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73화 (173/212)

173. 미친 듯한 아이템

부상이 남아 있는 병사들에게 한 개나 두 개씩 주던 회복 포션.

그 귀한 회복 포션을, 무려 네 개나 준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아! 중대장님! 손은서 병장만 차별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 장면을 지켜보던 병사들이 서운하다며 목소리를 냈다.

“학살자랑 일대일로 싸웠는데 이 정도는 줘야지. 그리고 차별하는 거 아니다. 너네들보다 크게 다쳐서 더 주는 거야.”

김민준은 자꾸 까불면 이걸 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의 주머니에서 분대 외박권 10개가 나왔다.

“손은서 병장은 그만큼 위험을 감수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방금 한 말은 농담이었습니다, 중대장님!”

“어이고. 입은 좀 닦고 말해라.”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는 병사들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야 병사 때부터 포상 휴가니 뭐니 받은 것만 해도 한 달 치가 그냥 넘는다.

그 이후로 받은 것까지 합산하면 3달 가까이 되지 않을까.

‘간부야 뭐 일과 시간만 끝나면 비교적 자유로우니까.’

최근에 클리어한 대규모 게이트.

울릉도 혈귀 처치에 이어 2번 연속으로 사상자 0명을 달성했다.

자신이 대부분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다른 헌터들이 놀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 본인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 냈다.

그렇기에, 휴가증이라도 얹어 주려 한 것이다.

“알아서 1장씩 나눠 가져라.”

“헉! 휴가증 10개!”

“우와아아악!”

“중대장님! 감사합니다!”

외박권 몇 장에 크게 열광하는 헌터들.

녀석들은 벌써 이 10장을 어떻게 분배할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알아서 적당히 나누고. 긴장 너무 풀지는 마라. 오늘은 마음껏 즐기고.”

“예!”

“감사합니다!”

한층 더 밝아진 분위기.

다들 웃고 떠들며 회식을 이어 나갔다.

“어윽….”

“머리야….”

4시간쯤 지났을까.

대다수의 헌터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

오랜만의 술이라 그런지 자제를 못 한 모습들이다.

“참나. 너네들은 술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냐?”

깔끔하게 뒷정리를 하라고 말한 뒤 손은서 병장을 호출했다.

따로 전달할 사항이 있었기에.

“병장 손은서. 부르셨습니까?”

“내가 저번에 했던 말 기억하냐? 내 팀으로 들어오라고 했던 거.”

“네. 그거야 기억합니다만….”

“둘만 있을 때는 편하게 말해라. 어색하게.”

그녀에게 104사단 사단장, 두석용 소장의 말을 전했다.

검술이라는 스텟과 검기라는 스킬이 발현되었으니, 좀 더 큰물에서 놀라는 말을.

“왠지 쫓겨나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

“계속 있고 싶으면 있어도 된다. 네 의사를 존중해 주신다니까.”

“갈 거야. 계속 있으면 눈에 띄기도 하고. 나도 진급 좀 팍팍 하고 싶거든.”

손은서는 어떻게든 특수 부대에 합류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거기서 대해서 너한테 좋은 소식이 있지.”

“뭔데?”

“헌터 본부에서 곧 발표할 거다. 스킬과 스텟에 대한 존재를.”

추후에 있을 발표와 함께 평가 기준이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손은서의 검기 스킬이 발단이긴 하지만, 언젠가 밝혀야 할 내용이었다.

물론 병사들의 박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스킬이나 스텟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헌터는, 몇 단계 더 높은 임무에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몇몇 특수 부대에도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 만큼 큰 보상을 해 주는 것.

세세하게 따져 보면 특례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규정이었다.

“하아…. 역시. 나 같은 케이스가 있나 보네?”

“그건 조사해 봐야 알겠지.”

“그러고 보니까 너도 룬석 먹었잖아. 사실 너도 스킬 있지? 몇 개야? 특별한 스텟은?”

한동안 허공을 응시하던 손은서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스킬은 25개. 스텟은 영구 기관. 내 몸 안에 톱니바퀴 두 개가 돌아가고 있지.”

“어휴. 됐어. 물어본 내가 바보다.”

“사실대로 말해 줘도 안 믿네. 그것보다 특수 부대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각오하고 있어라.”

불만스럽게 투덜대는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아! 갑자기 뭔데!”

“대규모 게이트 안에서 보스 몬스터 막은 거. 다음에는 그러지 마라. 죽으면 말짱 꽝이다.”

김민준은 한 번 더 그러면 밤새도록 얼차려를 주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비웠다.

“…대령이라고 잘났어.”

손은서는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

그 뒤로 15일이 지났다.

대규모 게이트의 영향 때문인지 던전의 발생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헌터들에게 여유가 생겼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미치겠다. 뭔 훈련을 이리 몰아서 하냐.”

“내 말이.”

“군대가 병사들 가만히 놔두고 배기겠냐? 어떻게든 굴리지.”

그동안 미뤄졌던 훈련을 진행했고, 뒤에 있던 훈련까지 앞으로 당긴 것이다.

헌터들은 생활관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다.

그중 몇몇은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어후. 헌터 본부에서 공식 발표한 것도 있지 않습니까.”

“아. 스킬인가 스텟인가 그거?”

“그렇습니다.”

그 많던 훈련을 다 마치고, 이제 좀 한숨 돌리겠다 싶었는데….

스킬과 스텟에 대해서 공식 발표까지 나왔다.

마력검이라는 신무기가 들어오고 나서 한동안 고생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스킬이라는 게 진짜로 존재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지 말입니다.”

“4대대 손은서 병장이 검술 스텟이랑 검기 스킬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와. 개부럽다. 이름만 들어도 멋있잖아.”

병장 한 명이 요란스럽게 팔을 휘둘렀다.

그러길 잠시.

그걸 왜 지금까지 숨겼냐며 투덜거렸다.

“그런 걸 처음부터 썼으면 몬스터 수천 마리는 더 썰었을 텐데.”

“손은서 병장 같은 케이스가 별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긴. 눈에 띄지 않는 스킬도 많다던데. 그걸 밝혀 봐야 뭐 하냐. 관심 병사 취급만 받을 텐데.”

스텟과 스킬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

자연 치유력 증가나 민첩 증가 같은 스킬은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사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특수 부대 갈 수 있는 게 혜택이라. 지랄 났네. 야. 너도 스킬 하나 있다고 안 했냐?”

“상병! 이준구! 전투력 강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또 뭔데.”

“50㎏ 이상 군장을 메고 있을 때, 모든 스텟이 1 상승하는 스킬입니다!”

“어휴. 줘도 안 가진다.”

이렇듯, 헌터들이 보유한 스킬들 상당수가 미약했다.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군생활에 있어 아주 조금 도움 되는 정도?

“그러고 보니. 중대장님도 개쩌는 스킬 가지고 계신 것 아닙니까?”

“김민준 대령님? 아마 있으시겠지?”

“스킬 하나도 없이 그만한 실적이면 진짜 인간 자체가 강하신 거지.”

“크으. 등록 대상이 병사들만이라서 아쉽습니다.”

헌터들이 스킬에 대해 잡담을 나누는 사이,

“좋아. 5분 남았다.”

김민준은 중대장실에서 황금색 열쇠를 꺼내 두고 있었다.

[콜롬비아의 열쇠]

5분 뒤, 특별한 일이 발생합니다!

대규모 게이트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

30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케일이 컸던 만큼 평범한 아이템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 대규모 게이트 클리어했을 때, 안에 있던 모든 헌터들의 스텟이 1씩 올랐었지.”

공통으로 주는 보상도 나쁘지 않다.

과연 이 아이템은 어떤 효과를 가졌을까.

그렇게 기대감을 가지며 기다리길 잠시.

화아아아아!

“왔다!”

황금색 열쇠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정면으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빛.

터엉!

잠시 후.

빛이 사그라들고 나타난 것은 목재로 된 보물 상자였다.

“좋아. 딱 봐도 이걸로 열라는 거네.”

기대감에 가슴이 세차게 뛴다.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재빨리 열쇠를 사용해 보물 상자를 열었다.

띠링.

[콜롬비아의 열쇠를 사용합니다!]

[아이템의 기능이 해제됩니다!]

“오….”

메시지와 함께, 보물 상자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거 괜찮은 정도가 아닌데?”

김민준은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하고, 입을 떡 벌렸다.

[콜롬비아의 보물 상자]

수납할 수 있는 아이템에 한해, 성능을 영구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낮은 확률로 아이템의 성능이 대폭 강화됩니다.

30일에 1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의 성능이 높을수록 재사용 대기 시간이 늘어납니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이거, 포텐션이 장난 아닌데….”

아이템의 성능은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아이템이 그렇다.

드물게 나타나는 성장형 아이템이 아니면 말이다.

방금 자신이 얻은 아이템.

이건 아이템의 종류에 상관없이 성능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이 안에 넣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 말은, 성장형 아이템조차 강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지.”

겉모습은 부자들이나 수집할 만한 보물 상자.

하지만 저 보물 상자는 강화기 그 자체였다.

아이템이라면 뭐든지 강화시킬 수 있는,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적인 아이템.

“으하하하! 사랑스러워라. 나랑 잘해 보자고.”

김민준은 효과를 체험해 보기 위해 기가쇼크 그레네이드를 집어넣었다.

“좋아. 충분히 들어가네.”

국보급 아이템.

한 발만으로도 웬만한 몬스터는 뼈도 못 추리는 무시무시한 중화기.

이 아이템의 성능이 한 단계 올라간다면….

얼마나 강력해질까.

꿀꺽.

“어우. 군침이 흐르네.”

[주의! 아이템의 성능이 너무 높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100년으로 늘어납니다!]

[그래도 사용하시겠습니까?]

“어우. 바로 취소.”

입가를 닦던 사이 무시무시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쿨타임을 확인하고 중화기를 재빨리 꺼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즐거움을 버릴 순 없지.”

이왕이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저걸 한 번 사용하고 100년 동안 기다리라니.

그러다가는 화병 나서 죽을지도 몰랐다.

“역시. 괜찮다 싶은 아이템은 다 쿨타임이 기네.”

신념의 지휘봉도 그렇고.

심연을 머금은 어둠도 그렇고.

아이템을 보관할 수 있는 황금 가고일의 주머니도 그렇고.

죄다 쿨타임이 5년 이상이었다.

“신념의 지휘봉은 성장형이라 그런가. 얘만 20년이네.”

아이템을 하나씩 넣다 보니, 어느새 검은 구슬 하나만 남았다.

다크 머메이드를 처치하고 방치해 뒀던 아이템.

“이거 별것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이템 효과를 읽어 보니 역시나.

그냥 마기 스텟이 1 상승하는 효과로 그쳤다.

“타이밍 좋네. 이걸 여기서 쓴다면?”

성능이 한 단계 올라가 봐야 얼마나 올라가나 싶겠지만, 이것 말고 딱히 사용할 건 없다.

밑져야 본전인 셈 치기로 하고 상자 안으로 집어넣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은 30일입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좋아. 가즈아!”

홀로그램 버튼을 누르자 상자가 저절로 닫혔다.

우우우웅-

그리고 시끄러운 진동음을 내며 덜컥거렸다.

마치 세탁기를 돌릴 때 나는 소리와 흡사했다.

띠링.

5분쯤 지났을까.

메시지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2