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97화 (197/212)

197. 드워프 구출 작전-4

현재 블랙 스완 팀원들은 지하에 있다.

드워프도 마찬가지.

모래바람이 날리고 있는 지상은 자신과 발톤을 제외하면 몬스터밖에 없다는 말.

“거, 나무 심기 딱 좋은 날씨네.”

생명체를 모조리 지옥으로 보내 버리는 역병의 저주를 사용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나무를 심는다니? 티스파니아에는 작물을 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발톤이 슬쩍 태클을 걸어왔다.

김민준은 나중에 알게 된다고 대답한 뒤, 녀석을 등에 업고 은신처로 내달렸다.

**

꿀럭. 꿀럭.

“허, 허어. 저 소름 끼치게 생긴 것이 나무라고?”

은신처 입구 앞.

역병을 퍼트리는 나무가 순식간에 자라났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모조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나무.

“구경하다가 죽는다. 빨랑 들어가.”

흥미롭다는 듯 다가가려는 발톤의 뒷덜미를 잡은 채, 은신처 입구로 들어갔다.

역병의 저주는 세밀한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아군이든 적이든 피해를 준다.

스킬 자체의 효율성과 파괴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컨트롤이 불가능하다는 단점 하나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는 마음껏 사용해도 되니까 좋다만.’

물론 환경만 맞아떨어진다면 이만한 효자 스킬이 없다.

드워프의 은신처는 지상과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으니.

이제 시간만 지나면 경험치가 굴러들어 올 것이다.

그야말로 자동 사냥이라고 할 수 있다.

“충성! 다녀오셨습니까, 팀장님.”

“예상보다 일찍 돌아오신 것 같습니다.”

은신처 안.

경계를 서고 있던 팀원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가는 데에만 하루가 걸린다고 하지 않았나?

“드워프 보폭으로 하루 거리라더라. 다들 복귀할 준비해라. 밖에는 절대 나가지 말고.”

“밖에 몬스터라도 있습니까?”

“2~3시간 정도면 멸종할 거다. 스킬을 설치해 두고 왔으니까.”

“멸종… 말입니까?”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한다니.

도대체 무슨 스킬일까.

팀원들은 호기심이 일었지만, 잠자코 복귀를 준비했다.

스킬에 살짝만 노출되어도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들었기에.

“그러고 보니 김서현 중사님.”

“왜.”

손은서 병장이 찝찝하다는 듯 말을 걸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야 진작에 마친 상황.

때문에 딱히 할 것이 없었다.

자유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저흰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팀원 9명이서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오투스 몇 마리를 처치한 것뿐.

그 외에는 전부 김민준이 다 했다.

처음 마주하는 환경과 몬스터.

세계 최초로 차원을 넘나드는 임무.

큰 사명감을 가지고 작전을 수행한 것 치고는… 뭔가 초라했다.

“그거 알아? 넌 복에 겨웠어.”

김서현 중사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윽!”

“세상에 어떤 군대에서 별이 앞장서서 움직이겠니? 그것도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그건 그렇긴 한데….”

“네 말의 의도가 뭔지는 알겠는데, 주눅들 필요는 없어.”

손은서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다.

김민준이 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것쯤은.

다만….

‘하아…. 성과 세워서 단번에 소위로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이번 작전에서 특별 진급을 노리고 있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특수 임무.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린다면 좀 더 수월하게 진급할 수 있었으니까.

거기다 4년제 대학교를 다녔기에, 하사가 아닌 소위로 승격할 기회도 있었고.

‘이걸 어떻게 말하겠어.’

팀원 중 병사 출신은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조바심이 난 것도 사실이었다.

‘잠깐만… 이러니까 내가 그놈한테 휘둘리는 것 같잖아. 정신 차려! 손은서!’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잡념을 떨쳐 냈다.

김서현 중사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지만.

“좋아. 이제 귀환할 테니까 정신 차려라.”

3시간이 지난 후.

김민준이 차원 이동 스크롤을 사용했다.

역병의 저주로 몬스터를 모조리 제거해 버렸으니, 이곳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챙길 것도 다 챙겼고.’

정말 알뜰하게 긁어모았다.

드워프가 필요하다는 광석도 한계치까지 모았으니.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다.

‘촬영 분량이 나오려나 모르겠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작전을 끝내 버린 것.

특수 카메라와 배터리까지 넉넉하게 챙겨 온 것치고는 순조로웠다.

‘강력한 몬스터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아.’

그랬다면 영상에 임팩트가 더해졌겠지만, 무난한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한동안 기자들한테 시달릴 거다. 다들 고생 많았다.”

차원문에 드워프를 먼저 들여보내는 것으로, 작전이 종료되었다.

**

[속보! 김민준 준장이 주장했던 이세계, 실존]

[영상에 조작 증거 찾기 힘들어. 다른 차원은 실제 한다는 것으로 봐야.]

[한국 침략이 현실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영화에서나 보던 드워프가 실존?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김민준이 영상을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가 뒤집혔다.

이세계니 다른 차원이니,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주장하던 전문가들조차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뭘 어쩌겠는가.

“역시 드워프의 기술력은 대단하다니까.”

드워프를 한국으로 데려온 지 5개월이 지났다.

150일이라는 시간은 한국의 국방력을 터무니없이 상승시켰다.

드워프는 티스파니아에서 확보한 아다만티움과, 다른 광석을 섞어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어 냈다.

“전군에 방어구를 보급한 것도 대단한데… 레일건까지 만들어 냈다 이거지.”

드워프가 제작한 전투복은 하급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낼 정도로 튼튼했다.

웬만한 날붙이는 긁힌 흔적만 남는 수준.

이 장비를 헌터군뿐만 아니라, 일반군에게도 보급했다.

그만큼 물량이 남아돈다는 말이다.

“전군에 신형 전투복을 보급한 것만 해도 대단하지. 안정성이 올라가니까.”

이것으로 그치면 섭하다.

드워프는 미국이 10년이 넘도록 개발에 매달린 레일건을 보란 듯이 만들어 냈다.

수천억을 쏟아붓고도 전력화에 실패한 꿈의 무기를 말이다.

안정적으로 시험 사격을 거친 뒤, 미국에 전력화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 낸 것이 불과 한 달 전.

“레일건 2대와 무기, 방어구라.”

드워프가 이곳에 정착한 지 5개월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괴물이 따로 없을 지경.

노바 제국이 왜 녀석들을 잡아들이려 열을 올렸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미쳤네. 이걸 드워프가 만들어 냈다고?

-전력 공급 문제 때문에 전력화 힘들다던데, 어케 했냐?

-와 씨. 레일건 시험 사격하는 거 이펙트 미쳤다. 뭐든 한 방에 뚫리겠는데.

-캬. 이거 1대만 있어도 강대국 각인데, 2대나 가지고 있네?

-미국 저리 비켜!

덕분에 한국은 국방력 잠재 1위, 현 2위라는 엄청난 순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는 어떻게든 드워프를 스카우트해 보려고 했지만….

드워프를 건드리지 말라는 김민준의 엄포에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거저먹은 거 같아서 살짝 미안하네.”

김민준은 계급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전까지만 해도 별 하나였던 계급이, 별 2개로 늘어나 있었다.

“5개월 만에 준장에서 소장이라. 세계 최초긴 하지.”

별이 특별 진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정말 이례적인 케이스가 아니면 정해진 복무 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성과는 당연했고.

“예전처럼 몬스터 때려잡거나 게이트 부수는 걸로는 어림도 없었는데.”

자신이 드워프를 데려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 덕분에 별 2개를 달 수 있었다.

레일건의 뽕 맛이 엄청나긴 했나 보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헌터군의 규정을 바꾸면서까지 별을 추가로 달아 줬으니.

“아…. 달다 달아.”

너무 달아서 이가 썩을 지경이다.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100 민첩: 100 체력: 102 마기: 78 영구 기관: 71

보유 스킬: 부패(A), 나이트 워커(B), 암흑 화살(A), 마기의 특이점, 마기의 손아귀(A), 마기 채찍(A) 기본 둔기술(E), 기본 검술(B), 스트렝스(B), 민첩 강화(C), 고통의 채찍질(C), 부패의 비(B), 지옥귀 폭발(C), 악독한 돌진(B), 욕망의 마기(D), 체력 강화(C), 절망의 세계(D), 다크사이더(D), 역병의 저주(D), 과부하, 데스 스웜프(D), 과부하 전이, 그림자 도약, 공명, 죽음의 숨결(C), 마기 폭풍(C), 증폭 회로, 마인화

상태창을 열어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티스파니아에서 벌인 몬스터 경험치 파티로 인해, 기본 스텟이 쭉쭉 올랐으니까.

“힘이 8. 민첩이 8. 체력이 5쯤 올랐나.”

기본 스텟이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100에 살짝 모자라는 힘과 민첩 스텟은 5개월 동안 죽도록 단련해서 얻은 성과였다.

이로써 이스가르드에 있었던 시절보다 1.5배 이상 강해진 셈이다.

물론 단련을 생각해도 날로 먹다시피 한 건 맞다.

다른 차원의 몬스터가 경험치 덩어리일 줄이야.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더니.”

그럼에도 차원 이동 스크롤이 몇 개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워낙 귀한 것이라 추가로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만.

“나 잘했어?”

만족의 여운을 즐기는 도중, 어느새 안으로 들어온 루나가 무릎 위로 올라왔다.

현재 녀석은 자신의 사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심심할 때마다 부대를 들락날락했는데,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헌터는 없었다.

별 2개가 문제없다고 했는데 뭐 어쩌겠는가.

물론 김서현은 자신이 루나를 귀속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우려를 조금 표하긴 했다.

“그래. 넌 복덩이다.”

“복덩이? 그게 뭐야?”

“최고란 말이지. 자, 간식.”

“우와! 이거 되게 크다!”

수개월 동안 떨어져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존재를 귀속하는 계약의 영향일까.

루나는 최근 들어 자신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일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이렇게 얌전한데. 이봉구랑 신세형 씨가 힘들다고 했다고?’

그 전까지는 이봉구와 신세형이 번갈아 가면서 루나를 맡았다.

‘김민준 님. 매일 제 머리가 뜯기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김민준 씨. 저 고대 마족… 루나라고 했던가요. 김민준 씨 옆에 두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저는 3일이 한계입니다.’

둘 다 이러다 죽겠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한탄해 왔다.

고대 마족인 녀석을 일반인에게 맡기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 참으라고 했지만.

‘그 둘이 애를 싫어하나 보네.’

드워프는 오직 자신의 지시만 듣는다.

그래서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5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지만.

“수업 같은 건 어떠냐. 재밌어?”

“응. 선생님이랑 그림 같이 그리는 게 제일 재밌어.”

루나는 외부와 단절된 채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홈 스쿨링부터 시작해, 녀석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경험할 기회를 줬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주고도 남지.’

녀석이 슬쩍해 온 노바 제국의 기밀 자료와 아이템 덕분에, 한국의 국방력이 껑충 뛰어올랐으니.

‘아이작. 네 덕을 많이 본다?’

대마법사 아이작.

만약, 놈이 루나를 평범한 여자아이처럼 대했다면.

요구를 들어주며 천천히 길들이려 했다면.

루나는 자신에게 이를 드러냈을 것이다.

‘물론 네가 그게 될 리가 없지.’

마법사란 족속들은 다 그렇다.

최소한의 상식이란 것이 없다.

마법에 대해서는 효율을 추구하고 오류를 용납하지 않는데….

그 외의 일들은 나사가 두세 개씩 빠진 느낌이었다.

그 덕분에 저 고대 마족을 귀속시킬 수 있었다만.

“이봐! 김민준!”

잡무를 처리하던 사이, 드워프 3명이 문을 벌컥 열었다.

다들 무슨 작업을 했는지,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드디어 완성했다! 자네를 위한 선물을!”

“뭐?”

선물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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