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마인화
고작 6시간 만에 시리아의 과격 무장 단체 8곳을 괴멸시켰다.
마음 같아서는 비인간적인 놈들을 처리하고 싶었다.
하나, 외교 문제가 얽혀 있어 제압하는 선에서 끝냈다.
무장 단체에게 피랍된 100명의 한국인은 상처 하나 없이 구출해 냈다.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뱉어 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한가?”
“아무리 그래도 6시간은 좀….”
김민준 대령.
그가 이세계에서 귀환한 흑마법사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적어도 한국인은 말이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애초에 그가 공개한 스킬은 몇 개 되지도 않는다.
설령 그런 강력한 스킬이 있다 하더라도,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스킬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나중에 다 밝혀지겠죠.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 전 바빠서 이만 갑니다.”
김민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씨익 웃으며 사라졌다.
그것도 한순간에.
“…….”
순식간에 잠잠해진 공항 내부.
기자들은 잠시 눈치 싸움을 하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공항 출구로 내달렸다.
**
[속보! 시리아에 피랍된 교인 100명, 전원 구출!]
[김민준 대령, 헌터군 최초로 1인 단독 작전 수행! 결과는 성공적]
[시리아에서 활개 치던 무장 단체, 괴멸 상태. 시리아 대통령, 김민준 대령 덕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
[6시간 만에 무장 단체를 무력화? 도대체 어떻게? 김민준 대령. 그의 힘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시리아에서 있었던 일이 공개되며, 김민준이 한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로써 헌터군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사람들은 김민준을 대령이 아닌 별의 위치에 앉혀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물론 그는 이미 준장으로 진급이 확정된 상황.
국방부는 한동안 ‘김민준 대령을 특별 진급시켜 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좋아. 드디어 이날이 왔다.”
한편.
김민준은 개인 단련실을 찾았다.
이전에 얻었던 아이템, 마르지 않는 돌연변이의 정수.
이걸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한꺼번에 많은 스텟이 올라갈 것이라, 좀 더 튼튼한 장교 전용 단련실을 찾았다.
영구 기관에 한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기다리느라 힘들었네.”
지금까지 기다린 이유는 단 하나.
아이템을 강화해 주는 콜롬비아의 보물 상자.
이것의 쿨타임 때문이었다.
[주의! 아이템의 성능이 높습니다!]
[쿨타임이 1년으로 늘어납니다!]
[그래도 사용하시겠습니까?]
역시 좋은 아이템이라 그런지 쿨타임이 확 늘어났다.
“이 정도는 참아야지.”
1년 정도는 기다릴 만했다.
자신이 조사해 본바, 이런 영약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기에.
“좋아. 가 보자!”
낮은 확률로 대폭 강화되는 건 기대하지 않는다.
처음 사용할 때 그 효과가 발생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연속으로 운이 터지겠냐.”
우우웅.
시끄러운 소음이 울리길 잠시.
눈앞으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아이템의 성능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마르지 않는 돌연변이의 정수가 넘쳐 흐르는 돌연변이의 정수로 강화되었습니다.]
“…레알?”
예상을 뚫고, 그 낮은 확률이 다시 한번 등장한 것이다.
“운빨이라는 게 있는 건가? 나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운이 좋냐?”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씨팔!’이라며 험한 말을 뱉었을 수준.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신이 잘났을 뿐인걸.
“아. 나도 내가 무섭다.”
대폭 강화된 영약이라니.
과연 스텟을 얼마나 상승시켜 줄까.
“…미쳤네.”
입이 절로 벌어졌다.
강화된 아이템의 스텟 상승치가 무려 30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쿨타임 1년이 아깝지 않지.”
힘이나, 민첩, 체력 등.
기본 스텟만 해도 30을 올리는 데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일반적인 헌터를 기준으로, 어디까지나 최소치가 10년이다.
그 이상의 시간이 드는 헌터들도 많다.
스텟은 성장할수록,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특징이 있었으니.
“그 엄청난 노력을 이 아이템 하나로 모조리 부숴 버린다 이 말이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붉은 액체.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시리라 다짐하며 입안에 털어 넣었다.
두근!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메시지와 함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
쉴새 없이 떠오르는 메시지.
한꺼번에 많은 스텟이 상승해서 그런 걸까.
몸 안에서 수백, 수천 개의 칼날이 춤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욱…. 언제 끝나냐 이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커져 갔다.
상체에서만 느껴지던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이 느낌.
마치 혈관 하나하나에 바늘을 쑤셔 넣는 것만 같았다.
[영구 기관이 일정 스텟에 도달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의 회로를 이식합니다!]
다만, 이때부터 출력되는 메시지가 바뀌었다.
“회… 로를 이식한다고? 그거 때문에 이렇게 아픈 거냐? 어욱….”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치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인내했다.
[영구 기관의 회로가 이식되었습니다.]
[증폭 회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변환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변환 스킬이 마기 스텟의 영향을 받습니다.]
[변환 스킬이 마인화 스킬로 변경됩니다.]
“잠깐만… 잠깐만 쉬자.”
김민준은 메시지 출력이 끝나자마자 쓰러지듯이 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몸은 비 오듯 흠뻑 젖은 상태.
스텟 30이 한꺼번에 오르는 반동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다른 헌터였으면 쇼크사 하지 않았을까.
그 정도의 충격이었다.
힘: 92 민첩: 92 체력: 97 마기: 78 영구 기관: 71
“좋아. 제대로 올랐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미동도 안 하던 스텟이, 아이템 하나로 인해 미친 듯이 성장했으니까.
“차원이 다르다.”
상승한 스텟 덕분에 마기가 생성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대충 잡아도 이전에 비해서 2배 이상.
이 정도면 마기가 동난 시점에서 하루만 지나도 완전히 회복될 수준.
연료통이 큰 자신 기준으로 하루니, 엄청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새로운 스텟, 영구 기관으로 인해 단점은 거의 보완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킬이 2개나 생성되기까지.
[증폭 회로]
증폭 회로를 통해 스킬을 강화합니다.
강력한 스킬일수록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늘어납니다.
ON/OFF 가능
[마인화]
마기 영향을 받아 변경된 스킬입니다.
일정 시간 동안 마인으로 변합니다.
마인화 스킬을 유지하는 도중, 특수 스킬 ‘검은 태양’을 1번 시전할 수 있습니다.
쿨타임은 3일입니다.
“뭐냐? 이 무서운 스킬들은.”
지금까지 영구 기관과 관련된 스킬은 안 좋은 게 없었다.
새롭게 얻은 스킬 역시 마찬가지일 터.
당장 시험해 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김서현. 너 지금 장교 단련실로 올 수 있냐?”
**
김서현은 김민준의 호출에 후다닥 달려 나왔다.
요즘 들어 연락이 없었다시피 했으며, 그마저도 일과 관련된 연락이 끝이었으니.
거기다 얼마 전 시리아로 떠났을 때는 자신을 데려가 주지 않아 살짝 서운한 상태였다.
“기, 김민준 님! 괜찮으세요?”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그 어떤 일에도 힘든 모습을 보인 적 없었는데, 지금은 딱 봐도 지쳐 보였으니.
“지금 당장 의무실로 가요! 밤이긴 해도 의무 장교가 당직을 서고 있을 테니….”
“아.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널 부른 이유는 혹시 모를 사고 때문에 그런 거다.”
“네?”
김민준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방금 새로운 스킬을 얻었거든. 근데 딱 봐도 강력해 보여서, 지켜볼 사람이 필요했지.”
“새로운 스킬… 말인가요? 시리아에서 뭔가 건지셨나 보네요.”
“그래. 척하면 아네. 좋은 영약을 먹었거든.”
무슨 영약을 먹었길래 저렇게 힘들어하시는 건지….
독약이라도 드셨나?
김서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좋아. 여기가 좋겠네. 제일 튼튼한 곳이라고 하니까.”
영관급 장교 전용 단련실.
김민준은 자리를 잡자마자 스킬을 사용했다.
“김서현은 밖에 있으니까 괜찮겠지.”
증폭 회로를 켠 뒤, 기본 스킬인 암흑 화살과 마기 채찍을 시전했다.
스스스스.
마기가 증폭 회로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다르네.”
증폭 회로를 거쳐 시전된 스킬은 한층 더 강력했다.
암흑 화살 같은 경우에는 화살의 크기와 개수가 증가했으며.
마기 채찍이나 역시 짙은 마기를 자랑했다.
“아무 때나 남발하는 건 안 되겠다.”
증폭 회로.
확실히 좋은 스킬이지만,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지 않다.
기본적인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반동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이건 꼭 필요할 때만 쓰기로 하고… 중요한 건 이거지.”
마인화.
마기의 영향을 받아 변경된 스킬.
마인으로 변한다니, 도대체 뭘로 변한다는 걸까.
“변신이라는 컨셉은 좋은데… 괴물로 변하거나 하는 건 보기 좀 그런데.”
어찌 됐건 직접 체험해 봐야 알 수 있다.
스킬 설명이 빈약하다 느껴졌으니.
스으으으으.
마인화를 사용하자, 몸에서 검은 연기가 방출되었다.
그 연기는 자신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게 마인화냐?”
잠시 후.
김민준은 변한 모습에 헛웃음을 흘렸다.
온몸이 검게 물들어 있는 데다가, 어깨로는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달고 있다.
“눈은 왜 이렇게 새빨개?”
빛나는 붉은 안광을 보니, 자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형 몬스터 그 자체였다.
“일단 애들이 보면 울긴 하겠네.”
괴상한 괴물이 아닌 걸로 만족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움직여 보았다.
쉬익! 쉭!
“…와우.”
예상 이상으로 빠르다.
속도를 제어할 수 없어 넘어질 정도였다.
“최소 1.5배는 더 빨라진 것 같은데.”
콰앙!
민첩뿐만이 아니다.
힘 역시 상상 이상으로 강해졌다.
주먹을 가볍게 내지른 것뿐인데, 단련실 벽이 깨져 버렸으니.
“진심으로 때리면 어떻게 되려나.”
그것보다 이 상태에서 스킬은 사용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하긴. 이 모습만 해도 엄청난 수준인데.”
짐작하건대, 마인으로 변신 중인 자신의 스텟은 100을 가볍게 넘겼을 것이다.
힘은 넘쳐 흘렀고, 발은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어 근질거렸으니.
“검은 태양… 은 사용하면 안 되겠지.”
마인화 중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다는 특수 스킬, 검은 태양.
저 스킬이 뭔지 상당히 궁금했지만,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했다가 부대가 날아가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닌가.
이름부터 불길해 보이기도 했고.
“아. 도저히 안 되겠다. 한 방만. 딱 한 방만 때려 보자.”
김민준은 단련실 벽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발을 뒤로 뻗은 채, 주먹에 온 힘을 실었다.
마력 미사일까지 견뎌 낸다는 그 단련실이 아닌가.
정권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이런 때를 위해서 내구성이 좋은 단련실을 찾은 것 아닌가.
“흑마… 진심 펀치!”
주먹에 온 힘을 담은 채, 허리를 돌리며 내질렀다.
쇄에엑!
힘을 담아 내지른 주먹은 공기를 가르며, 무시무시한 소리를 냈다.
쿠아아아앙!
“어….”
힘 조절할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