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한미 연합 훈련-3
-독수리 2는 특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김민준이 이끄는 2중대에게는 습격 명령이 내려졌다.
기지 내, 적들이 보유한 마력 기관총을 무력화시키는 것.
“우리 중대는 특별 임무를 맡게 되었다. 한 번만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라.”
그는 무전을 종료한 뒤, 중대원에게 작전을 전달했다.
몬스터 토벌 훈련은 어찌 보면 무식한 훈련이다.
헌터나 몬스터 역할을 맡은 팀이 전멸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훈련할 때마다 그 문제가 비효율적이라며 거론되어, 이번에는 2일의 제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마력 기관총 배치 예상 지점은 이 3곳이다. 여기를 우선적으로 습격한다.”
지능이 있는 몬스터가 비행단을 습격했던 건 실제 있었던 일이었다.
특히 놈들은 강력한 무기를 보면 발작하며 달려들기도 했었고.
“중대장님. 이거… 정말 가능한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모한 것 같습니다.”
“토벌 훈련은 길게 봐야 하지 않습니까?”
작전을 들은 중대원이 의아하다는 듯 대답했다.
훈련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대대장의 작전이 너무 과격했다.
“그래. 훈련 초반에는 탐색하는 게 국룰이지.”
자신 역시 다른 훈련이면 무모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훈련은 미군과 경쟁하는 연합 훈련이다.
대대장은 시간을 길게 끌면 끌수록, 패배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텟부터 시작해서 병력 운용, 작전, 위기 시 대처 능력 등등.
모든 면에 있어 미국 헌터들이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었으니.
“이번 훈련부터는 스킬 사용이 허가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스킬이라는 격차까지 생겨 버렸다.
스킬을 보유한 미국 헌터의 수가 3배 가까이 많다.
단시간에 큰 피해를 입혀야 했다.
“아…. 스킬.”
“확실히 그게 큰 문제긴 합니다.”
“어떤 스킬이 어떻게 올지 알아도 대처가 힘들 텐데 말입니다.”
스킬이라는 말에 중대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물론 그것도 잠시뿐.
위험 부담이 큰 작전에도 그들의 눈이 의욕으로 타올랐다.
“무조건 성공하겠습니다!”
“죽더라도 마력 기관총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마력 기관총을 못 부수더라도 위치는 무조건 찾아내겠습니다!”
그동안 미국 헌터에게 당한 것만 해도 몇 번인가.
틈만 나면 해 오는 인성질과 도발.
심하면 욕까지 했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돌려주고 싶었다.
“좋아. 그럼 바로 작전 지점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큰 격차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헌터들.
‘기특한 자식들. 내가 꼭 이겨 준다.’
김민준은 그들에게 대견함을 느끼며 작전을 준비했다.
**
-독수리 4! 적과 교전 중! 화력이 예상한 것보다 많이 몰렸다!
-독수리 2. 마력 기관총 1기 발견! 탄환을 소모시키기 위해 교란 중이다!
훈련이 시작된 지 3시간이 지났다.
정신없이 울리는 무전과 총성들.
훈련 상황임에도, 마치 실제 교전을 연상케 했다.
“독수리 2. 지금부터 습격을 시작하겠다.”
상황을 살피던 김민준이 중대원들을 이끌고 기지 안으로 침투했다.
‘왼쪽 셋. 오른쪽 둘. 위쪽 하나. 신속하게 제압한다.’
‘예!”
한참 교전 중일 때라 그런지 경계가 삼엄하지는 않았다.
마력 기관총이 근처에 없기도 했으며, 외곽 기지의 벽 높이만 10m가 넘어갔다.
한국 헌터가 저 벽을 넘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방심한 것이다.
“뭐, 뭐야! 몬스터가 침입…. 억!”
“갓 댐! 이놈들은 어디서 들어온 거야!”
“그걸 늬들이 알 필요는 없고. 죽었으니까 입 다물어라.”
“큭….”
저항도 못 해 본 채 사살당한 미국 헌터들.
‘우리가 뒤쪽을 잡혔다는 건….’
‘저쪽 벽 쪽으로 넘어왔다는 거잖아. 저것 말고는 없다고.’
‘이놈들 뭐냐? 저게 된다고?’
그들은 상황 파악이 끝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스텟이 뛰어난 미국 헌터라 해도, 10m의 벽을 넘는 건 결코 쉽지 않았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쉽네.’
사실 기지 안으로 침투할 수 있었던 건 김민준의 도움이 컸다.
그가 병사들을 한 명씩 들어 올려 준 것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들어 올렸다기보다 던졌다라는 것에 가까웠지만.
“어후. 이거 은근 무섭습니다.”
“저도 다칠까 봐 이 악물고 낙법에 집중했습니다.”
“아직 훈련 중이다. 끝나고 얘기해라. 집중해.”
“예!”
중대원들은 엄폐물을 이용해 이리저리 몸을 숨겼다.
2중대의 목적은 마력 기관총의 무력화.
전투보다는 탐색이 먼저였다.
“1개는 독수리 2쪽에 있으니까 다른 2개를 우선적으로 탐색한다. 기지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긴장해라.”
“예!”
김민준이 선두에서 중대원을 이끌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영화의 첩보 작전을 연상케 했다.
사실 이럴 필요도 없이 나이트 워커를 사용해 탐색하면 끝날 일이다.
그렇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맵 핵이랑 다를 게 없으니까. 재미도 없고.’
그렇게 되면 훈련이 너무 쉽게 끝나 버린다.
물론 승리만 목적으로 둔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쉽게 끝내 버리면 우리 애들한테 훈련이 안 되거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부대원들 때문이었다.
이런 큰 규모의 훈련은 3년에 한 번 할까 말까였으니.
‘중대장님. 저기 3시 방향에 마력 기관총을 발견했습니다!’
기지 내부로 잠입한 지 30여 분.
총기 앞에 서 있는 미국 헌터를 발견했다.
마력 기관총.
겉보기에는 훈련용 기관총처럼 생겼다.
하나, 저 기관총 한 대의 위력은 엄청나다.
매번 훈련마다 미국한테 털리는 한국 헌터조차, 마력 기관총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승기를 잡을 뻔했으니까.
‘음. 너무 많은데. 눈치챘나?’
김민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했다.
본래 작전대로라면 저것을 무력화시킨 뒤 빠져나가면 된다.
그렇게 하기에는 미국 헌터의 수가 3배는 많았다.
아군이 사살당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역시. 화력으로 밀리고 있나 보네.’
무전을 들어 보면 한국 헌터 측의 사상자가 실시간으로 불어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안 그래도 격차가 큰데, 스킬의 사용까지 허가되었으니.
시작부터 한국 헌터 측이 불리한 훈련이라는 말이었다.
-독수리 2. 철수하라. 병력의 50%가 사망했다.
대대장의 철수 지시가 내려왔지만, 김민준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저와 중대원들이 뒤집어도 되겠습니까? 현재 마력 기관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좋다. 꼭 살아 돌아오도록.
‘알겠습니다.’
어차피 승기는 미국 헌터 측에게 넘어간 상황.
대대장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며, 김민준의 행동을 허가했다.
‘내가 먼저 주의를 끈다. 너희들은 그사이 유리한 지점을 잡아.’
‘맡겨 주십쇼!’
김민준이 지시를 전달한 뒤 발에 힘을 넣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알림이 울린다.
그렇게 되면 위치가 노출된다.
자신이야 괜찮겠지만 중대원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굳이 스킬을 쓸 필요도 없다만.’
자신의 민첩 스텟은 90이 넘는다.
민첩뿐이랴.
힘과 체력도 90이 넘었다.
웬만한 몬스터는 맨몸으로 때려잡고도 남는 수준.
빠각!
훈련용 마력 기관총은 적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박살 났다.
“뭐, 뭐야!”
“뭐긴 뭐야. 너네들 잡아먹으러 온 몬스터지.”
김민준은 기관총 앞에 있는 놈의 팔을 잡아챘다.
그 뒤, 놈들이 뭉쳐 있는 지점을 향해 던졌다.
“끄어어어!”
“몬스터 칩입! 문제의 몬스터가 마력 기관총을 박살 냈다! C 지점으로 지원 바란다!”
순식간에 사망 판정을 받은 5명의 적군.
그 장면을 본 놈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이놈들 봐라?’
자신과 맞서려 하지 않는다.
방어적으로 사격할 뿐이었다.
수적으로는 상당히 유리한데도 말이다.
‘역시 미국이다 이건가. 장교들 판단이 좋네.’
그동안 이리저리 눈에 띄다 보니, 미국 측에서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터.
그게 아니면 저런 행동을 할 리 없었기에.
“도망쳐? 몬스터가 사람들 습격해도 계속 도망칠 거냐?”
일부러 도발을 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사이 중대원들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며, 미국 헌터들에게 훈련용 탄환을 퍼부었다.
“계속 이동한다.”
“예!”
얼핏 보면 유리한 상황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기지를 공격하는 병력이 침투를 못 하고 있었으니.
‘중대장님! 저기 마력 기관총 하나 더 있습니다! 1시 방향! 3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단시간에 1개의 마력 기관총을 무력화시키고, 추가로 더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국 헌터 측 대대장이 화끈하신 분이네.”
“이건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병력을 지휘하고 있어야 할 간부 대부분이 집결해 있었다.
중사, 상사, 소위, 중위 등등.
10명이 넘는 간부가 2중대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타다다당!
예고 없이 쏟아지는 훈련용 탄환들.
중대원이 화들짝 놀라며 구조물 뒤로 엄폐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중 3명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맞서려 하지 마라. 머리 잘못 내밀면 그대로 간다.”
김민준은 철저히 엄폐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구조물 위로 뛰어올랐다.
시선을 끌기 위해서였다.
‘3명이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한순간에 리타이어된 3명의 아군.
탄환 정도야 눈으로 보고 쳐 낼 수 있다.
하지만 훈련 슈트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
탄환이 몸에 닿는 순간 맞은 걸로 인식하기 때문이었다.
타다다당!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자신을 향해 탄환이 쏟아졌다.
‘5발이 머리. 4발이 배. 2발이 다리.’
빗나가는 탄환이 한 발도 없다.
완벽에 가까운 사격 정확도.
‘100년은 이르다.’
물론 맞아 줄 생각은 없었다.
몸을 틀고, 머리를 틀고, 다리를 좀 더 빨리 움직였다.
10발이 넘는 탄환은 김민준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이야…. 영화에서도 저렇게는 못 하겠네.”
“감탄할 때가 아니라고, 멍청아! 장전해!”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적들이 신속하게 대열을 형성했다.
‘다음 행동이 빠르네. 당황도 안 하고.’
마치 자신이 이럴 것을 예상했다는 듯한 행동.
훈련 방식이 다르다고 듣긴 했는데, 예상 이상이었다.
‘그래 봤자 1분 안에 끝난다.’
스킬 측정기에 불이 들어오는 미군 몇 명이 보인다.
그중 2명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민첩 관련 스킬인 듯했다.
“이놈한테 화력 퍼부어! 나머지는 지원 오는 애들한테 맡기고!”
“아니, 그러기에는 한국 헌터들 엄호 사격이 만만치 않다!”
훈련용 탄환이 오가는 기지 안.
적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뒤 포지션을 잡아 태클을 걸어왔다.
‘이 정도면 민첩 스텟 50은 그냥 넘어가겠네.’
만만치 않다.
자신을 확실하게 무력화시키기 위해, 타격이 아닌 잡기를 시도할 줄이야.
훈련마다 압도적으로 진 게 납득이 될 정도.
미국 헌터의 수준은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다.
“커억!”
“뭐? 주먹질 한 방에 사망 판정?”
“퍼부어! 바로 코앞에 있잖아! 그걸 못 맞추냐, 멍청아!”
“눈앞에서 사라지는데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래 봤자 김민준에게는 한주먹 거리일 뿐.
그들은 별 저항도 못 해 본 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저놈들은 꽤 세 보이는데.’
주위 헌터들을 정리하기 무섭게, 지원군이 추가로 도착했다.
“뭐냐?”
그런데, 의외의 인물이 눈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