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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95화 (195/212)

195. 드워프 구출 작전-2

미세하게 부는 모래바람.

끝없이 펼쳐진 평야.

“와….”

“이런 걸 실제로 경험해 볼 줄은 몰랐습니다.”

블랙 스완의 팀원들은 처음 접해 보는 차원 이동에 감탄했다.

숨을 들이켜 보면 느낄 수 있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맛이 다르다.

이곳은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이 확실하다.

그들이 여유를 느끼는 것도 잠시뿐.

두두두두.

뒤편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전투 준비해라. 대열 만들고.”

“예!”

“저 발소리를 들어 보면 오투스다. 알려 준 대로 대응 잘해라.”

“알겠습니다!”

김민준의 경고대로였다.

티스파니아에 넘어온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몬스터가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끼이이이!”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몬스터, 오투스.

놈이 갈퀴 형태의 촉수를 휘적거리며 위협했다.

커다란 공에 묵직한 두 개의 다리와 흐느적거리는 촉수.

티스파니아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고 있는 야생 몬스터였다.

“앞에 세 놈은 너희들이 맡아서 처리해라. 뒤에 추가로 몰려드는 놈은 내가 맡는다.”

“예!”

“맡겨 주십쇼!”

당장 눈에만 보이는 몬스터 수만 열 마리가 넘는다.

팀원들은 난생처음 보는 몬스터에 살짝 긴장했다.

“끼에에엑!”

김민준이 먼저 앞으로 뛰어나가며 채찍을 휘둘렀다.

놈들한테서 주의해야 할 것은 촉수에 묻어 있는 독.

그리고 죽을 때 뿜어지는 체액뿐.

그것만 주의하면 그렇게 힘든 상대는 아니었다.

퍼엉! 퍽!

채찍질 한 번에 오투스 한 마리가 풍선 터지듯 터져 나갔다.

김민준이 놈들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사이,

스걱! 서걱!

블랙 스완 팀원들 또한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다.

“저 촉수들 한 번 베고 빠지겠습니다!”

“독이 생각보다 멀리 튀니까 주의하십쇼!”

처음 상대해 보는 몬스터라 주의를 기울였다.

놈들의 공격 수단인 팔을 무력화시킨 뒤 한 번 뒤로 빠진다.

그사이, 손은서 병장이 원거리에서 검기를 한 번 더 날려 놈들의 기동력을 뺏는다.

“이대로 마무리!”

“오케이!”

“이놈들 곧 터지니까 거리 충분히 두세요!”

그렇게 세 마리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원들의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단체 훈련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는데도, 자로 잰 듯 정확했다.

처음 보는 몬스터를 상대로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닐까.

“오투스는 이대로만 가도 되겠습니다.”

“이 자식들이 무섭게 생기긴 했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네요.”

실전에서 처음 호흡을 맞춰 보는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

팀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김민준이 대열로 돌아왔다.

“…팀장님. 그사이 다 처리하신 겁니까?”

“그래. 이 정도로 해 놨으면 당분간은 괜찮을 거다.”

“워…. 저게 다 몇 마리야.”

“너네들 단체 훈련 별로 안 한 걸로 아는데. 매뉴얼대로 잘하네. 그래도 방심은 하지 말고.”

“예!”

아무렇지 않게 채찍을 털어 내는 김민준.

팀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깨 너머로 널려 있는 오투스의 사체.

대강 눈으로 세어 봐도 30마리는 넘어 보인다.

그 짧은 시간에 놈들을 모조리 처리한 걸로도 모자라, 이쪽을 신경 써 주고 있었다니.

새삼스럽지만 괜히 별을 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지정한 좌표로 이동할 거니까, 대열 유지 잘해라.”

“알겠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바로 말하고. 사소한 거라도 상관없다.”

“예!”

자신은 여러 차원을 돌아다녀 본 경험이 있다.

이스가르드에 있었던 시절,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포탈을 몇 번을 열었던가.

그때마다 의도치 않게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적만 수백 번이다.

티스파니아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이 때문이고.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팀원들은 차원 이동이 처음이다.

신체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모르니,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좋아. 여기가 맞네.”

퍼석한 모래만 밟으며 움직인 지 약 1시간.

김민준이 발에 힘을 실어, 지면을 밟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얼마나 세게 밟았으면 땅이 울릴 정도.

팀원들은 이러다 몬스터가 몰려오는 것 아닌가 하고 긴장했다.

‘저렇게 하는 거 맞아? 이러다 오투스가 또 오면 체력이 소모될 텐데.’

손은서 병장은 현재 경황이 없었다.

다른 대원들은 온갖 상황을 다 겪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

그에 반해, 병사 출신인 그녀는 이런 상황에 대한 내성이 부족했다.

‘아니지. 은서야. 정신 차려. 네가 뭘 안다고 단정 지어. 네가 뭐라도 되니?’

자신에 비해, 다른 대원들은 비교적 침착한 상태.

어떻게든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

“에이 쒸~ 펄! 어떤 정신 나간 몬스터가 우리 집을 건드리고 있어!”

잠시 후.

모래 바닥이 꺼지더니,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1m가 살짝 넘는 키.

그에 비해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외양.

김민준이 사전에 설명했던, 드워프였다.

“야! 너 미쳤어? 그렇게 무식하게 밟아 대면 기둥이 상한다고!”

드워프는 고함을 지르며 들고 있던 망치를 홱 던졌다.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커다란 망치.

김민준은 저 망치가 어떤 물건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다만티움.’

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단단함을 자랑하는 금속.

무기, 방어구, 탄환, 건물 자재 등등 높은 활용성을 가지고 있다.

‘단점이 있다면… 하나 있긴 하지.’

유일한 단점이라 한다면, 아다만티움을 가공할 수 있는 종족은 드워프뿐.

노바 제국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드워프는 자부심과 고집이 강하다.

어떠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다.

눈앞에서 가족을 죽인다 해도 말을 안 들을 정도였으니.

‘그렇다고 해서… 이놈들이 약하지도 않고.’

오른팔에 힘을 넣어 망치를 잡아챘다.

힘을 잔뜩 넣지 않았다면, 저 망치에 끌려갔을 것이다.

그 정도로 드워프가 가진 완력은 강했다.

“오호…. 머리를 깨 버릴 생각으로 던졌는데. 그걸 낚아챘다는 말이지.”

드워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흥미롭다는 눈으로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그러길 잠시.

“가만. 네놈들은 노바 제국 놈들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이스가르드 놈들도 아니고.”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브리핑했던 대로, 드워프한테 적대하지 마라. 알겠냐.”

“예.”

김민준을 선두로 해 팀원들이 드워프의 뒤를 따랐다.

“와….”

“이건 뭔… 드워프가 만들어 놓은 건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니, 방금 전과는 다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지하 내부.

중간마다 놓인 괴상한 장식물.

툭 하면 발밑에 걸리는 무기와 장신구들.

하나같이 완성도가 엄청나, 눈길이 절로 가는 수준.

“미쳤네…. 이걸 이런 식으로 만들 수가 있다고?”

팀원들은 주위를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다.

“너. 실바로스에서 이쪽으로 도망쳤지?”

“응?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김민준은 길 안내를 하는 드워프에게 다가가 슬쩍 선물을 건네주었다.

남은 19명의 드워프의 성격을 모르는 이상, 눈앞에 있는 놈을 포섭하는 게 먼저였다.

“그건 나중에 말하도록 하고.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선물이다.”

“오오…. 이건?”

드워프는 재물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손만 닿으면 뭐든 만들 수 있기도 했고.

종족 자체가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드워프가 탐내는 것이 있다면… 바로 술이었다.

“크하아아아! 이게 얼마 만에 마셔 보는 맥주냐! 밍밍하지만 이거라도 어디냐!”

예상대로.

드워프는 김민준이 건넨 맥주를 한 모금에 다 마셔 버리더니, 악수를 건넸다.

‘좋아. 내가 이걸 생각해서 잔뜩 준비했다.’

현재 황금 가고일의 주머니는 최소한의 아이템을 제외하고 술로 가득 찬 상태.

회심을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하나 더 건넸다.

“그 주머니는 뭘로 만든 건가? 맥주가 이리 차갑게 유지되다니…흥미가 돋아.”

“몬스터 때려잡다 보니 얻는 거지.”

“뭐. 그건 아무래도 좋아. 여기선 못 구하는 술을 얻어먹었으니. 내 이름은 발톤이다.”

발톤은 고작 맥주 2캔에 이름을 밝혔다.

드워프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아니면 이름을 알려 주지 않는데….

어지간히도 술이 고픈 듯했다.

‘좋아. 이거 예상보다 약발이 잘 먹히는데?’

좁은 통로를 지나 나온 넓은 공동.

그곳에서 19명의 드워프가 코를 골며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얘들아. 전투 식량 꺼내서 세팅해라.”

“전투 식량… 말입니까?”

“그래. 한두 개 빼고 모조리 꺼내.”

팀원들은 김민준의 황당한 지시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전투 식량을 꺼냈다.

사전에 간식거리를 많이 챙기라는 말을 들어, 식량은 넉넉한 편이었으니.

“좋아. 여기서 한번 풀어 볼까.”

말은 필요 없다.

차갑게 보관된 맥주와 막걸리.

그리고 소주를 꺼내는 것으로, 드워프가 코를 킁킁대며 몸을 일으켰다.

“술! 술 냄새가 나잖아!”

“뭔 개소리야? 여기에 술이 있을 것 같아?”

“끙…. 술을 하도 못 마셔서 그런가. 이제는 코까지 이상해졌…. 응?”

드워프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저 괴상한 병에 담겨 있는 액체.

알코올 향기가 나는 걸 보면, 술이다.

술이 아니더라도, 술로 만들면 된다.

“이놈들아, 비켜라!”

“나보다 나이도 어린놈이 먼저 뛰어? 상도덕이 있지!”

“닥쳐! 술 앞에선 모든 드워프가 평등하다! 대가리 깨지고 싶지 않으면 넘겨!”

드워프가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건 고작 술 몇 병.

나눠 마시는 것으로는 술에 대한 갈증만 더 커질 뿐.

주위에 있는 인간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잠깐만. 이거, 생각보다 끌어들이는 게 쉽겠는데?’

드워프를 회유하는 것은 김민준의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일에 속했다.

놈들에게는 무력이 통하지 않는다.

어떤 요구를 해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저자세로 나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는 것만으로 한국의 국방력이 좋아진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이 보장된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굽힐 수 있다.

자신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 헌터였으니까.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드워프들에게 보란 듯이 황금 가고일의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술을 하나씩 꺼냈다.

“일단 마시고 이야기하시죠. 충분히 가져왔습니다. 싸우지들 마시고요.”

“우오오오!”

“끊임없이 나오는 술이라니!”

녀석들은 자신을 의심하지도 않고, 술을 물 마시듯 마시기 시작했다.

수백 킬로 분량의 술이 없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시간.

팀원들이 추가로 꺼낸 전투 식량까지 해치운 뒤에야, 드워프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거기 너! 다짜고짜 술을 들이밀어 오다니, 너 같은 인간은 처음 본다!”

“아주 마음에 들어.”

“밋밋한 술이지만, 계속 당기는 맛이 있었지.”

다소 무례한 언행에 팀원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김민준을 곁눈질했다.

그의 성격을 아는 헌터라면, 지금 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개인적인 물품을 다 빼면서 선물을 준비한 거니까.”

팀원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가.

손은서 병장은 김민준의 행동에 의문을 느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래?’

저 땅딸보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좋길래 김민준이 배려를 해 주는 건지.

“하하하! 너희 같은 좋은 인간들에게는 우리의 특기를 보여 주지!”

그녀는 드워프가 보여 준 물건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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