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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87화 (187/212)

187. 시리아-3

“이… 정신 나간 새끼가!”

노골적인 도발.

자이드는 눈을 부릅뜨며 부하가 들고 있는 마력 기관총을 홱 낚아챘다.

무장 단체를 얼마나 얕보면 슬리퍼 하나로 거들먹거리는 걸까.

“봐주지 말고 죽여라!”

놈이 장비하고 있는 마력검과 마나건은 한눈에 봐도 고품질의 무기다.

허리춤에 매달고 있는 채찍 역시 마찬가지고.

그 무기들을 내버려 두고 헌 슬리퍼 한 짝으로 뭘 어쩌겠다는 건가.

‘다른 놈들은 몰라도 무장 헌터들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렇게 생각하고 놈에게 총구를 겨눴지만….

“…뭐, 뭐냐!”

이전과 딱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짜악!

“너네들은 헌터니까 풀스윙이다.”

김민준을 옭아매려고 달려든 괴한들이 수십 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헌터들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기절할 정도.

“뭐야 이건. 마력검이냐? 마력검을 너네들이 왜 가지고 있냐?”

마력검을 든 무장 헌터 역시 마찬가지.

놈들은 오러를 두르기도 전,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굴렀다.

“크아악!”

“건방지게 나한테 마력검을 겨눠? 그것도 중국산을? 괘씸해서 아픈 곳만 때렸다.”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가 무력화된 무장 단체의 헌터들.

“갈겨!”

“하, 하지만 근처에 동료들이….”

“신경 쓰지 말고 갈기라고!”

자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력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부하들이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투두두두둥!

탱크조차 순식간에 벌집으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의 탄환들이다.

아무리 놈이 괴물이라 해도, 헌터이며 인간일 뿐.

저걸 맨몸으로 견뎌 낼 리가 없었다.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 너네들이 그래야 시리아의 무장 단체지.”

세 대의 기관총에서 발사된 무수한 탄환들.

그것들이 김민준의 몸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패.”

스스스스스.

굵직한 마력탄들이 녹이 슬기 시작하더니, 수 초 만에 바스러진 것이다.

“마, 말도 안 된다. 저게 도대체 무슨….”

자이드는 말을 더듬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면 그 많던 총알이 무력화된다는 말인가.

하물며 평범한 탄환도 아닌, 마력탄이다.

헌터군조차 없어서 못 구한다는 그 마력탄 말이다.

-여기는 탱크 2분대! 태, 탱크가 뒤집혔다! 도움을 요청한다!

-밖으로 나가게 해 줘!

그뿐이 아니다.

남은 화력을 긁어모아 투입한 탱크조차 힘을 못 쓰고 있었다.

김민준.

놈이 채찍을 사용해 보란 듯이 탱크를 뒤집고 포대까지 뒤틀었다.

무장 단체의 전력들이 별다른 저항도 못 해 본 채 무력화된 것이다.

“저, 저건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다….”

시리아 정부가 그동안 왜 무장 단체를 건드리지 못했는가.

그건 무장 단체의 화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였다.

내전이 일어났다가는 양측에 큰 피해를 입을 정도였으니.

결코 무장 단체의 전력이 약하지 않다는 말이다.

분명 그럴 텐데….

고작 한 명의 헌터.

한 명의 군인이 주력 기지와 병력들을 모조리 무력화시켰다.

그것도 ‘제압’이라는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야.”

자이드가 혼란에 빠져 횡설수설하고 있는 사이.

김민준은 놈 앞에 도착해 있었다.

“네가 애들 지휘하는 거 보니까 높은 놈인 거 같은데.”

상황이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시리아 정부에 연락을 넣었다.

시리아군과 특수 경찰들이 알아서 마무리를 해 줄 터.

자신은 주요 간부로 보이는 놈을 제압한 뒤, 정부에 넘겨주면 된다.

그것으로 끝이다.

“넌 많이 혼나야겠다.”

물론 그냥 넘겨줄 리 없었다.

한국들을 사살하려 했고, 부하를 도구로 여긴 놈이었으니까.

“채찍의 장점이 뭔지 아냐?”

김민준이 놈의 등짝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짜악!

[고통의 채찍 효과가 적용됩니다!]

“쥰내게 아프다는 거다.”

“끄아아아아!”

자이드는 정부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수차례 기절했다.

**

“김민준 대령. 대통령으로서 감사를 표합니다.”

공항으로 돌아오자 시리아 대통령 알아사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알아사드는 그를 보자마자 머리를 숙여 왔다.

주위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무장 단체의 주력 병력들이 무력화되었으며, 한 명의 사망자조차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것이, 김민준이 해낸 일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분명 피랍된 한국인을 구출할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데, 골치 아픈 무장 단체를 정리해 주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거기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것조차 깔끔하게 피해 갔다.

대통령으로서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헌터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걸 단신으로 해내신 것도 대단한데, 고작 6시간이 걸렸습니다.”

알아사드는 당연한 듯한 그의 태도에 감탄했다.

6시간 만에 100명의 인질을 구출하고 주요 무장 단체를 무력화시킨다?

장담하건대, 그렇게 하려면 미국 수준의 국방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100명 전부를 구해 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김민준 대령. 피랍된 한국인분들에 대해서는 손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에 대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 100명이 피랍된 건에 관해서는 협상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무장 단체 쪽에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와서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게 문제였지만.

알아사드는 혹여나 그의 기분이 상하지 않았나 싶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자신은 대통령이지만, 김민준 대령에 한해서는 그래야 했다.

그가 어디 보통 헌터인가.

스킬 26개의 보유한 흑마법사다.

물론 실제 흑마법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괴물임은 확실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니 괜찮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제 감사의 표시입니다.”

알아사드의 손짓에 곁에 있던 경호원이 가방을 하나 건네주었다.

“김민준 대령님에게 금전적인 것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아이템으로 준비해 봤습니다.”

본래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한국 정부의 요구 조건은 하나.

김민준 대령이 한국인들을 구출할 때까지 모른 척해 달라는 것.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무것도 건네주지 않기에는 그가 해낸 일들이 엄청났다.

곳곳에 박혀 있던 암 덩어리들을 제거해 줬으니까.

대통령으로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김민준 대령님의 이름은 꼭 기억하겠습니다.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십시오.”

“주신다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전 뒤에 일정이 있어서 바로 가 보겠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한 뒤 떠나가는 김민준.

알아사드는 그 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고.

**

“뭐냐 이거?”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김민준은 지급받은 아이템을 확인하고 눈을 비볐다.

…그럴 것이.

[마르지 않는 돌연변이의 정수]

특정 스텟 1개의 수치를 영구적으로 20 상승시킵니다.

기본 스텟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높습니다. 주의를 요합니다.

좋아도 너무 좋은 아이템이었으니까.

“시리아에 이런 아이템이 있었단 말이지.”

돌연변이의 정수라.

당연히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무장 단체를 무력화시키는 도중, 나이트 워커에게 따로 지시를 내렸었다.

쓸 만한 아이템이 보이면 보고하라고.

당연히 건질 건 없었지만.

“어느 나라든 간에 비장의 아이템은 있다 이 말이지.”

과연.

러시아에서 받은 국보급 아이템도 그렇고.

열악하다고 평가받는 시리아도 그렇고.

다들 좋다 싶은 아이템은 비축하고 있다는 건가.

“외부 세력이 침략해 온다고 말해 놨으니 앞으로 더 심해지겠네.”

어찌 되었든 예상치 못한 좋은 수확이었다.

“자. 모두 함께 마음을 담아 외칩시다. 김민준 님 만세!”

“김민준 님 만세!”

“흑천교 만세!”

“흑천교 만세!”

각자 자리에 앉아 만세를 외치고 있는 이봉구와 교인들.

녀석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골치 아픈 짓을 벌이나 싶었는데, 이런 엄청난 아이템을 거저먹게 되었으니까.

이걸 저놈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이봉구. 정신 사나우니까 조용히 해라.”

“옙! 모두들, 지금부터 명상에 들어가도록 합시다.”

순식간에 잠잠해진 분위기.

김민준은 병 안에 든 붉은 액체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돌연변이 정수를 적용시킬 수 있는 스텟은 2개.

마기와 영구 기관.

어느 쪽을 올려도 나쁘지 않은 상태.

“어떻게 할까….”

현재 자신의 마기 스텟은 78.

아이템이 적용된다면 98의 마기 스텟을 가진다.

전성기의 힘을 대부분 찾게 된다는 말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에는 영구 기관의 스텟이 문제였다.

“어느 순간부터 성장이 멈췄으니까.”

틈날 때마다 시간을 쏟고 있었지만, 영구 기관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뭔가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었다.

“이 이상 시간을 쏟아도 올라갈 듯한 느낌이 없어.”

길게 고민하는 건 시간이 아깝다.

영구 기관 스텟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마기야 시간만 있다면 올릴 수 있다.

마기에 대해서도 자신만큼 잘 아는 이는 없으리라 자부한다.

다만, 영구 기관은 미지의 스텟이다.

어떤 방식으로 올려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현재까지 스텟의 변화가 없는 걸 보면,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일 테니.

“좋아. 이왕 올릴 겸, 팍 올려 볼까.”

거대한 벽.

소설 주인공 같으면 수련을 통해, 또는 깨달음을 통해 그 벽을 깬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간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하나, 자신에게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엄청난 영약이 있으니까.

쉬운 길을 놔두고 힘든 길로 갈 이유가 있을까?

“거기다 이놈을 강화시켜 줄 콜롬비아의 보물 상자가 있거든.”

엄청난 효과를 가진 영약.

이것을 아이템을 사용해 한 단계 더 강화한다.

진정한 템빨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쿨타임도 거의 다 돌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네.”

영구 기관의 거대한 벽.

이것을 깨면 자신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기대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

“충성! 김민준 대령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김서현이 후다닥 달려왔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몸을 살펴보고 나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김서현! 오랜만….”

“오랜만은 무슨! 너 이리 와. 정신 나갔어? 사이비 종교 만들고 교주 행세하니까 재밌냐?”

“끄아아악! 내 금발! 내 금발이 뽑힌다!”

“머리 다 뽑고 귀까지 뽑아 버릴 거니까 각오해.”

“어, 어떻게 그런 잔인한 말을!”

“닥치고 따라오기나 해!”

“김민준 니이임! 저 좀 구해 주세요!”

김서현은 이봉구의 머리채를 잡은 채 어딘가로 끌고 갔다.

둘이서 진지하게 나눌 이야기가 있다나.

“둘이 친해서 보기 좋네. 그건 그렇고… 기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

시리아에서 돌아오는 사이 소문이 퍼졌는지, 기자들이 우글거렸다.

“어! 저기 계신다!”

“김민준 씨! 시리아에 피랍된 교인들을 구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새 눈치를 챘는지 자신에게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괜히 시간을 잡아먹기는 싫지만, 이미지 관리 또한 중요한 일 중 하나.

“모두 주목! 요점만 말하고 가겠습니다!”

이어지는 김민준의 말에, 기자들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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