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03화 (203/212)

203. 시련-1

[시련]

자격이 있는 자, 도전하라.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새로운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기회는 단 한 번.

개방 조건: 직업 전용 스텟 100 돌파

남은 시간: 30일

불길하게 일렁거리는 메시지창.

드물게 나타나던 퀘스트는 아니다.

“직업 전용 스텟 100 돌파라.”

즉, 마기 스텟 101을 달성한 덕분에 나타난 것이라는 말.

“지금도 충분히 강해졌는데, 새로운 힘까지 얻을 수 있다 이건가.”

힘이야 과하게 많을수록 좋다.

제어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보가 너무 적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등등.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노바 제국이 침략해 오면 그것도 문제고.”

김민준은 자리에서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저것을 놓치기에는 너무나도 아쉽다.

‘30일이라. 바쁘게 움직이면 해 볼 만하겠는데.’

고대 마족 루나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였다.

그 뒤에 단독으로 침입해 온 스코티아까지 처치했다.

분명 노바 제국의 피해가 적지 않을 터.

‘아이작은 불리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난 여기에 건다.’

놈이 미쳐서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들이받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안전할 것이다.

가려면 바로 지금이 최상의 타이밍.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했다.

“좋아. 다른 나라와 협상부터 시작해 볼까.”

김민준은 신세형에게 연락해, 각 나라의 국방부 장관을 호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안전장치를 설치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겠지.”

**

다음 날.

약 30여 개 나라의 국방부 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간이 중요한 만큼, 회의는 비대면 화상 통화로 진행되었다.

“흠흠. 아무리 그래도 군의 소장밖에 안 되는 사람이 장관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말조심하시지. 이 자리에서까지 지위를 들먹어야 하겠나?”

일본 국방부 장관이 투덜거리자,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대놓고 으르렁거렸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김민준 소장이 없었다면 큰 피해를 입었을 사건만 몇 개입니까.”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마시지요. 정중하게 사과하십시오.”

일본 국방부 장관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사방에서 혼쭐이 났다.

그만큼 김민준의 영향력이 거대해진 것이다.

그의 주변에 위치한 고위 간부들이 당연하다는 듯 자리하고 있었으니.

“다들 진정하시고,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을 부른 건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섭니다.”

김민준은 국방부 장관들을 진정시키며, 서류를 하나 꺼냈다.

“한국을 침략한 이세계인의 힘은 잘 보셨죠? 여기에 이세계인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설마?”

“그렇다는 건,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는 말입니까!”

몇몇 국방부 장관들은 벌써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고작 1명의 이세계인 때문에 도시 하나가 초토화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제의 이세계인이 한국에 침입했다는 것.

이번에는 김민준이 제압했지만, 그 피해의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당장 그조차도 큰 부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확실히. 다음에는 어디로 침입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정보가 있으면 유용하겠군요.”

“김민준 소장님.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아.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회의 도중, 김민준이 손을 들어 국방부 장관들의 말을 끊었다.

“공짜 아닌 거 알죠?”

붉은 메시지창.

시련만 아니었어도 아무 대가 없이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었다.

놈들이 어디로 침략해 올지는 알 수 없으니까.

‘내 공백을 메우려면 최대한 긁어 가야지.’

물론 다른 나라의 안위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1순위는 한국이다.

시련을 수행하는 도중 공백이 생긴다는 걸 가정하면, 뭐라도 긁어 가야 했다.

“미국은 전투기 지원 좀 해 주시고. 러시아는 마력석. 일본은 해군 쪽으로 지원 좀 해 주시고요. 중국은….”

별 2개짜리 장성이 하는 요구치고는 과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마력석이야 남아돌기도 하고. 특히 김민준 소장에게는 신세 진 것도 있으니, 많이 얹어 줘야겠지.”

“빠듯하지만 어떻게든 지원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갑은 김민준인데.

그 끔찍한 이세계인의 힘을 봐 버렸으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신세형 씨. 뒷일은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이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김민준은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봉구. 김서현. 잠깐 나 좀 보자.’

**

“시련… 말인가요?”

“마기 스텟 100을 돌파하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김민준 님!”

인적이 드문 텅 빈 공터.

오랜만에 세 사람이 한 장소에 모였다.

김서현과 이봉구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본인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

특히 이봉구는 맨바닥에 절을 할 정도로 과한 리액션을 보여 주었고.

“스코티아가 달고 있던 고대 마족의 팔. 그거 하나 덕분에 이렇게 된 거지.”

“고대 마족의 팔! 그건 저희에게 독 아닌가요?”

“허억…. 그 끔찍한 팔이 김민준 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그건 나도 의외였어.”

루나가 고대 마족의 힘을 사용해 스코티아의 팔을 흡수했고.

그 힘을 걸러 낸 뒤 자신에게 전달해 줬다는 말에, 두 명은 혼란스러워했다.

흑마법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고대 마족 아닌가.

더군다나 오리지널도 아닌 것이 힘의 상승으로 이어지다니.

처음 듣는 말이었다.

“노바 제국에서 무슨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몰라. 그래서 시련을 도전할 생각이다.”

“김민준 님. 너무 위험합니다. 정보가 없어요.”

“그 누구도 얻지 못했던 힘을 준다는데, 당연히 위험하겠지. 걱정하지 마라. 무조건 돌아올 테니까.”

1분 1초가 아깝다.

그것을 아는지, 김서현 역시 그 이상 말리지는 않았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임시적으로 특수 임무단의 장성이 올 거다. 그쪽하고는 이야기 끝났다.”

녀석들을 이곳에 부른 이유는 마기를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비상 시에 자신을 대신해서 움직여 줘야 했으니.

“가득 채워 주고 갈 테니까 움직이지 마라.”

“네.”

“저희만 믿어 주시죠! 반드시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봉구에게 먼저 마기를 넣어 준 뒤, 바로 김서현에게 마기를 주입했다.

“어… 어? 김민준 님. 눈이… 눈이 이상해요.”

이봉구와는 달리 김서현의 몸에 반응이 일어났다.

정확히 눈에 말이다.

‘저건!’

김민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과거, 변덕쟁이 마안을 직접 구해다 줬으니 저 현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고 있다.

‘마안이 변하고 있다.’

변덕쟁이 마안은 특수한 계기가 있다면 진정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다만, 그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냥 눈 대신 하라고 준 건데… 이게 이렇게 된단 말이지.’

고대 마족의 힘을 흡수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흑마법사의 정점을 넘어선 마기 스텟을 기록했기 때문일까.

어찌 되었든 절호의 기회였다.

“김민준 님. 전 괜찮습니다…. 제발 끝까지….”

김서현 역시 그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이를 악물며 버텼다.

스스스스스.

김민준의 마기가 동날 때가 되어서야 눈의 변화가 끝났다.

김서현의 눈동자 색은 검은색으로 바뀐 상태.

“사용하지 마라.”

“네?”

“너 지금 그거 나한테 쓰려고 하는 거 다 안다.”

칠흑처럼 검은 두 눈.

변덕쟁이 마안은 만물을 보는 마안으로 변했다.

김민준은 재빨리 김서현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

섣불리 사용하지 못하도록.

“그 눈은 대상만 근처에 있다면, 네 뜻대로 예지를 볼 수 있지. 그뿐만이 아니라 진실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여기까지는 네가 알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잘못 사용하면 시력을 영원히 잃을 거다. 능력은 물론이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김민준 님. 전 이 눈을 받았을 때부터….”

“시끄럽다. 안 된다면 안 돼.”

그는 김서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악!”

정신 차리라는 마음을 담아서 아프게.

“그 힘을 이끌어 낸 존재는 내가 알기론 없다. 그리고 한 번 사용하고 능력을 잃는 것보다,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여러 번 사용하는 편이 더 좋아. 내 말이 틀리냐?”

“…그건 맞아요.”

그녀는 머리를 감싼 채 눈을 감았다.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기에 나온 행동일 터.

‘내가 생각이 짧았어…. 김민준 님만 생각하면 이런다니까.’

속으로 반성을 하려던 찰나,

“참나. 김민준 님이 너 하나 때문에 몸에 있는 마기를 얼마나 사용한 지 알아? 엉?”

이봉구가 신경을 긁어 왔다.

‘…쟤한테 저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열받아. 나중에 뭐 하나 걸리기만 해 봐라.’

이번만큼은 자신의 급발진을 한 것이기에 가만히 참기로 했다.

“내가 전달한 내용. 잘 숙지하고 있어라. 알겠냐.”

김민준은 두 명에게 앞으로의 행동 지침에 대해 전달한 뒤, 자리를 떠났다.

‘30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네.’

벌써 하루가 지나갔으니 이제 29일이 남은 셈.

‘좋아. 김서현의 마안이 강력해졌으니 한층 더 여유로워졌네.’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노바 제국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까 긴가민가 한 상태였다.

하나,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자신이 새로운 힘을 얻고 돌아온다면, 노바 제국은 무너질 것이다.

**

그 뒤로 29일이 지났다.

“훈련 열심히 하고, 스텟 쭉쭉 올리고 있어라.”

“예!”

그동안 블랙 스완 팀원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드워프를 데리러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

그리고 스코티아를 처치할 때 갖가지 기여를 한 것.

이 두 개의 성과를 크게 인정받아 팀원 전원이 진급하게 된 것이다.

물론 계급의 변화만 일어난 게 아니다.

꾸준한 훈련 및 영약의 복용.

스킬의 개발 등등.

팀원들의 전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헌터군 쪽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헌터 본부에서는 이세계인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 매뉴얼을 만든 상태.

이쪽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나저나. 손은서가 병장에서 소위로 갈 줄은 몰랐는데.’

김민준은 그녀의 소위 계급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위험을 자처하는 역할을 맡은 성과로 인해, 단번에 소위를 달았다.

‘하여간 고집하고는.’

소위를 달면 받아 주겠다는 약속.

상황이 상황이었지만, 자신 쪽에서 뱉은 말이니 일단 지키려고 했었다.

-너. 어차피 해야 할 일이 많잖아? 나도 그렇고. 그냥 다 끝난 뒤에 받아 갈 거야. 각오해.

그 전에, 그녀 쪽에서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보류하자고 말해 왔지만.

“그럼 갔다 올 테니까 잘 지내고 있어라.”

“예!”

“몸조심하십쇼, 팀장님!”

팀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인적이 없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들에게는 수련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냥 휴가 길게 갔다 온다고 말해도 되지만, 지금 상황에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했기에.

“올 때 메로나.”

“그래. 노력해 볼게.”

김민준은 루나의 배웅을 마지막으로, 붉은 창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이쯤이면 무슨 일이 생겨도 주위에 피해는 안 가겠지.’

시련?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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