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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83화 (183/212)

183. 별 한번 달아 봐야지

치이이익.

고작 20초.

헬 레이서는 마치 증기를 뿜을 때 나오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바꿨다.

아이템의 효과인 ‘전투 모드’를 사용한 결과였다.

“와….”

“스치기만 해도 크게 다칠 것 같습니다.”

예리하게 변한 외형에 중대원들이 감탄사를 뱉었다.

실시간으로 모습을 바꾸는 오토바이라니.

그야말로 남자의 로망을 실현한 아이템이었다.

“좋아. 그럼 가 볼까. 대열 유지해서 잘 따라붙어라.”

김민준이 헬 레이서에 탑승한 뒤, 앞장서 던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중대원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오크와 고블린, 2가지의 몬스터가 뒤섞여 있는 변화형 던전.

수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불어난 만큼 주의를 요하는 던전이었다.

분명 그럴 텐데….

“끼에에에에에엑!”

“케켁! 켁!”

“키아아악!”

오크든 고블린이든 할 것 없이, 저항 한 번 못 해 본 채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민준이 탑승한 헬 레이서의 화력 덕분이었다.

전투 모드의 헬 레이서는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병기였다.

투두두두둥!

운전대에서 총구가 나와 포화가 쏟아지는가 하면.

오토바이의 예리한 몸체에 던전의 벽이 깊게 긁혀 나갔다.

“불 좀 꺼 줄래? 내 오토바이에 흠집 날 것 같은데.”

“취익! 화살에 불을! 불을 붙여라!”

“불 끄라고 새꺄!”

“끄어어억!”

이게 과연 던전 공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히는 초식동물을 보는 듯했다.

몬스터들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저 미친 아이템. 저게 A등급이라고?”

“최고 등급이 A등급밖에 없어서 그래. 등급 재정립하면 저건 무조건 S다.”

“아무리 그래도 200마리 가까이 되는 몬스턴데, 그걸 고작 10분 만에 처리하셨는데….”

아이템의 효과가 강할수록 요구하는 대가가 크다.

웬만한 아이템이 다 그렇다.

현재 김민준이 사용하고 있는 ‘헬 레이서’ 역시 사용자의 기력을 연료로 사용하고.

“중대장님 흑마법사라고 하셨지?”

“흑마법사가 체력이 저렇게 좋을 수 있나?”

“야. 그건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설정한 거고. 게임이랑 현실이랑 같냐.”

호기심 많은 장성 1명이 헬 레이서에 탑승했다가 10분 만에 기절한 건, 부대 헌터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

그만큼 아이템이 요구하는 기력이 높았다.

새삼스럽지만 김민준이 흑마법사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럴 것이, 지금까지 그가 스킬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있긴 하던가?

“난 이제 모르겠다.”

“아이템이나 떨어진 거 없는지 살피자고.”

평균적으로 4시간 이상 잡아야 하는 던전 공략은, 김민준의 활약으로 인해 30분 만에 끝났다.

“바로 다음 던전 갈 거니까 준비해라.”

“예!”

“다음 던전부터는 너네들이 마무리하고 스텟 경험치 가져가라.”

“알겠습니다!”

2번째 던전부터는 그야말로 경험치 파티였다.

김민준이 몬스터를 죽기 직전으로 만들어 놓으면, 중대원들이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그렇게 반복한 던전이 총 20개.

“중대장님! 감사합니다! 스텟이 3개나 올랐습니다!”

“저는 힘, 민첩, 체력이 2씩 올랐습니다!”

“크. 이게 바로 버스라는 건가. 한번 맛보니까 못 잊을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병사들의 스텟이 쭉쭉 상승했다.

수 개월 훈련과 던전 공략을 반복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단 하루 만에 달성한 것이다.

“내 빈자리를 너희들이 잘 메워야 해서 이렇게 해 주는 거야. 알겠냐.”

“중대장님 빈자리를 메우려면 대대급 전투력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대대급으로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이놈들 봐라. 나 띄워 준다고 해서 뭐 없다.”

김민준이 중대원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꽤 강행군이었던 던전 공략을 잘 소화해 주었기에.

자신이 대부분의 던전을 도맡은 건 사실이지만, 병사들에게는 부담이 가는 개수였으니.

“고생들 많았다. 정리 잘하고. 틈틈이 단련도 하고 그래라.”

“예!”

“고생하셨습니다!”

그는 헬 레이서에 탑승한 채로 헌터 본부로 향했다.

급히 호출을 받았다나.

“후우….”

“분명 막타만 쳤는데 뭐가 이렇게 힘드냐.”

“나도 15번째 던전부터는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바위나 나무 뒤에 걸터앉아 거친 숨을 내뱉던 중대원들은, 멀어지는 오토바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중대장님이 없으면 부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중대장님이 계실 때 터진 사고만 몇 갠데….”

그들은 한동안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김민준이 해 온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

“후우. 러시아랑 미국. 또 어디서 연락이 왔다고?”

“중국, 일본, 프랑스, 인도… 3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협력을 요구해 왔습니다.”

같은 시각.

헌터 본부의 회의실.

장성들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보고서들을 하나씩 읽어 보고 있었다.

각 나라에서 보내온 수십, 수백 장의 보고서.

이것들만 해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울린다.

거기다 성격 급한 몇몇 나라들의 외교관이 방문하기까지.

“허허…. 김민준 대령. 이거 한 방 먹었구만그래.”

헌터 본부의 4성 장군.

구학철 대장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이 김민준 한 명 때문이었으니.

“고양이가 아니라 범의 새끼를 키우고 있었어. 아니지. 범의 새끼가 아니라 범이지. 그것도 아주 무서운 범.”

처음에야 살살 구슬려 다루기 좋은 말로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게 호의적인 장성 몇 명을 제외하면 견제의 대상이었다.

단기간에 대령 자리까지 팍팍 치고 올라간 데다가, 청와대 쪽과도 연이 있다.

그가 이대로 별까지 달아 버리면 기존의 장성들이 골치 아파지게 된다.

“별 하나로 그칠 리가 없지.”

“저 정도면… 별 두 개나 세 개까지 다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 것이, 김민준 대령은 너무나도 올곧고 정직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부대의 비리를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 말은, 장성들이 남몰래 챙기던 이득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병사나 민간인이 보기에 그는 진정한 군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장성들에게 있어서는 싸가지없고 예의 없는 어린놈이었지만.

“그놈 참. 흑마법사라고 했나? 보유한 스킬만 26개라고 했고?”

“듣기로는 그렇습니다. 모든 스킬을 보여 준 건 아닙니다만….”

“크하하하! 믿어야지 어쩌겠나! 한미 연합 훈련에서 그 거대한 토네이도를 만들어 낸 것도 김 대령이라는데!”

구학철 대장은 희의실이 떠나가라 웃었다.

그 모습에 다른 장성들이 긴장하며 올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그가 저렇게 웃는다는 건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났을 때였다.

“이야…. 타이밍 한번 기가 막혀. 이놈이 다른 부대로 가서 소수 정예 부대? 이걸 창설한다고 해서… 어떻게든 막으려 했거든.”

그가 주머니를 뒤적여 뭔가를 꺼냈다.

그건 김민준에 대한 조사 내용이었다.

뭐라도 안 좋은 걸 건져서 뉴스를 통해 퍼트릴 생각이었는데… 이마저도 쓸모없게 됐다.

“실제로 저런 괴물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내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거 같거든. 자네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 그렇습니다.”

“그건 눈으로 보고도 설명할 수 없는 스킬들이었습니다….”

다른 장성들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다.

김민준 대령.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부대를.

아니.

한국을 갈아엎을 만큼의 힘을 가졌다.

괜히 건드렸다가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몰랐다.

“그래도 뭐. 강력한 약물 몇 방 넣어 주면 힘 못 쓸 거 같긴 한데…. 아. 걱정 말게. 내 농담 삼아 해 본 말이니.”

몇몇 장성들, 특히 두석용 소장의 얼굴이 굳어지자, 구학철 대장이 씨익 웃었다.

이제는 김민준 대령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으며.

그를 막으려면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컸기에.

“너무 컸어. 너무 커 버린 거지.”

그뿐만이 아니다.

이세계라는 타 차원에서의 침략.

그것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각 나라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동의하고 있었다.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며, 그에 따른 증거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면서.

그렇게 씁쓸한 대화가 오가던 와중 회의실 문이 열렸다.

“충성!”

김민준 대령이었다.

“이게 누군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흑마법사, 김민준 대령 아닌가!”

구학철 대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껄껄 웃으며 환영해 주었다.

“이것 참. 자네가 그만한 힘을 숨겨 놓은 탓에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야, 산더미!”

“죄송합니다. 이세계인이 넘어와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자네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네. 오히려 지금까지 잘해 줘서 고맙지.”

구학철 대장의 눈짓에 장성 한 명이 서류를 건네왔다.

서류에는 소수 정예 부대 창설을 허가한다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팀원들 모집하는 데 3주 정도면 충분하겠는가?”

“예. 충분합니다.”

“그래. 정부도 그렇고, 외국에서도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부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창설은 필수겠지.”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기뻐할 소식이 있다며 말했다.

“김민준 대령. 그 정도의 능력과 성과를 가졌으면 별 한번 달아 봐야 하지 않겠나?”

그 말에 장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김민준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데….

갑자기 별을 달아 준다니.

물론 그가 준장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장성은 없을 것이다.

다만, 구학철 대장의 결정이 너무 갑작스러워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무슨 헛짓거리를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네는 특이 케이스라 가능하고도 남지. 그동안 해 온 일들도 있고. 물론, 별이 된다는 건 그만큼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는 걸세. 어떤가. 감당할 수 있겠나?”

“예. 자신 있습니다.”

김민준은 일말의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 있었으니까.

‘별을 달아 준다는데 당연히 오케이지.’

예상보다 별을 빨리 달게 됐으니 그 어느 때보다 설렜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충! 성!”

“그래. 내가 자네를 믿고 무리해서 통과시킨 건이다. 실망시키지는 말게.”

“예! 알겠습니다!”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간 뒤, 김민준이 밖으로 나갔다.

“내가 별 4개를 어떻게 달았는지 알겠나?”

어느새 조용해진 분위기.

구학철 대장은 다른 장성들을 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

“아. 이렇게 좋은 날 휴가를 팍팍 써야 하는데.”

김민준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 창설에 태클을 걸려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별을 얹어 줄 줄이야.

신세형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별이라. 별. 3주 뒤에 드디어 준장이다!”

별을 달겠다는 신념으로 헌터군에 입대했다.

그걸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낸 것이다.

“육군만 해도 별 다는 데 20년 넘게 걸리지 않나?”

대령에서 전역하는 장교도 수두룩하다고 들었는데.

새삼 느끼는 거지만,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루만 이 기분을 만끽해 볼까.”

김민준은 휴가를 신청하고 부대 밖으로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10일 정도 놀아 버리고 싶었지만, 병사들을 생각해서 자제했다.

까톡!

“톡 오는 거 되게 오랜만이네.”

부대 밖으로 향하던 중, 손은서에게 연락이 왔다.

손은서: 나 진지하게 얘기할 게 있는데… 내일 시간 괜찮아?

처음 보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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