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02 : HANDCARRY (27)
5월 24일
마투피 제칠일 안식일 교회
마투피(Matupi), 친 주, 미얀마
한규호는 자신이 있었던 방향 쪽으로 총구를 겨눈 채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허름한 야전 상의, 빛바랜 어디 것인지 모를 군복바지, 낡았지만 잘 손질된 군화를 착용한 남자가 미동도 없이 한규호가 지나온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규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오른쪽 다리 뒤에 놓인 직육면체의 길다란 검은색 가방. 아마도 총을 넣고 다니는 용도겠지.
총은 뭐지? 한규호는 그가 마치 신체의 일부인 듯 어깨에 견착한 총을 살폈다.
총 몸체에 나무 무늬가 보인다. 나무?
M14인가? 아니다. 탄창결합부가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M1? 아니다. M1이 아니었다. 총구 부분이 다르다.
뭐지? 설마 Kar98k? 2차대전 때의 독일군 제식소총?
한규호는 잠시 생각했다. 잘못 온 것일까? 사람을 잘못 찾은 것일까?
처음 총을 맞은 곳과의 거리는 적어도 700~800m는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설계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저 구닥다리 총으로 그 거리에서 맞췄다고?
한규호의 머릿속에 단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함정.
아군을 미끼로 함정을 파는 전술은 흔한 전술이다. 희생양을 미끼로 심어놓고 그것을 노리는 적을 역으로 찾아낸다.
혼자인 것도 의심스럽다. 저격수는 혼자서 다니지 않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독한 늑대 같은 이미지의 저격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원거리 저격이라는 것은 단순히 망원 조준경으로 사람을 보고 십자선 안에 들어왔을 때 방아쇠를 당기면 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와의 거리, 고도 차이, 총알에 영향을 주는 중력, 온도, 습도, 공기의 밀도, 그리고 거리가 멀어질 경우 지구의 자전 속도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그 일을 해주는, 총 대신 각종 탐지장비, 계산용 PDA를 들고 다니는 탐지병이 같이 있어야 한다. 요즘 나온 Xact시스템이라면 혼자서라도 가능하겠지. 그런데 사격지원 프로세스가 달린 조준경 컴퓨터는 둘째 치고 80년 전에 사용하던 제식 ZF-41 스코프도 장착되어 있지 않다.
이 알 수 없는 사내는 그저 머리를 깊숙이 총신에 박고 왼쪽 눈으로 가늠좌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왼쪽 눈? 개머리판은 오른쪽 어깨에 견착했는데, 고개를 한껏 꺾어서 왼쪽 눈으로 조준하고 있다.
한규호는 완전히 그를 제압할 수 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확신이 들지 않았으니까.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엎드려 있는 이 자가 자신에게, 아니, 샤오메이에게 총을 발사한 그 남자라는 확신이.
한규호는 감각을 더욱 확대했다. 혹시 있을 다른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
5월 24일
마디나 호텔(Madina Hotel).
탄치, 치타공주(州), 방글라데시
곽용신은 마디나 호텔 자신의 방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녹초가 되어 있는 후배가 지친 표정으로 닭다리 하나를 억지로 씹어 삼키고 있었다.
뉴델리에서 캘커타로, 캘커타에서 치타공으로, 그리고 탄치로 곽용신이 달려온 길을 그대로 따라온 그의 후배 국가정보원 4급 직원 김승섭이 그의 앞에 앉아서 가늘게 눈을 뜬 채 다 식은 닭다리를 뜯고 있었다.
김승섭은 당장에라도 자고 싶었다.
저 망할놈의 선배를 믿고 들어갔던 사이캇 호텔에서 밤새도록 울려대는 기차 경적소리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침에 투덜거리려 망할 선배에게 전화했더니 할 일을 산더미처럼 안겨줬다.
재빠르게 자신을 뒤따라오는 요원들에게 거점을 구축하라고 지시하고, 물론 사이캇 호텔에, 재빠르게 SUV를 하나 구하고, 반 달 치 월급을 선불로 주고 기사를 고용해왔다. 남은 반달치는 끝나고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식당에 들러 닭으로 만든 요리를 몇 개 주문한 다음, 중국화교식료품점에 들러 중국산 즉석요리식품과 건조식품을 구비하고 6시간동안 비포장도로를 멀미를 참아가며 달려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런데 이 망할 놈의 선배는 아직 쉬게 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좋아. 정리해보자. 유만호. 그 유만호가 여자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라고 했다. 여권도 여자 여권을 사진 부착식으로 급하게 하나 받아왔고. 맞지?”
곽용신이 눈 앞에 든 노트에 적어가며 말했다.
“맞아요. 그 유만호가 직접 전화했더란 말입니다. 여권은 캘커타 공항에서 어떤 놈이 전해줍디다.”
“한국인?”
“인도놈이었어요. 그리고 형님은 김형원에게 전화 받았고, 남자 먼저 구출해라라고 이야기 듣고.”
“음.....”
“근데 김형원 그 사람 살아있었어요? 죽었던 거 아니에요? 선배들이 그 프라하의 전설 이야기할 때 보면 끝에는 그 양반 요단강 건넜다고, 그렇게 끝났는데?”
“.... 나도 그런 줄 알았어.”
“참나. 이거 느낌이 쌔 합니다. 아버지가 요단강 건넌 사람이랑 같이 놀면 요단강 건넌다고 했는데.”
김승섭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 뜯어먹지도 않은 닭다리를 내려놓았다. 지금 그를 지배하는 것은 식욕이 아니었다. 수면욕이었다.
그는 잠을 이겨내기 위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를 피지 않는 곽용신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고생했으니 담배 피는 거 정도는 봐준다는 마음으로.
“치타공에는? 몇 명이 있지?”
“지금 한명이 있고, 다른 한명이 내일 아침 들어오고, 또 한명이 조만간 들어올 꺼요. 처음부터 1, 2, 3이라고 하면 1번 놈이 내일 차량 한 대 더 가지고 들어오고, 2번 놈은 1번 놈에게 인수인계 받아서 치타공에 거점 구축하고 뇌물 뿌리고 다닐 테고, 3번 놈은 우선 대기. 상황 봐서 쓸 수 있도록. 그 뒤로 또 누가 오는지는 모르겠는데.”
김승섭은 담배 연기를 하늘로 뿜어냈다. 몸 안에 니코틴이 들어차자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깔끔하게 처리했군.
김승섭. 능력도 있고, 믿을만한 후배다. 정치를 못해서, 내부 정치를 못해서 현장으로만 돌아다니고 있지만, 쓸만한 놈이다.
“그렇군. 좋아. 우선은 대기한다. 30일 전후로 두 사람이 온다. 확실한 것은 남자는 우리쪽 사람이라는 것. 우리 직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연관은 있다. 여자는.... 뭐. 일단 목표는 둘 다 구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한명만 선택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내가 한다.”
판단은 그가 한다.
김승섭은 그 말을 들으며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책임도 그가 진다.
곽용신은 그런 사람이다. 능력도 있고 믿을 만한 선배다. 내부 정치를 못해서 승진을 못하니 그게 문제지.
“그것조차 여의치 않으면 우리만 몸 빼낸다.”
그 말에 김승섭의 눈이 그를 향했다.
“우리만?”
“그래. 지금 이 개좆같은 작전은 성공하면 그게 기적이야. 장비도 하나 없이, 지원도 하나 없이. 우리 식구 안전이 최우선이야.”
김승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겠슈.”
“좋아. 30일까지 거점 구축, 차량은 우선 2대 확보. 치타공에다가 연락선 구축. 그리고 인도로 빠져나가는 루트도 생각해둬야겠군. 아직은 여유 있지만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겠어. 또 뭐 빼먹은 거 있나?”
곽용신은 다시 노트에 그 내용을 다 적었다. 그리고 다시 눈으로 읽었다.
김승섭은 두 번째 담배를 꺼내 들었다.
지금 이 양반은 날 재울 생각이 없어. 망할 선배 같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불을 붙였다.
곽용신은 머릿속에 확실히 들어왔다고 생각이 든 다음 내용이 적힌 노트를 찢어 물 담긴 컵에 넣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컵속의 물은 천천히 찢겨진 페이지를 분해해 갈 것이다. 그 위에 쓰여진 잉크와 함께.
***
5월 24일
마투피 제칠일 안식일 교회
마투피(Matupi), 친 주, 미얀마
한규호는 몇 분 동안 감각을 확장하고 기다렸다. 누군가, 무언가 걸리길 기대하면서. 그러나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몇 미터 앞에 엎드려 있는 저 남자도 감각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눈으로 보고 있지 않다면, 그가 한규호의 시야에 잡혀있지 않다면, 그의 존재에 대해서 의심했을 것이다.
감각을 확장할 동안 유심히 지켜봤지만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에는 잡히지 않는, 단 한번의 미동도 없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모습과 그 곁에 보이는 탄피.
그의 옆에 떨어져 있는 두 개의 탄피. 두발의 총성, 그리고 두 개의 탄피.
이 자가 그 자라는 확신이 점점 커져갔다.
2차세계대전 당시 사용하던 구식 소총으로, 스코프도 없이 800m 밖을 저격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 점점 신빙성을 얻어가고 있었다.
한규호는 결정했다. 그를 처리하기로.
시간은 한규호와 샤오메이의 편이 아니었다.
이미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녀는 추위에 노출된 상태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 지혈은 일단 했지만 빠른 후속의료조치가 필요하다.
그를 처리하자. 함정이라면 또 다시 한규호 스스로가 미끼가 되면 된다.
그러면 다시 찾아올 것이다. 몇 번이나 그를 살렸던 직감이.
한규호는 천천히 움직였다. 수분 동안 아주 작은 미동도 없던 두 남자 중 한규호가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이다.
한규호가 움직였음에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치 채지 못했군.
눈치 챘었더라도 상관없다. 한규호가 마음 먹은 순간, 그의 죽음은 이미 결정된 것이었으니.
소리 없이 다가간 한규호는 그를 자신의 몸으로 덮었다. 왼팔로 총을 누르면서 왼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오른손에 쥔 칼, 새의 배를 가르기 위해 급조한 편마암 장석으로 만든 돌칼을 그의 오른쪽 옆구리, 신장과 동맥이 위치한 곳으로 깊숙이 찔러 넣었다.
***
원 아이드 잭은 정면을 보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사라진 지 몇 분이 지났다. 그럼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움직임이 없지?
맞았나?
아니. 지금 저기에 있나?
이미 다른 곳으로 간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어떠한 징후도 포착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본능에 따라, 그가 몸을 날렸던 비석모양의 바위를 계속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심박수는 50 초반까지 내려갔다. 저격을 하던 평상시의 심박수로 돌아왔다.
믿자. 믿어야 한다.
그가 사람이라면. 그가 유령이 아닌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저 바위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내 위치는 노출됐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바위 그림자에 숨어있다 최대한 몸을 낮춘 채로 움직이려고 할 테고, 그러면 감각에 걸린다.
아직 3발이 남았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 3발의 탄환 중 적어도 하나는 그를 맞출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피 분수를 터트리며 쓰러질 그의 모습을 볼 자신이 있었다.
그 순간 그의 후각에 피비린내가 훅 하고 들어왔다.
피비린내?
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피비린내가 나다니?
환각? 지금 환각을 느끼고 있는 건가? 내가?
그 순간 그의 눈 앞을 무언가가 가렸다.
무언가는 그가 겨누고 있는 총을 눌러 고정시킨 상태고 그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오른쪽 뒷 옆구리. 그곳으로 거칠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뚫고 들어왔다.
전방을 향해 집중하고 있던 모든 감각과 신경이 그의 몸 안에서 산산이 흩어지며 비명을 질러댔다.
***
한규호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다렸다.
한규호의 탄탄한 몸 아래에서 그의 몸이 잠시 경련을 일으켰지만 금세 잠잠해졌다. 손잡이로 사용하던 뭉툭한 부분까지 편마암 장석 돌칼의 모든 부분이 그의 몸에 들어가 있었다.
천천히. 그의 생명력이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피처럼 그의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생명력이 전부 빠져나왔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한규호는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함정이라면 위험이, 위험하다면 직감이 그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가 숨을 멈출 때 까지, 직감은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 자가 맞았군.
한규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왼팔에 의해 꺾인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안대?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차고 있었다.
그랬군. 그래서 왼쪽 눈으로 조준을 하느라고 고개가 심하게 꺾여있었군.
한규호는 잠시 그를 내려다보다 몸을 돌렸다.
이제 그와는 볼일이 없다. 생명력을 잃은 시체는 그저 자연물의 하나 일 뿐이니.
그는 첨탑에서 뛰어내려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
다행히도 교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목사 가족이 있다고 해도 한규호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당히 재우면 되니까. 그러나 아무도 없었기에, 번거로운 작업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
목사 가족은 여기 거주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교회를 비운 듯 했다. 냉장고에 있는 식료품, 옷장의 걸려있는 옷 등이 그들이 여기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규호는 적당한 크기의 배낭 하나를 챙겨서 옷장을 뒤져 쓸만한 옷들을 몇 벌 골라 담았다. 방한대비를 위해서, 그리고 그녀를 결속하기 위한 용도로.
그리고 예배당 제대 위에 있는 하얀 천을 걷어낸 다음 붕대 모양으로 길게 찢어서 둘둘 말아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 부엌에 들어가 아쿠아피나 상표가 붙어있는 생수병을 들고 잠시 생각하다 목사의 서재처럼 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했는데, 1/3쯤 비어있는 버번위스키 한 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다 챙겼군.
벽에 걸린 시계가 보였다. 밤 10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서재 위에 놓인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눌렀다.
***
5월 24일
페닌슐라 치타공 호텔(The Peninsula Chittagong).
치타공, 방글라데시
트레이시는 상황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를 제외하고 그녀는 계속 이 곳에 있었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꼭 잡은 채, 치타공 시내 여기저기를 비추는 의미 없는 영상들을 보면서 기다렸다.
그녀의 시각은 영상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지각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
그 때 그녀의 손에 있던 전화가 벨소리를 울리며 진동했다.
이미 몇 번씩이나 있었던 일이었다. 그녀가 정보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휴대전화였으니.
그러나 전화가 울릴 때 마다 그녀는 긴장했고, 곧 실망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전화가 울리자 그녀는 다시 긴장했다.
본 적 없는 번호가, +95로 시작하는 처음 본 번호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여보세요.”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나 한이요. 지금 어디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치타공이에요.”
트레이시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좋아요. 우선 들어요. 남동쪽에 탄치라는 작은 도시가 있소. 그곳으로 헬기를 가지고 와주시오. 새벽 5시까지. 가능합니까?”
“가능해요.”
트레이시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했다.
가능하다. 가능해야 한다.
“환자가 있소. 소총에 의한 관통상. 허벅지. 뼈와 동맥은 다치지 않았지만 출혈이 있고, 패혈증의 위험도 있고. 수술 준비는?”
트레이시는 순간 말을 잃었다.
빨라도 27일은 되어야 수술실을 만들 수 있다.
아직 수술은 불가능하다.
“수술은 가능합니까?”
그가 다시 물었다.
“가능해요.”
트레이시가 답했다.
인도양 앞에 있는 7함대. 7함대 소속 의료선이 있을 것이다.
“7함대가 대기 중이에요. 의료함이 있어요.”
한규호는 그 말을 들었다. 7함대라고?
그는 뭔가 말을 꺼낼까 했지만 참아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은 말고.
“좋소. 당신. 응급의료진. 이렇게만 오시오. 특작팀도 와 있겠지?”
“.... 와 있어요.”
“그들은 올 필요 없소.”
한규호가 말했다.
“알겠어요.”
트레이시가 답했다.
“내일 새벽 5시. 있다가 봅시다. 응급처치 준비를 완벽하게....”
한규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트레이시는 마지막 그의 말에서, 전화가 끊어지기 전 그의 마지막 부탁한다는 말에서, 어떠한 감정이 느껴졌다.
간절함? 꼭 따지자면 그것과 비슷한 그런 감정이.
트레이시는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 그런 생각 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지시했다.
“페이브호크를 준비시켜요. 목적지는 탄치!”
말없이 트레이시가 통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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