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74화 (174/212)

174. 한미 연합 훈련-1

[아이템의 성능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검은 정수가 마를 머금은 정수로 강화되었습니다.]

낮은 확률로 성능이 더욱 강화된다는 설명을 보긴 했다.

설마 했는데 처음 사용한 날에 이런 행운이 터질 줄이야.

“운이… 좋군.”

검은 정수.

러시아에서 다크 머메이드를 처치하고 얻은 아이템.

그저 그랬던 작은 구슬이, 콜롬비아의 보물 상자를 거치고 완전 다른 아이템으로 변했다.

“이건 강화 수준이 아닌데.”

아이템 옵션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마를 머금은 정수]

콜롬비아의 보물 상자로 강화되었습니다.

사용 시, 마기 스텟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자그마치 10배.

저 보물 상자를 거쳐 간 것으로 10배의 효율을 가진 아이템이 된 것이다.

“마기 스텟을 올리는 게 슬슬 버거웠는데. 나이스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아이템을 사용했다.

스르르르.

작은 구슬이 몸 안으로 녹아들었다.

[마기 스텟이 10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폭풍(C)이 생성되었습니다.]

[부패의 비가 강화됩니다.]

[지옥귀 폭발이 강화됩니다.]

[악독한 돌진이 강화됩니다.]

[마기의 손아귀가 강화됩니다.]

[마기 채찍이 강화됩니다.]

쉴새 없이 떠오르는 메시지들.

마기 스텟이 높아질수록, 힘을 되찾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이 정도면… 70% 가까이 힘을 되찾았네.”

어디까지나 마기를 기준으로 70%다.

새롭게 얻은 스텟인 영구 기관과 그에 관련된 스킬들.

거기다 그림자 백작의 고유 스킬인 그림자 도약까지 얻었다.

이것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현재 자신의 힘은 전성기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92 민첩: 92 체력: 97 마기: 78 영구 기관: 41

보유 스킬: 부패(A), 나이트 워커(B), 암흑 화살(A), 마기의 특이점, 마기의 손아귀(A), 마기 채찍(A) 기본 둔기술(E), 기본 검술(B), 스트렝스(B), 민첩 강화(C), 고통의 채찍질(C), 부패의 비(B), 지옥귀 폭발(C), 악독한 돌진(B), 욕망의 마기(D), 체력 강화(C), 절망의 세계(D), 다크사이더(D), 역병의 저주(D), 과부하, 데스 스웜프(D), 과부하 전이, 그림자 도약, 공명, 죽음의 숨결(C), 마기 폭풍(C)

상태 창을 보니 절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마기가 거의 없다시피 한 지구에서 이 정도로 힘을 되찾았으니까.

비유하자면, 사막 한가운데에서 대량의 농작물을 키워 수확한 느낌이었다.

“음…. 마기 폭풍은 여기서 쓰긴 좀 그런데.”

스텟이 높아질수록 강력한 스킬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마기 폭풍.

말 그대로 마기로 이루어진 폭풍이다.

해외에서 드물게 발생한다는 거대한 토네이도.

마기 폭풍은 그것보다 수십 배는 강력하다.

아마 주위 15㎞ 정도는 우습게 초토화시키지 않을까.

흑마법사에게 있어 얼마 없는 시원한 광역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안 그래도 땅덩어리가 좁은데, 잘못 사용했다가는 몇 명의 시민들이 피해를 볼지.

“던전에서 사용하기도 겁나네. 이거 너무 세서 던전 밖으로 뚫고 나가는 거 아냐?”

어쨌든 힘을 되찾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순조롭다.

성녀가 경고한 시간은 2년 6개월.

지금 시점으로 남은 시간은 약 2년 3개월 정도.

이대로만 가면 2년은 무슨.

1년 안에 힘을 완벽히 회복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것 같냐? 절대 안 하지.”

자신이 추구하는 건 완벽한 승리다.

누구도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압도적인 힘을 쌓아 나갈 필요가 있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나?”

“예. 들어오셔도 됩니다, 대대장님.”

김민준이 일과 시간을 체크하던 도중, 이준범 대령이 문을 두드렸다.

“충성!”

“같은 대령인데 편하게 말하는 건 어떻겠나.”

“아닙니다. 전 계급만 대령일 뿐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하. 김 대령은 여전히 겸손한 것 같다니까.”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아니. 조금 뒤에 일어나 봐야 되거든.”

대대장은 아쉽다는 듯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병사 때부터 특출난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대령을 달아 버리니 원.”

본래 김민준을 이 부대에 더 잡아 둘 생각이었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순서로 직급을 맡기려 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104사단의 소속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엄청나니까.

‘내 진급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사들의 성과나 기량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어.’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최근 1년 사이, 그가 관리하던 소대원들의 기량이 말도 안 되게 올라갔다.

다른 소대원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 수준이다.

새롭게 개편된 진급 시험의 합격률부터가 달랐으니.

진급 시험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그가 관리하는 소대원들의 합격률은 더욱 높아졌다.

다른 훈련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김민준 대령이 중대장에 이어서 대대장까지 수행하게 되면… 부대 하나가 아예 환골탈태할 수 있을 텐데. 아깝구만.’

계산대로라면 3년에서 5년 정도는 더 잡아 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하긴.

그는 지금껏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당연한 듯이 해냈다.

다른 곳에서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내가 대령을 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20년이 넘는다. 김 대령 자네는 2년도 지나지 않아서 달아 버렸고.”

“전 사실 1년 안에 별을 다는 게 목표입니다.”

“하하하!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는구만. 자네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졌다는 듯이 웃던 대대장이 본론을 꺼냈다.

5일 뒤 한미 연합 훈련이 예정되어 있는데, 중대장으로 참여할 수 있냐는 말이었다.

“곧 부대를 떠날 사람에게 큰 규모의 훈련은 빼 줘야 하는 게 맞는데… 워낙 중요한 훈련이라서.”

빠진다 해도 불이익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훈련 인원은 정해져 있다면서.

아직 대답도 안 했는데, 자신이 거절할 것을 상정하고 말을 꺼낸 느낌이었다.

“하겠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특수 부대 창설을 위해서는 이리저리 바쁘…. 뭐?”

“전 어떤 훈련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습니다.”

헌터군의 한미 연합 훈련은 이름과는 달리 경쟁이다.

국가 간에 양 팀으로 나뉘어 지휘 실력과 작전 실력 등을 평가받는다.

한국과 미국 간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헌터들의 태세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거기다 큰 훈련인 만큼, 진급 점수도 빵빵하지.’

진급 점수뿐이랴.

가장 우수한 훈련 성적을 낸 대대에게는 각종 영약과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

그중에서도 단 1명.

VIP로 선정된 헌터에게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지급하고.

참가하려면 했지, 빠질 이유가 전혀 없는 훈련이었다.

“떠나기 전, 대대장님께 선물 하나 드리겠습니다.”

김민준은 한미 연합 훈련 VIP를 받고 돌아오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훈련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후우. 보면 볼수록 아까워 죽겠구만.”

대대장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쉽다는 듯 웃었다.

**

시간이 지나고 한미 연합 훈련 당일.

무적 헌터 부대 소속 헌터들은 훈련장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훈련 규모가 워낙에 크다 보니 훈련장 또한 거대했다.

이전 KCTC 훈련을 했던 장소와 비교를 해 보면, 땅 넓이만 해도 3배에서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우와…. 뭔 장비들이…. 이거 하나에 몇억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 3달 전에 나온 최신형 슈트란다. 미군이 착용하는 거. 10억은 넘을걸.”

“미친. 역시 미국이다. 우린 3년 전에 개발된 슈트 착용하고 있는데.”

헌터들은 최신형 장비를 착용하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 냈다.

3년의 시간 차이가 이 정도로 컸나 싶을 정도였다.

“미국의 한해 국방비만 9,000억 달러가 넘는답니다.”

“9,000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냐?”

“1,000조 원 넘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워우…. 미친. 어느 정돈지 감도 안 온다.”

미국은 국방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는 걸로 유명하다.

한국 역시 헌터군에 한해서는 많은 금액을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야 이 미친. 저게 21살짜리라고?”

“덩치 봐라. 어깨빵 맞으면 몬스터가 터지겠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발린 이유가 있다니까. 저게 일병이란다, 일병.”

이렇다 보니 미군 헌터들의 평균적인 스펙 또한 뛰어났다.

이병 때부터 각종 영약의 지원을 받게 되니, 그럴 수밖에.

미군 헌터들 열에 여덟은 우락부락한 체형과 근육을 자랑했다.

“이놈들이 왜 이렇게 쫄아 있냐?”

김민준은 부대원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며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단순히 힘으로 하면 우리가 밀리겠지. 아니지. 사실 힘으로 해도 질 자신은 없다. 내가 있으니까.”

부대원들이 왜 저렇게 주눅 들어 있는지 알고 있다.

한미 연합 훈련을 할 때마다 한국 헌터들은 처참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미군 병사들의 스펙.

미군 장교들의 지휘 실력.

돌발 상황의 대처 실력까지.

무엇하나 미군보다 뛰어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각종 아이템들은 모조리 미국 헌터들의 차지였고.

“너네들. 내가 있는데 이번에도 질 거냐?”

“아닙니다!”

“이기고 싶습니다!”

부대원들을 격려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냈던 일들.

열악한 환경에서 보란 듯이 해냈던 수많은 성과들.

같은 부대원들이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꼭 이기겠습니다!”

중대장님이 이번에도 승리를 가져와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부대원들의 사기는 금세 회복되었다.

“저놈들 꼴값 떠는 거 봐라!”

“코리아 헌터인지 뭔지 광고 백날 해 봐야 뭐 하냐? 우리랑 훈련할 때마다 발리면서.”

부대원들이 기합을 넣는 게 거슬리는지, 미군 헌터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비하 발언도 뱉었다.

중대장인 김민준이 같이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한국 헌터의 위상이 높아졌다 뭐다 하는데, 까보면 별거 없는 거 알지?”

“러시아가 왜 한국 헌터들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비실비실한 놈들 천진데.”

미군 장교 역시 병사들의 말에 동조하는지, 피식 웃기만 했다.

딱히 제지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저 미친놈들이….”

“엿이나 먹어라!”

“온몸에 돈만 발라 놓고서 좋단다!”

“야! 우리도 너네처럼 지원 많이 받았으면, 너네 그냥 바르고도 남았다. 아냐?”

“그게 다 국민 세금이야 병신들아! 그만큼 받아먹고 우리 놀리니까 좋냐?”

부대원들이 중간 손가락을 내밀자, 미군 헌터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그중 몇 명은 앞으로 나서려고까지 했다.

‘개판이구만, 개판. 대령이 눈앞에 있는데 싸움질을 하려고 해?’

그 장면을 지켜보던 김민준이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

자신이 대령이라고 해도, 미군 병사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래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매너라는 게 있다.

‘미국 헌터가 한국 헌터를 얼마나 얕보고 있으면 저러겠냐.’

그가 미국 헌터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집게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일단 나한테 좀 혼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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