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23화 (24/386)

MISSION 02 : TBD (16)

5월 10일

프라이멀 리조트

트라이앵글 미얀마 지역

“크크크크”

한규호는 웃었다. 오랜만에 신나게 웃었다. 이 양반 열 좀 받았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면서 맘껏 웃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카메라와 도청기는 박살났고, 그가 이 방을 나가기 전까지, 그래서 사람들이 들어와 새 카메라와 도청기를 설치하기 전까지 이 방은 안전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한 이유는 그저 김형원 사장을 골려주고 싶어서였다.

한규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발 끝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생각에 잠길 때 그만의 버릇이다.

이제 생각해보자. 완이라는 여자가 가치가 있을까? 완은 식양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렸다.

동남아시아에서 네트워크를 깔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북한 쪽 일을 처리해주다 북-중 양국관계를 박살 낼 수 있는 어떠한 트러블을 만든 미지의 인물.

그일 가능성인 높은 이름이 나왔다.

이름부터 냄새가 폴폴 난다.

잠들면 가만히 있지만, 한번 깨어나면 무한증식한다는 중국 고대 전설상의 살아있는 땅,

네트워크를 깐다면 이보다 노골적인 이름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좋다. 원청이 식양이란 이름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 모르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 존재 자체도 파악하고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원청이 한규호를 믿지 않고, 한규호도 원청을 믿지 않듯, 왜곡까지는 아니어도 제한된 정보를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김형원 사장에게 말했으니, 원청도 알겠지. 한규호는 예상했다.

한규호는 완을 떠올렸다.

옷을 입고 방을 나간 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상급자에게 보고한다고 했는데, 그녀가 이 방에서 합의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돌아올지, 아니면 그녀가 협박한 것처럼 그를 죽이려들지.

한규호는 알 수 없었다.

“뭐. 상관없지.”

상관없다. 한규호는 생각을 멈추고 닥쳐올 상황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저 상황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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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았지. 어떻게 이곳에서 나갈지 방법을 이야기해야 하니까.”

한규호가 말하자 팬티를 입고, 스커트를 집어 드는 그녀의 손이 멎었다.

그리고 한규호를 돌아보았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한규호를 돌아보는 완의 눈에서 감정을 찾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규호는 알 수 있었다.

동요. 그녀의 눈에서 동요가 보였다.

“데리고 나가 줄 건가요?”

한규호는 말 없이 그녀의 눈을 주시했다. 간절함을 찾아서.

“데리고 나가 줄 수 있나요?”

그리고 원하던 것을 찾았다. 아주 짧은 순간 그녀의 눈에서 간절함이 스쳐갔다.

“데리고 나가 줄 수는 있어. 하지만 흔적을 지우는 것은 나 혼자로서는 불가능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간단해. 어차피, 내가 귀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방콕으로 가야 하고, 그때 당신이 날 배웅할 것 아닌가? 그때 위장신분을 만들어서 같이 타고 가는거지.”

“........ 얼마나 걸리죠? 신분을 만드는데?”

“모르겠군. 본국에 요청했을 때,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봐야 하니까. 이 쪽 애들이랑 협의도 해야하고. 5일에서 10일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런 한규호의 말에, 팬티만 입은 완은 치마를 들고 서 있는 그 자세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 불가능해요.”

“들어보지.”

"우선, 나는 조만간 당신 담당에서 배제될 거에요. 제가 당신이 요원이 아니라고 보고했으니까. 요원이 아닌 것이 확인되면 제가 당신 옆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고객인 내가 원한다고 해도?”

“평소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다른 여자 2명, 3명을 붙여준다고 이야기해서라도 날 떼어낼 거에요. 조만간.”

“흠... 그럼 배웅은 무리겠군. 두 번째는?”

“내가 중국 측 요원인 것을 태국도 알고 있어요. 위장신분을 당신 본국에서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방콕을 통해 나간다면 태국 측과 협의는 필수적이에요. 그리고 태국은 중국과 문제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 거에요. 당신의 본국이 어디든.”

일리가 있군. 한규호는 생각했다.

“식양 때문에 모두들 날카로워져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

한규호는 넘겨짚었다.

“.... 그래요. 그가 사라지고 나서 모두들 신경이 곤두섰죠. 특히 우리 쪽에서는.”

맞군. 한규호는 식양이 그 문제의 요원을 지칭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신 같은 일개 요원 하나 사라졌다고 그렇게 신경을 쓸까?”

“평소라면 그럴 수도 있죠. 지휘체계가 꼬일만큼 꼬여있는 곳이 정보기관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비상상황에서 이곳 지휘체계가 하나로 통일됐죠.”

“누구지?”

한규호는 물었다. 지휘체계가 한 점으로 모였다면 그 정점에 있는 인물을 제거하면 혼란이 찾아온다. 그 틈을 이용하면 되니까.

“..........”

완은 답이 없었다. 그, 현재 이곳에서 가장 높은 지휘권을 가진 징춘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규호를 믿지 않아서. 아직 그를 믿지 못해서.

“흠. 좀 슬픈데. 믿지 않다니.”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잖아요. 그저 여길 나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장담 하나 뿐.”

“그 근거없는 장담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 거 아닐까?”

맞다. 완은 그 근거없는 장담을 믿으면서 그에게 몸을 의탁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녀는 모르면서도, 그가 할 수 있다고 말한 그 장담을 믿기로 한 것이다.

“아직 선택지는 남았어요.”

“필요하다면 언제든 죽일 수 있다는 말이군. 뭐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지.”

한규호는 자신을 죽이겠다는 선택지가 남았다는 완의 말을, 도둑질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비행기는 힘들어. 위장신분은 불가능해.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네.”

한규호가 말했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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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대한장비협회

을지로 2가, 중구, 서울 대한민국

김형원 사장은 대한장비협회 상근 부협회장실에 앉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경형, 중형장비를 수입하고 판매하며, 관리하는 업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장비협회는 김형원 사장에게는 중요한 장소였다.

규모가 큰 중장비를 수출입하면 일반 컨테이너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협회 회원사들은 태청무역의 중요한 고객들 중 하나였고, 협회를 통해 신규 고객을 만나는 것은 회사 운영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영업 루트 중 하나였다.

또한 고향 선배인 협회장과 고향 후배인 상근 부회장이라는 인맥은 김형원 사장에게 있어서, 태청무역에게 있어서 든든한 벽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형님, 어쩐 일이유?”

주인 없는 방에 앉아서 직원이 가져다 준 맛없는 믹스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김형원 사장에게 협회 상근 부회장 유만호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었다.

“죽겠다. 아주. 빵꾸가 계속 나.”

김원형 사장을 스쳐 지나가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는 부회장의 몸에서 찌든 담배냄새가 풍겼다.

“왜요? 또 화주 뺏겼어요?”

“대기업 이 개자식들이 골목상권 다 잡아먹으려고 난리다.”

“크크. 뭐 하루 이틀 일인가.”

블라인드를 다 친 상근 부회장은 김형원 사장 맞은 편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김형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회장은 테이블 밑에 있던 숨겨진 센서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찌잉하는 고주파음이 살짝 들렸다 사라졌다.

“한규호?”

부회장이 물었다.

“누구를 찾았나봐. 데리고 올 껀데 위장신분이 필요하다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데?”

“모르겠어. 일주일 이야기했는데, 안되겠다는 신호를 주더라고.”

“흠. 국정원 애들 통해서 하려면 빨라도 3일인데......”

김형원 사장 앞에 앉은 유만호는 생각에 잠겼다.

대한장비협회 상근 부회장 유만호. 그에게는 3개의 신분이 있었다.

협회 부회장으로서의 유만호.

국가정보원 2급 단장으로서의 유만호.

그리고 정보위원회 책임 위원으로서의 유만호.

국가정보원의 해외 네트워크가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국에서 그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다는 판단 아래 새롭게 만들어진 기관이 정보위원회였고, 그 정보위원회의 설립과정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여했다.

그 중 두 명이 지금 이 방에 앉아 있는 것이다.

정보위원회는 독립요원 한규호와 계약을 맺고, 그에게 일을 맡겼다. 그 중간단계가 필요했고, 초기 설립 멤버 중 하나인 김형원이 태청무역을 만들었다.

정보위원회가 한규호에게 일을 맡길 때, 하청이라는 용어를 썼고, 한규호는 정보위원회를 원청이라고 불렀다.

“누구를 찾은 거야?”

“모르지.”

“모르는 상태에서 움직일 수는 없는데.”

김형원 사장은 답답했다.

노출된 조직, 그리고 관료화되고 획일화된 보고 및 승인 시스템. 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정보위원회다. 그럼에도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저 남자는 정보위원회 책임위원이라기 보다 국정원 단장의 모습이 더 어울렸다.

“국정원 같은 소릴 하는군,”

김형원이 말했다.

유만호는 그 말에 의미를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움직일 수는 없다.

독립요원 한명의 안위보다, 어둠속에서 일한다는 국정원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존재하는 정보위원회의 은밀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래도 안돼. 적어도, 그 한규호라는 자식이 누굴 확보했는지는 알아야 해. 사진이라도 한 장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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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바(BAR) 펜타닐(Fentanyl).

트라이앵글 미얀마 지역

메콩강 너머로 라오스가 보이고, 그 보다 작은 개천 너머로 태국이 보이는 말 그대로 3국의 접경지대 중심에 가장 가까운 모르핀 바는 밤 11시가 넘어가는 순간에도 골든 트라이앵글을 찾은 관광객과, 오랫동안 빨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히피 배낭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형적인 자유곡류하천의 여유 있는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 장소는 오랜 기간 인기 있던 장소였다.

100년 전에 이곳에서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던 유력자들은 아편을 피웠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편보다 더 강한 효과를 가진 모르핀으로 바뀌었다.

1980년대에 모르핀은 헤로인으로 대체되었고, 태국의 강력한 마약근절 정책에 의해 갈 곳을 잃어버린 히피들이 이곳으로 헤로인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러면서 이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의 이름은 바뀌었다. 아편굴에서 바 모르핀으로, 바 헤로인으로, 그리고 지금은 헤로인의 100배의 효과가 있는 펜타닐의 이름을 딴 ‘바 펜타닐’이 되었다.

한규호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2층 테라스에 앉아있었다.

“좋군.”

한규호는 왼 손에 든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임에도 메콩강변을 따라 늘어선 술집들은 불빛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그 불빛이 메콩강에 반사돼 발 아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

옆에서 칵테일 잔을 들고 있는 완이 말했다. 평소에 입고 있는 리조트 유니폼 대신,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진 민무늬 나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눈에 띄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완을 보고, 한규호를 본 다음, 다시 완을 보고 한규호를 봤다.

한번은 경외의 눈으로, 한번은 질투의 눈으로.

바 펜타닐은 이름과는 달리 더 이상 마약을 즐기는 장소가 아니었다.

골든트라이앵글을 지배하던 무장집단이 정부에 투항 한 이후, 이곳은 그저 예전에 마약범죄의 성지였다는 타이틀을 건 관광지에 불과했으니까.

그럼에도 한쪽에서 대마초를 말아 피우고 있는 서양 배낭여행족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히피들의 시끄러운 대화소리, 강변에 울려퍼지는 벌레 울음소리, 그리고 몸이 진동할만큼 큰 싸구려 스피커 소리가 묘하게 어울리고 있는 이 곳에서 한규호는 사복을 입은 완과 같이 앉아 강변 쪽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다고?”

완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한규호가 말했다.

“네. 늦어도 3일 안에. 담당이 바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의 팔에 매달려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완이 답했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그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보여주는 모습과 달리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 바로 떠야겠군,”

“그럴 수 있나요?”

한규호의 손이 허벅지 안쪽 부드러운 부분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래야 할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이 있나?”

“너무 무모해요.”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서 느껴지는 그의 손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슬금슬금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 남자, 연인을 연기하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과하게 몰입했는데.

“몸을 뺄 수 있나? 휴가라던가?”

“지금은 안 돼요. 기껏해야 이 정도.”

한규호는 기분 전환 겸 바람도 쐬겠다는 핑계로 완을 데리고 리조트에서 약 5km 정도 떨어진 이 곳을 찾았다.

보고를 마치고 돌아온 완과 저녁을 먹는 사이에, 그의 방은 체크인할 당시로 정리돼 있었다.

도청기와 카메라가 있는 방에서 탈출을 이야기 할 수는 없으니. 겸사겸사 이곳으로 온 곳이다.

“조금 멀리 가겠다고 하면? 예를 들어 치앙라이나.”

지금 그가 있는 이곳에서 치앙라이까지 직선거리면 60km, 구불구불한 북부산악도로를 타고 가면 실제 운행거리만 100km에 육박한다. 도로사정을 감안한다면 운행시간은 3시간이 넘을 것이다.

“아마 직원에 대한 거리제한이 있다는 핑계로 허가가 안 날거에요.”

한규호는 다리를 만지던 손을 빼내서 그녀의 등을 거쳐 겨드랑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겨드랑이 밑에 옷과 팔 사이에 좁은 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응큼한 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잔뜩 붙이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개천 건너. 7시 방향. 3층”

완은 부끄러운 듯 아주 미미한 저항을 하는 척 하면서 한규호가 말한 방향을 은밀하게 살폈다.

개천 건너 태국 측에서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3층 창문에서 아주 희미한 반사광이 보였다. 쌍안경으로 보이는 물건이 그들 쪽을 향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모른다. 그게 쌍안경인지, 쌍안경을 들고 있는 인물이 정보조직의 사람인지, 그들을 보고 있는지, 지금 그 장소에서는 모른다. 그러나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완은 생각했다.

확신하지 못하는 완과는 달리 한규호는 알고 있었다.

아주 미미한 느낌, 날카로운 꼭짓점을 만들고 그들을 향하고 있는 호의적이지 않은 그 느낌이 그의 감각에 걸렸으니까.

어둠 속에 있는 그 누군가는 쌍안경을 가지고 그들, 한규호와 완을 보고 있었다.

한규호의 손가락 안에서 완의 유두가 형태를 바꿔가고 있었다. 한규호의 얼굴에는 흥분이, 완의 얼굴에는 당혹과 부끄러움이 떠올랐다.

“그렇군. 좋아. 시간은 3일 정도 남았고. 이것도 길게 잡아서. 당신은 움직일 수 없고. 그렇다면 정말 방법은 하나 밖에 안 남았군.”

“뭐죠?”

“잘 걷나?”

“네?”

“행군. 괜찮냐고.”

“네.”

그녀는 MSS 교육을 이수한 요원이다. 행군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침투와 탈출, 어디에도 쓸 수 있으니.

“하루에 얼마나 걸을 수 있지?”

“환경에 따라 달라요. 대략.”

“90km는 갈 수 있겠지?”

“하루에요?”

완은 하루에 90km를 걸어갈 수 있냐고 묻는 한규호를 바라봤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그의 열굴은 그 누구보다 진지해 보였다.

완은 그 진지함이 정말 그녀에게 90km를 행군을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탐하는 그의 공격성 때문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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