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69화 (70/386)

< MISSION 03 : La Mancha Negra (16) >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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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호는 잠을 자고 있었다. 그레이스 박사 일행 중 그만이 유일하게 점심을 챙겨 먹고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잘 수 있을 때 자둔다.

그의 철칙이다.

딩동

초인종 소리에 한규호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가 되기까지 3~4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객실 문을 보안경을 보지도 않고 열었다. 누가 찾아오든 그는 상대할 수 있으니까.

문이 열리자 군인 하나가 서 있었다. 첫날 도밍게즈 소령이 소개했던 대위였다.

“실례합니다. 소령님의 명령을 받고 모시러 왔습니다.”

모시러 왔다고? 소령의 명령으로?

한규호는 설명을 요구하는 마음으로 대위를 바라보았다.

“다들 아고스토 이사의 방에 모여 스즈키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위가 눈치 빠르게 그 눈빛을 읽고 답했다.

한규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남미 군대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도밍게즈 소령도, 이 대위도 괜찮은 군인이다.

“알겠습니다.”

한규호는 정중하게 답했다.

대접받을 만한 사람이라면 대접해주는 것이 맞다.

한규호는 문 옆에 있는 카드키를 뽑아들고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아고스토의 방문을 노크했다.

방문이 열리자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담배를 피고 있는 아고스토와 그 옆에서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레이스 박사가 눈에 들어왔다.

한규호는 거실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분노를 참고 있는 표정의 소령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안절부절한 얼굴로 서 있는 앤 챔버의 얼굴도 보였다.

자고 있는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군.

“무슨 일입니까?”

한규호는 도밍게즈 소령에게 물었다.

그가 지금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고스토 이사님께서 허가 없이 층을 벗어나려고 하셨습니다.”

한규호가 아고스토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매서워 아고스토는 그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무슨 일입니까?”

한규호가 같은 질문을 아고스토에게 했다.

“손님이 왔어요.” 아고스토 대신 그레이스 박사가 대답했다.

한규호는 시선을 돌려 그레이스 박사를 돌아보았다. 그레이스 박사는 아고스토와는 달리 한규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예정된 손님이 있었습니까?”

한규호가 그레이스 박사에게 물었다.

“예정에는 없었어요.”

“약속을 새로 잡은 겁니까?”

“그래요.”

“제가 상황을 통제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약속을 하는 것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참 대단한 경호원이시네요.”

그레이스 박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한규호에게 쏘아 붙였다.

“서약서에 서명을...”

“서약서! 서약서! 그깟 종이 쪼가리 하나를 가지고 나를 압박할 생각은 하지 마요!”

그레이스 박사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얼굴 표정도 목소리만큼 날카로워졌다.

한규호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여자는 나를 적대하기로 마음 먹었군. 그래서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숫제 선전포고를 하고 있군.

한규호는 화가 난 그레이스 박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문득 완의 얼굴이 떠올랐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던 어둠 속의 그 얼굴이 그리워졌다. 사춘기 중학생 같은 그녀의 화난 표정이 그리워졌다.

똑같이 화를 내고 있는 얼굴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경호원 아닌가요? 당신은? 이번 방문의 리더는 나예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은 리더인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고. 누가 주이고, 누가 객인지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은 그저 내가 하는 지시에 따라서 그저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레이스 박사의 새된 목소리에 한규호는 완을 떠올리던 것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이가 없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미스터 스즈키.”

한규호는 자신을 부르는 다른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자신에게 눈도 맞추지 못하고 딴청을 피우던 아고스토 이사가 거만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한규호를 보고 있었다.

“본인의 업무에 충실하려는 생각은 잘 알겠어요. 물론 칭찬할만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말이죠.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한 법입니다. 미스터 스즈키는 아직 젊어서, 그래서 큰 그림을 볼 줄 몰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방문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번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 누

구인지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고스토는 그레이스 박사가 한규호를 몰아붙이는 것을 보자 자신도 뭔가 한 마디를 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젊은 놈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저 건방진 놈에게 그레이스 박사에 이어서 매섭게 한마디 해줄까 생각도 들었지만 아고스토는 그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아고스토는 어른이고, 어른답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타이르는 것이 지금 자신의 모습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배드캅 다음에는 굿캅이 나와야 하는 게 순서에도 맞았고.

아고스토는 흘깃 앤 챔버를 돌아보았다.

지금 신사다운 모습을, 이 젠틀하고 댄디(dandy)한 모습을 저 아가씨가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하면서.

“미스터 스즈키. 숲을 보시오. 나무가 아니라.”

한규호는 능력을 써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능력이 까발려지고 말고 상관없이 두 사람을 내일까지 재워버리고, 비행기 안에서, 아니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깨워 줄까 하는 충동이 들었다. 한규호는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다.

물론 그럴 순 없다는 걸 한규호도 잘 알았다.

내기를 불어넣자니 보는 눈이 많았고, 보는 눈들을 전부 다 가려 버릴 수도 없었고. 다 가린다고 한다 해도 나중에 뒷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 만큼 지금 상황은 한규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망할 트레이시.

한규호는 트레이시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번 일로 그녀에 대한 빚은 전부 탕감이라고 마음먹었다.

좋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한규호는 그렇게 마음 먹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한규호가 입을 열었다.

그레이스 박사와 아고스토의 표정에 승리의 기운이 살짝 깃들였다.

“그레이스 박사님께서 본인이 서약한 것을 지키지 않으시겠다면 저는 지금 이 시간부로 박사님의 경호 임무를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규호가 시선을 아고스토에게 돌렸다.

“이사님도 포함해서 말이죠.”

한규호는 그렇게 말했다.

뭐 지들이 싫다는데 내가 어쩌겠어. 내가 안하면 되는거다. 그러면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

아고스토의 얼굴에 의기양양하게 떠오르던 승리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면서 당혹감이 드러나는 것이 한규호에게 보였다.

방금 전 숲이니 나무니 하면서 병신 같은 소리를 할 때는 순간적으로 화가 났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들에게서 손을 뗄 수 있는 계기를 준 것 같아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나요?”

그레이스 박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책임질 수 있느냐라. 그 말은 그대로 돌려드리도록 하지요.”

한규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한규호는 정중한 표정으로 당황한 얼굴을 한 아고스토와 잔뜩 화가 난 표정을 한 그레이스 박사에게 인사했다.

지금 상황들을 비추어 유추해보면 그레이스 박사는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표정을 보면 한규호가 이렇게 빨리 포기하고 아예 물러나버리는 시나리오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뭐 상관없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한규호는 그런 사람이었다. 일의 우선순위가 명확했고, 가장 최우선에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두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의지가 이 방문단의 리더인 위대하신 그레이스 박사님께서 하고싶은 대로 하게 두라고 말하고 있었다.

죽든 말든.

그러니 원하시는대로.

“지시에 따르지 않으신다면 저희도 더 이상 경호임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문 옆에 서서 듣고만 있던 도밍게즈 소령이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도밍게즈에게 향했다.

“지... 지금 우리에게 지시에 따를 것을... 강요하는 것이오?”

아고스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요할 수 있으면 했을 겁니다. 강요할 수 없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도밍게즈가 아고스토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규호는 속으로 웃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밍게즈가 자신의 편에 섰다.

민주주의 혁명을 원했던 그레이스 박사는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당황하고 있었다.

혁명은 지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고, 실패한 혁명은 죽음 뿐이다. 지금 그녀는 정치적 죽음을 선고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레이스 박사는 앤 챔버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지지해 줄 또 다른 민중을.

그러나 앤 챔버의 생각은 그레이스 박사의 기대와는 달랐다.

“잠시만요.”

한규호가 몸을 막 돌리려던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았다.

“채..챔버양?”

아고스토가 그 목소리에 제일 먼저 반응했다.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앤 챔버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한규호도 그녀가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돌리려던 몸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스터 스즈키, 도밍게즈 소령님.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앤 챔버가 한규호에게 말했다.

한규호는 나가려고 생각했던 마음을 잠시 뒤로 미뤘다. 지금까지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던 저 어린 아가씨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졌다.

“그레이스 박사님. 잠시 저와 이야기를 좀 나누실 수 있나요?”

앤 챔버의 갑작스런 대화요청에 그레이스 박사의 눈이 커졌다.

이번 방문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앞으로 나선적 없는 그녀였기에, 지금 앤 챔버의 모습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부탁드립니다. 박사님. 잠시만요.”

앤 챔버는 박사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레이스 박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레이스 박사는 앤 챔버의 그 눈빛에 거스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레이스 박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고스토의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거실에는 세 사람의 남자들만이 남아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

“박사님.”

방문을 닫은 앤 챔버가 말했다.

“챔버 양. 이게 무슨 실례되는 행동인가요?”

그레이스 박사는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 아고스토의 침실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아직 한규호를 상대했던 날카로운 감정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 표독스러운 감정의 일부를 날카롭게 만들어 일행에서 가장 나이 어리고 약한 20대의 아가씨를 찔러갔다.

“박사님. 저는 박사님을 이해해요.” 그러나 20대 아가씨는 그 날카로운 감정의 비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냈다.

“이해해요. 이해는 하지만,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앤 챔버의 단호함이 무형의 방어막처럼 단단하게 느껴졌다.

이 앤 챔버가 내가 아는 앤 챔버가 맞는 것일까?

하지만 그레이스 박사는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고작 국무부 인턴 주제에, 국무부에 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녹음기 역할 주제에 감히 자신을 이렇게 대하다니.

“챔버 양. 그건 챔버 양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

“일행이 갈라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앤 챔버가 그레이스 박사의 말을 끊으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

그레이스 박사는 순간 당황해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개개인에 대한 권리와 자유를 우선시하는 미국이라고 해도, 직위와 나이 차에 따른 계급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레이스 박사가 속해있는 학계와 앤 챔버가 속한 정계에서 그 계급차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다시 말해 앤 챔버라는 국무부 인턴이 그레이스 박사라는 학계의 중요 인사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요?”

그레이스 박사의 표독스러움이 내부에서 증식했다.

이 어린아이를 밟아주지 않고서는 참지 못할 것 같은 분노가 그녀의 마음 한곳에서 솟구쳤다.

“잠시만요.”

앤 챔버는 그녀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레이스 박사는 당황했다.

전화를? 이 상황에서?

그레이스는 전화기를 들고 있는 저 버릇없는 아가씨의 손을 쳐서 전화기를 떨어트릴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됐다.

“여보세요. 앤 챔버입니다.”

지금 그레이스 박사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또 해야 하는데, 이번 방문에서 들러리 역할만 하는 두 연놈이 자신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전화통화라니.

자신을 이렇게 화나게 해놓고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니!

“문제가 생겼어요. 네. 네. 상황을... 아니. 그냥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 드릴께요.”

앤 챔버는 화난 그레이스 박사를 앞에 두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 차분한 목소리가 그레이스 박사를 더 화나게 하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차분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전화기를 그레이스 박사에게 건넸다.

“박사님. 받으세요.”

그레이스 박사는 뻔뻔한 얼굴로 자신에게 전화기를 내미는 앤 챔버를 노려보다가 그 전화기를 낚아 챈다음 얼굴에 대고 날카롭게 말했다.

“여보세요.”

(박사님. 나 매리에요.)

익숙한 목소리가 익숙한 이름을 말했다. 매리? 매리가 누구였지?

“매리? 매리가 누구..... 매리?”

매리가 누군지 떠올랐다.

목소리의 주인이 떠올랐다.

미국 국무부 국제기구전담국(Bureau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 Affairs)의 수장인 매리 캐서린 캔디 차관보(Assistant Secretary).

미국과 국제기구 간 최고 실무 책임자의 이름이 매리였다.

“차...차관보님?”

(기억하시나 보네요. 다행입니다. 문제가 생겼다고요?)

그레이스 박사는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방문은 국무부의 협조 없이는 성사 될 수 없었다. 앞으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국무부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지금 그레이스 박사와 통화를 하고 있는 차관보는 국제기구와 미 정부간 실무 담당 최고 책임자다. 그레이스 박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을 가지는 인물을 뽑는다면 대통령보다 그녀라고 할 수 있었다.

“아... 그게. 그 저기... 지금 이쪽에서.”

(미안해요. 박사님. 지금 길게 통화하기가 어렵네요. 빨리 말씀 드릴께요.)

“네? 네.”

(지금부터 앤 챔버 양의 지시에 따르세요. 박사님. 만약 그러시지 않는다면 앞으로 미국 정부와 함께 일하실 수 없을 거예요. 아시겠죠?)

“네?”

그레이스 박사는 순간적으로 차관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각 단어의 의미는 명확히 알아들었지만, 그 문장 전체의 의미가 한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챔버 양의 지시에 따르시라고요. 말이 어렵나요?)

“........”

그레이스 박사는 의미를 알아 들었다. 그러나 받아 들이지 못했다.

(박사님.)

차관보가 그레이스 박사를 불렀다.

“네?”

(박사님. 정말 노력 많이 하셨잖아요. 그죠? 라틴계 여성으로 학계에서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멈추시면 안 되겠죠?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그레이스 박사는 무슨 뜻인지 알았다.

차관보는 그레이스박사를 협박하고 있었다. 설득이 아니라.

“.....네.”

(감사합니다. 전 바빠서. 그리고 앞으로는 챔버 양의 전화가 안 왔으면 좋겠어요. 아! 안전하게 돌아오세요! 꼭이에요!)

차관보의 전화가 끊겼다.

하지만 그레이스 박사는 한참을 전화기를 든 채로 서 있었다.

< MISSION 03 : La Mancha Negra (1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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