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02 : HANDCARRY (10)
5월 16일
엘피스 카페(Elpis Cafe).
칼로(Kalaw), 샨, 미얀마
한규호는 민스트리트(Min st.)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에서 의외로 괜찮은 크로아상에 싸구려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방에 샤워하던 완을 혼자 남겨두고 나온 한규호는 둘이 입고 온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그가 말했던 남자의 소식을 듣기 위해 시내로 나온 것이다.
그가 찾던 사람. 예전에 작전 과정에서 알게된 PMC(민간군사기업) 직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미얀마 북부 지역에서 PMC와 미얀마 군부를 연결하는 코디네이터가 더 적합한 호칭이 되겠지.
2001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의 1진으로 참전했다가 어린아이에게 오인 사격을 한 이후 PTSD를 얻었다는 그는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다시 혼란을 찾아 이곳에 흘러들었다.
5년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 이미 약과 술로 온 몸이 절어 있었는데, 한규호의 예상대로 그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가 있었다면 방글라데시까지 큰 어려움 없이 빠져 나갈 수 있었을 텐데.
한규호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예상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조금 더 걷기는 하겠지만, 목표까지 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규호에게는.
한규호는 덥고 습해 녹아서 곤죽이 되어버린 버터를 바른 크로와상을 다 먹고, 산미가 강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고 나서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 들었다.
조금 전 에베레스트 네팔리 푸드 센터(Everst Nepali Food Center)에서 한 외국인 트래커에게서 몰래 훔쳐온 싸구려 노키아 전화기였다.
그는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은 노키아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약쟁이 코디네이터가 죽었으니, 이제 탈출편은 본국에 부탁해야 하니까.
“유심에 돈이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여행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선불 충전식 유심에 얼마가 남아 있는지 한규호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걸어보기로 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이질적인 통화연결음에 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한규호는 목소리를 듣고 씩 웃었다.
“어이! 김 부장!”
그러나 상대방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어디야?”
평소였다면 예. 사장님 하고 답했을 김형원 사장이 바로 물었다.
“흠.... 중부 미얀마. 방글라데시로 가는 길입니다.”
한규호가 답했다.
“지금..... 원청과 같이 있다.”
원청. 정보위원회를 말한다.
한규호는 김형원이 한 말을 빠르게 해석했다.
원청이 같이 있다는 의미는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김형원 자신이 정보위원회 소속이기는 하지만 한규호는 아니다. 한규호가 지금 하는 말은 바로 원청의 귀에 들어간다는 경고를 해준 것이다.
“그렇군요.”
“짐하고 같이 있나?”
“아니요. 지금은 혼자입니다.”
“버렸나?”
“버리지 않았습니다.”
“안전한가?”
“아직까지는.”
한규호는 김형원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반응이 있었습니까?”
김형원의 침묵이 흘렀다. 뭔가 있지만 말을 하기 껄끄럽다는 의미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중국은 난리가 났어. 우리 쪽 검은애들 안전을 위협해왔다는 군.”
김형원이 말했다. 원청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인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줘도 될까?
아마 안되겠지. 이야기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야기 할 사람이다. 그래서 한규호가 김형원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고.
“직원 하나 없어진 것 치고는 과민반응이군요.”
한규호가 말했다.
고작 요원 하나 없어졌다고 흑색요원의 안전을 무기로 협박을 해왔다고?
“식양과 관련돼 있나?”
김형원이 물었다.
“.... 알고 있었습니까?”
한규호가 물었다.
김형원은 자신에게 식양이라는 이름을 말해준 적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방금 들었어.”
김형원이 말했다.
“..........”
한규호는 잠시 생각했지만 믿기로 했다.
김형원이 방금 들었다고 말한다면 방금 들었을 것이다.
둘 사이에 그런 신뢰는 있었다. 아직까지는.
“정보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규호가 그녀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모르는 ‘식양’이라는 이름을 그녀가 말했고,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독립요원인 한규호에게 무게가 실리는 의미는 아니었다.
“확보했나?”
김형원이 물었다.
“태국에서는 반응이 없습니까?”
한규호는 김형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태국은 위장신분을 만들어 준 것 때문에 곤란한 것 같더군.”
“중국애들에게 잘 보이려 하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
한규호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저 고객을 접대하면서,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는 역할만을 하는 하급 요원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중국 내 블랙요원들을 인질로 협박을 해왔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중국에게 의도치 않게 실수를 저지른 태국이라면 중국의 눈치를 보기 위해 뭔가 행동을 취할 확률이 높았다.
이제 한규호가 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상황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치타공 남쪽에 탄치(Thanchi)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상구강(Sangu River)이 관통하는 마을인데, 강을 따라 움직이는 슬로우보트들이 모이는 강안터미널이 있습니다. 30일 전후로 이곳에서 접선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6월 2일까지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연락을 기다리고. 탄치. 상구강 터미널. 30일입니다.”
한규호는 여기까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핸드폰에서 유심을 꺼내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꼈다.
중국이 필요이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원 하나 없어진 것 치고는 과민반응이다.
태국이 중국을 돕는다면 미얀마 지역 내의 군부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오래되고, 부패하고, 그러나 지역을 장악한 힘을 가진 군부가 움직인다면 완을 데리고 가야하는 그로서는 골치가 아파진다.
탄치까지 400km.
이제는 흔적도 신경 써야 한다.
최대한 흔적을 줄이려면 차량을 이용하기보다 많이 걸어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한 한규호는 남아있는 커피를 한모금 더 마셨다.
식어버려 산미가 더욱 강해진 커피를 마신 한규호는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있던 유심을 다시 전화기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번호를 눌렀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다른 번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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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EVERYTIME FITNESS
오키나와, 일본
트레이시는 트레드밀 위에서 뛰고 있었다.
워밍업으로 가볍게 5분을 조금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을 시작으로, 천천히 속도를 올려가며 한 시간을 뛰었다.
트레드밀의 디스플레이는 이제 막 15라는 숫자를 넘기고 있었다.
목표한 15km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3분 동안 전력을 다해 최고 속도로 뛰는 것 뿐이었다.
트레이시는 아직 CIA 요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장 잘라버릴 것 같이 말하던 로건의 말과 달리, 그녀는 여전히 CIA 요원이었다.
다만 일이 없을 뿐. 그저 아무 일 없이 시간만 죽일 뿐.
그래서 그녀는 더욱 더 운동에 시간을 들였다.
망할놈의 본부에서 자길 죽이겠다고 들 때, 조금 더 도망이라도 치겠다고 스스로에게 농담을 하면서 그녀는 운동 강도를 높였다.
그런 생활이 2주가 가까워지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운동을 하고, 고단백 식사를 하고, 적당히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오후 운동을 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낼 계획이었다.
그녀는 최고 속도로 올리기 위해 트레드밀의 콘솔로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스마트폰의 화면에 복잡한 국제전화번호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녀는 빠르게 트레드밀의 비상 정지 버튼을 누르고 과격하게 이어폰을 빼 냈다.
그리고 콘솔위에 올려져 있던 두 개의 전화 중 오른쪽에 있는 전화.
그녀가 개인적으로 정보원을 구축할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든 전화를 들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누구지?”
그녀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짧게 말했다.
이 전화는 소중한 사람과 연락을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저 그녀의 야망을 위해 구축한 네트워크의 연결수단일 뿐이었다.
반갑게 인사할 전화가 아니다.
더군다나 처음 보는 국제번호는 더더욱 그러하고.
“트레이시?”
낯선 남자의 목소리다.
“누구?”
트레이시가 다시 물었다.
“숨을 헐떡이는군. 뭐하고 있었소?”
남자가 말했다.
“.... 마지막으로 묻겠다. 누구지?”
트레이시가 경고를 담아 낮게 말했다.
“나 한이요. 한규호.”
예상치도 않은 이름이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트레이시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한? 미스터 한?”
“그래요. 나 기억합니까? 얼마 전 소말리아.”
기억하고 말고.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미스터 한. 오랜만이네요.”
가네다 공군기지에서 3일동안 조사를 가장한 취조를 당한 이후 단 한번도 그를 떠올리지 않은 날이 없다.
“그렇군. 통화 괜찮소?”
그녀를 위험에 빠트린 장본인, 그리고 그 위험에서 빼 줄 유일한 사람.
“괜찮아요. 업무에 관한 건가요?”
지금 그녀의 명줄을 잡고 있는 유일한 사람의 전화.
“그렇다고 해야겠지. 도움이 필요한데.”
그 전화가 드디어 연결된 것이다.
“말해 보세요.”
“도와줄 수 있소?”
“우선 들어보고....”
“도와줄 수 있다면 말하지요. 안될 것 같으면 로건에게 전화하고.”
그가 말했다. 생명줄이 눈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제가 도울 수 있어요. 제가 당신을 담당하니까.”
트레이시는 빠르게 거짓말을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상관없다. 지금은 살아야 하니까.
“나를 담당한다? 흠... 뭐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트레이시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 인생에서 이토록 중요한 전화가 있었던가?
“문제가 생겨서 위장신분이 필요하오. 30대 후반 남성, 20대 중반 여성. 이렇게 두 개가.”
여성? 작전 중? 누군가와 함께 있나?
“사진이 없으니 여권은 못 만들겠지. 2주 후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만나도록 합시다. 가능합니까?”
“가능해요.”
트레이시는 우선 말했다.
가능할 것이다. 가능해야 한다.
“흠.. 이 번호로 연락하면 될까?”
“네. 항상 손에 들고 있을 께요.“
트래이시가 말했다.
“알겠소. 그리고. 혹시 모르니. 외과 수술 준비도 좀 돼 있으면 좋겠는데.”
외과적 처치가 필요하다고? 왜? 무엇 때문에?
“알겠어요. 2주 후. 치타공. 위장신분 30대 후반 남성, 20대 중반 여성. 외과적 처치도 준비 할 것.”
트레이시는 기억에 남기기 위해 다시 한번 말했다.
“고맙다는 말은 만나서 하도록 하지. 전화를 건 이 번호는 이제 연락이 안될꺼요. 아. 그리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한규호가 말했다.
“말씀하세요. 듣고 있어요.”
트레이시가 다시 긴장하며 말했다.
내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이 남자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된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왜 숨을 헐떡인거요? 전화 받을 때.”
트레이시는 맥이 풀렸다.
“.......... 운동 중이었어요.”
“그래요? 알겠어요. 운동도 종류가 다양하니까 그런 걸로 해두죠.”
“그런 걸로 가 아니라 진짜로.....”
트레이시가 미처 다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트레이시는 끊긴 전화를 손에 들고, 자신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남자에게는 닿지 않는 한마디를 했다.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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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파인트리 빌리(Pine Tree Villa).
칼로(Kalaw), 샨, 미얀마
완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쪽지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이미 여러 번 읽었던 쪽지를 다시 읽었다.
(Take a rest. I’ll be back soon.).
(쉬고 있어. 금방 돌아올께.).
완은 쪽지를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안도감?
안도감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안도감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감정을 그녀는 느꼈다.
완이 욕실에서 막 나왔을 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빈 공간, 그가 없던 빈 공간을 보고 느꼈던 감정, 불안감에 가깝지만 그녀는 불안감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던 감정, 그리고 옷 위에 올려져 있던 쪽지를 보고 느꼈던 감정에 대해 그녀는 특정한 감정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쪽지를 들고 느끼는 감정도, 저 짧은 문장에 느껴지는 감정도 그녀는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
피곤했다.
밤새도록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시달렸다. 불 빛 하나 없는 비포장 도로를 운전하는 그보다 힘들지는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뒷자리에서 버텨내기 위해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있어야 했다.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피로가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
그 대화가 있기 전까지, 그에 대한 의심으로, 그리고 그 이후 그와 헤어지게 될까봐. 그녀는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피곤했다.
뜨거운 물로 오랜시간 샤워를 마치고 온 몸에 한줌의 힘도 남아있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쪽지에 쓰인 말처럼 쉬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눈을 감으면 수마가 그녀를 덮칠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쪽지에 쓴 것처럼 그가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그녀는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닐봉지를 든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안도감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안도감. 그녀는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안도감을 느꼈다.
“뭐야. 안자고 있었어?”
한규호는 방에 들어서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완의 모습을 보았다.
“....네. 어디.....”
완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음. 그럼 잠깐 이야기 좀 할까?”
한규호는 자신이 들고 온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 놓았다. 그곳에는 그가 열과 오를 맞춰 정리해 놓은 식료품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무것도 안먹었군.”
“...... 네. 그냥. 생각이 없어서.”
불안해서. 당신이 사라진 것일까봐 두려워서.
“좀 잤어?”
“네. 잠깐.”
전혀. 당신이 사라져 버렸을까봐. 돌아오지 않을까봐.
“그럼 간단하게 뭐 좀 먹고 자자고.”
밥 먹자. 자자.
그가 그녀에게 한 말 중 가장 많이 한 말.
여러번 들은 말인데 오늘따라 더욱 가슴깊이 들어왔다.
완은 몸을 일으켜 소파에 가서 앉았다.
한규호는 비닐봉지에 담겨져 있던 크로아상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말없이 그 빵을 받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아까 잠깐 밖에서 먹었는데, 시골치고 맛이 괜찮더군.”
남자의 말처럼 미얀마 소도시에서 구운 것치고는 상태가 괜찮았다.
바삭한 표면과 부드러운 속의 대비되는 질감이 그녀의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루었다.
그녀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선. 물어볼까.”
남자는 사과 쥬스의 캡을 따고, 잔에 따라서 완의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같이 갈 텐가?”
완은 두 손으로 빵을 든 채로 눈으로는 자신에 앞에 놓인 연한 사과색의 쥬스를 보면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규호는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막내 여동생 처럼 느껴졌다.
“그래. 지금부터 계획을 말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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