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02 : HANDCARRY (1)
5월 11일
프라이멀 리조트
트라이앵글 미얀마 지역
“치앙마이?”
상황실에 앉아 있던 징춘이 완을 보며 물었다.
“네. 치앙마이에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완은 그의 앞에 부동자세로 서서, 언제나처럼 감정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어젯밤 데이빗 박과 완이 잠시 머리를 식힌다고 나가서는 하루가 지나고서야 들어와서 경과보고를 하는데, 쌩뚱맞은 소리를 하는거다.
“그러니까. 돈이 더 필요해서 그거 가지러 가겠다고?”
“그렇습니다.”
“얼마 있었지? 저 자식 계좌에?”
“약 15만 달러 정도가 남았습니다.”
“카지노에서 빌려준다고 이야기했나?”
“했습니다만.”
“만?”
“카지노 돈은 재수 없다고 받아 오겠답니다.”
징춘은 그 이야기를 듣고, 전방에 화면을 주시했다. 그리고 장비를 작동하는 요원에게 데이빗 박의 방을 녹화한 영상을 띄울 것을 지시했다.
화면에 비친 데이빗 박은 샤워를 마친 건지, 하반신에 커다란 목욕 타월만 두른 채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완도 그 옆에서 타올만 걸친 채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몇 시간 전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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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태청무역
산성동, 성남시, 경기도, 대한민국
김형원 사장은 전화기에 뜬 익숙하지 않은 번호를 봤다.
한규호의 번호라는 사실을 인식한 그는 전화를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김 부장.”
“네. 사장님.”
“저번에 말했던 거. 어떻게 됐나?”
“수입건 말씀이십니까? 그거 콘솔사 쪽에 문의해봤는데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아니야! 아니야! 그거 말고!”
“네?”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능력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던가! 김 부장. 김 부자앙!!”
스피커폰도 아닌데 소리가 쩌렁쩌렁 하게 울렸다.
이 자식. 이렇게 소리 안 질러도 되는구만. 김형원 사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연기에 몰입했다.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그럼 어떤 말씀이신지...”
“출장비. 출장비 좀 더 마련하라고 이야기했잖아.”
출장비? 김형원 사장은 재빠르게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어제 통화에서 그가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 다만 그 이야기는 뒤에 나오는 수입건, 즉 구출임무를 가리기 위한 핑계였을 뿐인데?
“내가 어제 한 말 귓등으로 들었어? 어? 귀에 좆박았어?”
이 자식이.... 진짜.
“아.. 그거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금액이 커놔서.”
“아.. 맞네. 내가 김 부장네 회사 돈 몰래 끌어다 쓰는 거였지? 그랬었지?”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됐고. 어제 내가 40만 말했지?”
“네. 그렇습니다.”
“100만 준비해. 지금 회사의 명운이 달린 상황이야. 빠르게 준비해줘.”
“배... 백만이요?”
“시끄러워. 시끄럽고. 빨리 준비해. 최대한 빠르게. 알겠어?”
“저..저기 사장님.”
“왜?”
“아무리 생각해도 백만은 무리입니다. 그... 외환관리법에도 그렇고, 이미 나간 돈도 세관에서 감시 당하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
“오케이. 알겠어. 못해주시겠다. 알겠어. 알겠고. 니가 못해준다고 내가 방법이 없는 줄 알아? 어디 들어가서 보자고.”
그리고 전화가 또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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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프라이멀 리조트
트라이앵글 미얀마 지역
“조선말 할 줄 아나?”
징춘이 물었다.
“약간은. 단어 정도만 가능합니다.”
완이 답했다.
“번역해봐.”
영상 속 데이빗 박은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통화 속 상대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분석팀에 보내면 알아내는 것이야 문제도 없다.
“김 부장이라는 인물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징춘도 분위기로 알 수 있다. 김부장. 회사 직원인가?
“백만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뭔가 안 된다는 이야길 한 것 같습니다. 빨리 준비하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백만?
“앞 부분은 모르겠고,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데이빗 박은 뭐가 그리 기분 나쁜지 씩씩거리다 방 안에 있는 의자를 집어 들고 거울과 미니바가 있는 부분을 내리쳤다.
그 충격으로 미니바에 놓여있던 음료수와 미니 위스키, 그리고 스낵들이 온 방안에 널부러졌다.
그리고 영상이 멈추었다.
“실시간으로.”
징춘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자 전면 메인스크린의 영상이 데이빗 박의 방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데이빗 박은 온통 난장판이 된 방 한가운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미친놈.
“백만? 달러를 이야기하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 돈으로 백만이면, 1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금액입니다.”
“백만이라....”
징춘은 생각을 정리했다.
뭐 흔한 이야기다.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은 노름꾼들은 처음엔 스스로 자책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이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그래. 차라리 좋은 경험했다 치자. 인생에서 한번정도 비싼 공부 했다 치자.
그 시기가 지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내가 그때 왜 뱅커에 걸었을까. 그때 왜 멈추었을까. 왜 더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았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그리고 마지막 단계.
총알이 부족해서 그렇다. 100달러로 200달러를 만드는 것은 어려워도, 1만달러로 200달러를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본전. 딱 본전만 찾자.
한방 크게 해서, 딱 본전만 찾고 뜨자.
지금 한규호의 모습이 딱 그랬다.
난동을 부릴 때 그는 첫 번째 단계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완과 잠을 자고, 조금 마음이 안정됐을 터이고, 그 다음에 메콩강에서 완을 옆에 끼고 두 번째 단계와 마지막 단계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아주 전형적인 도박꾼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치앙마이에 가서 100만 달러를 받아오겠다고?”
징춘이 물었다.
“치앙마이에 지사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외환관련 법 때문에 계좌로 이체받기 어렵다면, 직접 치앙마이에서 태국 바트화를 들고 오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꼭 너도 가야 하나?”
“제 생각을 물으신다면, 제가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징춘은 다시 생각했다. 이미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확정된 순간 완이라는 요원을 그에게 붙여두는 건 인력 낭비다.
그렇다고 해도 100만 달러면 나쁘지 않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는 그 돈을 다 잃고 가게 될 거니까.
태국 투자청은 중요한 손님을 하나 잃게 되겠군.
“또 왜 방은 저 지랄을 해놓은 거야.”
“.........”
“위험하지는 않겠나?”
“저에게는 손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알았어. 갔다와. 대신, 이야기를 확실히 해두라고. 조만간 담당이 바뀐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완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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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태청무역
산성동, 성남시, 경기도, 대한민국
전화를 끊은 김형원 사장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수입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출장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출장비는 일종의 위장용 쇼다. 이번 작전에서 중요한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수입건이다.
만약 그가 진짜로 돈이 필요했다면?
도박에 미칠 인물도 아니지만 설사 그가 정말로 도박에 미쳐서 정말로 돈이 필요했다면?
그가 김형원 사장에게 돈을 요청할 이유가 없다.
한규호의 계좌에 있는 돈만 100억이 넘어간다.
그 뿐만 아니다. 그가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홍콩의 홍상은행(HSBC), 영국의 바클레이스에 전화 한통화만 해도, 수백만 달러를 들고 그를 찾아갈 것이다.
그런데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만 달러.
작전을 위해 활용할 돈이 아니다. 무언가 목적을 위한 포석이다.
“내가 방법이 없는 줄 알아?”
마지막에 그가 한 말이다.
그는, 한규호는 알아서 빠져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혼자 나온다면 그냥 비행기를 타고 오면 된다. 저렇게 약을 치면서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누군가를 데리고 온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컸다.
김형원 사장은 한규호의 전화가 걸려온 스마트폰의 유심칩을 꺼냈다. 그리고 그 작은 유심칩을 두 번 접어 완전히 파괴했다.
이제 이 번호로 그의 전화가 걸려 올 일은 없다.
“어디 들어가서 보자고.”
그의 마지막 말.
그가 올 것이다.
누군가를 데리고.
“핸드캐리라.....”
김형원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규호의 두 번 째 작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커서가 움직이면서 모니터 표면에 글자가 떴다.
‘MISSION : HANDC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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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매싸이, 태국
태국 국가정보부 소속 2급 요원 야닌 윗미따난(ญาณิน วิสมิตะนันทน์)은 한 장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야간에 ISO 감도를 높여 찍어서 노이즈가 좀 껴 있기는 했지만 찍힌 두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데이빗 박과 완 두 사람이 메콩강에 유명한 ‘바 펜타닐’ 2층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남자의 손은 등 뒤로 돌아 여자의 가슴에 머물러 있었고, 남자의 입은 여자의 귀에 붙어 있었다.
누가 봐도 야외에서 짓궂은 장난질을 치는 연인으로 보였다.
특히 완의 표정이, 가슴과 귀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부끄러우면서도, 흥분한 듯한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야닌에게도 두 사람의 모습이 실제 연인처럼 보였다.
완이 사랑에 빠졌을 가능성은?
없다.
야닌이 아는 한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야닌이 그렇게 판단했으면, 그것이 사실이다.
야닌은 어제 저녁 퇴근하면서 데이빗 박이 완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봤다. 연인들의 밤 데이트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나가는 모습에서 자연스러움을 느꼈다.
자연스러움.
그것이 그녀가 느끼는 위화감의 원천이었다.
데이빗 박은, 그녀가 위장신분을 만드는데 관여한 한국의 요원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돈을 따고, 잃고, 난동을 부리고, 술을 마시고, 사우나에 가서 윤락 서비스를 받고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그렇기에, 야닌은 데이빗 박을 주목했고, 부하를 시켜 그를 감시한 것이다.
생각해보자.
그는 돈을 잃었다. 카지노 고객들 평균과 비교하며 많은 돈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요원이라면 그 돈은 적지 않은 돈이다. 작전비라면? 많은 돈이다.
그렇다면 뭔가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왔을리는 만무하다. 휴양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모순이 생긴다.
휴양이라고? 태국과 협조해 위장신분을 만들어서, 중국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카지노에 휴양을 왔다고?
물건을 부수면서 난동을 부리고, 자신에게 배당된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80년대 007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지금의 헐리우드에서도 콧방귀를 낄 만한 이야기다.
식양.
그는 식양을 찾아 왔겠지. 그리고 어떠한 정보도 얻어가지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그녀가 아는 정도, 아니,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일을 그는 알 수 없으니, 그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다고 보는게 맞다.
데이빗 박이라는 남자는 이제 어떻게 할까?
그냥 돌아갈지, 아니면, 무언가 승부수를 던질지. 이제부터 관심 깊게 지켜볼 포인트였다.
야닌은 조금 더 감시를 붙여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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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명이 바뀌었습니다.
TBA가 무슨 의미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예상하시는 것 처럼 "To Be Announced(곧 공개됨)" 이라는 의미입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TBD(To Be Determined : 곧 결정 됨)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챕터 3을 가게 되면 TBD를 써야겠어요.
최근 기프티드와 관련해 맘 고생이..
맘고생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좀 걱정? 그런것이 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족한 실력인지라 노력하는 만큼 좋은 글을 보여드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프티드에, 나름 공을 들이고 있거든요.
조사도 하고, 생각도 많이하고, 퇴고도 많이하고.
그런데 제가 쓰는 다른 글과 비교해서 반응이 좀 약하달까..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랄까, 고민이랄까. 그런게 있었는데,
그래도 천천히나마 올라가는 조회수와 추천수, 그리고 가끔씩 달리는 덧글에 열심히 써보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한분 한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이 자리를 빌어 대신 감사를 표시할까 합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조금 더 재미있는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재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선물 잘 받았습니다.
항상 선물을 받을때는 고마움 보다 부담감이 더 큽니다.
열심히 글 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찾아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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