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99화 (199/212)

199. 스코티아-1

우우웅.

탐지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

외부 차원의 존재가 지구로 침입했다는 뜻이다.

“이건 지금 들어온 게 아니라 전부터 들어왔던 거네.”

“김민준!”

드워프가 입을 떡 벌리고 있던 사이, 어느새 김민준이 탐지기 앞으로 다가왔다.

“빨강은 이스가르드를 제외한 모든 차원. 주황색이 이스가르드.”

사전에 설명을 들었기에 탐지기를 분석할 수 있었다.

현재 비석이 내는 빛은 진한 주황색.

저 뜻은, 이스가르드의 존재가 이곳으로 넘어왔다는 뜻이며.

진한 색을 보면 넘어온 지 시간이 꽤 흘렀다는 말이다.

“그런데 잠잠하다 이거지.”

이스가르드인이 지구로 잠입해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라.

뭘 노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둘 수는 없다.

“나이트 워커. 탐색해라.”

소환수를 보낸 뒤, 블랙 스완 팀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

“충성! 부르셨습니까, 팀장님!”

“그래. 바로 작전에 들어가야 하니까, 짧게 끝낸다.”

그날 밤.

팀원들이 회의실로 모였다.

다들 긴장한 듯한 표정이다.

이세계인이 지구로 침입했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이번에 너희들이 할 일은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보호다.”

“보호… 말입니까?”

“그래.”

5개월의 기간 동안, 블랙 스완의 팀원들은 유의미한 성장을 이뤘다.

갖가지 영약의 지원.

끊임없는 훈련과 실전.

일반 헌터는 보유하지 않은 스킬의 개발 등등.

때문에 실전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전, 티스파니아에 갔을 때도 맛만 보고 왔었기에.

“본래 같으면 경험 좀 쌓으라고 하고 싶은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김민준은 화이트보드에 이세계인의 정보를 적어 나갔다.

스코티아.

도신이 2m에 달하는 도를 다루는 검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베기 속도를 자랑함.

그뿐만 아니라, 오른손이 마족의 손으로 대체된 것으로 추정됨 등등.

“허….”

“미, 미쳤어. 갑자기 저런 놈이 넘어온 겁니까?”

설명이 길어질수록 팀원들의 눈이 커졌다.

특히 마지막 줄에는, 김민준 본인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려 줄 테니까, 잘 숙지할 수 있도록.”

이번만큼은 팀원들을 신경 써 줄 여유가 없다.

놈은 까다로우니까.

강하다고 묻는다면 강한 편이긴 한데….

‘게임 참 X같이 하네의 표본이지. 놈은.’

스코티아는 약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강했다.

때문에, 주의해야 할 자세와 스킬에 대해 상세히 알려 주었다.

“어때. 놈과 마주친다면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냐.”

김민준의 질문에 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력 방패와 온갖 방어구를 둘러도 소용이 없다면….”

“회피하거나 맞받아 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까?”

“맞받아 낼 생각도 하지 마라. 공격을 회피하고, 놈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게 유일한 대처 방법이다.”

“스코티아….”

팀원들 중, 김서현 중사가 유독 감정을 드러냈다.

‘그 미친년이 벌써 여기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이까지 갈고 있다.

그 모습을 처음 본 팀원들은 애써 모른 척했지만.

‘하필이면 이럴 때 마안이 말을 안 들어서!’

이스가르드인과 접점이 있는 건 김민준과 김서현.

특히 스코티아는 흑마법사 집단을 집요하게 괴롭혔기에, 언젠가 갚아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변덕쟁이 마안이 발동했더라면.

미리 대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망할 눈은 거짓된 예지도 많이 보여 주는데, 발동조차 자기 마음대로다.

어떤 때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아예 사용할 수 없는 날도 있었으니.

‘김민준 님이 주신 게 아니었다면… 이딴 눈. 진작에 뽑아 버렸을 텐데.’

일은 이미 벌어졌는데 어쩌겠는가.

자신은 지시대로 움직일 뿐이다.

‘스코티아. 넌 잘못 걸렸어. 김민준 님은 네가 아는 김민준 님이 아닐 거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블랙 스완 팀원들이 장비를 챙기러 뛰어나갔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기에.

**

“뭐,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한편.

이세계인이 침입했다는 보고에, 헌터 본부는 물론이요.

청와대 역시 난리가 났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김민준 소장이 실제로 상대해 본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대피처는! 드워프가 만들고 있는 그 훌륭한 대피처 말이야!”

“그 대피처는 이제 뼈대를 잡아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특수 방공호든 뭐든 열어서 시민들 대피부터 시켜!”

대통령은 난데없는 날벼락에 식은땀을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경보를 따로 울린 뒤, 최고 경계 태세에 들어가고 싶었다.

다만, 그렇게 하면 역효과라는 김민준의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세계에 대한 전문가가 그 말고 누가 있다는 말인가.

“티스파니안지 뭔지.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서 드워프를 데려왔는데. 안 믿을 수가 없지. 일단 연락을 기다리겠다.”

지난 5개월.

김민준 소장이 해낸 일은 대한민국의 역사에도 기록될 업적이었다.

드워프 20명이 한국으로 넘어와서, 레일건을 2대나 만들어 냈으니까.

레일건은 핵을 보유할 수 없는 한국에 있어 축복 그 자체였다.

어디 그뿐인가.

전군에 보급할 수 있는 방어구와 무기까지 새로 만들어 냈다.

덕분에 국방력이 껑충 뛰어올랐다.

헌터들의 사망률도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이것만 해도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특성상, 수출에 의존해야 한다.’

드워프가 만들어 내는 전투복은 해외에서도 인기 만점.

미국조차 웃돈을 주고 가져가려고 안달이었다.

덕분에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빛을 보고 있었고.

국방이면 국방.

경제면 경제.

드워프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까지 지하에 만들고 있었다.

‘도대체 노바 제국이라는 놈들이 얼마나 대단한 놈들이길래.’

빠르고 눈부신 발전에 심취해 있을 때, 김민준이 경고를 해 왔다.

아직 이 정도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말이다.

다른 정치인들은 새파랗게 어린놈의 말을 믿을 필요 없다느니.

기고만장해서 대통령에게 기어오른다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난 그를 믿는다.’

정작 대통령 본인은 김민준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껏 해낸 일들만 몇 개인가.

이제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김민준 소장의 작전대로 움직이시죠. 헌터 본부는 이에 최대한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회의할 시간조차 아깝다.

대통령은 헌터 본부에게 직접 요청을 넣었다.

김민준 소장에게 무조건 협조하라는 요청을.

**

다음 날.

김민준은 고층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있었다.

스코티아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놈과 떨어진 거리는 약 5㎞.

“저놈을 사람들한테서 떼어 놔야 하는데.”

나이트 워커를 붙여 놓으면 매우 쉽다.

아니면 자신이 직접 움직여도 되고.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저 검게 물든 오른팔 때문이었다.

‘마족의 팔은 확실한데.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는 모르니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이쪽의 카드를 최대한 숨긴 채, 저쪽의 카드를 알아내야 했다.

그래서 어제 탐색을 보낸 소환수에게도 위치만 특정한 뒤, 빠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노바 제국 놈들은 자신이 힘을 되찾은 걸 모를 테니까.

“카페에서 한가롭게 커피를 즐김. 약 3시간. 영화관에서 2시간 동안 머묾. 식당에 가서 식사. 어쭈. 지구를 열심히 조사했나 봐?”

평범한 외국인 행세를 하는 모습에 조소가 지어졌다.

저 정신 나간 놈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살려 보낼 이유는 당연히 없다.

현재 우선시해야 할 것은, 놈을 시민에게서 떨어트려 놓는 것.

‘안 그래도 눈에 띄는데, 저 검은 오른팔 때문에 시민들의 시선이 쏠린다.’

지금이야 저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

‘사람들이 벌집을 건드리게 두면 안 된다.’

스코티아의 성격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이스가르드에서 몇 번이고 싸운 적이 있었으니.

그때 오른팔을 날려 버렸는데, 마족의 팔을 달아 올 줄은 몰랐다.

“보고 계속해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해.”

-예!

“내가 당부한 내용 다시 한번 말해 봐.”

-시야에 검이 보이는 순간 도망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싸울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현재 스코티아의 세세한 동선을 파악하는 건 블랙 스완의 팀원들과, 다른 특수 부대 헌터들이 맡았다.

그들은 일반인 행세를 하며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은 상태.

“실례합니다!”

헌터들이 조심스럽게 시민들을 물리는 와중, 손은서 병장이 스코티아에게 접근했다.

“여기 여행 오신 분 같은데, 제가 외국인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있거든요! 시간 되시면 여기 스티커 하나 붙여 주실 수 있을까요?”

“설문 조사?”

“네! 잠깐이면 끝나요! 사은품도 드리구요!”

이 순간.

그녀는 물론이요, 다른 헌터들 역시 잔뜩 긴장했다.

스코티아에 대한 정보를 들어 버린 이상, 당연한 현상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목이 날아간다고 했지…. 침착하자. 아무렇지 않게. 얼굴에 철판 깔아, 은서야.’

손은서 병장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스코티아에게 빨간 스티커를 건넸다.

여기서 저 여자가 스티커를 붙이면, 자연스럽게 다른 장소로 유도하면 된다.

사은품 수령을 이유로 삼아서 말이다.

‘거기까지만 가면 돼. 그럼 민준이가 처리해 줄 테니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들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손을 왜 이렇게 떨어? 어디 아파?”

“제가 수전증이 좀 있어서요. 여기 1번은 한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고요, 2번은….”

“아무 데나 붙이면 되지?”

“네. 아! 그리고 100번째 조사 대상에게는 사은품을 드리고 있거든요. 괜찮으시면….”

대답이 끝나기 전, 스코티아가 손은서 병장의 손을 잡아챘다.

“그런 것들은 집어치우고, 난 네가 마음에 든다.”

스코티아는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 뒤, 혀로 윗입술을 핥았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모습이었다.

“네, 네?”

“나랑 놀자.”

“그게 무슨….”

“나랑 놀자고. 너 되게 예쁘게 생겼네.”

“가, 갑자기 이러시면 곤란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의 연속.

그녀는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지만, 재빨리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오래 잡아 두는 만큼 시민들이 안전해져.’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지정한 장소로 끌고 가기만 하면 된다.

“금 좋아하니? 나랑 하루만 놀아 주면 이거 줄게.”

손은서 병장이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스코티아가 테니스공만 한 금덩어리를 손에 쥐여 주었다.

“…뭐 할 건데요?”

“네가 소개시켜 줘. 난 여기가 처음이거든.”

손은서 병장은 못 이기는 척 금을 받아 들었다.

그 뒤, 자연스럽게 스코티아의 몸을 살폈다.

일단 주의해야 할 검은 없다.

‘분명 사람 키보다 큰 도검을 사용한다고 했지.’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지금이 기회다.

단둘이 있고 싶다고 연기한 뒤, 김민준이 지정한 장소로 데려가면 끝이다.

“저… 사람들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면 안 될까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눈앞의 이세계인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연기했다.

그러자, 스코티아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거 좋은데.”

허나.

뒤에 이어진 말에, 손은서 병장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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