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110화 (111/386)

< MISSION 03 : La Mancha Negra (57) >

4일차

까티아 농장(Planta Catia)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bajar al suelo.(바닥에 엎드려!)”

첫 번째로 돌입한 병사가 소리치면서 작전계획에 따라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 누워 있던 남자는 갑작스러운 외침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문제는 그런 행동이 상대방을 자극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돌입한 병사는 오른쪽에 위치한 남자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에 새겨진 카바예로 카르텔의 조직원임을 상징하는 문신과, 그의 오른손 근처에 위치한 권총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아무런 주저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신축형 개머리판이 달린 MP5A3는 3점사 모드로 조정되어 있었고, 단 한 번의 격발로 3발의 총알을 빠르게 쏘아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돌입한 병사도 같은 절차에 도입했다. 그들은 열린 문으로 들어오면서 사전의 계획대로 움직이며 타겟을 조준했다.

처음 돌입한 병사가 오른쪽, 두 번째 병사가 왼쪽, 세 번째 병사가 가운데 적을 담당한다.

네 번째 병사가 돌입하기 전 총격이 발생하면 네 번째 병사는 다시 오른쪽, 만약 총격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른쪽에서 두 번째. 다섯 번째 병사는 왼쪽에서 두 번째.

이런 식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세부 계획은 이미 수립되어 있었다.

도밍게즈는 돌입 훈련에 많은 시간을 들였고 부하들은 입에 단내가 날때까지 죽도록 훈련을 수행했다.

그런 그들이기에, 그저 순번만 정해지면 그 다음에 따로 지시할 것이 없었다.

돌입 전 지정받은 순번대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부대원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해 나갔다.

한규호는 돌입하는 도밍게즈의 부하들을 보면서, 그리고 안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3점사 총성을 들으면서, 그들이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밍게즈가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의 부대를 훈련시켰는지, 그의 부하들이 얼마나 충실히 그 훈련을 소화했는지 전직 군인인 한규호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병사까지 들어간 후 몇 번의 총격음이 더 들리고 나서 곧 사무실 안의 총성이 멎었다.

“클리어.”

두 번째로 돌입했던 대위가 다시 문으로 나타나 도밍게즈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도밍게즈도 자신이 들고 있는 MP5를 지향사격 자세로 들고서는 조심스럽게 문으로 들어갔다.

한규호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건물 밖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전부 파악할 수 있었고, 그의 눈에는 어떠한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앤 챔버가 사무실로 들어갔고, 사무실에 돌입했던 도밍게즈의 부하 두 명이 나와 외부 경계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마지막으로 한규호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소파 몇 개와 나무로 된 테이블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흐트러지고 구멍 난 소파와 테이블 위에는 상반신에 동일한 문신을 새긴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생존자는?”

도밍게즈가 물었다.

“5명 사살. 한명 생존입니다.”

대위가 사무실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무실의 다른 문, 그들이 들어온 입구의 반대쪽 문 앞에서 병사 한 명이 총구를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한규호는 짧은 시간 동안 5명을 깔끔하게 사살하고, 그 와중에 한 명을 생포까지 한 도밍게즈의 부하들이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어지간한 특수 부대 뺨치는 훈련을 반복 수행했다는 이야기였다. 한규호는 정말로 도밍게즈가 사병을 키우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부터 찾아.....”

도밍게즈가 한규호에게 말을 걸었다.

그 순간 한규호가 손에 들고 있던 베레타를 들어 반대편의 문, 입구에서 대각선으로 반대편에 위치한 문을 향해 총을 쏘았다.

닫힌 나무문에 대고 3발을 빠르게 발사했다.

***

사무실과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방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던 카바예로 카르텔의 카바예로 중 한 명인 아라도르 벨라스케스(Arador Velazquez)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거의 스무 시간 가까이 깨어있던 그는 결국 간이 침대에서 무거운 눈꺼풀을 잠시 붙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에도 잠결에 들린 총소리를 인식하고 바로 현실에서 일어난 일임을 알아채고 빠르게 몸을 일으킨 행동은 그가 카바예로 칭호를 얻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라도르는 빠르게 머리맡에 있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바로 뛰어 나가는 대신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어지럽게 들려오는 여러 개의 구둣발 소리와 총성, 비명소리가 뒤섞여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아주 큰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 뿐이었다.

"씨발."

아라도르는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 새벽에 여러 명의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일반적인 강도들은 아니다. 어느 미친놈들이 감히 까티오 바리오에서 티노 토르의 영역에 발을 들이겠는가. 그렇다면 다른 조직원이거나 군경일 것이다.

다른 조직원?

엘 오로가 가진 조직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 엘 오로도 조직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삼두사의 머리 하나가 되기 이전에 그의 머리가 잘렸을 테니까. 실체는 감추어져 있지만 그도 무력 조직을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갑자기? 엘 오로가 여기를 쳐서 얻을 이익이 무엇이지?

푸에르토 카르텔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평화 협정을 맺기 전까진 제일 많이 싸운 상대도 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갑자기 왜?

경찰? 그럴 리가 없다. 그 부패한 놈들이 무엇을 노리고 티노 토르의 본거지를 습격한단 말인가? 그럴만한 배짱도, 실력도 없는 놈들이다.

그러면 답은 하나뿐이다. 5방위군.

어제 아이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죽여 버렸던 방위군의 동료들이 복수를 하기 위해 온 것일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어떻게 알고 이곳을 습격했을까?

아라도르는 머리를 저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적들은 다수고, 지금 아라도르는 혼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티노 토르에게 물러나라는 지시도 받지 않은 이상, 그는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아라도르는 문을 열기 전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권총을 내려놓고는 침대 옆 옷장 문을 열고 MAC-11을 꺼냈다.

다수의 적들에게는 권총보다는 50발들이 탄창이 삽입되어 있는 MAC-11이 나을 것이다.

MAC-11을 오른손에 든 아라도르는 잠시 생각한 후 왼손을 옷장 깊숙이 집어넣어 지름 6.4cm의 조그만 구형 물건을 꺼내 들었다.

데이 & 짐머만社에서 생산한 M67. 일반적으로 세열 수류탄이라고 부르는 물건.

개당 생산 단가가 30달러 정도 하는 이 수류탄은 군에서 유출되면서 가격이 20배로 뛰었다. 골프공보다 조금 큰 이 물건은 600달러나 나갔고, 지금의 베네수엘라에서 600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러나 티노 토르, 그의 보스는 그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홀로 남은 아라도르는 비장의 한 수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라도르는 자신이 있었다.  적이 있는 사무실 문으로 조용히 다가가 문을 열고 수류탄을 던져 넣는다. 그리고 몸을 숨긴 후 수류탄이 폭발한 다음 뛰어들어가 폭발에너지와 파편, 소음에 놀라 넋을 놓고 있을 놈들에게 잉그램으로 .380ACP를 박아주면 된다.

열 명? 스무 명? 몇 명이든 상관없다.

바리오는 매일매일 피튀기는 전장이었고, 그는 그 전장에서 태어나서 피를 마시고 자랐다. 그에겐 결코 무서울 것이 없었다. 게다가 양손에는 듬직한 무기도 들고 있다.

그는 생각을 마치고 방문을 열어 복도로 나갔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 문이 수류탄을 선물해줄 사무실에 연결된 문이었다.

아라도르는 왼손에 든 수류탄을 가슴 쪽으로 가져간 후 수류탄의 핀을 뽑기 전, 몸을 기울여 귀를 문에 살며시 갖다 댔다.

몇 명이 있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해도, 어느 쪽에 있는지는 파악해 두고 싶었다.

그런 그의 왼쪽 관자놀이에, 나무문을 뚫고 들어온 9mm 총알이 문 파편과 같이 박혀 들었다.

***

한규호는 나무 문을 향해 3발을 쏘았다.

몸통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마이크 루소가 창안하고, 제프 쿠퍼가 완성한 현대전 권총기술 모잠비크 드릴(Mozambique Drill)이 한규호의 손에서 실행된 것이다.

방안에 있던 시신의 수를 헤아리던 한규호에게 직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직감이 반대편 문 너머에서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그 사실을 인지한 한규호는 지체 없이 빠르게 세 발을 쏘았다.

직감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위험이 찾아왔다는 이야기고, 문 너머의 무언가가 실제 위험인지 아닌지, 어떤 위험인지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한규호가 사격하자 경계상태를 풀고 있던 방위군 병사들이 빠르게 지향사격 자세로 돌아왔다.

한규호에게 말을 걸던 도밍게즈도 빠르게 총구를 반대편 문으로 돌렸다.

세 개의 총알 구멍이 난 문 뒤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병사들이 빠르게 문 쪽으로 이동했다. 문 근처에서 유일한 생존자를 겨누고 있던 병사는 시선 확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면서도 여전히 총구는 그를 겨누고 있었다.

가장 먼저 접근한 대위가 손잡이를 잡고 빠르게 문을 당겼다.

문에 기대어져 있던 아라도르의 시신이 사무실 안쪽으로 털썩 쓰러졌다.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바닥을 적셨다.

대위는 빠르게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기관단총을 회수한 다음 부하에게 넘겼다.

그리고는 재빨리 첫 번째 지향사격 자세를 취하고 첫 번째 방문을 열었다. 뒤에 서 있던 부하 중 한명은 그 반대쪽 방문을 열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마치 대본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보였다.

“더 있나?”

도밍게즈가 한규호에게 물었다.

질문을 하면서도 도밍게즈는 자신이 왜 그에게 적이 더 있는지를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없어.”

한규호가 답했다.

“계속 수색해.”

한규호의 대답을 들었음에도 대위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병사들이 빠르게 복도에서 연결된 다른 문들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열면서 확인했다.

짧은 시간의 수색 끝에 더 이상 1층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고받은 도밍게즈가 유일한 생존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엎드려 있었다.  도밍게즈의 군화발이 그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정확히 갈비뼈를 맞은 생존자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집었다.

고통에 흔들리는 그의 머리를 도밍게즈가 잡아채 위로 들어 올렸다.

“다른 놈들은?”

도밍게즈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머리카락을 잡힌 생존자는 옆구리를 채여 숨을 못 쉬는 상황에서도 최대한의 숨을 끌어 모아 말했다.

“어..없습니다. 없어요!”

다음 카바예로 후보자였던 그가 살아남았던 이유는 그만이 다른 동료들과는 다르게 생각이라는 것을 했기 때문이었다.

군인들이 들이닥쳤을 당시 유일하게 그만이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만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지금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있는 힘껏 진실을 말했다.

“크헉. 여기 있는. 허억. 사람이. 저. 전부입니 허억.”

그는 쉬어지지 않는 숨을 몰아쉬며 겨우 말했다.

도밍게즈는 자신의 발길질이 갈비뼈를 부러트려 이놈이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아이는 어디 있지?”

도밍게즈가 다시 으르렁거렸다.

“지..지하에.”

생존자는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손을 뻗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가리키고 싶었지만 고통이 너무 심해 팔을 뻗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짓으로 사무실 구석에 있는 계단을 가리켰다.

도밍게즈는 잡고 있던 머리를 내팽겨치듯 내려 놓고는 여전히 총구를 겨누고 있는 병사를 향해 말했다.

“계속 감시해.”

도밍게즈는 그렇게 말하며 고통스럽게 몸을 뒤척이는 생존자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지하실로 제일 먼저 내려가는 한규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 MISSION 03 : La Mancha Negra (5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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