 없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규호도 마찬가지였다. 한규호는 앤 챔버의 품에 안겨 잠든 베르나를 보면서 자신이 주저했다는 사실을 되씹고 있었다. 베르나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계속 주저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주저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거기 하나를 더했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다.

15인승 밴은 도밍게즈의 아지트인 북부 창고에 도착하기 전, 한 곳에 멈춰 섰다. 차량이 멈추자 한규호와 앤 챔버, 그녀의 품에 안긴 베르나와 그리고 대위가 내렸다.

그리고는 주차되어 있는 도요타 캠리 차량으로 갈아탔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스케쥴이었다.

앤 챔버는 베르나를 구하든, 구하지 못하든 이곳에서 떠나기로 한규호와 약속했다. 그래서 북부 창고를 나오기 전 미국에 전화를 걸어 구출 팀을 이곳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심문을 마치고 온 도밍게즈 소령이 헬리콥터가 착륙할만한 장소를 지정해주었고, 그 위치 좌

표를 미국에 알려주었다.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에 헬리콥터는 북부창고에서 4km 떨어진 어느 공터에 착륙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앤 챔버는 이곳에서 차량을 갈아타고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그들이 내리자 밴은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앤 챔버는 떠나가는 밴의 모습을 보면서 도밍게즈 소령에게 감사 인사를 못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아마 다시는 도밍게즈 소령을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캠리 운전석에 앉은 대위는 시동을 걸고 차량을 출발시켰다.

조수석에 앉은 한규호는 아무 말 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캠리는 남쪽으로 약 3km를 이동해 공터에 도착했다. 5시까지 10분이 남아 있었다.

동쪽 하늘에서 미명이 보였다. 잠든 베르나를 제외한 차량 안의 세 사람은 말없이 헬리콥터가 날아올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위님.”

앤 챔버가 대위를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죄송.... 해....요.”

앤 챔버가 대위에게 말했다.

고맙다는 말보다 죄송하다는 말이 더 하고 싶었다.

“도밍게즈 소령님은 베네수엘라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대위는 여전히 북쪽 하늘로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남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그렇습니다. 미국이 반미정권을 축출하고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해 그동안 남아메리카에 해온 악행들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앤 챔버는 대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미국의 헬기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허락도 없이 이 땅에 착륙하는 것을, 비공식적이지만 승인한 결정은 소령님에게는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주십시오.”

“죄송.... 합니다.”

“그리고 기억해 주십시오.” 대위가 말했다.

“네?”

“델가도(Delgado) 중사, 모라(Mora) 중사, 솔리스(Solis) 하사, 그란도스(Granados) 상병, 바라간(Barragan) 일병. 그 아이를 지키다 전사한 병사들의 이름입니다. 이 이름을 기억해 주십시오.”

대위가 말했다.

앤 챔버는 대위의 건조한 어투에 녹아 있는 짙은 슬픔을 느꼈다.

베르나를 지키기 위해 5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다시.... 한....번만 더 말씀 해..... 주세요.”

앤 챔버가 힘겹게 말했다.

“델가도, 모라, 솔리스, 그란도스, 바라간입니다.”

“델가도,.... 모라,... 솔리스,... 그란도스,.... 바라간....”

앤 챔버가 그 이름을 음절 하나 하나 확실히 소리 내어 말했다.

“잊지 않을게요. 기억할게요. 그리고.... 그리고.....”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한규호는 대위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기 오는군.”

한규호가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북부 창고로 돌아온 도밍게즈는 부하들에게 휴식을 명했다. 도밍게즈에게도 부하들에게도 힘든 하루였다.

공식적으로 아직 휴가 중인 그들은 이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며 휴식을 취할 것이다.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도밍게즈는 몸을 던지듯 의자에 앉았다.

힘든 날이었다. 차관과의 기싸움을 시작으로, 차량 습격과 역습, 그리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작전 동안 계속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어야 했다.

베르나 구출 작전이 끝나고 아지트로 복귀했음에도 날카롭게 서 있던 신경은 여전히 그 기세를 잃지 않고 있었다.

도밍게즈는 셔츠 단추를 풀면서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여전히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도밍게즈가 말했다.

문이 열리고 병사 한 명이 들어왔다. 1층에서 마지막 생존자를 감시하던, 실수로 동료들을  죽게 만들 뻔했던 병사였다.

걸어들어온 병사가 도밍게즈 앞에 부동자세로 섰다.

“뭔가?”

“..... 벌을.... 내려 주십시오.”

병사가 말했다.

“뭐?”

도밍게즈가 말했다. “제 실수로.... 대장님의.... 전우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했습니다.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벌을! 벌을 내려주십시오!”

병사가 말했다. 아니. 외쳤다. 도밍게즈는 그런 병사를 바라보았다.

도밍게즈의 직할부대는 약 400명이 넘었다. 지원부대를 합치면 그의 밑에 있는 병사들은 800명이 넘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에 서 있는 부대원은 도밍게즈가 직접 관리하고 훈련시킨 100명의 정예병 중 한명이었다.

“리몬(Limon) 일병.”

도밍게즈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병사는 소령이 자신의 성을 말하자 흠칫 놀랐다. 400명이 넘는 병사를 거느린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리몬 일병.”

도밍게즈가 다시 말했다.

“넷!”

리몬이 굵고 짧게 답했다.

도밍게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게 걸어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리몬. 오늘 너의 실수로 나를 포함한 몇 명의 부대원들이 죽을 뻔했다. 아니, 사실은 죽었다고 보는 게 맞겠지.”

도밍게즈는 자신의 몸을 빠져나가 복도 끝으로 빠르게 날아가던 수류탄을 떠올렸다. 그 불가사의한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말해 줘도 모를 거다. 중요한 것은 오늘 제군의 실수로 전우들이 죽을 뻔 했다는 것이다.”

리몬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죽을 뻔 했다. 결과적으로 모두 살아 돌아왔지만, 그의 실수로 전우들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리몬!”

도밍게즈가 강하게 외쳤다.

“넷!”

리몬이 떨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답했다.

“절대로 오늘을 잊지 마라. 아니,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오늘 있었던 일을 반복하며 되새겨야 한다. 잊지 마라. 그것이 너에게 내리는 처벌이다.”

“네! 잊지 않겠습니다!”

리몬이 외쳤다.

“그래. 절대로 잊지 마라. 그러면 너를, 전우들을 살릴 것이다.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명령이다!”

리몬은 도밍게즈에게 경례를 붙였다. 손끝이 그의 얼굴처럼 파르르 떨렸다.

도밍게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손을 내리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도밍게즈는 뒤돌아 가는 리몬의 뒷모습을, 앞으로 도밍게즈 부대에서 꼭 필요한 병사가 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도밍게즈는 다시 의자로 몸을 던졌다. 최대한 의자를 뒤로 기울이자 피곤이 더욱 강한 기세로 그에게 밀려왔다.

도밍게즈는 두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위로 백열등의 밝은 빛이 느껴졌다. 그는 팔을 뻗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던 서류철 중 하나를 집어 자신의 얼굴에 덮었다.

잠을 잘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자극을 줄여 날카로운 신경을 조금 진정시키고 싶었다.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다 그가 떠올랐다.

스즈키, 아니, 그 이름은 본명이 아니겠지. 아무튼 스즈키 그 자식.

부하를 탈상시켜 준 불가사의한 그 터미네이터를 떠올렸다.

3일, 아니, 오늘로 4일째로군.

고작 4일 동안 같이 지낸 것뿐이었는데, 아니, 처음 이틀은 그저 경호 인력과 경호 대상간의 관계에 불과했고, 실질적으로 서로의 속내를 드러낸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말을 편하게 한 것도 어제 낮부터였다. 24시간도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불과했는데,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한 전우를 떠나보낸 것 같은 섭섭함이 들었다. “웃기는군. 그 자식.”

도밍게즈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담배가 피고 싶었다.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면서 거의 한 갑을 다 피웠는데, 역겨워서 담배를 끊을까 싶을 정도로 피웠는데도, 갑자기 담배가 피고 싶었다.

그러다 그 자식이 계속 자신의 담배를 얻어 피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담배도 그놈이 피웠다.

미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나보다 돈도 훨씬 많이 받을 놈이 계속 담배를 뺏어갔군.

도밍게즈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뜨고 담배를 찾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조금 더 이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오랜만에 느낀 우정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도밍게즈는 여전히 서류철로 얼굴을 가린 채 말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대위였다. 그들을 헬기 착륙장소로 태우고 떠났던 대위가 돌아온 것이다.

“고생했다. 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도밍게즈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고 드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만.”

“담배 있나? 담배 좀 줘 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위는 서류철이 다 덮지 못한 도밍게즈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 MISSION 03 : La Mancha Negra (6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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