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드워프 구출 작전-3
“이건… 마력검 아니야?”
헌터군이 사용하는 2세대 마력검.
외양이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똑같다.
이걸 드워프들이 도대체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걸까.
손은서 병장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 또한 경악했다.
“뭐야 이거. 2세대 마력검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이걸 드워프가 왜 가지고 있지?”
군사 기밀을 알고 있을 리가 없는데.
팀원들이 그렇게 중얼거리길 잠시,
“크하하하하! 봤냐? 감쪽같지?”
드워프 하나가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이름이 마력검이냐? 되게 촌스러워! 어떤 놈이 만든 건지는 몰라도… 무식해! 알맹이는 잘 모르겠다. 겉만 똑같이 만들어 봤지.”
이어진 말은 놀라웠다.
팀원들이 사용하는 마력검을 즉석에서 보고, 그대로 따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니. 아무리 드워프가 제작의 달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검을 눈으로 슥 보고 똑같이 만든다고요? 단시간에? 팀장님, 사실입니까?”
“그래. 사실이지. 그래서 내가 출발 전에 뭐라고 했냐?”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김민준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드워프를 데려오면 미국의 국방력을 앞지를 수 있다.
과장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스치듯이 관찰한 무기를 뚝딱하고 복제해 낼 정도면….
전 세계의 어떤 기술자도 드워프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 아닐까.
“너네들. 이곳에서 못 나가고 있지?”
김민준이 보란 듯이 차원 이동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드워프들에게 환심도 샀겠다,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야 했다.
야생 몬스터들이 넘치는 차원에 오래 머물 이유는 없었으니까.
“어? 저건….”
“차원 이동 스크롤이잖아!”
“너! 그거 어디서 난 거냐!”
드워프들의 시선이 스크롤로 쏠렸다.
다들 눈이 시뻘게져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다.
‘좋아. 루나가 빼돌린 자료는 진짜였네.’
드워프들은 노바 제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다만, 녀석들에게는 이동 수단이 없었다.
거기다 다른 차원도 아니고 황무지인 티스파니아로 넘어갔다.
아무리 드워프라고 해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환경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아마 이 상태로는 길어 봐야 10년인 거 같은데.”
뭐든지 만들어 내는 드워프라 하더라도, 식량과 물 문제는 답이 없었으니까.
“여기서 제안을 할 건데, 오래 기다려 주지는 않을 거다.”
김민준이 씨익 웃으며 조건을 제시했다.
저 간절해 보이는 표정들을 보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
그만큼 드워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 왔다는 것일 터.
“먹을 것, 그리고 마실 것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없게 해 준다. 당연히 술도 포함이다. 업무에 지장이 되지 않는 선에서는 얼마든지 마셔도 좋다.”
각종 수당 역시 당연히 줄 생각이지만, 드워프들에게는 약한 카드다.
결정적인 카드가 필요했다.
‘놈들이 가장 원하는 걸 내밀어야지.’
드워프가 원하는 건 안전이다.
그래서 자신을 따라온다면, 어떠한 위험에도 보호해 주겠다고 말했다.
“노바 제국이 너희들을 쫓고 있는 건 알고 있다. 내가 책임지고 지켜 준다. 따라오기만 한다면.”
말을 마친 후, 내부에서 침묵이 감돌았다.
“인간. 네가 무슨 수로 놈들한테서 우릴 지킨다는 거냐?”
“노바 제국은 이미 이스가르드를 먹어 버렸다고! 그 병력들을 네가 막겠다고?”
그러길 잠시.
대부분의 드워프가 믿지 못하겠다며 코웃음을 쳤다.
“저런 구닥다리 장비들을 가지고 있는걸 보면, 병력 수준부터가 답이 없다고.”
드워프들은 팀원들을 이곳에서 내보내려 했다.
저 터무니없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상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허, 허억!”
한 인간의 몸에서 거무튀튀한 기운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저것이 뭔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흑마법사가 다루는 마기 아닌가.
다만, 그 기운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진하고, 무겁고, 보는 것만으로 공포를 유발했다.
품고 있는 마기의 양은 또 어떤가.
마족이라도 저 정도의 마기를 가지고 있는 건 불가능했다.
“…….”
다들 말 한마디 꺼낼 수 없었다.
흑마법사가 지닌 마기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세리아 교의 미놀드. 이렇게 말하면 알겠냐?”
김민준이 한마디 툭 뱉으며 마기를 거뒀다.
필요 이상으로 드워프를 겁줄 생각은 없다.
자신이 강하다라는 것.
그 정도만 어필해도 충분했다.
“세리아… 미놀드…. 서, 설마!”
“성녀가 소환한 이세계인이 자네인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다시피 한 드워프들이라도, 미놀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약해 빠졌던 제국이, 이세계인 한 명을 소환한 것만으로 다른 제국을 차례로 무너뜨리지 않았는가.
분명 들리는 소문으로는 힘을 포기하면서까지 원래 차원으로 돌아갔다고 했는데….
저게 어딜 봐서 힘을 잃은 건지.
“난 너희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그리고, 노바 제국을 쓸어버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놈들에게 당한 걸 갚아 줘야 하지 않겠냐.
언제까지 도망치고 살 거냐.
이런 자신의 말에, 드워프가 하나둘씩 몸을 일으켰다.
“가겠다.”
“나도 가겠다.”
“다른 인간이면 모르겠지만, 자네라면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살다가 죽을 바에, 도박 한번 해 보는 거지.”
“동료들의 복수를 할 기회다.”
그 까다롭다는 드워프 모두가 자신에게 협력하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놈들한테 쌓인 게 많나 보네.’
원한이 강할 수밖에 없다.
노바 제국은 다른 제국을 무너뜨리자마자, 드워프를 잡아들이기 시작했으니까.
사로잡힌 수많은 드워프들은 강제적으로 노동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지도 몰랐다.
“좋아. 필요한 것만 챙기고 바로 출발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지구로 넘어가서 하고.”
여기에서 볼일은 끝났다.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예상보다 회유가 쉽다고 생각하던 찰나, 발톤이 이대로 돌아가는 건 안 된다고 말해 왔다.
“노바 제국 놈들을 박살 내야 된다며? 그럼 저런 장비들로는 어림도 없다!”
남쪽을 향해 하루 정도 걸어가면 광석들이 밀집해 있는 장소가 나온다고 한다.
아다만티움은 물론이요, 쓸 만한 광석들이 널려 있다나.
다만, 야생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곳이라 드워프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대기. 발톤과 나, 둘이서 간다.”
“팀장님! 아무리 그래도 단독 행동은….”
“지금 너네들이 밖으로 나가면 못 버텨. 영하 30도쯤 될 거다, 아마.”
“아…. 그러고 보니, 시간이….”
티스파니아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다.
일교차가 무시무시한 수준.
방한 용품을 챙기기는 했지만, 그것도 최소한의 장비일 뿐.
오랜 추위를 견디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서 드워프들 지키고 있어라. 금방 갔다 올 거니까.”
저런 노다지를 버릴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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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걸어서 하루 거리 맞냐?”
최소한의 채비를 마치고, 해당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시간.
속도를 내긴 했다만 이 정도로 가까울 줄이야.
“허억… 헉! 우리 드워프 기준으로 걸어서 하루라고! 거기다 그렇게 무식하게 달리는데, 당연히 빨리 도착하지!”
등에 업힌 발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려왔다.
“그것보다 어서 챙길 것 챙겨서 떠나자고! 이 근방은 몬스터끼리 영역 싸움을 벌이는 곳이라 위험해!”
녀석은 주의 깊게 주변을 둘러본 뒤에야, 망치를 들고 광석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많긴 많네.”
언뜻 보면 거대한 모래 구덩이 같지만, 안에는 널린 게 광석이었다.
드워프가 왜 이 장소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주로 가져가야 할 광석 말해라. 싹 쓸어 담을 테니까.”
“그거야 아다만티움이지. 가장 활용도가 좋고, 노바 제국에게 대항하기 좋은…. 응?”
발톤의 눈이 점점 커졌다.
김민준의 등 뒤에서 거대한 손이 빠져나와, 광석을 통째로 뜯어내는 것이 아닌가.
“은근 무겁네, 이거. 별로 안 담은 거 같은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저 황금색 주머니.
저 작은 주머니가 수백 ㎏ 분량의 아다만티움을 집어삼켰다.
드워프 수십 명이 달라붙어, 6시간 가까이 작업해야 할 양이 10분도 지나지 않아 끝난 것이다.
쿠웅!
발톤이 감탄할 틈도 없이 몬스터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먹이의 냄새를 맡고 몰려온 것이다.
“이런 망할… 하필이면 저 엿 같은 놈들이!”
겉으로 보면 드래곤이라 생각할 정도의 덩치와 외양을 가진 몬스터, 와이번.
하나 눈앞에 보이는 와이번은 다른 몬스터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티스파니아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며 살아남은 놈들이다.
이스가르드의 와이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흉포하고 강했다.
사실상 이곳의 넘버 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도망쳐야 한다! 아까 이곳에 왔던 것처럼 힘껏 달리면….”
다급한 발톤과는 달리, 김민준의 표정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에이 씨. 안 그래도 추위 죽겠는데, 흙먼지를 일으켜?”
오히려 와이번들을 향해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이곳의 와이번은 이스가르드 놈들과 차원이 달라! 도망쳐야 한다니까!”
발톤이 기겁하며 김민준의 등 뒤로 올라탔다.
그는 대답 대신, 손바닥에서 마기를 압축했다.
“그냥 이 근처에 있는 놈들 다 쓸어버리지 뭐. 스텟 경험치는 주려나 모르겠네.”
몬스터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다.
광역 스킬, 마기 폭풍을 시전했다.
콰콰콰콰콰콰!
순식간에 몸집을 부풀린 거대한 토네이도.
아무리 강해진 와이번이라 한들, 와이번일 뿐.
김민준의 광역 스킬에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끼에에에에엑!”
“크에에엑!”
오랜 세월 살아남으며 개체 수를 늘리고, 무리를 이룬 야생 와이번.
놈들은 믹서기에 갈려 나가듯 온몸이 찢어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뭐… 뭐 저런 게 다 있냐….”
발톤은 입을 떡 벌린 채 마기 폭풍을 바라보았다.
저항 한 번 못 해 보고 떼죽음을 당하는 와이번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내가 아는 흑마법사가 아니잖아.’
이스가르드에 있었던 시절, 소문으로 듣기는 했다.
흑마법사의 힘을 얻은 이세계인 하나 때문에 제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분명 그때는 코웃음을 치며 넘겼었다.
흑마법사는 나약한 놈들이었으니까.
아무리 강해 봐야 흑마법사는 흑마법사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저건 대마법사 정도는 와야 어떻게 해 볼 것 같은데….’
물론 저 광경을 봐 버린 이상, 흑마법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겠지만.
“뭐야. 스텟이 오르잖아?”
한편.
김민준은 떠오르는 메시지에 피식 웃었다.
“힘이 2. 민첩이 2. 체력이 3이나 올라? 뭐 이렇게 많이 올랐냐?”
몬스터를 두들겨 잡는 것만으로는 스텟이 성장하질 않는다.
자신의 스텟은 그만큼 높았으니까.
지금까지 많은 몬스터를 처리했는데, 스텟이 멈춰 있는 것을 보면 그랬다.
“다른 차원이라서 경험치 더 주고 뭐 그런 건가?”
그런 것치고는 많이 잡긴 했다.
마기 폭풍에 갈려 나간 몬스터만 수백 마리였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7의 스텟이 한꺼번에 올라간 건 엄청난 이득이다.
“이건 참을 수 없지. 몬스터의 씨를 말려 버려야지.”
티스파니아는 넓다.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제주도 면적의 2배는 된다.
아무리 시간에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일일이 움직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럴 때 딱 쓰기 좋은 스킬이 하나 있지.”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