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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티드-47화 (48/386)

MISSION 02 : HANDCARRY (25)

5월 24일

마투피 제칠일 안식일 교회 동남동쪽 800m 지점.

마투피(Matupi), 친 주, 미얀마

샤오메이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두 손을 한규호의 옆구리로 가져갔다.

그리고 힘주어 막았다.

그녀의 손이 그의 옆구리를 누르자 압력으로 인해 피가 배어나왔다.

울컥.

그녀의 두 손가락 사이로 찐득한 피가 흘러나왔다.

“안 돼. 안 돼. 아흑.... 안 돼!!!”

샤오메이는 미친사람처럼 소리치고, 울부짖었다.

그녀는 땀과 눈물이 범벅된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제발. 제발. 제바아아아아아아알!!!.”

그러면서 얼마 남아있지 않은 자신의 체력이 소진됨도 잊은 채 그의 상처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녀의 모습을 한규호는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그녀의 얼굴에 한규호의 시선이 머물렀다.

한규호는 자신의 옆구리에 매달리듯 붙어있는 그녀의 양어깨를 두팔로 감쌌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그러나 그의 그 말이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 울음을 터트리고, 온몸을 떨며,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온힘을 다 짜내어 그의 옆구리에 대고 있는 두 손바닥에 준 힘을 조금도 풀지 않았다.

한규호가 조금 더 크게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통해 머리에 울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한규호는 눈물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안아주면서 이문혈에 내기를 불어 넣었다.

그의 내기가 그녀의 몸 안에 자리잡자, 그녀는 실 떨어진 연처럼 그의 품안에 무너져 내렸다.

그는 샤오메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임시로 겨우 지혈해 놓은 그녀의 허벅지에 다시 출혈이 시작됐다.

한규호의 상처를 알아챈 그녀는 약한 쇼크를 받았다.

한규호의 출혈을 막기 위해 힘을 주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그녀의 행동은 심장박동수를 높였고, 높아진 박동수만큼 강해진 혈압이 아직 멈추지도 않은 출혈을 더욱 가속화시켰을 것이다.

한규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샤오메이의 몸 안에 들어간 그의 내기가 그녀를 안정시킬 것이다.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시급한 과다출혈은 어느정도 해결되었다.,.

문제는 그의 내기로도 어쩔 수 없는 패혈증. 그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규호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았다.

샤오메이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그가 맞은 총알은 그의 옆구리, 정확히는 골반 위 2cm 가량을 뚫고 들어와 근육의 일부분을 헤집은 다음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그녀를 껴안고 몸을 돌리는 순간 혈액순환의 속도를 늦추고, 일부 신경기능을 차단함으로써 통증과 출혈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신체의 모든 것을, 세포 말단까지 조절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그는 총알이 자신의 배를 뚫고 복막을 찢는 순간 정신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가 그녀를 지혈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을 때, 출혈이 다시 발생했지만 다시 빠르게 막았고,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옆구리를 압박했을 때, 복부에 고여 있던 피가 압력에 의해 상처를 통해 울컥 하고 나왔던 것이다.

그도 과다출혈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에게 더 필요했다.

장기의 일부가 상했고 복막이 찢어졌으며, 몸을 움직일수록 찢어진 복막이 더 찢어질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가 가진 능력은 신체 조절이지, 신체 복원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그의 능력으로도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한규호는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길게 찢어 복대처럼 배에 둘둘 감았다.

임시 방편은 될 것이다.

그도, 샤오메이도, 치료를,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어딘가에서 그들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

그는 감각을 확대했다.

방향은 대충 알았다. 그들보다 고지대, 그들이 걸어가던 방향. 그곳에 있을 것이다.

마투피. 아까 보았던 교회 십자가. 주변에 언덕들. 건물. 어딘가에 한규호와 샤오메이를 노리는 그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감각을 조금 더 확대했다.

보통 2인 1조로 다니는 저격팀이라면 그들의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다음 저격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다면 그들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그는 감각을 확대했다.

그러나 걸리는 것이 없었다.

대화소리도, 발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총소리와 샤오메이의 비명에 놀란 산짐승들만이 내고 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

한규호는 머릿속으로 그들이, 자신들을 노리는 저격수가 있을 만한 곳을 그려냈다.

그들이 있을 만한 곳을 적당한 타원으로 잡고, 자신이 있는 위치와 선을 긋는다. 그리고 그 직선 중간에 엄폐물이 있을 만한 곳을 위주로 움직이면서 거리를 좁혀가기로 했다.

우선 아슬아슬하게.

총알이 날아온다면 그의 직감이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한규호는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샤오메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한규호가 내려놓은 그 자세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다녀올게. 잠시만 기다려.”

한규호는 듣지 못하는 그녀에게 작게 말한 다음 고개를 돌렸다.

첫 번째 목표는 대략 20미터 떨어져 있는 바위였다.

***

5월 24일

마투피 제칠일 안식일 교회

마투피(Matupi), 친 주, 미얀마

원 아이드 잭은 멀리서 미약하게 들려오는 비명이 여자의 것임을 알아챘다.

맞았나?

총알이 그를 관통했을까? 그래서 여자도 맞았을까?

그래서 고통에 소리지르는 것일까?

만약 총알이 그를 관통하고 그녀에게 맞았다면, 그녀가 그래서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다.

7.92mm 마우저탄환의 에너지는 약 4000줄(J).

공기와의 마찰로 그 속도와 에너지는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한 사람의 신체 내부를 박살내고, 그 다음 사람의 신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처음 목표에 몸을 관통했다면 탄두의 속도는 감소했다 하더라도 총탄의 회전력은 더 올라간다. 일정한 회전을 하던 탄두는 신체 내부를 통과하면서 회전이 무규칙하게 바뀐다.

깔끔한 관통상보다 더 위협적인 부상을 안겨줄 수도 있다.

어찌됐건, 지금은 그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들과의 거리는 800m, 그들은 대항할 수단이 없고, 지원받을 동료가 없으며, 무엇보다 부상을 입었다.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살기 위해 나오면 그들은 죽는다. 살기 위해 버텨도 그들은 죽는다.

그들의 죽음이라는 미래는 이제 과거가 되었다.

아직 찾아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 과거가 되었다.

원 아이드 잭은 여자의 비명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음을 눈치 챘다.

죽었을까?

아직 모른다.

그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저 바위 뒤에서 나를 노리고 있다. 상처도 중하지 않고,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그들은 나의 위치도 알고 있다. 나를 해칠 수단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나를 해하려 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면서 그는 바위를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도 소홀하지 않았다.

능력을 얻고 나서, 아니, 처음 총으로 사람을 쏜 이후 그는 처음 실패했다.

처음으로 실패해봤다. 그러나 얻은 것은 많군.

이미 미래는 결정됐다. 그 둘이 죽는다는 미래는 이미 결정된 사실이다. 실패했지만 실패한 경험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그리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군.

그때 바위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누군가는 그의 우측 20m 정도에 있는 바위 그림자로 숨어들었다.

그의 능력에 따라, 능력에 의해 발동한 본능에 따라, 튀어나오는 누군가를 따라 총구가 움직였다.

그런데 쏘지 못했다.

쏘지 못했다?

그는 다시 놀랐다.

그는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았다. 그들이 바위 뒤로 몸을 숨긴 다음 눈도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그런데 쏘지 못했다?

그의 능력이, 능력에 따라 발현된 본능이 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맞지 않는다. 그의 본능이 그렇게 말한 것이다.

사람이었다. 무언가는 사람이었다.

남자? 여자?

남자일 가능성은 적었다.

그는 분명히 총을 맞았으니. 옆구리에서 터져나오는 핏물을 직접 그의 눈으로 봤으니까.

여자?

여자의 비명을 들었다.

원 아이드 잭은 시선을 확장했다.

처음 몸을 숨긴 바위, 그리고 튀어나온 무언가가 몸을 숨긴 조금 더 작은 바위.

그 순간 그 무언가가 또 튀어나왔다.

보였다.

짐승처럼 잔뜩 몸을 웅크린 상태로 몸에 탄력을 이용해 뛰쳐나가는 그의 모습을.

남자다.

남자를 따라 총구가 움직였다.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럼에도 쏘지 못했다.

쏠 수 없었다.

그의 본능이 말했다.

쏘지 마.

작은 바위 위에서 뛰쳐나간 남자는 나무뿌리가 잔뜩 엉켜있는 둔덕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이 시작됐다.

왜? 왜 못 쏘는 것일까?

그의 심박수가 조금 더 빨라졌다.

***

5월 24일

마투피 제칠일 안식일 교회 동남동쪽 780m 지점.

마투피(Matupi), 친 주, 미얀마

둔덕으로 몸을 숨긴 한규호는 잠시 숨을 골랐다.

통각을 일부 차단하기는 했지만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여전히 그의 신경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출혈이 더 확대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나무뿌리 밑에 몸을 숨긴 상태로 자신의 옆구리를 꾹 눌렀다. 그리고 고인 피를 조금 뽑아냈다.

배를 감싸고 있는 복대가 그 피를 흡수할 것이다.

한규호는 다시 감각을 확대했다.

여전히 그의 감각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샤오메이를 치료하고, 그녀가 비명을 지르던 그 짧은 사이에 재빠르게 뒤로 후퇴한 것은 아닐까?

지금 평소보다 떨어진 그의 신체능력이 감지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한규호는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의심했다.

그가 능력을 얻은 그날 이후, 머릿속에 자신이 신체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른 그날 이후, 이처럼 큰 부상을 입은 적은 없었다.

이 같은 부상을 입고, 감각을 확대해 본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마음을 파고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한규호는 재빨리 머리를 저었다.

불필요한 가정이다.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필요 없는 생각이다.

손에 가진 카드만 생각하자. 지금 가진 능력만 생각하자. 지금 처한 상황만 생각하자. 쓸데없는 가정으로 혼란에 빠지지 말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격수가 있을만한 곳을 원의 중심으로 호를 그리며 약 50m 이동했다.

처음 바위까지 20m. 그 다음 속도를 더 올려서 지금 둔덕까지 30m.

실제 이동거리는 50m 이지만 저격수와의 거리는 그보다 덜 좁혀졌을 것이다.

크게 반원을 그리며 이동할 것이다.

그러면 저격수의 시선이, 샤오메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니.

다음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기형적으로 얽혀있는 커다란 나무. 수령이 몇 백년은 지났음직한 커다란 나무가 그의 다음 목표다.

속도를 조금 더 올려서.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날렸다.

***

5월 24일

마투피 제칠일 안식일 교회

마투피(Matupi), 친 주, 미얀마

뛰쳐나왔다. 남자가 뛰쳐나왔다.

원 아이드 잭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그가 뛰쳐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갈 만한 방향을, 다음 그가 몸을 숨길 곳을 파악하고 있었다.

거대한 고목. 아마 새싹이던 시절에 각각 뿌리를 내리고, 수 십년이 지나 연리지가 되었다가, 이제는 하나의 나무가 된 듯 서있는 거대한 고목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기다. 몸을 숨긴다면, 저곳이다.

그는 총구를 미리 살짝 움직였다. 그가 뛰쳐나온다면 저곳으로 갈 것이다.

그 순간 그가 뛰쳐나왔다.

발현된 능력에 따른 그의 본능이 재빠르게 총구를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의지와 상관없는 부교감신경처럼 총구 방향을 조정했다.

그러나 또 다시 쏘지 못했다. 남자가 고목의 그늘로 몸을 숨길 때 까지.

원 아이드 잭은 자신이 왜 쏘지 못했는지, 본능이 왜 쏘지 못하게 막았는지를 알아냈다.

속도.

남자는 사람의 몸으로 낼 수 없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런 속도로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시각이 그를 포착하고, 시신경이 그의 존재를 전달하고, 그 정보를 받은 뇌가 몸에 명령을 내려 총구가 그의 예상 도착지점으로 향하게 몸을 움직이는 절차를 뛰어넘을 정도로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은 알았다. 왜 그를 쏘지 못했는지를 알아냈다.

그 사실을 알아 낸 것만으로도 그는 조금 침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의 거리는 800미터 안쪽.

총알이라고 해도 발사되고 나서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1초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속 그를 시야에 두고 그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리자.

좋다. 보수적으로 생각하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그는 만전의 상태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보고 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예측사격 뿐이다.

그가 몸을 움직이기 전, 어디로 움직일지 미리 예측하고, 총구를 미리 옮겨 놓은 다음, 그가 몸을 움직였을 때, 본능이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말하는 그 순간, 총알을 날린다.

500m. 그 안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 총알이 발사되고, 0.4~0.5 초 안에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그 순간.

그는 죽을 것이다.

원 아이드 잭의 심장박동이 조금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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