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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05화 (205/212)

205. 시련-3

베히모스는 한 번만 부활해도 3배 이상의 강해진다.

죽기 전에는 오우거를 군락째로 학살하고 다니던 놈이었고.

괜히 전설로 불리는 몬스터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리 온.”

김민준을 녀석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으르르르….”

그러자 놈이 으르렁거리며 위협적으로 돌진해 왔다.

쿠웅! 쿵!

한 번 죽었다 부활한 놈이라 그런지, 덩치 역시 커졌다.

달려올 때마다 땅이 울릴 정도.

“이래서 그 많은 이스가르드인들이 힘을 합쳤다 이거지.”

놈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일단 제압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왜냐.

차원문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열려면 최소 1시간 이상은 필요했으니까.

그 시간 동안, 이스가르드인들은 베히모스를 붙잡아 둬야만 했다.

“그래서 일회용 텔레포트 스크롤이 귀한 거지. 온 제국을 뒤져 봐야 5개도 없을 거다.”

실력 좋은 마법사 여러 명이 달라붙어 매달려야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차원문이다.

텔레포트 스크롤은 그 과정을 모두 건너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미친 아이템이었고.

자신이 이전에 사용했던 텔레포트 스크롤 2개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작은 국가 하나를 사고도 남을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벽을 뚫어 버린 나에게 차원문은 껌이지.”

과거에도 차원문을 만드는 데 온 신경을 쏟으면 5분 안에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은 3초.

3초 정도면 충분했다.

아마 지금 자신의 모습을 마법사들이 본다면, 거품 물고 기절하지 않을까.

“어우. 덩치도 커라. 내가 특별히 킹 사이즈로 만들어 줄게.”

손가락을 튕기자, 베히모스 앞으로 거대한 차원문이 생성되었다.

“크릉!”

“곱게 들어와라.”

베히모스는 몸을 비틀어 차원문을 피하려 했지만, 그것을 가만히 놔둘 김민준이 아니었다.

마기의 손아귀를 사용해 놈을 차원문으로 떠밀었다.

한때 이스가르드를 공포에 빠트리게 했던 몬스터, 베히모스.

놈은 5분도 지나지 않아 김민준의 손에 정리되었다.

띠링.

[시련 1을 완료하였습니다.]

“뭐냐. 왜 이렇게 쉬워?”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였다.

베히모스를 다른 차원으로 날려 보내자, 완료 메시지가 나타난 것이다.

“잠깐만. 그게 쉽다고? 저거 베히모스라면서!”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스켈레톤이 펄쩍 뛰었다.

그럴 것이, 저 늑대는 그가 살아 있을 적 대륙을 뒤집어 놓았던 몬스터이기 때문이었다.

“분명 기억이 나. 이스가르드는 이제 끝났다면서 사람들의 분위기가 그냥….”

그때 희생된 사람만 해도 몇인가.

최소 십만 단위는 넘어갔을 것이다.

실력 있는 마법사나 사제, 성기사 같은 직업군들이 숱하게 죽어 나가기도 했었고.

“그것보다 차원문을 그렇게 빨리 여는 사람은 처음 본다. 내가 알던 흑마법사가 아닌데….”

그 정신 나간 몬스터를 단신으로, 고작 수 분 만에 처리하다니.

아무리 한계를 초월한 흑마법사라 해도 그게 가능한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거 너무 쉽게 끝나는 거 아닌가?”

스켈레톤이 옆에서 호들갑을 떨던 와중.

김민준은 예상보다 시시한 시련에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너무 강해져 버린 내 탓인가. 이건 어쩔 수….”

그렇게 말을 끝맺기 전,

띠링.

다음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가 출력되었고,

“으어어어억!”

김민준이 숨 막히는 소리와 함께 허물어졌다.

‘뭐… 뭐냐, 저거.’

메시지와 함께 나타난 것은 검은 구였다.

거대한 검은 공 하나.

그 공이 나타났을 뿐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최후의 시련]

멸망에서 생존하라.

‘멸망이라고?’

멸망.

메시지는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크으…. 정신 줄 안 잡으면 죽을 것 같다.’

온몸에 소름이야 진작에 돋은 상태.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자신의 몸을 속박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단지 저 멸망이라는 것을 바라만 봤을 뿐이다.

분명 그럴 텐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스으으.

검은 구는 아주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동자도 못 굴리겠잖아.’

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시선을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가 없다.

‘이겨 내라. 내 뒤에 있는 동료들을 생각해라.’

차라리 죽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공포가 몸을 휘감아 왔다.

몸이 덜덜 떨렸지만, 김민준은 그럴수록 이를 악물었다.

‘나를 위해 죽어 간 흑마법사들을 생각해라. 내가 죽으면 노바 제국이 지구를 먹는다. 남은 흑마법사들도 먹힌다. 내 병사들까지 먹힌다고!’

멸망이 움직이는 건 기껏해야 1시간에 수 센티미터.

분명 미세하게 움직일 뿐인데, 숨통을 조여 오는 압박감이 배로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저 공에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김민준은 온 힘을 눈으로 쏟았다.

그렇게 자리에서 굳은 지 2시간이 지난 뒤에야 눈동자를 굴리는 것에 성공했다.

“후우….”

그 뒤로는 어렵지 않았다.

멸망에게서 시선을 돌리니, 어렵게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이놈은 살아 있나? 야! 정신 차려!”

등 뒤로 해골이 허물어져 있다.

다행인 건 기절했는지 의식만 없을 뿐이었다.

자신조차 이 정도 타격인데, 소멸하지 않은 것이 기적인 수준.

“얌마! 일어나!”

검은 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고 난 뒤, 스켈레톤의 머리를 두들겼다.

“허어억! 뭐…. 방금 그건 도대체 뭐였지?”

녀석은 온몸을 벌벌 떨면서 의식을 되찾았다.

어지간히 겁먹었는지, 온몸의 뼈마디가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내가 아까 말했던 시련이다. 저게 마지막이고, 멸망에게서 살아남으라던데.”

“멸망….”

“다른 건 모르겠는데, 저건 어떻게 못 하겠더라. 나도 벗어나는 게 최선이었다.”

김민준은 스켈레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위로하듯이.

‘안 그래도 이스가르드에서 못 볼 꼴 다 겪은 놈인데, 죽어서까지 여기서 고생시키는 게 좀 그렇네.’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한 시련.

시련에 도전하는 건 오직 자신이며 그 대가를 치르는 것도 자신이다….

힘을 얻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

‘이놈은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모르겠네.’

녀석이 알려 준 정보를 취합해 봐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일단 저기서 도망 다니는 게 우선이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야지.’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체감상 10일 이상은 훌쩍 지난 것 같다.

띠링.

[최후의 시련을 완료하였습니다.]

“어후…. 드디어 끝났다. 나 잘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깨워라.”

김민준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진짜 이놈 사람 맞아? 괴물 아닌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켈레톤은 고개를 저었다.

김민준은 멸망에게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면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언데드인 자신이야 수면이 필요 없다지만, 그는 최소한의 수면이 필요했다.

아무리 벽을 허물어 버리고 강력한 힘을 가진 흑마법사라 한들, 인간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잠을 한순간도 안 자고, 소름 끼치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검은 공에게서 끝까지 도망치다니.”

저놈은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련이라. 이걸 고작 인간이 이겨 낼 수 있는 건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검은 공은 멀어진다 싶으면 어느샌가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났다.

그때마다 강한 공포감에 휩싸여야 했고.

“이런 상황에도 정말 태평하네.”

저기 퍼질러 자고 있는 김민준은 결국 시련이란 것을 이겨 냈다.

“…난 아무것도 얻는 게 없잖아. 그런데 왜 같이 개고생해야 하는 거지.”

굶어 죽고 나서 눈을 떠 보니 이상한 공간.

게다가 몸은 몬스터의 몸.

지겨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눈앞에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인간이 나타났다.

그 인간은 시련을 치르기 위해 이 공간으로 넘어왔고….

“고민해 봐야 뭐 하겠냐. 내가 뭘 안다고.”

스켈레톤은 한숨을 내쉰 뒤 몸을 일으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어우. 이제 좀 살겠다.”

김민준이 눈을 뜬 건 그로부터 한나절 뒤였다.

[최후의 시련을 완료하였습니다.]

[본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 1개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3일입니다.]

[3일 뒤, 원래 위치한 장소로 강제 귀환됩니다.]

“…뭐냐, 이거.”

일어나자마자 터무니없는 메시지창이 눈에 들어왔다.

“흑마법 1개를 창조? 나만의 스킬?”

첫 번째 시련이야 날로 먹었다 쳐도 마지막 시련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겪었던 위기는 장난이라 할 정도로, 멸망은 엄청난 공포를 유발했으니까.

조금만 긴장의 끈을 놓았더라면, 멸망에게 먹혀 버렸을지도 몰랐다.

“분명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힘을 준다고 했었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련에 도전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큰 보상이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뭐? 시련의 보상이 스킬 하나를 창조하는 거라고?”

1세대 흑마법사였던 스켈레톤 역시 화들짝 놀랐다.

창조의 영역은 신의 영역이 아닌가.

비록 단 하나의 스킬이라 할지라도, 창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신의 힘을 흉내 낼 수 있다는 거니까.

“김민준! 여기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거 알지? 스킬 하나를 창조하는 거니까….”

“에이 씨. 이건 안 되네.”

스켈레톤이 말이 끝나기도 전, 김민준은 이미 스킬을 창조하는 방법의 감을 익힌 상태였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스킬 하나를 창조하려다 실패했다.

“아. 죽은 사람을 완벽하게 살리는 스킬을 이미지 했는데, 한계를 벗어나서 불가능하다고 메시지가 뜨네.”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이왕 만들 거 개사기 스킬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 죽은 시체를 살리는 거. 딱 흑마법에 어울리잖아. 이거 성공하면 너부터 살려 주려고 했는데. 그건 안 되겠다.”

“말이라도 고맙네.”

스켈레톤은 김민준과 대화하는 이 순간만큼은 즐거웠다.

더군다나 스킬을 하나 창조할 수 있는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었고.

“흠흠. 머리가 하나인 것보다 둘인 게 낫지 않겠나. 내가 이래 보여도 상상력이 풍부한 1세대 흑마법사거든.”

“그러냐? 그럼 1세대 용사 실력 좀 볼까.”

스켈레톤은 머리를 달그락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나한테 고맙다고 말하게 될 거다.”

**

스킬 창조로 주어진 시간은 3일.

김민준과 스켈레톤은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이면서 사기적인 스킬에 대해 연구했다.

“파괴하거나 부수는 스킬은 넘쳐. 이왕이면 유틸성이 높은 스킬이 좋은데.”

“흑마법사가 그쪽으로만 특화되어 있기는 하지.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괜찮긴 한데….”

김민준의 직업이 흑마법사다 보니, 흑마법과 관련이 있는 스킬 계열만 창조가 가능했다.

“파괴. 희생. 고통이 엮여 있는 흑마법에 유틸성 스킬을 만드는 건 쉽지가 않네.”

수백 번, 수천 번.

그는 1분 1초를 쉬지 않고 연구와 실험을 반복했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에.

“미쳤다.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킬이라니까.”

“이게 한계의 선에 딱 걸친 스킬이라고? 너 이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

그리고 마지막 날인 3일째.

김민준은 흑마법과 그토록 바라던 스킬을 엮어,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냈다.

“나는 감당할 수 있지. 내가 만들었으니까.”

그 흑마법은 오직 김민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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