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06화 (206/212)

206. 스킬 창조

[절망의 별]

흑마법사 김민준이 창조한 전용 스킬.

고통과 상처를 저장하는 별을 생성합니다.

이 별은 지정한 모든 대상의 고통과 상처를 저장합니다.

저장한 고통과 상처를 지정한 다른 모든 대상에게 다시 옮길 수 있습니다.

“완벽해.”

김민준은 창조한 스킬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스킬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줄 스킬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난 부수는 것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지만 지키는 것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거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생한 절망의 별.

아군을 보호하면서도 적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스킬이 탄생해 버렸다.

“엄청난 스킬인 만큼 1번 사용하면 진이 빠질 정도로 큰 부담이….”

“잠깐만!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혼자 스킬을 감상하던 도중, 스켈레톤이 불쑥 끼어들었다.

스킬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뜰 것이며, 강력한 스킬을 만들려 할 것이다.

그것을 감안해도 저건 선을 넘었다.

“강한 스킬은 그만큼 돌아오는 대가가 크다고! 내가 장담하는데 너 그거 사용하면 기절할 거다. 아무리 너라도!”

“아. 그건 아무 상관이 없지.”

김민준은 피식 웃으며 가슴 부근을 가리켰다.

“여기 안에 들어 있는 영구 기관이 있거든. 연계가 가능할 거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그것보다! 모양 말이다, 모양!”

스켈레톤은 왜 굳이 힘든 별 모양을 고집하냐며 다그쳤다.

스킬을 창조하는 건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기본 뼈대를 만들어 주긴 했어도, 그 속을 채우는 건 김민준이니까.

“그러게 내가 단순한 구 모양으로 만들자고 했잖아.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스킬의 상세한 효과 설정이라든가….”

“로망을 모르네. 스킬을 창조하는 건 누구냐?”

“너지.”

“생각해 봐. 나만의 스킬인데, 단순하게 공 하나 나타나는 건 너무 볼품없잖아.”

“그거야 뭐, 그렇긴 한데. 스킬은 겉보다 알맹이가 훨씬 중요….”

“어허! 그랬으면 샤X이나 구X나 루이비X이 유명해졌겠냐?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인데, 당연히 멋있게 만들어야지. 봐라. 성능도 확실하게 챙겼잖아.”

“…….”

스켈레톤은 묘하게 납득되는 대답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어쨌든 창조된 스킬은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가졌으니까.

“김민준. 네가 나랑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질 정도다.”

“내가 좀 잘나긴 했지. 그것보다 뭐라도 생각난 거 있냐?”

스킬 창조가 끝나고 귀환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0분.

김민준은 돌아가는 대로, 1세대 용사의 편의를 봐줄 생각이었다.

‘나라도 챙겨 줘야지. 같은 처지였는데.’

이곳에서 저 해골 덕에 심심하지도 않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기는 했으니까.

‘역시 차원문은 안 되나.’

혹시 몰라 차원문을 통해 스켈레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려 했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당연히 불가능했고.

“너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적. 형제. 아니면 친구라도 좋다. 생각나는 게 있으면 말해라.”

“아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네가 그렇게 도와줄 이유가 없어.”

“이유가 없기는.”

김민준은 고개를 젓는 녀석을 향해 딱밤을 날렸다.

“나도 너처럼 엿 같은 일 겪었는데, 네가 싫다고 해도 내가 도와줄 거다. 뭐든지 말해. 시간 없으니까.”

“…고맙다. 부탁이 두 가지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건 뭐든지. 1세대 흑마법사님의 부탁인데 못 들어줄 이유가 없지.”

스켈레톤은 그에게서 진심을 느꼈다.

몬스터와 다름없는 외견임에도 자신의 말을 믿어 주었다.

더군다나 돌아가고 나서는 어떻게든 도와주려 하기까지.

“다른 건 기억 안 나는데… 김재현이라는 이름만 기억이 난다. 이걸 토대로 내 가족을 찾아봐 줬으면 한다.”

“좋아. 정보가 그 정도 있으면 금방 찾는다. 다음.”

“나를 죽여 줘라.”

2번째 부탁.

아무리 김민준이라 할지라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같은 일을 겪고 억울하게 죽기까지 한 한국인 아닌가.

‘하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영원히 살라고 하면 그것도 지옥이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귀환하면 저 이름 모를 스켈레톤은 또 혼자 남는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말이다.

그건 녀석에게 있어 고문이나 다름없을 터.

“너. 잠은 오냐?”

“잠? 잠은 갑자기 왜? 이 모습이 되고 나서 잠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냐.”

김민준은 의아한 듯 대답하는 스켈레톤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잠자는 듯 편하게 갈 거다. 그리고 지옥에 가서 염라대왕 만나면, 그놈 뺨 힘껏 갈겨.”

“김민준… 정말 고맙다.”

“고맙기는.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스스스스.

김민준의 강력한 스킬로 인해, 스켈레톤의 몸이 허물어져 갔다.

“쫄지 말고, 염라대왕 만나면 달려들어라. 넌 그래도 천국으로 갈 거니까. 아니면 금수저 아들이나 딸로 다시 태어나게 달라고 하든가.”

“부자의 삶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네. 그런데 아들은 싫다. 군대 가야 되잖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켈레톤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뒷일은 나한테 맡기고 쉬어라.”

그리고 잠시 후.

메시지가 출력되며, 시야가 어두워졌다.

**

“5일밖에 안 지났네.”

김민준은 본래 장소로 돌아오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다.

혹여나 시련을 치르는 장소와 한국의 시간 축이 다를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 정도면 오히려 여유로운 정도였다.

자신이 예상했던 기간은 30일에서 40일 정도였으니.

“노바 제국은 아직 안 쳐들어온 거 같네. 일단 녀석이 부탁한 일부터 해결해 볼까.”

사람 하나 찾는 것 정도야 별것 아니다.

“신세형 씨. 예, 접니다.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요.”

곧바로 정보망을 이용해, 김재현이란 이름을 찾아냈다.

“이봉구. 지방에 있는 신도들이 몇 명이나 되냐? 사람 좀 찾으려 하는데.”

그가 스켈레톤이 말했던 사람을 특정하기까지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계십니까.”

그날 밤.

김민준은 군복을 입은 채 주택가를 방문했다.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집 앞.

‘이놈도 사람이 왜 이렇게 착해? 죽어서까지 가족을 걱정하고.’

스켈레톤이 말했던 김재현은 녀석의 친한 친구로 밝혀졌다.

중학교 때부터 어울렸던 십년지기 친구.

김재현에게 실종된 친구가 있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녀석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누구세요? 어휴. 높으신 분이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김도헌 친구입니다. 제가 어머니께 전해 드릴 게 있어서요.”

“친구…. 그래. 이럴 게 아니고 잠시 안으로 들어와요.”

“네. 실례하겠습니다.”

집 안에는 정말 최소한의 가구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근에 전기도 끊겼다고 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사채를 많이 쓰셨지. 어머니의 마음이야 다 그렇겠다마는.’

스켈레톤의 이름은 김도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퍼부었다.

경찰에게서 이 이상 수사를 이어 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자마자, 직접 움직였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사채에 손을 댈 정도.

“이거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가, 갑자기 이 많은 돈은 왜… 아무리 도헌이 친구라고 해도 이거 못 받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데….”

아주머니는 5만 원 권이 수북이 쌓인 가방을 건네받고 화들짝 놀랐다.

“제가 도헌이한테 큰 도움을 받은 게 있어서요. 아! 그리고 이거 제 돈 아닙니다.”

“그럼?”

“아주머니 괴롭히던 사채업자들이 위로금으로 드리는 겁니다. 물론 사채는 깔끔하게 다 갚았고요.”

아주머니는 사채업자들의 녹음된 목소리를 듣고 나서도,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사채를 갚아 준 것만 해도 고마워요. 그래도 이 돈은 제가 못 받아요.”

“흠…. 그런가요.”

김민준은 바로 사채업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어머님이 돈 못 받겠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어머니임! 들리십니까! 저희가 너무 못되게 굴어서 드리는 위로금입니다! 제발 받아 주세요. 부탁입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자율에 집 안의 가구도 파손했고, 마음의 상처도 입혔습니다. 1억 원은 오히려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그 돈이라도….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아주머니는 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헌이 친구 돈 아니라고 하니까 받을게요. 정말 고마워요.”

“꼭 본인을 위해서 쓰셔야 합니다. 도헌이가 예전에 말했거든요. 열심히 공부해서 돈 많이 벌고, 어머니 호강시켜 드릴 거라고요.”

“도헌이가 그런 말을 했어요? 하긴… 그 애가 심성이 워낙 착해서….”

그는 눈물을 글썽이는 아주머니에게 보란 듯 계급장을 가리켰다.

“좋은 사람에겐 좋은 친구가 생기죠. 저 이래 보여도 헌터군 장성입니다. 힘든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진실은 자신만이 알고 있으면 된다.

김도헌.

녀석이 겪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하면, 눈앞의 어머니는 쓰러질 게 뻔했다.

그 뒤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너무 많은 돈을 드리면 오히려 안 받으실 것 같으니.’

김민준은 돌아가는 길에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편히 쉬어라.”

**

다음 날.

자신이 돌아왔다는 걸 알자마자 김서현과 이봉구, 루나까지 사택 안으로 들어왔다.

“김민준 님!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흑마법사의 시련을 무사히 완료하셨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메로나는?”

부리로 머리를 쪼아 대는 까마귀와 몸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김서현.

그리고 다리에 매달려 오는 루나까지.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우선 달라붙은 녀석들을 떨어트렸다.

“정신 없으니까 좀 떨어져 봐. 안 그래도 보여 줄 게 있으니까.”

김민준은 녀석들을 데리고 단련실로 향했다.

“김민준 님조차 정신 줄을 잡지 못할 시련이라니….”

“다른 흑마법사였다면 무조건 죽었겠네요.”

“이게 메로나야?”

겪었던 시련을 이야기해 주자 김서현과 이봉구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특히 시련을 통과한 대가로 스킬 하나를 창조할 수 있었다는 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야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겠냐. 너희들한테 먼저 보여 주려고 했지. 그것보다 전에 맡긴 일들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뿌리까지 확실하게 뽑았어요.”

자신의 말에, 김서현이 스마트폰을 켜 인터넷 뉴스를 보여 주었다.

“육군, 해군, 공군의 방산 비리 적발. 관련된 인원은 총 40명이라. 잘했다.”

김서현과 이봉구, 거기다 신세형까지 움직였다.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

‘언제 한번 정리하려 했었는데. 생각보다 썩은 놈들이 많았네.’

하여간 노바 제국 놈들이 문제다.

놈들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저런 비리들을 앞서서 해결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해결했으니 됐다. 수고 많았다.”

“별로 고생한 것도 없는걸요. 그것보다 김민준 님….”

“그래. 이게 그렇게 궁금하냐?”

김민준은 피식 웃으며, 녀석들에게 보란 듯이 손바닥을 펼쳤다.

“이게 내가 창조한 스킬, 절망의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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