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202화 (202/212)

202. 한계돌파

김민준이 이스가르드에서 넘어온 스코티아를 처치한 지 3일이 지났다.

“어우. 종일 잠만 잤네.”

현재 그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스킬 때문에 고갈된 체력은 하루 만에 다 회복했지만, 신세형이 3일만 참아 달라고 부탁해 왔다.

병원의 의료진들도 마찬가지.

그만한 전투를 치렀는데 1일 만에 퇴원하면 욕은 자신들이 먹는다나.

“베인 곳이 좀 쑤시긴 하네. 엿 같은 차원참.”

팔, 다리, 얼굴, 복부 등등.

검상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스코티아가 자신을 가지고 놀지 않고 진심으로 공격해 왔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상급 포션을 퍼부은 덕분에, 내일이면 깔끔하게 나을 정도였다.

“붕대를 감고 있으니까 뭔가 아픈 사람 같잖아.”

이 정도는 자신에게 있어서 가벼운 상처다.

그런데, 붕대를 두르고 있어서 그런지 병문안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까지 다친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다들 자신을 곧 죽을 사람처럼 걱정해 주었다.

-네가 잘못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잠도 못 잤어. 알아?

-김민준 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다음에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특히 손은서는 눈물까지 글썽거렸고, 김서현은 뭔가 화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큰일을 해 주셨습니다. 한국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그녀들이 다녀간 뒤.

대통령의 방문을 시작으로 정치계 유명 인사들.

그리고 일반군과 헌터군의 별들.

무적 헌터 부대의 부대원과 블랙 스완의 팀원들까지 병실로 찾아왔다.

“병실이 먹을 걸로 가득 차 버렸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으면, 병문안 선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음. 내가 군 생활을 잘하긴 했지. 광식이랑 승호까지 달려온 걸 보면.”

-여기는 의정부시의 카페 거리입니다. 3일 전, 김민준 소장이 경고했었던 외부 존재의 침략이 현실이 되었으며, 카페 거리는 흔적도 없이….

-이세계에서 지구로 침입한 인간은 겉보기에 서양인. 분간이 어려워.

-속보! 외부 존재와 김민준 소장의 전투, 촬영용 드론에 그대로 담겨.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상자가 다수 발생. 의정부시의 피해 복구에 최소 3년은 걸릴 듯.

3일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TV의 채널을 돌려 보면, 온종일 이세계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스코티아가 일을 벌여 준 덕분에 전 세계가 경각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치열했던 전투는 유튜브 채널에까지 업로드되어 수억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었고,

-김민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망했다. ㄹㅇ루다가 대한민국만 망했겠음? 그냥 지구가 망했을걸.

-이세계인들테 나라 먹힌 뒤 어디 끌려가서 곡괭이질이나 하고 있었을 듯.

-와. 근데 어떻게 헌터가 저렇게 강하냐. 흑마법사라고 해도 저건 선을 넘었는데.

-그러니까. 그 시꺼먼 공에서 레이저가 나가는데, 난 무슨 새틀라이트 빔 보는 줄.

-그건 게임이고 미친놈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김민준에 대한 말이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인터넷, 언론.

심지어 길거리에서 김민준 소장을 감사하기 위한 집회까지.

“이러다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사실 진작에 유명해졌지만, 김민준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스코티아. 그냥 가도 되는데 고맙게 선물까지 주고 가네.”

놈을 단독으로 처치한 것 하나만 해도 큰 이득이다.

노바 제국의 유용한 전력을 제거한 셈이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대량의 스텟 경험치와, 어딘가 쓸모는 있을 것 같은 고대 마족의 팔까지 얻었다.

이번 일로 인해 전 세계가 외부 차원을 경계하게 되기도 했고.

‘예전의 힘을 다 찾았어도 졌겠지.’

장담할 수 있다.

이스가르드 시절의 스펙으로 스코티아를 상대했더라면, 끝에는 졌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고대 마족에게 몸을 먹혀 변해 버렸으니까.

‘드워프가 만들어 준 거인의 손톱. 새롭게 얻은 스텟.’

그리고 마인화에 딸려 있는 특수 스킬, ‘검은 태양’.

이것들 덕분에 스코티아를 비교적 쉽게 처치할 수 있었다.

특히 검은 태양의 위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 어떤 반동이 올지 살짝 불안하긴 했었다.

‘고작 20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끝났다라. 그냥 개사기 스킬 확정이네.’

이제는 고대 마족이 한 트럭으로 몰려와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절로 솟아났다.

“나 이거 먹어도 돼?”

혼자 뿌듯함을 느끼던 사이 루나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신세형이 말하길, 그녀는 스코티아와 전투가 있었다는 걸 알자마자 먼저 달려왔다고 했다.

“그래. 마음껏 먹어라.”

스코티아와 루나를 접촉시키면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한쪽은 실험으로 태어난 고대 마족이고, 한쪽은 고대 마족의 팔을 단 미친년 아닌가.

그래서 얌전히 있으라고 말해 뒀는데, 말을 잘 들어줬다.

그것만 해도 루나 나름의 임무를 수행한 셈일 정도.

“와아! 이건 아껴 먹고, 이건 지금 먹어야지!”

루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과자 봉지를 뜯었다.

그렇게 자신의 옆에서 간식을 즐기는 도중, 등 뒤로 어둠이 솟아났다.

그녀가 베키라고 부르는 고대 마족의 힘이었다.

“응? 베키가 이거 먹고 싶다는데? 그럼 민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대!”

“고대 마족의 팔을?”

“응!”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된다고? 그래?”

이미 고대 마족의 샘플은 정부에 제공한 상태.

나머지 부분은 자신이 소유해도 된다고 했으니,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은 없었다.

“좋아. 베키라고 했냐? 너 한번 믿어 본다. 구라면… 알지?”

베키에게 보라는 듯 주먹을 말아 쥐자, 어둠이 짐승의 형태를 취해 넙죽 엎드렸다.

“드워프도 고대 마족의 팔은 건드리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좋아. 어디 한번 해 봐라.”

스스스스.

허락이 떨어지자, 베키가 입을 쩍 벌려 고대 마족의 팔을 삼켰다.

그리고 바로 두 팔을 자신의 등에 갖다 댔다.

저놈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려던 도중,

찌릿!

“어?”

전기가 통하는 느낌과 동시에, 몸이 점점 뜨거워졌다.

[순수한 고대 마족의 기운이 흘러들어 옵니다.]

[마기와 섞일 수 없는 기운입니다.]

[고대 마족의 기운을 정화합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

“미친?”

정말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고대 마족의 팔이 마기 스텟의 상승으로 이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그렇구만. 베키가 저 고대 마족의 기운을 한 번 걸러서 나한테 전달해 주는 거네.’

즉, 루나의 어둠은 정수기의 필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띠링. 띠링.

현재 김민준의 마기 스텟은 78.

높은 수치의 마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메시지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희생의 서약이 개방되었습니다.]

[뒤틀린 차원문이 개방되었습니다.]

[종말이 개방되었습니다.]

[흑마법사의 정점을 넘어섰습니다.]

[흑마법사의 모든 스킬이 A등급으로 조정됩니다.]

“스킬이 한 번에 3개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방금 개방된 3개의 스킬.

저것이 뜻하는 바는 바로, 흑마법사의 힘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점에 도달했다는 메시지까지 추가로 나타났다.

‘돌았네. 저건 과거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메시진데.’

모든 스킬이 A급으로 조정된다니.

뭐 이런 미친 경우가 다 있는 건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고맙다고 말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밸런스 패치 개판으로 해 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루나. 아주 잘했다. 베키, 너도.”

지구에서 마기 스텟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수치가 높아질수록 더 그랬고.

그래서 후순위로 미뤄 두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흑마법사의 힘을 전부 회복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더 강해져 버렸다.

“응?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베키가 잘했으니까 너도 잘한 거지.”

“그런가?”

“그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특한 루나의 머리를 힘껏 헝클어트렸다.

“자. 이걸로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사 먹어라. 병원 앞에 대형 편의점 있던데. 오늘 신상으로 아마, 초콜릿 치즈 케이크가….”

“진짜? 우와아아! 나 엄청 잘했으니까, 편의점에 있는 거 다 먹고, 저기 큰 마트에 있는 거도 먹어도 돼?”

“물론. 마음껏 놀다 와.”

“가자, 베키! 초콜릿 치즈 케이크가 우릴 부르고 있어!”

그녀는 카드를 건네받은 뒤, 방방 뛰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기뻐해야 할 건 난데 말이지.’

김민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피식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과연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설렌 마음을 품은 채 상태창을 열었다.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105 민첩: 105 체력: 107 마기: 101 영구 기관: 71

보유 스킬: 부패(A), 나이트 워커(A), 암흑 화살(A), 마기의 특이점, 마기의 손아귀(A), 마기 채찍(A) 기본 둔기술(E), 기본 검술(B), 스트렝스(B), 민첩 강화(C), 고통의 채찍질(A), 부패의 비(A), 지옥귀 폭발(A), 악독한 돌진(A), 욕망의 마기(A), 체력강화(C), 절망의 세계(A), 다크사이더(A), 역병의 저주(A), 과부하, 데스 스웜프(A), 과부하 전이, 그림자 도약, 공명, 죽음의 숨결(A), 마기 폭풍(A), 증폭 회로, 마인화, 희생의 서약(A), 뒤틀린 차원문, 종말(A)

“…이건 보는 내가 무서울 정돈데?”

놀라움을 넘어 경악할 만한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힘 5. 민첩 5. 체력 5….”

스코티아를 처치해서 얻은 스텟은 총 15.

이것만 해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마기 스텟… 101?”

뒤의 것은 더 충격이었다.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려 캑캑댈 정도로.

“잠깐만. 이전까지만 해도 마기 스텟이 78이었는데.”

저 고대 마족의 팔을 흡수한 것만으로, 23의 스텟이 상승한 것이다.

오리지널이 아닌, 짝퉁을 흡수했는데도 말이다.

‘진짜 고대 마족의 팔을 흡수했었다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뭐든 과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지금 이 정도도 충분히 배가 부른 정도였다.

거름망으로 걸러진 고대 마족의 기운을 넘겨받는 중에도, 진짜 몸이 터질 것 같았으니까.

“101이라. 미쳤네, 그냥.”

과거의 힘을 모두 되찾은 수준이 아니다.

전성기의 힘을 넘어서, 더 강해져 버렸다.

세 자릿수의 마기 스텟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참나. 무슨 깨달음을 얻어서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과거를 뛰어넘어 강해졌지만, 방심할 틈은 없다.

노바 제국이 고대 마족으로 이리저리 실험을 하고 있었으니까.

놈들이 무슨 짓을 해 올지 모르는 이상, 계속 나아가야 했다.

‘이러다 고대 마족을 부활시키거나 하는 거 아냐?’

물론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죽은 생명체를 살리는 건 신의 영역이었으니.

“몸도 뻐근한데 단련실 가서 몸이나 풀까. 거기 의사 선생님! 저 퇴원 좀 시켜 주세요!”

“…예?”

그는 퇴원을 극구 말리는 의사에게 멀쩡한 몸을 보여 주고 나서야,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모든 스킬 A급이라. 위력이 얼마나 올라갔으려나.”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단련실로 향했다.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콰직! 쿠웅!

“저거 얼마 전에 보수 공사한 거 아닌가?”

김민준은 뻥 뚫린 단련실 벽을 보며, 볼을 긁적였다.

가볍게 사용한 스킬이 벽을 뚫어 버릴 줄은 몰랐기에.

“새로 보수한 벽은 드워프가 공사한 건데.”

분명 어떤 스킬을 퍼부어도 버틸 거라는 드워프의 호언장담이 있었는데….

녀석들의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을까 살짝 우려가 되긴 했다.

“아무리 그래도 기본 스킬인 암흑 화살에 벽이 뚫릴 줄은 몰랐는데.”

일단 위력을 조절하는 훈련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띠링!

눈앞으로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뭐냐 이건?”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붉은 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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