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94화 (194/212)

194. 드워프 구출 작전-1

“저 아이가… 실험으로 만들어진 존재란 말입니까?”

“그렇죠. 노바 제국에서 저에게 대항할 수단으로 만들어진 고대 마족입니다.”

저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지하에 갇혀 지냈다는 것.

그것도 경악할 만한 일이었지만….

고대 마족의 존재가 김민준의 완벽한 카운터라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그럼… 흑마법사의 힘을 아예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써 봐야 고대 마족에게 먹이만 주는 꼴이니까요.”

“그건 괜찮을 거야!”

대화 도중, 루나가 끼어들었다.

“아이작이 그랬는데, 나 하나 만드는 데도 엄청 무리했다고 그랬어. 두 번은 못 만든대.”

“그러냐.”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고대 마족은 세포를 구하는 것조차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을 인간의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분명 상당한 대가를 치렀겠지.’

주기적으로 한 사냥놀이.

거기에 희생된 정예 마법사와 기사만 해도 수백 명이 넘어간다.

일반 마법사와 기사가 아니고, 정예다.

그 정예 병력을 고대 마족의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희생시킨 것이다.

‘전부 헛짓거리로 돌아가서 어쩌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고 했나.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신세형 씨. 루나에 대해서는 당분간 숨기는 쪽으로 가죠.”

이전, 울릉도에 출현했던 인간형 몬스터 혈귀.

시민들에게는 공포감이 남아 있을 터.

지금 루나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다.

분명 사람들의 반감만 유발할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신분은 제 쪽에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신세형 씨.”

“아저씨, 안녕.”

김민준은 루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걸 어떻게 보고해야 하나.”

신세형은 부서진 방공호의 내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

김민준의 사택 안.

“우와. 이거 되게 푹신푹신해! 나 여기서 뛰어도 돼?”

“살살 뛰어라.”

“알았어!”

루나가 집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이,

“야. 꾸물거리지 말고 빨랑 뱉어.”

김민준은 베키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루나와 대화를 나눠 본 결과, 돌아오는 대부분의 대답이 ‘그게 뭐야?’ 였다.

지하에 갇혀 지냈기에 기초적인 상식조차 모르는 상태.

“네가 금은방에서 금을 팔라고 알려 줬겠지.”

그런 상황에서 현금부터 마련했다는 것은, 베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있다는 뜻.

스으으으.

어둠이 꾸물거리며 부피를 키웠다.

그러길 잠시, 뭔가가 와르르 쏟아졌다.

일회용 마법 스크롤, 텔레포트 스크롤, 차원문 스크롤, 노바 제국의 연구 자료 등등.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것들이 튀어나왔다.

“너 이거 어디서 났냐?”

자신의 말에 어둠이 이리저리 제스처를 취해 봤지만, 알아들을 리가 없다.

루나를 불러 통역을 시켰다.

“아! 이거는 베키가 저번에 가져온 거고, 이거는 아이작이 근처에 왔을 때 다른 마법사한테서 뺏어 온 거야. 이거는 사냥놀이 할 때….”

“과연.”

노바 제국의 연구 자료를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놈들은 예상 이상으로 지구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다른 차원으로 날린 포로들의 좌표도 일일이 기록해 두고 있었네. 어떻게 알아낸 거냐?”

지구인의 외양.

지구의 문화.

지구에 은밀하게 침투할 때의 행동 강령 등등.

놈들은 본격적인 침략에 앞서 다양한 작전들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아. 성녀를 노예로 만들었으니까, 그때 지식을 빼낸 건가.”

어찌 되었든 자신에게 들켰으니 의미는 없어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놈들이 아직까지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

‘연구 자료를 보면, 이놈들은 저 밑에 있는 차원부터 순서대로 좌표를 기록하고 있다.’

숫자로 따지면 0부터 출발하는 꼴이다.

차원의 좌표 개수는 수억이 가뿐하게 넘는다.

그야말로 무식한 짓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속도로 가면 아무리 빨라 봐야 1년 이상이다.”

최악의 변수를 고려했을 때 1년이다.

넉넉하게는 3년까지 잡아도 될 정도.

“좋아. 시간적인 부분은 괜찮다. 아이템도 알짜배기를 잘 집어 왔…. 뭐냐, 이거?”

노바 제국의 자료를 훑던 사이, 뭔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김민준의 눈이 커졌다.

작은 쪽지 한 장.

그곳에는 의외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기에.

[드워프들이 고립되어 있는 좌표. 병력을 구성하는 대로 놈들을 포획해야 함. 절대 상처 입히지 말 것. 정중하게 대할 것. 놈들은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꼭 염두에 둘 것.]

“실바로스 출신의 드워프들. 그중 20명이 도망친 상태라.”

김민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주 진하게.

“루나. 잘했다.”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루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응? 뭐가?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곧 단맛에 빠져 히히 웃으며 침대 위로 갔지만.

“다른 차원에 고립된 20명의 드워프란 말이지.”

노바 제국이 이스가르드 전역을 지배하게 되었으니, 드워프 입장에서는 도망칠 수밖에 없다.

드워프가 누군가.

검이면 검.

총이면 총.

방어구면 방어구.

뭐든지 뚝딱하고 만들어 버리는 제작의 귀재 아닌가.

“특히나 실바로스 출신의 드워프는 장인이 많기로 유명하지.”

드워프도 출신지에 따라 실력과 성격, 문화가 다르다.

실바로스 출신이면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녀석들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좌표와 이동 수단인데… 이것도 아무 문제 없네.”

좌표는 떡하니 쪽지에 기록되어 있다.

텔레포트 스크롤과 각종 마법 스크롤 역시 확보한 상황이고.

“이건 무조건 가야 한다. 내 쪽에서 끌어들어야지.”

지구의 과학 기술은 우수하다.

특히나 한국과 미국의 군사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알아주고 있는 수준.

그럼에도, 이스가르드에 대항하려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놈들에게 대항할 기술력은 또 별개지.”

원래는 자신이 힘을 최대한 갖추고 전방에서 놈들을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생각이었는데….

드워프들을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블랙 스완. 활약하려면 지금이 타이밍이다.”

**

그로부터 5일 뒤.

블랙 스완의 팀원들은 난데없는 작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워프 구출 작전? 이게 뭡니까?”

“어…. 드워프라면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그 땅딸보 맞나?”

새롭게 창설된 특수 부대, 블랙 스완에 대한 화제성은 며칠 지나지 않아 사그라든 상태.

그럴 수밖에.

그 조금의 화제성도 김민준이 준장으로 진급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블랙 스완은 외부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부대.

본격적인 침략이 없는데, 팀에 맞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 리 없었다.

‘김민준… 얘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걸 계획하고 있는 거 아니야?’

손은서 병장이 내심 불안해하던 와중, 김민준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충! 성!”

“충! 성!”

“그래. 작전에 대해서는 들었냐? 지금부터 본격적인 브리핑에 들어갈 거니까, 착석해라.”

“예!”

“아. 이거 서비스로 받은 건데, 나중에 팀원들끼리 나눠 먹고.”

“감사합니다.”

팀원들에게 조각 케이크를 넘겨준 뒤, 화이트보드 앞으로 향했다.

루나는 비싼 케이크로 달랜 뒤 이봉구에게 맡겼다.

녀석은 고대 마족이지만 확실하게 귀속시켰고, 예상보다 자신의 말을 잘 따른다.

이것으로 당분간 걱정은 안 해도 될 터.

[드워프 구출 작전.]

김민준은 앞으로 2시간 뒤, 여기 있는 팀원 전원이 작전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향할 곳은 다른 차원에 있는 티스파니아다.”

“티스파니아… 말입니까?”

“그래. 드워프들이 살고 있으니까 우리가 가도 아무 문제 없다.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병장 손은서! 팀장님께 질문 있습니다!”

“그래. 뭐냐.”

“그 정보의 출처가 확실한지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헌터의 몸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연이은 그녀의 질문에 다른 팀원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뒤에 설명하려던 내용들이다.

정보의 출처만 적당히 넘긴 뒤, 해당 질문에 대해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허가는 받았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창설한 부댄데, 팀원들은 사지로 몰아넣겠냐?”

팀원들의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세계의 침략이란 게 실제로 있는지도 모르는데, 대뜸 다른 차원으로 가야 했으니까.

거기다 사람도 아니고 드워프를 구출한다니, 괴리감이 상당할 것이다.

자신조차 헌터 본부를 설득시키는 데 꽤 시간을 썼으니까.

“작전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김민준은 대답과 함께 기록용 카메라를 테이블 위로 올려 두었다.

강한 충격을 견디도록 설계된 특수 카메라.

이세계가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물품이었다.

“이번 작전은 강제성이 없다. 참가는 자유다. 다만, 이번 작전이 성공한다면… 한국은 미국보다 강한 국방력을 지니게 될 거다. 내가 보장한다.”

“참가하겠습니다!”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이세계가 실존한다는 것을, 제 두 눈으로 꼭 보고 싶습니다!”

드워프가 보유한 기술력은 상상 이상이다.

미국의 국방력을 앞지르는 건 시간문제다.

자신의 말에, 팀원들이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저 말이 진짜라면….’

한국 역사의 중요한 한 획을 긋게 될지도 모른다.

국가에 대해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찬스.

“좋아. 각자 물품들 챙기도록. 앞으로 2시간 뒤, 연병장 앞에 집합한다.”

“예!”

“알겠습니다!”

**

2시간이 지나고, 연병장 앞.

팀원들은 텐트부터 시작해서 필수 용품들을 한가득 등에 짊어진 상태.

김민준이 설명한 티스파니아는 허허벌판과 마찬가지라고 했으니,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김서현 중사님. 이대로 괜찮을까요?”

손은서 병장이 드워프가 난폭하지는 않을지.

전투 식량보다 탄약을 더 챙겨야 되는 게 아니냐며 질문해 왔다.

갑작스럽게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고 하니, 걱정되는 듯했다.

“뭐야. 너 겁먹었어? 드워프는 성격이 엿 같긴 한데, 적당히 비위 좀 맞춰 주고 선물 몇 개 쥐여 주면 괜찮아.”

“김서현 중사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느낌이란 게 있잖아, 느낌. 그것보다 너, 요즘 단련은 제대로 하고 있어? 검술은 조금만 나태해져도….”

“…….”

이야기가 왜 이렇게 새는 건지.

손은서 병장은 한숨을 쉬며 잔소리를 적당히 흘렸다.

“다들 준비는 끝났냐.”

“예!”

“지금 당장 출발해도 괜찮습니다!”

잠시 후.

김민준이 최종 정검을 마친 뒤, 차원문 스크롤을 찢었다.

파지지지직!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나며 거대한 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와….”

“미친…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겠습니다.”

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문.

그 문이 활짝 열리자, 문 너머로 허허벌판이 비쳤다.

블랙 스완의 목적지, 티스파니아였다.

“차원문의 유지 시간은 10분이다. 중간에 사라지면 몸이 동강 나니까, 신속하게 입장할 수 있도록.”

“헉….”

“알겠습니다!”

다들 차원문을 넋 놓고 감상하길 잠시.

김민준의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좋아. 그럼 가 볼까.”

귀한 기술자들을 구출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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