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프티드-6화 (7/386)

MISSION 01 : 운송인 인도조건 (6)

미션 : FCA - Free Carrier(운송인 인도조건)

d+7(작전 개시 7일 후) 2230

국립종합병원 집중치료실, 아디스아바바, 에티오피아, 아프리카

“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몸을 힘껏 움직였다. 그렇지만 침대에 벨트로 고정된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에녹 노이스, CIA 핵확산 방지센터 책임 요원이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직이자 침대가 잠깐 들썩였다.

집중치료실 담당 간호사는 다른 일을 하느라 에녹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다가 에녹의 고함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미스터 노이스? 정신이 드셨나요? 미스터 노이스?”

간호사는 에녹의 바이탈이 표시되는 그래프를 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의사 호출 버튼을 눌렀다.

에녹이 마침내 외부신체반응을 보인 것은 그가 이곳 집중치료실에 들어온지 3일 만이었다.

숙직실 침대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던 제롬 황(Jerome Hwang)도 의사 호출 알람을 들었다. 에녹만을 위해 샌안토니오에서 날아온 미 국방부 의무사령부 제롬 황 대령은 빠르게 집중치료실로 향했다.

제롬 황 대령이 집중치료실로 들어서자 그의 눈에 고통스럽게 몸을 떨고 있는 에녹 노이스와 빠르게 진정제를 준비하고 있는 간호사가 눈에 들어왔다.

제롬은 침대로 다가갔다.

“언제부터?”

제롬 황 대령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바로 조금 전이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크게 움직였어요.”

제롬 황 대령은 에녹 노이스를 살폈다. 몸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결박된 몸과 손발 때문에 크게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움직이면서 떨고 있었다.

“에녹. 에녹! 들려? 들려?”

제롬 황이 에녹 노이스의 어깨를 감싸며 크게 소리쳤다.

에녹은 고통스러웠다. 끔찍한 꿈을 꾸었다. 끔찍한 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그는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며 크게 눈을 떴다. 그런 그의 눈에 새하얀 병원의 천장이 보였다.

에녹은 당황했다. 꿈? 그 끔찍한 꿈이 꿈인가? 아니면, 이 병원이라는 공간이 꿈일까? 만약 이 병원이 꿈이라면 나는 다시 그 끔찍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일까?

에녹의 뇌는 빠르게 연산을 하고 있었다. 생각들이 번개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의 뇌를 헤집어놓았다.

그런 그의 귀에 한줄기 빛처럼 영어가 들려왔다.

“에녹. 에녹! 들려? 들려?”

에녹 노이스는 그 순간 꿈과 현실을 구분했다. 저 소리는 현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그렇게 구분해냈다.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 앞에 한 남자가 보였다.

“.... 하느님 맙소사. 제롬. 제롬이구나.”

같은 국방의학전문대학원(Uniformed Services University of the Health Sciences : USU)을 졸업한 제롬 황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에녹. 괜찮아? 정신이 들어? 내가 누군지 알겠어?”

제롬 황 대령은 에녹을 보면서 물었다.

“제롬 황. 내 오랜 친구. 의무사령부 소속 대령. 내가 지금 살아있는게 맞지? 죽기 전에 마지막 희망처럼 꿈에서 너를 본 것이 아니지?”

“이 자식아. 니가 죽으면 내가 너의 마누라랑 잔다고 했던 것 기억나냐?”

“그 개소리를 들으니 니가 맞구나. 오 하느님. 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간호사는 준비한 진정제를 다시 내려 놓았다.

“..... 여기 어디지?”

에녹이 물었다.

“아디스아바바 국립의료원.”

“에티오피아?”

제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풀어줄 수 없나?”

에녹이 몸을 살짝 비틀며 물었다. 그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벨트가 갑자기 아프게 느껴졌다.

“나중에. 일단은 두자고.”

제롬 황이 그를 달랬다.

제롬 황, 에녹 노이스를 치료하기 위해 텍사스에서 날아온 이 의사는 아직 구속벨트를 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발작이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없어진 그의 오른쪽 다리 같은 것을 본다면 말이다.

“얼마나 된 거지?”

“4일. 4일 전에 헬기로 바로 이곳으로 날아왔지.”

“내가 어떻게 여기로 온 거지?”

“그건 자네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제롬 황은 말을 하며 계속 에녹 노이스를 체크했다.

“............... 난. 그때 그 남자를 만난 이후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데....”

“그 남자?”

말을 하면서도 계속 에녹 노이스를 체크하던 제롬이 처음으로 그의 친구에게 얼굴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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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 FCA - Free Carrier(운송인 인도조건)

d+1(작전 개시 1일 후) 0600

10.008773, 43.163271, 보라마 북북서, 소말리아, 아프리카

쿨지드에 인접한 소말리아-에티오피아 국경 너머에 HH-60 페이브호크가 낮고 빠르게 날고 있었다.

페이브호크 부조종석에 앉은 남자, CIA 특수팀 소속 데이빗 힌턴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구출완료 신호가 뜨자 바로 이륙해서 이곳으로 날아왔다. 불과 20분 전이었다.

20분.

특수임무용으로 개조된 페이브호크에게 20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지만, 에녹 노이스 요원이 있던 요새와 접선지와의 거리는 대략 20km나 되었다.

20km의 거리를 20분에?

차량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차량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착 3분전.”

조종사의 말이 헤드폰으로 흘러들어왔다. 3분전이라는 말은 가시권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황량한 대지, 그 어디에도 차량의 흔적은 없었다.

“Insight”

약속된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곳에 차량은 없었다.

“착륙합니까?”

조종사가 물었다.

착륙해야 하나? 데이빗 힌턴은 고민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는 에티오피아-소말리아 국경이다. 어린아이는 AK 소총을 장난감으로 받고, 일반 가정에 소화기처럼 RPG-7을 하나씩 두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지역이다.

착륙해야 하나?

차량, 하다못해 오토바이라도 보였다면 지체없이 착륙하겠지만, 그의 눈에는 바퀴자국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착륙해야 하나?

구출 완료 코드가 왜 들어왔을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휘부는 왜 접선지로 가라고 했을까?

“보입니다!”

그 순간 조종사가 외쳤다. 접선지 근처에서 헬리콥터 바람에 위장막이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위장막 뒤로 신호용 연막탄의 불꽃이 보였다.

“착륙!”

데이빗 힌턴이 큰 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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