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85화 (185/212)

185. 시리아-1

“피랍? 이놈 도대체 뭔 짓 하고 다니는 거야?”

이봉구와 그를 따르는 다수의 교인들이 시리아에 피랍되었다는 말.

뭔가 싶었더니, 녀석은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해외로 갔다가 피랍되었다.

그것도 한 달 전에.

“이놈이 왜 이렇게 교인들을 빨리 모았나 싶었더니… 엄청나게 쏘다녔구만.”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인도 등등….

그냥 뉴스에서도 이 정도의 정보가 나올 정도면 얼마나 왕성하게 활동한 건지.

“이놈도 어찌 보면 대단해. 이 유치한 이름 내걸고 교인을 30만 명이나 모은 걸 보면.”

시리아에 피랍된 인원은 대략 100여 명.

큰 인원임에도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

“허튼짓하면 모조리 죽이겠다라.”

아마 무장 단체 쪽에서 강한 압박을 넣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거고.

“특수 부대를 투입하려 했는데,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시리아의 무장 단체는 과격하기로 유명하다.

정부가 괜히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시리아로 갈 수 있었다는 말은, 위쪽과 어떤 거래가 있었다는 뜻일 터.

“뭐야. 이놈 납치한 게 헌터들이야?”

“네.”

이봉구와 교인들은 하필이면 그중에서도 헌터로 이루어진 단체에게 납치당했다.

과연.

그래서 헌터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건가.

“내가 가서 날려 버리고 되찾아오면 쉽겠지만… 그렇게 쉽게는 안 풀리겠지.”

“그렇습니다. 외교 및 정치 문제가 얽혀 있으니까요.”

이미 자신의 힘에 대해서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도움을 요청해 오지 않는다는 건, 다른 문제들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하긴. 내가 이세계 놈들에 대해 알린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만약 자신이 앞장서서 시리아 무장 단체를 박살 낸다?

장담하건대, 몇몇 국가들은 이세계인과 자신을 엮을 것이다.

똑같은 놈이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뭐. 이세계 침략에 협력해 주는 나라가 몇 개씩 줄어들겠지.”

여기에 대한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무장 단체를 사살하지 않고 ‘제압’만 하면 된다.

물론 피랍된 교인들을 찾아오는 건 당연하고.

“이놈 참 사람 귀찮게 하네. 그러게 아무 데나 막 쏘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말과 다르게, 김민준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크게 알릴 좋은 기회인 셈이었으니.

“해외여행이나 다녀올까.”

**

다음 날.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나 탈 법한 전용기 앞.

김민준은 신세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민준 씨. 살살 부탁드립니다, 살살.”

“제가 힘 조절은 기가 막히게 하거든요.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신세형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김민준을 걱정했다.

그럴 것이, 이제는 그의 힘에 대해 모르는 나라가 없을 테니까.

비상식적인 무장 단체들이 그의 심지를 잘못 건드렸다가… 시리아가 박살 나지 않을까.

그런 근심이 들었다.

“김민준 씨가 힘에 대해서 밝히니까 이런 부분에선 편하네요.”

시리아에 피랍된 한국인을 구출하러 가는 헌터는 고작 1명.

김민준뿐이다.

예전이었다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작전 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격한 무장 단체만 해도 엄청난 데다가, 시도 때도 없이 내전이 벌어지곤 했으니까.

위험해도 너무 위험하다는 말이었다.

거기다 이제는 어디서 구했는지 탱크도 몰고 다니고 있고.

“대통령님께서 김민준 씨만 믿는다고 하시네요.”

정부도 피랍된 한국인들을 무시할 수 없어 끙끙 앓고 있던 상황.

그런 때에 김민준이 먼저 나서겠다고 말해 주니, 고마울 수밖에.

“100명 다 안전하게 데려오겠습니다.”

김민준이 등 뒤로 손을 흔들며, 전용기에 올라탔다.

1인 작전.

그것도 위험 국가인 시리아에 투입된 헌터는 그가 처음이었다.

**

“교주님!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저희를 인도해 주세요.”

“저희를 이끌어 주세요, 교주님!”

한편.

시리아의 한 지하 시설.

흑천교의 교주와 교인들이 넓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다들 손발이 묶여 있고 눈까지 가려져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이나 묶여 있으니 불안감이 극도로 증폭된 상황.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오직 한 명만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교인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다 저의 죄입니다.”

흑천교의 교주, 이봉구였다.

‘김민준 님! 연락 좀 받아 주세요! 제발!’

사실 겉으로만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을 뿐.

그는 이곳에 피랍되자마자 김민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말이 닿지 않는 게 문제였지만.

‘저 이러다 굶어 죽겠어요!’

종교에 입문한 게 언제였던가.

길거리에 파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던 중, 어떤 아주머니가 계기였다.

-거기 총각! 총각의 기가 너무 밝아! 가까이 가지도 못할 만큼 선해! 이럴 때가 아니라, 나랑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 좀 하자고!

흔한 사이비 종교인들의 전파 방법.

이봉구는 그것에 대한 면역이 1도 없어 순진하게 아주머니의 뒤를 따랐다.

-어휴. 내가 총각을 못 찾아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총각은 빛의 길을 걸어야 할 상이야. 내가 그런 건 기가 막히게 잘 알아.

그렇게 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는 종교인이 되어 있었다.

-이봉구. 이제부터 자네는 빛의 길을 걷는 교인으로서 다른 교인들을…. 허억!

다른 점이 있다면, 이봉구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그는 가진 스킬을 활용해 모습을 바꾸어 나갔다.

때로는 다른 인간으로.

때로는 책에서나 볼 법한 영롱한 동물로.

시간이 지나면서 스킬 숙련도를 거의 되찾았기에, 사이비 교인들을 감동시키는 건 쉬웠다.

-저,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그런 기이한 일에 감명받게 된 교인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흑천교의 교주가 되어 있었다.

‘크윽! 너무 심취해 있었어! 나를 떠받들어 주는 인간이 많다 보니….’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의 수가 늘어나는 게 재밌어서 이리저리 활개를 치고 다녔다.

좁은 땅덩어리인 한국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생각해서 해외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가… 그만 과격한 무장 단체에게 뒷덜미를 잡혀 버렸다.

위쪽의 정치인들이 가지 말라고 말릴 때 들었어야 했다.

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늦었지만.

‘김민준 니이이이임! 제발 제 목소리 좀 들어 주세요오오!’

마음 같아서는 자신 혼자서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르는 교인들을 버린다고?

양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거기다 만약, 저 사람들을 버리고 혼자서 도망쳤다는 걸 김민준 님이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은 죽을지도 몰랐다.

김민준 님은 그런 분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인내하시고, 참아 주세요. 저희를 구원해 줄 손길이 올 겁니다. 그저 믿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오오….”

“교주님! 저희는 교주님만 믿겠습니다!”

그는 인자한 말투를 흉내 내는 걸로 교인들의 흔들림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봉구는 남은 힘을 쥐어짜, 김민준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김민준 니이이이임!!’

‘아, 깜짝이야!’

‘어?’

자신의 간절한 기도 덕분일까.

그토록 바라던 연락이 드디어 닿았다.

**

김민준은 시리아에 도착하자마자 나이트 워커를 풀었다.

물론 그 전, 신세형에게 무장 단체에 관한 정보들을 넘겨받았다.

아마 이봉구를 찾는 데 길어 봤자 3시간 정도면 찾을 정도.

‘거기서 가만히 있어. 위쪽에 있는 무장 단체 깔끔하게 처리하고 꺼내 줄 테니까.’

발걸음을 옮긴 지 고작 1시간 만에 이봉구가 알아서 연락해 올 줄은 몰랐지만.

‘너 인마. 진작에 나한테 말했으면 구해 줬잖아.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거냐?’

‘그게… 제가 교인들과 갇혀 있는 곳이 깊숙한 지하라서요. 제 목소리가 닿질 않더군요. 부끄럽습니다….’

‘지하라. 그놈들이 벙커라도 만들었나 봐?’

‘예. 들리는 말로는 그런 용도였습니다.’

‘그래. 거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김민준 니임!’

현재 자신이 있는 지역은 다마스쿠스.

이봉구와 교인들이 피랍된 걸로 예측되는 지역은 알 하사카.

거의 끝과 끝이다.

차를 타고 이동해도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으니까.

“하필이면 저런 외딴곳으로 끌려갔냐, 이놈아.”

이봉구는 전투 능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회피 능력은 발군이다.

그럼에도 갇혀 있는 걸 보면, 교인들을 생각해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일 터.

“날아가면 눈에 띄니까 드라이브나 실컷 해 볼까.”

김민준이 헬 레이서를 꺼내 탑승하자, 근처에 있던 상인이 재빨리 다가왔다.

“거기 청년! 타국에서 온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혼자 다니면 위험해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괜찮아요, 전 헌터라서.”

여유로운 대답에, 상인이 고개를 저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에 한국인 100명이 넘어왔는데, 글쎄 무장 단체에 납치되었다지 뭐예요! 청년도 조심해요.”

“그래야죠. 아저씨. 무장 단체 때문에 힘들어요?”

“후우. 그 정신 나간 놈들이 날이 갈수록 과격해졌어요. 이제는 힘없는 저희들한테도 돈을 뜯어 가니까요.”

“제가 그놈들 힘 못 쓰게 해 줄까요?”

그 말에 상인이 말이라도 고맙다며 과일과 물을 몇 개 건네주었다.

돈은 됐으니까 몸만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입금 완료됐습니다.”

본인이 마실 물도 없으면서 베푼다라.

그 작은 행동이, 자신의 행동에 약간의 변화를 일으켰다.

“응? 뭐라고?”

김민준은 어리둥절해하는 상인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코리아 헌터 김민준. 무장 단체가 없어졌다 싶으면, 그게 전 줄 아세요.”

김민준은 눈에 보이는 무장 단체를 모조리 박살 내 버리기로 결정했다.

개미 100마리를 제압하든, 수천 마리를 제압하든.

그게 그거였기 때문에.

투다다다당!

“멈춰! 멈추라고 새끼야!”

김민준은 도로를 달린 지 20여 분 만에 무장 단체와 마주쳤다.

여행 금지 국가답게, 괴한들이 허공에다 총을 갈기며 위협했다.

“가진 거 다 내놔. 보니까 동양인 같은데. 어디서 왔냐?”

“어이! 이봐! 이놈 군인이잖아! 이거 몸값이 쏠쏠하겠는데?”

“너네들. 나 누군지 모르지?”

“정신 나간 군인이라는 건 알겠네. 상황 파악 못 하는 걸 보면.”

“그렇구만. 모든 나라가 나에 대해 아는 건 아니지.”

“저놈 뭐라는 거냐? 빨리 오토바이에서 내려! 두 손 머리 위로 올리라고 새꺄!”

서슴없이 총구를 겨누며 다가오는 괴한들.

“어휴. 시대가 어느 땐데 AK47을 들고 있어? 너네 돈 없지?”

김민준은 손을 위로 올리는 대신, 손가락을 까딱였다.

스스스스.

그러자 그의 등 뒤로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흑마법사의 스킬, 마기의 손아귀였다.

“저, 저거 뭐야!”

“몬스터? 저놈 몬스턴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갈겨! 인질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까 갈기라고!”

괴한들이 화들짝 놀라며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당!

일제히 쏘아지는 탄환들.

과연.

이런 짓을 밥 먹듯이 해 온 놈들이라 그런지 망설임이 없다.

“너네는 일단 따귀 10대씩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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