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SION 03 : La Mancha Negra (9) >
2일차
연방정부 청사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앤 챔버는 갑자기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덮쳐오는 스즈키 박사의 모습을 보았지만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덮쳐 오는 그의 팔이 자신의 가슴에 강하게 부딪힐 때까지 그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의 팔, 정확히 그의 오른쪽 전완이 그녀의 왼쪽 흉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야 그녀는 반응할 수 있었다.
폐 속 깊은 곳에 있던 공기를 끌어내어 그녀의 성대를 통해 높은 주파수의 비명으로 막 뱉어내려는 찰나.
그녀의 눈에 자신을 덮친 스즈키 박사 뒤에 서 있던 차관 비서의 팔이, 리무진의 뒷문을 잡고 있던 팔이 피분수를 뿌리며 날아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스즈키 박사의 갑작스러운 행동과, 자신의 젖가슴에 느껴지는 압박과, 그리고 날아가는 팔과 피분수가 준 충격이 모두 그녀의 비명에 담겨 있었다.
탕
타앙
그녀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과 거의 동시에 두 개의 총소리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그 장소에 울려 퍼졌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앤 챔버의 하이톤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그 총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른팔로는 앤 챔버를, 왼팔로는 그레이스 박사와 산타나 차관을 끌어안은 한규호는 두 팔에 힘을 주어 세 사람의 여성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끌어당기며 자세를 낮췄다. 그 순간 그의 귀에도 두 발의 총성이 들렸다.
직감이 발동되고 반사적으로 날카롭게 확장된 그의 감각이, 각 총알의 방향을 짚어 냈다.
하나는 북쪽,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쪽, 그리고 동쪽에서 들려온 총소리가 더 가깝다는 사실을 그의 감각이 잡아냈다.
직감에 따라 몸을 움직인 한규호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팔이 끊어진 차관의 비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그저 그 자리에서 서서 자신들이 눈으로 보고 입수한 시각정보를 머리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아고스토 이사가 그랬다.
한규호 뒤에 서서, 차관과 그레이스 박사 두 사람의 인사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발끝을 까닥거리는 행동으로 표현하던 아고스토 이사는 총알에 의해 끊어진 비서의 팔에서 흩뿌려진 피가 자신의 7500달러짜리 제냐 양복과 얼굴에 튀었음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한규호를 보고 있었다.
비단 아고스토 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도 아무런 말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는 팔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비서가 마침내 팔을 잃었음을 자각하는 것과 동시에 밀려오는 통증에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의 피가 아직도 상처에서 뿜어져 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저격이다!”
도밍게즈 소령이 가장 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뇌는 저격이 발생했고, 그리고 비서의 팔이 저격에 의해 날아갔고, 지금 차관과 그레이스 박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판단을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내렸다.
도밍게즈 소령이 소리치자 그의 부하들도 그제야 움직였다.
우왕좌왕하던 방위군은 총을 꺼내 사격자세를 취하며 엄폐를 시작했다. 그러나 재빠르게 몸을 숙이고 차량의 그림자로 숨어든 그들은 총알이 날아온 위치를 알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그들이 몸을 숨긴 곳이 안전한 곳인지, 아니면 저격수의 총구에 노출된 곳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그저 본능과 훈련경험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한규호가 덮쳐온 관성 때문에 세 사람의 여자는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한규호는 팔에 힘을 주어 그들을 끌어안고 넘어지지 않도록 버텨 낸 다음 바로 자세를 낮췄다. 주위를 빠르게 스캔한 다음 앤 챔버, 그레이스 박사, 산타나 차관을 몸으로 보호하면서 리무진 차량 반대편으로 이끌었다. 그의 감각이 찾아낸 북쪽과 동쪽 방향의 발사 의심 방향에서 사각지대가 되는 지점이었다.
“정신 차려! 차관님부터! 차관님을 보호하라!”
도밍게즈 소령이 다시 소리쳤다. 갑작스런 상황에 약간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방위군 병사들은 도밍게즈 소령의 외침에 차관의 위치를 찾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차관은 보이질 않았다. 곧 한규호가 몸을 던진 곳에 있던 몇몇의 병사가 사각지대에 한규호 밑에 깔린 차관을 발견하고는 자세를 낮추고 그 주위로 접근했다.
“숙이시오! 몸을 숨겨요! 당장!!”
도밍게즈 소령은 이번에 아고스토 이사에게 소리쳤다.
피 묻은 제냐 양복을 입은 아고스트는 어찌할지를 모르는 듯 서 있었다. 아고스토는 도밍게즈의 말을 듣고도 당황한 눈으로 그를 돌아볼 뿐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덜덜 떨리는 아고스토의 몸은 아고스토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아고스토의 꼬락서니를 본 도밍게즈 소령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신병, 갑작스레 예고 없이 발생한 실전상황을 처음으로 맞닥뜨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신병의 모습이었다. 그냥 내버려 둘까 잠시 생각한 도밍게즈 소령은 곧 생각을 바꿨다. 그는 베네수엘라 군의 최정예 중 정예인 제5 방위군 사령부 직할 특수작전부대를 이끈다는 프라이드가 있는, 베네수엘라 군대에 몇 없는 진짜 군인 중 하나였다.
마음을 고쳐먹은 도밍게즈 소령은 자신을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고스토 이사에게 몸을 날렸다. 미식축구 선수의 태클처럼, 쿼터백을 노리는 수비수처럼 그는 아고스토에게 몸을 날렸다.
아고스토는 186cm, 100kg의 건장한 군인의 태클에 그대로 땅바닥을 굴렀다. 그의 피 묻은 제냐 양복이 돌바닥에 끌리며 찢어졌다.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엄청난 충격에 아고스토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고통에 발버둥 치려던 아고스토는 머리에 커다란 손이 닿는 것을 느끼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 손은 그대로 아고스토의 머리를 눌러 바닥에 밀착시켰다.
“위험합니다. 몸을 낮추십시오.”
귓가에 속삭이는 도밍게즈 소령의 말이 아고스토에게는 마치 상처입은 맹수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소령!”
차량 반대편에 있던 한규호가 외쳤다.
“이 리무진 방탄입니까?”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히고 있던 도밍게즈의 귀에 한규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습니다!”
도밍게즈가 외쳤다.
좀 전에 차관 전용 리무진의 뒤쪽으로 그가 세 명의 여자를 데리고 몸을 숨기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방탄차량 안으로 그 여자들을 밀어 넣을 생각인 듯 했다.
소령의 대답을 들은 한규호는 앤 챔버를 감싸고 있는 오른팔을 뻗어 팔이 날아간 비서가 잡고 있던 문의 반대편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앤 챔버, 그레이스 박사, 산타나 차관 순으로 차례대로 그녀들을 차량 뒷좌석으로 던지듯이 밀어 넣었다.
“몸을 밀착하고 차 바닥에 엎드려요.”
세 사람을 뒷좌석에 전부 밀어 넣고 한규호도 운전석의 문을 열고는 벌벌 떨고 있는 운전수를 지나 조수석으로 몸을 던지듯 밀어 넣었다.
“북쪽, 그리고 동쪽에!”
한규호는 문을 닫기 전에 도밍게즈 소령에게 외쳤다.
“북쪽과 동쪽이다! 엄폐하고 경계하라.”
도밍게즈 소령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병사들이 재빨리 엄폐장소를 바꿨다. 북과 동 양쪽 방향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위치로.
“차관님이 탑승했습니다!”
한규호 쪽에 있던 병사 한 명이 소리쳤다. 도밍게즈 소령은 자신의 밑에 깔려 있던 아고스토의 와이셔츠 뒷덜미를 잡아 들어올렸다.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그의 실크 혼방 와이셔츠가 찌지직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그러나 소령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를 들어 올려 짐 가방처럼 질질 끌며 리무진 뒤에 서 있던 군용 차량으로 몸을 날렸다.
“철수!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난다! 모두 탑승!”
도밍게즈 소령이 외쳤다. 도밍게즈의 부하들은 5지역 방위군이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있는지 보여주기라도 하듯, 경계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신속하고 질서정연하게 각자에 배정된 차량에 탑승했다.
차관 차량 앞에 있던 선도 차량을 시작으로 모든 차량이 굉음을 내면서 연방정부 청사 앞을 빠져 나갔다. 총소리가 나고, 정확히는 비서의 팔이 날아가고 채 3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연방정부 청사 앞을 가득 메웠던 군인들이 빠져나가고 시간이 흐르자 연방정부 건물 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차관과 함께 손님들을 배웅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그냥 지나가다가, 연방정부청사에 용무가 있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연방청사 건물 앞에 있던 사람들이 갑작스런 소란에 다들 몸을 피했다가 차량이 빠져나가고 건물 앞이 조용해지고 난 후 슬슬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는 팔이 떨어져 나간 채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한 남자와 그에게서 한 4m 정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의 팔이 보였다.
***
2일차
베네수엘라 주교좌성당(Panteon Nacional de Venezuela)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수사복을 입고 성당 종루에 엎드려 있는 남자,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누군가에게 위협용 저격을 한 엘 프로페서도 리무진 뒷문을 잡고 있던 남자의 팔이 피분수를 뿌리며 어깨에서 떨어져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잘못 쏘았나 생각했다. 그가 쏜 총알이 군용차량의 방탄유리에 금을 가게 한 것을 조준경을 통해 똑똑히 보았으면서도 혹여 자신이 잘못 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타앙.
그 때 또 다른 총소리가 들렸다.
약. 1초. 팔이 날아가고, 약 1초의 시간이 흐른 후 총성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아니, 이라크에서 실전과 훈련에 의해 본능처럼 몸에 새겨진 감각으로 거리를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초속 700m 정도인 저격소총의 총알 탄속을 감안할 때, 또 다른 총알이 발사된 지점과 자신과의 거리는 대략 1km 안쪽이다. 뒤늦게 들린 총소리의 주인도, 자신도 서로의 사정거리 안에 위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빠르게 계산했다.
총알은 거의 동시에 도달했다. 그리고 1초 간격으로 들린 총성. 만약 또 다른 저격수가 리무진을 중심으로 자신의 반대쪽, 180도 방향에서 쏘았다면 총성이 들리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거리로는 2km 가량 될 테고, 도심의 소음을 감안한다면 미지의 저격수의 총성은 안 들리거나 더 작게 들려야 했을 것이다.
반대쪽은 아니다. 그렇다면 왼쪽 아니면 오른쪽?
엘 프로페서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청사로비 앞의 대로 너머로 주유소와 작은 광장이 보였다.
나라면 저 곳을 선택하진 않는다.
리무진을 잡은 남자의 팔이 연방청사 건물 쪽으로, 즉 서쪽으로 날아갔다. 동쪽에서 총을 쐈을 가능성이 높다.
동쪽이라면 어디에서 쏘았을까?
왼쪽으로 돌린 그의 시야에 카라카스 업무중심부의 수많은 고층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격하기 좋은 지점이다.
엘 프로페서는 선택을 해야 했다. 미지의 저격수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인지, 아니면 빠르게 몸을 뺄 것인지. 전장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선택이 생사를 좌우한다.
이제 이곳은 야전이다. 필드이다. 미지의 저격수가 나타남으로써 고층건물이라는 거대한 나무들이 들어선 전장이 되었다.
엘 프로페서는 선택해야 했다. 그와 싸울 것인지, 아니면 몸을 피할 것인지.
엘 프로페서는 결정했다.
그는 이곳에서 몸을 빼내기 위해 총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바닥에 바싹 붙은 그 자세 그대로 천천히 뒤로 포복했다.
***
2일차
센트럴 파크 타워(Torres, Parque Central)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Que se joda! (씨발)”
카라카스 연방정부에서 동쪽으로 1km 떨어진 센트럴 파크 타워 27층, 빈 사무실에서 조준경을 통해 연방정부 청사 앞을 바라보고 있던 발렌티노 바레또(Valentino Barreto)는 욕설을 내뱉었다.
전직 FARC(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 de Colombia : 콜롬비아 무장혁명 반군) 출신의 용병, 남미 북부지역에서 일명 VB로 통하는 그가 쏜 총알이 목표에서 벗어나 엉뚱한 사람에게 맞아버린 것이다.
분명히 여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서 있는 젊은 여자를 제대로 노렸다.
현장에서의 즉사는 아니어도 치명적인 상처는 입힐 수 있다고 확신했는데, 그의 총알은 우측 하방으로 휘면서 리무진을 잡고 있던 남자의 팔을 끊어낸 것이다.
VB의 의뢰인이 원한 것은 검은 양복쟁이의 팔이 아니었다. 젊은 여자, 아니면 늙은 남자의 박살난 머리를 원했다.
1km라는 거리가 부담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헤드샷을 자신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조준경으로 그녀의 머리를 노리고, 거리를 계산하고, 조준점을 재조정한 다음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녀, 검은색 정장을 단아하게 갖춰 입은 젊은 여자는 죽는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총알은 엉뚱하게도 엄한 양복쟁이의 팔을 끊어 낸 것이다.
타앙
그 순간 그가 쏜 것이 아닌 다른 총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총소리? 누군가 쐈나? 그는 군인들을 살폈다.
저격을 알아챘는지, 그들은 이제야 이리저리 몸을 어수선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격지향자세를 취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 누구도 적극적인 사격 상황에 들어가지 못했다. 군인들이 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총소리가? 뭐지?
그는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FARC에서 콜롬비아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며 청춘을 보냈던 그는 그만의 교전수칙에 따라 눈앞의 목표를 빠르게 처리하고 탈출하기로 결정했다. “씨발. 생각이 많으면 뒈지는 거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분주하게 조준경을 움직여 경계하는 군인의 모습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목표물인 여자의 모습을 찾았다.
곧 동양에서 온 원숭이가 여자들을 껴안고 있는 모습을 찾았다.
총알 앞에서 몸으로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인가? 쏠까? 그냥 쏴 버릴까? 한 발의 총알로 다수의 타겟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의뢰인은 늙은 여자는 절대 쏘지 말라고 했다. 젊은 여자, 아니면 늙은 남자. 그것도 안 되면 젊은 원숭이라도 맞추라고 했다.
그런데 동양인은 쏘기가 쉽지 않았다. 늙은 여자를 감싸고 있어서 그녀가 다칠 위험이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원숭이가 여자들을 껴안고 사각지역으로 사라졌다. 그의 총구에서 보이지 않는 리무진 건너편 그림자로. 마치 VB의 위치를 알기라도 하는 듯 절묘하게 사각지역에 몸을 감췄다. 곧이어 다른 군인들이 그들을 방어하기 위해 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그러면 늙은 남자.
VB는 살짝 총구를 돌렸다. 멍청하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비싸 보이는 정장을 입고 있는 나이 먹은 남자가 조준경에 들어왔다. 조준선을 그 놈의 머리로 움직이는 순간 목표물이 사라졌다. 한 군인이 몸을 날려 타겟을 덮쳐 넘어뜨린 것이다. 색(Sack :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에게 하는 태클)처럼 빠르고 확실한 태클이었다.
쏠까?
늙은 남자는 아까처럼 무방비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군인이 타이밍 좋게 그를 넘어뜨려 보호했지만 아직 완전한 사각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으니까.
VB는 잠시 고민했다. 저 비싸 보이는 양복 입은 돼지라도 쏴 버릴까? 그를 감싸고 있는 군인과 같이?
그 순간 군인들이 대형을 바꿨다. 단순히 당황하여 차량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사방을 경계하기만 하던 군인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방향성을 보였다. 그들의 시선과 총구가 VB가 있는 동쪽으로 향했다.
위치가 노출되었다? 단 한발의 총알로?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리고 늙은 남자를 덮쳐 보호했던 늙은 군인이 늙은 남자를 질질 끌고 던지듯 군용 차량 안으로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군인들도 신속하게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텄군.
사각지대에 있던 처음 노렸던 타겟, 젊은 정장 차림의 여자는 이미 차량에 탑승한 것처럼 보였다.
VB는 조준경에서 눈을 뗐다. 이후로는 안 봐도 뻔하다. 차량은 출발할 것이고, 수색이 시작될 것이다. 빠르게 몸을 빼는 것이 현명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할!!”
첫 총알은 빗나갔다. 추가 사격도 실패했다. 목표들은 탈출했다. 알 수 없는 총소리까지 들려왔다.
고작 1만 달러짜리 일이다. 선금으로 3천 달러를 받았고, 잔금이 7천 달러 남았다. 7천 달러. 많은 돈이 아니다. 목숨 값에 비교한다면 푼돈이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탈출해야 한다. 의뢰인에게서 클레임이 들어온다 해도 우선은 몸을 피해야 한다.
“씨발. 삼두사고 나발이고.”
그는 의뢰인을 욕하며 총을 갈무리했다.
< MISSION 03 : La Mancha Negra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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