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16화 (17/386)

MISSION 02 : TBD (9)

5월 9일

미얀마-태국 국경

타칠렉, 미얀마

110cc 스즈키 오토바이가 태국-미얀마 국경에 미얀마 측 도시인 타칠렉(Tachileik) 국경 검문소를 지나고 있었다.

오토바이 주차장과 출입국 사무소에는 국경이 닫히기 전에 심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였다.

특히 미얀마 정부가 타칠렉 국경을 통한 임시 입국을 허용하면서 배낭을 맨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그 혼잡도는 더욱 높아졌다.

오토바이는 혼잡한 주차장을 지나 계속 검문소를 향해 나아갔다.

국경검문소에는 출국 도장을 확인하는 군인들이 총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나 오토바이 주인은 그런 출국 도장도 받지 않고 계속 국경을 향해 다가갔다

검문소의 가장 왼쪽, 차량과 오토바이 등 운송수단을 통해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검문하는 검문 책임자는 눈에 익은 오토바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다 .

그는 초초한 얼굴로 자신의 여권을 내미는 서양 배낭족을 무시한 채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향해 손을 들었다.

“아줌마. 이제 가는 거요?”

오토바이의 주인, 글래머라고 하기에는 살이 붙은 40대 여성은 군인의 손 인사에 웃음으로 받아주며 오토바이를 서서히 멈추었다.

“호호호. 피곤해 죽겠어 아주. 진짜 이사를 하던가 해야지. 거리가 너무 멀어. 총각 밥은 먹었어?”

“그래요. 이사 오라고. 아니 이참에 미얀마 국적을 따라고. 그러면 내가 결혼해 줄게.”

“어머? 나 총각이랑 살림 차려도 되는 거야? 그럼 우리 아저씨가 슬퍼할텐데."

“슬퍼하긴. 좋다고 딴 여자 찾아다니겠지.”

“호호호호. 우리 아저씨는 물건이 부실해서 딴 여자를 만나도 금방 채일 거야.”

“그러니까 부실한 남편 대신에. 나 어때? 내가 이래봐도 물건 하나는 끝내준다고.”

두 남녀의 음담패설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은 이 상황은 뭐지 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 그래? 그럼 조만간 시험 한번 해봐야겠는데?”

아줌마라고 불린 여자, 프라이멀 카지노의 딜러이며, 주 선생이 돼지아줌마라고 부르는 여자는 오른 손 손등으로 남자의 고간을 가볍게 툭 건드렸다.

“그럼 난 갈께요. 수고하고.”

“아줌마. 다음에 올 때 그거 까먹지마.”

“알았어요. 알았어. 호호호.”

여자는 오토바이를 다시 움직여 태국 국경도시 매싸이 국경 체크포인트로 나아갔다.

군인은 그 뒷모습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한번 줄려나?

뭐 돼지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잠깐 그런 생각을 하고, 다시 외국인에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여권을 받아 들었다.

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볼품없는 개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건넌 오토바이는 태국 쪽 국경도시 매싸이 체크포인트로 도착했다.

그녀는 그냥 지나쳤던 미얀마 쪽 체크포인트에서와는 달리 태국 쪽 체크포인트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리고선 의자 밑 트렁크에서 비닐 봉지 하나를 꺼내 들고 출입국 사무소로 들어섰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근엄하고 사무적인 표정을 하고 있던 직원은 비닐 봉다리를 빙빙 돌리며 들어오는 여자를 보자 얼굴이 살짝 펴졌다.

“나 왔어요.”

아줌마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출입국 사무소 직원은 관심 없다는 듯, 자신 앞에 놓인 외국인의 여권을 살펴보고 있었다.

“참나. 아는 척도 안하시네. 나 그냥 갈까?”

아줌마가 그런 직원의 모습을 보고 몸을 돌렸다.

“아니야. 무슨. 아는 척도 안하긴.”

직원은 재빠르게 돌라서려는 아줌마를 불러세웠다.

“호호호. 왜그래요. 쌀쌀 맞게. 자 여기.”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비닐봉다리를 사무실 유리 아래로 밀었다.

“그냥 갈 거야? 차 한잔 하고 갈래?”

“바쁘시면서 무슨. 갈께요. 그리고 다음엔 좀 반갑게 맞아줘요. 알았죠?”

“어. 오늘 바빠서 못봐서 그래. 다음엔 꼭 차 마시고 가. 알았지?”

남자는 떠나는 여자를 애써 잡지 않았다.

대신 비닐 봉지를 재빨리 끌어서 갈무리했다.

그 모습을 외국인들은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나온 여자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매싸이 시내로 들어섰다.

국경에서 군인과 출입국 직원에게 웃음을 보이던 얼굴은 다른 사람처럼 표정이 변해 있었다.

아니, 표정이 보이질 않았다.

그녀는 국경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골든 트라이앵글.

일명 황금의 삼각지대.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국이 메콩강에 접하는 산악지대로 19세기부터 마약 재배의 성지였던 곳이다.

19세기 초 시작된 양귀비 재배는 국민당 정부의 잔당, 지역 소수민족, 버마공산당 등 이 지역의 구성원들에 의해 확대됐다.

특히 중국 국민당 잔당 세력으로부터 독립한 자칭 타칭 마약왕 쿤 사가 몽타이군(MTA)을 이끌고 이 지역을 점거 했을 때에 전 세계에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90년대에 들어서야 이 지역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토벌 및 관리가 시작됐고, 96년에 쿤 사가 미얀마 군사정권에 본거지를 양도하면서 이 지역은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100여년이 넘는 동안 마약과 전쟁, 폭력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조직의 부정부패였다.

태국인으로서 태국에서 사는 그녀는 미얀마 지역의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국경을 넘어야 했다.

출근을 위해 국경을 지날 때마다 세관검사, 출국심사, 입국심사, 세관검사의 네 단계를 거쳐야 했고, 퇴근을 할 때 마다 그 역순을 밟아야 했다.

이러한 원칙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그렇다면 불편해도 감수할 수 있었다.

아니.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지역민들, 마약왕의 통치를 받던 시절부터 살아왔던 토착민들은 스스로를 황금지대 주민이라 불렀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라는 각각의 국민으로서가 아니라, 지역민으로서 국경을 무시했다.

각국 정부는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했고, 그들은 심사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힘있는 사람들, 돈 있는 사람들도 이 자격에서 제외됐다.

돈 많은 사람들은 방콕에서 치앙라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치앙라이에서 카지노까지 논스톱으로 모셔졌다.

물론 국경을 넘을 때 심사는 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국경은 다른 이들에게 엄격해졌다. 외국인, 장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탄 여자처럼 보통 사람에게는 더욱 높은 벽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뇌물을 이용했다.

아주 적은 뇌물. 미얀마 국경에는 공산품을, 태국 측 국경에는 카지노에서 나오는 담배를 정기적으로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이러한 부정부패를 이용하는 자신이 마음 아팠다.

그녀는 그녀의 조국을 사랑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 세계가 휘둘렸던 세계대전에서도 독립을 지켜냈던 그녀의 조국, 태국을 사랑했다.

그러하기에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국 국가정보부 소속 2급 요원 야닌 윗미따난(ญาณิน วิสมิตะนันทน์)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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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프라이멀 리조트

트라이앵글 미얀마 지역

완의 입술이 한규호의 입술을 덮었다.

립스틱을 옅게 발라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완의 입술이 천천히 열리면서 그녀의 혀가 살포시 나와 한규호의 입술에 닿았다.

그에 대한 호응으로 한규호의 입술이 열렸다. 그리고 그 틈으로 분홍빛의 매끈한 혀가 호박색의 액체와 함께 한규호의 입으로 밀려 들어왔다.

호박색 액체는 두 개의 혀와 함께 두 사람의 타액으로 희석되었다. 그럼에도 48도의 알콜도수는 조금도 낮아지지 않아, 한규호의 식도를 강하게 자극하며 넘어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면서, 두 사람의 입에서 강한 알콜 기운이 공기 중으로 확산됐다.

“..... 사과를 받아 준건가?”

한규호는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상태 그대로 완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건강미 넘치는 얼굴에 약한 홍조가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부끄러움이 퍼져 나갔다.

“네. 사과를 받아 들일께요.”

“그거. 고맙군.”

한규호는 팔을 뻗어 완을 끌어당겼다.

완은 그 힘에 이끌린 듯, 아니면 자신이 몸을 던진 듯, 한규호 위로 몸을 포겠다.

한규호는 완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댔다.

이번에는 그가 그녀의 입술을 열었다.

두 개의 혀가 서로를 희롱하듯 번갈아 오가며 움직였다.

완은 한규호의 목을 꼭 감싸며 그의 혀의 강렬한 침투를 막아내기도 하고 수줍은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완은 자신의 밑에 깔린 한규호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그의 하복부가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완은 자신을 거칠게 끌어안고 있는 그의 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간 몸을 비틀었다.

거부의 몸짓으로 보이지 않게, 잠깐 틈을 달라는 신호처럼, 아주 살짝 몸을 비틀었다.

한규호는 그 신호를 알아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혀를 희롱하던 동작을 멈추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완은 머리를 살짝 돌려 그의 귀로 입술을 가져갔다.

“잔을 하나 더 가지고 올께요.”

작게, 아주 작게, 귀 바로 옆에서 말했음에도 들릴듯말듯 아주 작게 속삭였다.

“잔은 왜?”

한규호가 물었다.

“여자는 준비가 필요하답니다. 조금 더 마셔요.”

한규호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으로 완의 입술을 부드럽게, 조금만 힘을 줘도 깨지는 크리스탈 잔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게 만지면서 말했다

“내 잔은 이게 좋은데.”

그 말에 완은 웃었다.

부끄러운 듯, 그러면서도 흥분 되는 표정으로,.

완은 한규호 위에 올라탄 그 자세 그대로 팔을 뻗어 술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고 한 모금 머금고, 다시 한규호의 입에 가져갔다.

두 사람의 키스는 계속 됐다.

두 사람의 혀가 칵테일용 스틱마냥 두 사람의 타액과 위스키를 섞었다. 한모금의 위스키를 오랫동안 입안에서 굴리고, 섞다가 다 넘어가면 그 다음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이, 또 그렇게 사라지면 또 다음 잔에 위스키 한 모금이 서로의 최음제가 되어주었다.

빨라지는 심장 박동 만큼 알콜은 빠르게 흡수되었다.

위에서 흡수 된 알콜이 출구를 찾지 못한 백드래프트의 화염처럼 온몸 여기저기를 휘젓다가 마침내 머리 끝에서 폭발했다.

한규호는 두 팔로 그녀를 강하게 끌어 안았다.

그녀는 쓰러지듯 그의 몸 위로 몸을 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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